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에서 마산 방면 무궁화 열차를 타고 진영역으로 향했다.
윤이가 물었다.
"엄마, 우리 어디가?"
"대통령 할아버지 잘 가시라고 인사하러 가는거야."
"엄마, 근데 할아버지 어디가셨어?"
"외할아버지처럼 하늘나라 가셨어."
윤이가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심각하게 물었다.
"엄마! 대통령 할아버지 어떻게 돌아가셨어?"
난 이 질문에 뻥해졌다.
뭐라고 말해야 할 지 정말 난감했다.
일곱살 짜리 아이가 왜 돌아가셨어도 아니고, 어떻게 돌아가셨나니...
그래서 마음이 너무 아파 돌아가셨다고 했다.
진영역에서 내리니 바로 시내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시내버스는 셔틀처럼 운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10분도 채 되지 않아 봉하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봉하 마을 입구 노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거기서부터 한 1.5km 정도 걸어가야 했는데, 워낙 더운 날씨에 해까지 쨍쨍해서 좀 애를 먹었다.
입구에 있는 비석.
여기가 노무현 대통령 마을이다라고 알리고 있었다.
걸으면서 찍어서 화질이 즈질이 돼버렸다.
어제는 사람들이 워낙 많았다.
오늘은 더 많다고 들었지만, 어제도 장난 아니게 사람이 많아서 길에 쭉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봉화산이 보였다.
저 위에 보이는 바위가 나는 처음에 부엉이 바위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부엉이 바위는 이 사진 왼쪽 제일 아래에 있는 집 바로 위에였다.
노무현 대통령 사택(생가?)과 그 바로 위에 부엉이 바위가 보인다.
집 바로 위에 있는 바위라고 생각하니...또 마음이 짠해진다.
사람이 너무나 많아서 거의 100명 가까운 사람이 한꺼번에 조문을 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정말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있었다.
너무너무 더워서 잠깐 서있기조차 힘든 곳에서 자원봉사분들은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고 일하고 계셨다.
헌화를 하고 묵념하는 것으로 조문을 진행했다.
진행자 한 분이 계속 마이크로 헌화하는 과정과 묵념 과정을 이끌고 계셨다.
이 분 목은 괜찮으신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꽃을 한 송이씩 받았다.
윤이에게 "대통령 할아버지 안녕히 가세요. 고맙습니다."라고 하라고 시켰다.
우리 차례가 되어 꽃을 놓자, 윤이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고 돌아와 다같이 묵념을 했다.
상주와 잠깐 절을 한 다음 나오는데 윤이가 울상이 되었다.
"엄마...대통령 할아버지 너무 불쌍해."
"왜?"
"죽었잖아..."
우리 딸 눈에 이 돌아가신 분이 너무 안 됐었나 보다.
조문을 마치고 나오니 김해 관광 지도가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캐리커쳐가 너무 귀여웠다.
윤이를 데리고 김해에 놀러오려고 했는데, 저기 옛날 대통령 할아버지 사신다고 우리 보고 가자고 얘기하려고 했었는데...
그렇게 즐겁게 김해에 놀러오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오게 되니...마음이 참...그랬다.
특히...가야의 땅 김해를 이렇게 오고나니....마음이 더욱더 그랬다.
조문하는 곳 왼쪽에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천막을 쳐 놓은 곳이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밥을 먹고 있었다.
소고기국밥과 떡.
솔직히 너무나 맛있었다.
사실 조문을 와서도 조문할 때 아주 조금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그렇게 울지는 않았다.
이렇게 이제 이분을 놓게 되나 보다싶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몇 날 며칠동안 가슴이 싸하고 기사만 봐도 눈물이 쏟아졌는데 이젠 놓아드릴 때가 되었나보다 싶었다.
그런데 너무나 맛있는 국밥을 먹자 눈물이 울컥했다.
생각해보니 전국의 국민들을 다 불러모아 따뜻한 밥한그릇 먹이고 계시는 거다. 그분이...
고생했다. 따뜻한 밥한그릇 먹어라...
그런 기분이었다.
그 옛날 예수님이 자신을 보러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밥을 먹이시던...왜 그 생각이 떠올랐을까...
그때의 심정은 그랬다.
사람들에게 밥먹이는 대통령...
그래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밥을 먹었다.
그렇게 밥을 먹고나니, 정말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고!! 그렇게 그분 앞에서 다짐을 했다.
돌아오는 길...
벽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적고 있었다.
윤이에게 펜을 주었더니 윤이가 "사랑해요. 안녕히 가세요." 라고 혼자서 썼다.
우리 윤이가 사랑한다며 하트까지 쳐놓은 곳을 보니
그 밑에 적힌 다른 사람의 글이 나를 웃겼다.
진영역...돌아가는 길..
굉장히 아름다운 역이었다.
시골 작은 역. 놀러오면 좋을 곳.
저 뒤에 보이는 물은...자원봉사자 분들이 무료로 나누어주시는 물이다.
행사를 진행하시는 분도, 저렇게 물이나 국화, 근조기를 나누어주시는 분, 밥을 하시는 분...
정말 많은 손길이 있었고...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찾아왔다.
그리고...나는...그분을 보내면서 내 아이와 함께 다녀왔다.
꼭 기억하라고...
엄마의 생애 최고의 대통령이자 사람다운 사람이었다고...
그렇게 윤이에게 말해주었다.
그러니 꼭 기억하라고...
그분이 가시는 길...윤이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윤이가 컸을 때...이 시간을 꼭 기억할 수 있기를...
그래서 꼭 꿈을 키우며, 이루며,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소망한다.
봉하마을에서 먹은 국밥 한 그릇...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정말...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정말로 열심히!!!
정말로 물러서지 않고,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며,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그러니...
걱정 마시고 안녕히 가세요.
편안한 곳에서 평안히 쉬세요.
우리가...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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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수-양희은
저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 날들도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거치른 들판에 솔잎 되리라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우리 아이들에게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를
꼭 남기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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