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의 이야기

마흔, 아름다워질 시간.

그랑블루08 2014. 4. 2. 13:38

 

 

 

 

<어제  ㅅㅅㅁ 근처에서 아는 지인의 생파를 하면서 찍은 사진. ㅅㅅㅁ 벚꽃길은 밤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다.

아치를 이루는 꽤 긴 길들.

물론 ㅇㅂ타워 올라가는 쪽 벚꽃길이 갑이라고는 하지만.....

날이 따뜻해서 그런지 유달리 올해 벚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것 같다.>

 

 

 

2014년도 벌써 세 달이 흘렀다.

음력으로 보면, 이제 두 달이 넘었나 보다.

설 이후, 2월에는 독감 때문에 심하게 앓았고, 그 와중에 마감을 치느라 헐떡댔고,

3월은 어느 샌가 지나가 버렸다.

 

2014년은 내게는 조금은 특별한 해다.

몇 년 전부터 내 휴대폰 비밀번호이기도 했다.

2.0.1.4.

나의 디데이 해이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2014년 1월부터 내게는 마음의 치유와 몸의 치유를 요구받은 해이기도 하다.

한을 내 몸에 새기지 않겠다는 기도 이후,

마음의 치유를 얻었다.

더이상 미워하지 않는......회복을 얻었다.

그 날 이후, 생각했다.

이제 온전히 몸을 건강하게 만들 때라고 말이다.

 

1월, 내가 하게 된 여러 검사는, 내게 주신 경고라 생각한다.

마음도 몸도 건강하게 살라는 일종의 경고이자, 회복의 시작.

 

그래서 4년이나 쉬었던, 이사오고 나서는 하지 못했던 헬스를 다시 시작했다.

2월에 시작했으나, 문제는 독감으로 앓고, 마감 때문에 얼마 가지 못했다.

그러나 3월은 조금 더 달리려 했다.

다른 날은 시간이 안 돼서, 월, 수, 금 저녁에 헬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월, 수, 금은 내가 윤이를 보는 시간.

작년부터, 내가 보는 날엔 남편도 집에 들어오라고 해서, 같이 저녁을 먹게 되었다.

그 전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기도 했다.

남편도 바쁘고, 나는 더 바쁘니, 결국 번갈아 가면서 아이를 보느라,

온 가족이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주말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작년부터는 초창기보다는 훨씬 여유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일은 더 많아졌을 수 있으나, 경험이 쌓이다 보니, 좀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 윤이가 월, 수, 금 학원 때문에 늦게 돌아오면서,

다 같이 늦은 저녁을 먹는 게 서로에게 나쁘지 않았다.

윤이가 7시 45분에 집에 오고,

내가 밥을 해 놓으면,

남편은 빠르면 8시, 아니면 8시 반 전에는 와서 같이 밥을 먹는다.

윤이도 학원 가기 전, 대충 간식을 먹으니, 그 때쯤 먹어도 다들 괜찮은 듯했다.

뭐, 어쩔 수 없기도 했고.

 

여튼......집밥을 먹자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내가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외식을 하는 일이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살다보니, 주말뿐만 아니라 주중에도 집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보는 주중 삼일은 어떻게든 밥을 집에서 해 먹으려 한다.

주부 고수님들 입장에서는 그게 뭐 대단한 일이냐 할 수도 있지만,

내 자신에게는 꽤...큰 결심이었다.

피곤해 하는 나 자신과, 조금은 쉬고 싶은 나 자신과 싸워야 하는 일이기에......

어쩌면....엄마가 아니었다면, 내 쉼과 쉽게 바꿔치기 했을 것이지만,

역시....아이 앞에 장사는 없었다.

아이의 건강, 아이의 성장과 연관하니, 그까짓 내 피곤이야....싶기도 했다.

 

직장 생활을......꽤....빡세게 하는 나로서는.......

나름 큰 결정이다.

얼만 전에도 직장 동료들과 얘기하면서, 내가 좀 다르구나....싶기도 했다.

내 주변엔 직장맘들이 꽤 있다.

직업의 특징 상 혼자 싱글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다.

여튼....직장맘의 경우, 대체로 도우미 아주머니를 쓰고 있었다.

사실....주변에 안 쓰는 사람이 없다.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다들 부른다고 했다.

 

저번 주, 장염 때문에 고생하고,

링겔을 맞고 난 바로 다음 날 저녁 집에 가서 6시간 동안 밥하고, 냉장고 청소 하고,

밤 늦게 잤다고 했더니 다들 입을 벌린다.

직장 안에서 내 일의 초과량을 알고 있으니,

그러고 집에 가서, 그 일을 다하고, 3시가 넘어서 잤다는 말에, 다들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첫번째 반응은......도우미 아주머니 얘기였다.

쓰지 않느냐고....묻길래, 쓰지 않는다고 했더니, 그게 더 놀랍단다.

늘.....몇 년 동안이나 고민해온 부분이다.

그래도.....결국엔 난...내가 하고 있다.

 

쓸데 없이 결벽증 같은 부분이 내겐 있다.

집 청소를 깔끔하게 한다거나, 집정리를 잘한다거나...그런 쪽은 아니다.

사실 못하는 편이다.

한 번 확 뒤집어서 해놓고, 다시 지저분해지면, 또 한참만에 뒤집는 스타일이다.

그러니 내 일상, 삶 자체가 정리스럽지는 않다.

그런데 설겆이나 빨래에 있어서는...좀...유별난 것 같다.

식기 세척기에 세척을 하더라도, 퐁퐁으로 다 씻고 헹궈서 넣어야 한다.

