나/나의 이야기

사람이라.....그런가 보다.

그랑블루08 2014. 5. 15. 22:53

무언가 알 수 없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알 수 없다는 것은.....사실 아니다.

나도 알고 있다.

지금 내 직장 일도 바쁘지만,

5월에 있는 각종 행사들,

그리고 새로 시작하는 1년 프로젝트....

3년 중간 마감을 해야 하는 프로젝트.....

일들은 쌓여간다.

 

그 가운데.....가족의 일들.....

아무 것도 해드리는 것도 없으면서, 뭔가 나를 무겁게 짓누르는 듯하다.

 

화요일...서울에서 수술을 하셨다.

외과 중 가장 어렵다는 수술을 받으시고, 그 후 통증도 견디고 계신다.

남편은 이틀 직장을 비우고 서울을 다녀왔고,

수술을 받으신 어른도, 그것을 다 지켜보며 곁을 지키시는 어른도, 모두 힘든 일이었다.

직장과 아이를 핑계로 올라가지도 못한 나는......그저 새벽, 기도를 드리러 간 게 전부.

1달 간, 아침 금식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특별히 위해서 해드리는 것도 없다.

 

겨우 겨우 토요일에 서울에 올라가는 것뿐.

 

 

4월부터 이런 일이 생기면서, 해야 할 일들은 여름 이후로 꽤 미루었다.

그러고 나니 한결 낫기는 하지만, 문제는 그렇다고 내가 뭐  어떻게 하는 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나는.....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칼을 빼서 무라도 썰려고 이러고 있다.

 

어차피 나와의 약속.

나이 마흔에는 뭐라도 해본다는....그 약속을 지켜보려, 쓰는 것도 있지만,

사실은......나의 이 복잡하고 짓누르는 상황을 잠시라도 벗어나려 이러는 걸 수도 있다.

사실 마흔의 약속은 작년이었다.

그러나 여러가지 따져가며, 만이니 뭐니 하면서 올해까지 미룬 것이다.

그러니 이젠 뭐라도 해봐야 했다.

 

매일 4~5회씩 올리면서, 지금 내가 뭐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무라도 썰어야지, 싶기도 하고,

또 그러다, 어마어마한 양들의 글들이 밀려와, 순식간에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쑥 지나가버리기도 한다.

 

당연하지 않은가.

어울리지 않는 곳에, 어울리지 않는 글을 올리고 있는 나는.....

나, 여기서 뭐하나...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게다가 의리로 읽어주고 계시는 님들께...진짜 면목이 없다.

 

사실...너무 오래 전, 너무 글도 엉망이고, 고칠 것 투성이지만,

지금 내 머리가 헝클어져 있는 상황이니, 새로 완전히 고치는 것도 무리다.

뻔히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기도 한다.

마치 기계처럼, 도피처럼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라도 해야, 뭔가 이 무거운 상황을 피할 수 있는 것처럼, 견딜 수 있는 것처럼......

그러나 또다시 그것이 무거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렇게 계속 올리는 것이 맞을까....

여전히 엄청난 고민에 시달린다.

 

묵묵히...나는....글을 올리겠지.

시작했으니......

그저 나와의 싸움으로, 나는 끝을 보려할지도 모르겠다.

마흔에는 새로 정리해 보기로 했으니, 이번 기회에 정리할 기회를 얻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가끔.....어울리지 않는 글을 올리고 있는 것이, 나의 만행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수많은 글들.....그 글들 속에서 마치 내 글도 소음공해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그런 고민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내 글은...참 머리 복잡하다.

담고자 하는 내용도 많고, 쉽게 심심풀이로 읽고 싶은 분들께 자꾸 여러 번 읽기를 강요한다.

 

만약, 내가 지금 쓰지 않고, 읽고 있다면,

지금 내 상황과 같은 처지라면,

뭔가 도피하고 싶고, 현실을 잊고 싶을 때,

내 글을 읽고 싶을까.

대답은 단연코 노다.

 

결국 이 쓰는 행위는, 내 자신의 현실을 놓기 위해서, 기계적으로 쓰며 잠시 잊고자 하는 것.

그것일 터이다.

그래서 틈이 날 때, 자꾸만 강박처럼 고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그저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의미로, 묵묵히 그렇게 나답게 해볼까 한다.

 

어쩌면, 이번은 나와의 싸움이 될 것 같다.

사실, 모든 것은 늘 나와의 싸움이었다.

언제나 외로운 싸움이었다.

그런 나를 이겨내는 싸움,

그 힘겨움을 이겨내는 싸움,

실망을 이겨내는 싸움,

그만 하고 싶어하는 나를 넘어서는 싸움,

내 한심함과 실력없음을 받아들이는 싸움,

그런 나와의 싸움을 묵묵히 해내볼까 한다.

 

다른 대안이 없으니까......

이렇게 묵묵히 한 걸음씩 나가는 것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해나가는 것외에, 내게 선택지가 없다.

이렇게라도 뭔가를 하고 있어야, 내가 그동안만이라도 내 상황을 잊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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