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써왔던 것 같다.
그게 무슨 꾸준이냐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내 여건 안에서는 꾸준히 써왔다.
늘 이야기에 굶주려 있었기에, 내 스스로 즐기고 싶은 글을 써댔다.
그 사이 다른 이들의 글에, 거장들의 글에, 또 드라마에, 영화에, 혼자 가슴을 쳐대기도 했지만,
언제나 돌아와 보면 이 자리다.
읽는 즐거움을 버리면서까지 나는 이 "쓰기"를 하고 있다.
요즘 부쩍 느끼는 것은...바로 이것.....
글이 어렵다.
"쓰기"라는 것이 참 어렵다.
내게 디데이는 마흔이었다.
그러나 작년에 마흔이 되면서, 다시 목표 수정을 하며 만 마흔으로 바꾸기도 했다.
이제 올해는 빼도박도 하지 못하는....이래나 저래나 마흔이다.
작년처럼, 만으로 하겠네 마네 소리도 하지 못한다.
내가 결정했던 시간이, 내가 데드라인으로 그었던 시간이 닥쳤다.
그 전에 써왔던 습작 같던, 그리고 조금은 제도권을 겨냥하고자 했던 그 마음을 버리고
2008년 처음으로 공개적인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렇게 연습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 때 생각했었다.
마흔에는........어느 정도 연습이 되어 있지 않을까.
그 때는, 진짜로 글을 써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을 했더랬다.
그런데.....2013년......아직도 멀었다 싶었다.
그래서 만 마흔이야, 라며 1년을 또 미루었다.
그리고 2014년이 되어버렸다.
6년이 넘도록 연습해왔지만,
그것도 나름 꾸준히 연습해왔다, 자부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는 평균 한 달에 1편 정도를 겨우 썼을 뿐이다.
시간이 되면, 한 달에 몇 편의 글을 쓰기도 하지만, 결국 평균적으로 한 달에 1편.
이것으로 연습이 될 리 만무할 것이다.
"쓰기"는 노동이라 했다.
적극적인 노동.
펜을 잡고 직접 쓰는 육체적인 노동.
그러기에 내 노동은 너무나 적고도 약했다.
훈련이 아니라, 연습이 아니라, 쓸 때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출발선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시점을, 화자를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그것을 연습해 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나는....이도 저도 아닌, 내 마음대로 쓰는 글이 되어버렸다.
사건을 촘촘하게 짜보고 싶었다.
제대로 된 플롯을 구사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여전히 내 마음을 가장 무겁고 힘들게 하는 것은 플롯이다.
줄거리가 아니라, 플롯이 되어야 한다는......
마치 감독의 편집의 기술처럼, 그 미장센처럼,
그렇게 강렬한 플롯으로 임팩트 있게 쓰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희곡적인, 시나리오적인 글을 잘 읽지 못한다.
나 자신이 워낙 수다스러운 인물이라, 하나하나 서술된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동작 지시문으로만 연결된 글들보다는, 아름답게 언어로 표현한 글들을 읽고 싶어한다.
글에 대한 강박이 있는지도 모른다.
읽기 강박.
글로 하나하나 표현된 것들을 읽고 싶다.
그런데 어느 새 내 글은......이도 저도 아니다.
소설은 동작지시문의 문장화가 아니다.
문장 하나에 세계가, 인물이, 상징이 녹여드는 것이다.
한 문장, 한 문장 버릴 것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내 문장들은 동작만을 지시하고 있다.
소설은 언어로 아름답게 표현하는 글이다.
미적인 글.
미학적인 글.
그 안에는 결국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 주제의식이 드러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내 글들 속에서 그런 것들은 없이, 희곡의 지문처럼 나대는, 건조한, 텅빈 문장들로만 덮여 있다.
연습.......만 6년의 연습이 알고 보면, 시간 낭비가 아니었나 싶을 만큼,
나는 내멋대로의 글을 쓰고 있다.