그 말에도 사람들이 기겁을 했다.

빨래도, 손으로 다 빨아서 다시 빨곤 했는데,

이젠.....그 부분은 좀 접었다. 그냥 삶음 기능으로 해결하게 됐다.

불과 몇 달 전에 바뀐 부분이지만, (내가 결국에는 삶음 기능을 신뢰하게 되었다는 것이겠지.)

여튼....꽤 오랫동안, 나는 우리 엄마가 하듯이 살아오고 있었던 것 같다.

아주머니의 도움 없이, 언제나 혼자서 일하셨던, 우리 시대 어머니들처럼,

우리 어머니도 그러셨으므로, 나 역시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다.

 

여튼.....그래도 이게 가능한 이유는 남편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아줌마를 쓰고 싶다고 했을 때, 남편은 원한다면 쓰라고 했었다.

사실.....이런 부분은 내가 허락 받거나 하는 부분은 아니다.

내가 원하면 하는 스타일이므로......

그런데 남편의 말은......그랬다.

그래도.....어른이 2명이나 있는데, 둘이서 이 집 하나 건사하지 못한다면, 그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이다.

둘이서 해내지 못한다면, 이 집은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크기가 아니라고 말이다.

그 말에.....솔직히.....심하게 공감했다.

그리고 사실....남편이 정리 정돈을 막 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테리어 자체에는 신경을 쓰고 바꾸고 하지만, 자질구레한 정리는 하지 않는다.

뭐 사실 이 부분은 나 때문이기도 하다. 정리를 자주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정리를 시작하면 까탈스럽게 해대는 나 때문에 손을 안 건드리는 것일게다.)

자기만의 방법으로 매일매일 청소를 한다. (화장실 청소도 물론 남편 담당이다.)

물티슈로 바닥을 닦으며(늘 남편은 이렇게 청소를 한다. 무선 진공청소기와 물티슈로 청소를 한다.)

남편은 말한다.

야.....우리집 진짜 넓다. 더 큰 집은 못 가겠다.....

뭐 이런 유의 말들을 해댄다.

 

남편이 말하는....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크기는....지금 이 집이 가장 알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굉장히 깨끗하게, 굉장히 멋지게 해놓고 살지는 못하지만,

조금은 지저분하게 널려 있을지도 모르지만,

또 우리 집 평수 이상으로 너무나 많은 짐들에 쌓여 있지만,

그래도 세 사람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살아가고 있다.

 

음식도 그런 것 같다.

결국, 다른 사람을 불러서 음식을 부탁하고 싶지 않은,

내 스스로 음식을 하려는, 내 의지 때문일 것이다.

먹는 것은 중요하므로.......

여튼.....그래서 고생을 사서 하고 있다.

 

어쨌든.....그러한 많은 결심들 중에, 건강에 대한 결심이 있었다.

마음이 회복되면서, 또 하나의 경고였던 몸의 회복도 생각하게 되었다.

4년 만에 다시 헬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월, 수, 금 6시에 퇴근해서 집 근처 헬스장에서 1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직장에서 집까지 10분 거리라는 잇점도 있다.

가까운 만큼 시간 세이브가 크다.

여튼 1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사실 샤워할 시간은 안 돼서 바로 집으로 가, 저녁을 해 먹고 집에서 샤워를 한다.)

집에 가서 부랴부랴 저녁을 해서 먹는다.

그런데 하루는 금요일 저녁, 운동을 쉬고 싶었다.

그래서 그것이 화근이 되어, 그날 하루 종일 체한 기가 계속 가더니, 그 다음날부터 설사가 시작되었다.

며칠 간의 장염 끝에 약국에서 사먹은 약으로는 진정이 되지 않아,

결국 화요일, 오전 상태가 악화되고 나서야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링거를 맞았다.

 

그렇게 일주일을 고생한 이후,

이제 다시는 운동을 거르지 말자라는 최종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이또한 마음의 회복과 함께 몸의 회복을 명령하고 계신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일주일에 겨우 세 번, 합쳐서 3시간이지만,

화요일, 목요일은 일은 많아도, 직장에서 한 30분씩은 걸으니,

5일간 운동비스므리하게는 하는 것 같다.

여튼 이렇게 운동이 쌓여가면, 몸도 회복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결심했다.

일주일 세 번, 한 시간 씩의 운동을 꾸준히 해보기로......

그러다 보니, 안 그래도 시간이 없는데, 더 시간이 없어져 버렸지만,

그래도.... 이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다.

 

그래서, 결심했다.

마흔의 시간.....이제 아름다워지기로 말이다.

예뻐질 수는 없다.

그건 의학의 힘을 빌려야 하는 것이므로.....

그러나 아름다움은 다른 것이다.

아름다움은 사람마다의 기준이 다 다른 것이므로,

내 기준에서 아름다워지면 되는 것이다.

 

서른의 시간은 여자를 버리려 한 시간이었다.

마흔의 시간은 이제 그 여자를 다시 찾아 가꾸려 한다.

그래서 아름다워질 것이다.

몸도 마음도....진심으로 아름다워질 것이다.

매일...아침마다, 밤마다,

나는 아름답다고 외친다.

그 말이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는다.

비록 예쁘지는 않더라도, 비록 20대의 발랄함은 없어도,

주름도 많고, 세월이 묻어 있어도,

그래도.....마흔의, 마흔만의, 아름다움은 있을 것이다.

그래서.....건강하고, 넉넉한, 그러면서도 전문적인 그런 나만의 아름다움을 찾으려 한다.

 

 

마흔....아름다워지는 시간.

일단....살부터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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