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님의 방이 오랜만에 열렸다.
구경하다가 풀꽃님이 써 놓으신 글 하나가 또 생각을 멈추게 한다.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그 글을 보니, 자신감이 확 사라진다.
물론 처음부터 글이란 놈에 대한 자신감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하기 시작한다.
글이란 나에게 뭘까?
왜 쓰는 걸까...
<가락국의 이녹>을 쓰고 나서 아주 한참동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글을 쓸 시간도 없었지만, 더 중요한 건 아무 글도 쓸 수가 없었다는 거다.
잘 시간조차 없는 와중에도 연재를 했는데(연재라고 하기에도 부끄럽지만)
몇 달간 난 정말 글 한 줄도 쓰지 못했다.
한달만에 <가락국 외전>도 겨우 썼다.
잘 써지지도 않고,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쓰고 싶은 이야기도 없고...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래서 외전도 4편에서 멈춰 버렸다.
쓰고 싶어도 써지지를 않았다.
물론 가락국 마무리 이후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어떤 시기보다 정신없이 일이 휘몰아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문제는 쓸!수!가! 없!다!는 거였다.
그래서 생각했다.
난...이제 더 이상 글을 못 쓰는 것이 아닐까..
<가락국>이 마지막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
난 글쟁이가 아닌가 보다...하는 생각...
결국...난 글쟁이가 아닌가 보다라는 생각은 나를 참 우울하게 했다.
가락국을 마치고 석달이 지난 후, 갑자기 새벽에 미친 듯이 쓰고 싶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제목도 없었고, 인물도 어정쩡했지만, 그냥 그 새벽에 한달음에 써내려갔다.
쓰면서도 생각했다.
이건 완전히 막장이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그러나...쓰기로 했다. 아니, 그냥 쓰고 싶었다.
뭐 그리 대단한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뭐 대단한 가치관이네, 세계관이네 이런 것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정말로 그냥...쓰고 싶었다.
"이야기"라는 것을...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글이 아니라...
그냥 글 자체가 목적이 되어, "이야기"라는 것을 쓰고 싶었다.
그렇게 새벽에 동틀때까지 써내려 간 이야기가 "강철이 트라이앵글을 꿈꾸다"였다.
그리고 그 이후 또 2달이 지나갔다.
역시 아무 것도 쓰지 못했다.
"강철" 대신에 다른 허접한 이야기를 끄적이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글도 공개된 장에 올리기가 뭐했다.
이 글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고...
"가락국"이라는 잔재는 나에게 너무 크게 남아버렸다.
그리 좋은 글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 이야기에 나는 내 자신을 너무 많이 담아 버린 듯했다.
다시 쓰라고 해도 그 글은 다시 쓸 수 없을 듯하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허접하다 할지라도, 내 깜냥 안에서는 최고치를 쳐버린 듯했다.
그런데 말이다...
"가락국" 같은 글 말고, 그냥 정말 그냥 글...아무 이야기를 지껄이는 듯한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다.
플롯이 꽉 짜여진 글말고, 그냥 그 뒤를 알 수 없는...쓰다가 어느 길로 갈지 알 수 없는....
그냥 글이 글을 부르는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래...난 좋은 글을 쓰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말이다.
그래도 말이다.
그냥...요만큼의 깜냥에서...지금 요만큼의 글을 쓰고 싶다.
지금 내가 서 있는...이 시점에서...이 자리에서...
내가 살아오고, 생각하고, 느낀 만큼, 바로 그만큼만 쓰고 싶다.
내가 좋은 사람인지는, 혹은 내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좋은 글을 쓸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이 깜냥만큼만 글을 쓰고 싶다.
이제 글을 쓴다는 건...
내 손을 떠난 일인 듯하다.
내가 어떤 의지를 가지든, 안 가지든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글은 내 손을 떠났다. 내 의지를 떠나버렸다.
이야기꾼이 자기 의지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냥...그냥...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인 것 같다.
그래서 삶을 살듯이 이야기도 쓸까 한다.
삶이 삶의 길을 내듯이, 이야기도 이야기의 길을 낼 터이니...
그냥 그러한 듯이, 흘러가듯이 글의 길을 낼까 한다.
비록 그것이 좋은 글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 역시 내가 욕심낼 일은 아닌 것 같다...
내 깜냥에 맞는 글이 꼭 그만큼의 분량대로 나올 뿐인 거겠지...
아...정말 잡담이 길구나...
많이 고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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