내 글은 긴 연재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플롯에 대한 고민, 사건의 배치에 대한 고민,
반전에 대한 고민, 끊임없이 다음을 궁금하게 만드는 계속 기법에 대한 고민,
그리고 한 문장 한 문장 버릴 것이 없도록 써내는 고민.
웃기는 건 고민은 있으나 실천이 없다.
아니 어쩌면 이론은 있으나 그것을 행할 능력이, 실력이 없다.
나는 내면에 천착되어 있다.
안다.
나는 세세한 감정의 흐름을 적고 싶어한다.
그래서 때로 세밀하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선 지저분하다.
상상의 여지가 없다.
여백이 가지는 美가 없다.
빽빽히 들어찬 내 주절거림들 때문에 문장은 제 역할을 잃어버리고 만다.
심지어 빈약한 어휘력과 엉성한 문장 구성에 부딪칠 때면, 이래서 내가 글을 쓸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내게 힘든 것은......인물의 창조라는 부분이다.
매력적인 인물의 창조.
글에서, 소설에서 사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것이다.
생생히 살아 있는 인물을 창조하는 것.
스스로 말하는 인물을 창조해내는 것.
세세한 말투조차 살아있고, 명확한 자신만의 성격이 있으며, 설득가능한 논리적인 행동이 있는.......
납득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고, 그래서 매력적인 그런 인물.
그런 인물을 창조하는 것.
가장 큰 고민은 여기에 있다.
고민이 된다.
어쩔 수 없이 시나리오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과, 그래서 시나리오를 공부해야 하는 것.
그리고 글에 대한 또다른 시도를 해보아야 한다는 것.
적어도 그래야, 2.0.1.4에 대해 예의를, 아니 나 자신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것이니......
소설이란 참 어렵다.
당대의 소설을 읽지 못하고 있지만, 도리어 예전 소설들, 오래된 소설들을 읽으며,
소설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게 된다.
읽어도 읽어도 늘 새로운 이 오래된 소설들.......
가볍지 않은, 무겁게 가슴을 누르는 이 소설들.......
수많은 거장들의 단편을 읽고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더욱더 소설은 어렵게만 느껴진다.
꽉 짜여진 단편들, 문장 하나, 단어 하나 버릴 것이 없이 의도에 의해 배치된 그 소설들을 읽으면서
고민한다.
예순이 된다 한들, 나는 쓸 수 있을 것인가......
글이 참, 어렵다.
그래도 연습을 향한 욕망은 이토록 타오른다.
조금은 다른 시도를 하는 것도 좋을까.....고민이 되기도 한다.
제도적인 방식이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미디어의 방식으로,
지금 내 공간에서 나와서,
열린 공간으로 나가볼까......고민이 된다.
쌤플을 보여주며, 내게 이젠 열린 공간으로 나가서 내 글로 연재해 보라는 후배의 뼈아픈 조언이
자꾸 머리를 맴맴 돌게 만든다.
열이 채이나 보다.
이래 저래 열이 좀 받는 건가 보다.
지금 이 시간, 이렇게 바쁜 시간,
1분 1초를 쪼개 살면서,
하루 하루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수많은 일정들을 소화하면서,
지금 이런 모습에, 진심으로 열이 채이나 보다.
뭐하는 거냐......싶다.
정말 왜 이렇게 쓸데없이 시간을 소비하고 있나....싶다.
해야 할 일과,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나는 반드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내 시간은 내가 주인이 되어야 한다.
다른 이에 의해서 흔들려서는 안 된다.
10분을 쪼개고, 5분을 쪼개며 살고 있다.
이제 숨이 턱턱 막힌다.
선택과 집중.
언제나 변함없이 내게 요구되는 말이다.
제대로 된 집중이 필요한 시간이다.
하려면 똑바로 해라. 이 따위로 하지 말고.
일주일을 이 따위로 버리지 마라.
시간을 도둑맞은 것처럼 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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