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의 이야기

소녀의 꿈

그랑블루08 2010. 1. 5. 23:52

 

 

 

 


아주 아주 어린 소녀가 있었답니다.

그 소녀는 꿈만 꾸면 무서운 괴물이 나오곤 했어요.

그래서 그 소녀는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소녀의 기억으로는 유치원을 다녔던 6살 때부터 초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근 4년 이상 악몽은 이어졌지요.

괴물들이, 귀신들이 나와서 소녀를 비웃기도 했고, 소녀가 아무리 저리가라고 울면서 외쳐도 그들은 소녀를 우습게 여기기만 했지요.

잠을 자는 게 무서웠어요.

꿈이 싫었지요.

그래서 소녀가 사랑하는 신에게 기도를 드렸어요.

제발 꿈을 꾸지 않게 해달라고 그렇게 기도를 드렸어요.

그때 소녀는 신을 만났어요.

꿈이 너무나 싫은 소녀에게 신은 멋진 필름을 주셨어요.

그 필름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어요.

마치 영화필름처럼 쫙 펴진 필름 속에는 각 장마다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신은 소녀에게 말했지요.

넌 이제 꿈을 선택할 수 있다고.......

넌...이제 다시는 악몽을 꾸지 않을 거라고.......

니가 원하는 이야기를 니 스스로 만들어 가라고......


그렇게 소녀는 꿈을 만들어가게 되었어요.

소녀의 엄지 손가락 하나면 어떤 꿈도, 어떤 이야기도 만들어갈 수 있었어요.

소녀는 꿈을 꾸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들을.....

절대로 괴물이나 무서운 것들이 덤빌 수 없는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꿈을 꾸면서 만들어 갔어요.


소녀에게 이제 꿈은...두려운 것이 아니었어요.

정말로 재미있는 놀이.....

원하는 대로 장면이 펼쳐지는 멋진 영화가 되었어요.

소녀가 원하는 내용으로, 눈앞에 펼쳐졌어요.

그렇게 소녀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소녀는 성장했어요.

이제...소녀는 꿈이 두렵지 않아요.

소녀는....이제 꿈 속에서만 이야기를 만들고 있지 않게 됐어요.

이젠....꿈을 꾸기 전에....수많은 상상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자기 전에 상상했던 수많은 이야기가 꿈 속에서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펼쳐지기도 했어요.

이야기에 이야기가 덧대어지기 시작했어요.

소녀는 정말로 많은 이야기를 꿈꾸고 만들기 시작했어요.


소녀는 이제 조금씩 쓰기 시작했어요.

작은 글들을 습작처럼 써 두기 시작했지요.

어딘가에 내어보려고 했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았어요.

마음에 차지 않았어요.

소녀는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글을 왜 쓰는 거지?

무엇을 상상하는 거지?

무엇을 꿈꾸고 있는 거지?


소녀는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불혹의 나이가 되면, 난...정말로 글쟁이가 될 거라고.......


그러나 현실은...소녀를 나이들게 했고, 점점 글과는 멀어지게 했어요.

글을 대하고, 글로 먹고 살고 있지만, 소녀가 원하는 글과는 점점 멀어지게 되었지요.

그래서 소녀는 포기했지요.

아니, 이제 소녀는 소녀가 아니지요.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요.

그렇게 현실에 타협해 가게 되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숨을 막히게 하는 인물을 만났지요.

그 옛날 꿈꾸었던.....그 인물을 만나버리고 말았지요.

꿈 속에서 만났던, 자기 전에 상상했던, 글로 글적거렸던.....

그 인물을 써보기로 마음 먹었지요.

아니, 마음 먹은 게 아니라, 글이 미친 듯이 터져나왔지요.

30여년의 시간을 두고 상상해 왔던....그 이야기가 문자가 되었지요.

그렇게......가락국을 시작했지요.


그런데, 이 소녀는, 아니 이제 한 아이의 엄마인 중년의 이 여자는 왜 글을 쓰는 걸까요?

왜 이토록 쓰고 싶어서 못 견디는 걸까요?

무엇을 쓰고 싶은 걸까요?



그 어린 날, 소녀는 아름답고 따뜻한 글을 꿈꾸었다지요.

30여년 전 그 날, 신에게서 처음으로 선물을 받은 그 날, 소녀는 꿈꾸었다지요.

무섭지 않은 꿈을 꾸고 싶다고, 다른 이들도 나처럼 무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꿈을......꾸고 싶다고.......


중년의 나이가 된 소녀는....여전히 그 꿈을 꾸고 있다지요.

쓰면서 그것을 더 깨달았다지요.

위로가 되고 싶다고, 따뜻한 손길이 되고 싶다고, 영혼의 축복이 되고 싶다고.......

그렇게 한 사람의 울림이 되어주고 싶다고....

그런.......꿈을 꾸고 있다지요.


이 소녀는.......여전히 그런 꿈을 꾸고 있다지요.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걸 꿈꾸고 있다고.........

또....수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과 위로와 격려를 전하고 싶다고.........

지금도 현실이라는 악몽을 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손길이 되고 싶다고.........

그런.......말도 안 되는 꿈을 꾸고 있다지요.


비록.....여전히 이리저리 부딪치고 실수하고 넘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그 꿈만은 여전히 꼭 붙들고 놓치지 않을 거라고........

여전히 그 이유 때문에 쓰고 싶다고......

미친 듯이 쓰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이유라지요.


많은 이들이 비웃을지라도,

말도 안 되는 꿈이라고 비난할지라도,

여전히 그 꿈을 버리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그 꿈을 좇고 있다지요.


삶 자체가 기적이고,

사람이 희망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어 한다지요.


계속 넘어지고, 계속 실수한다 하더라도,

이렇게 계속......자신의 지경(地境)을 넓혀 갈 거라고........

꿈을 이루어내고야 말거라고.......

그렇게 다짐한다지요.



그래서....이제 정말 많은 글들을 써 볼 거라고, 다짐하고 있다지요.


호랑이해......

이제 만 36년을 살아온 삶에.......날개를 달.....해라고.......

스스로 믿고 있다지요.


그 누구도 꺾지 못할 굳은 결심으로 뛰어갈 거라고,

그 누구도 내 꿈을 꺾지 못할 거라고,

이렇게 최선을 다해서 뛰어 오를 거라고,

심지어 내 자신의 한계조차 뛰어 넘어 버릴 거라고,

그렇게 힘차게 저 창공을 향해 날아오를 거라고,

다짐하고 있다지요.



사람 안에 희망이 있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지요.

그 사람을 향한....글들을 쓸 거라고 다짐하고 있다지요.

그것이 글을 쓰는 이유라고.....그렇게 믿고 있다지요.


아무리 넘어져도 한 번 더 일어설 힘을 가진 이가 바로 사람이니.......

그 사람 안에서 희망을 보고, 희망을 노래하며, 희망의 길을 걸어가는,

그런 글쟁이가 되겠다고......

그렇게 믿고 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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