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하늘의 소리

대나무의 마디

그랑블루08 2010. 3. 10. 21:39

 

 

 

<사진 출처 :  http://cafe.daum.net/sanha3000/6KiZ/100 민들레역 : 철의향기님 사진 펌>

 

 

 

 

대나무는 속이 비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부러지지도, 잘 휘어지지도 않고 끊임없이 저 하늘을 향해 성장해 간다.

그래서 절개와 지조의 상징이 되기도 했고, 학자들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속이 빈 대나무가 그리도 빨리 성장하고, 그리도 단단할 수 있는 이유는 마디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 대나무는 "멈춤"의 시간을 통해서 더 빨리 더 단단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내 삶은.....돌아보면, 멈춤의 연속이다.

난 단  한 번도 쉽게 지내본 적이 없다.

내게는 그 무엇도 쉽지 않았다.

모두가 쉽게, 아무 문제 없이 가는 길들을, 나는 무엇 때문인지 늘 걸려 넘어졌고, 내 길은 늘 막혀 있었다.

평탄했던 길은....내 삶에서 그 어떤 때도 없었다.

그래서 내 삶은 사실 실패의 연속이다.

나를 곁에서 지켜본 지인들은 말한다.

 

난 너처럼....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그렇게 살았다면, 벌써 포기해 버렸을 거라고......

 

곁에서 보는 사람들이 힘들어 했다.

도대체가 왜 그렇게 넌 힘드냐고...... 뭐 하나도 그냥 넘어가는 것이 없냐고.....

일반 사람들에게는 아주 사소한 것까지...아주 작은 일까지.....

난 무난히 넘어가는 경우가 없었다.

내게는 단번에 되는 일이란 없었다.

그래서 실패는.......나에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남편조차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너처럼은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너를 보고 있으면 두렵다고.....

자신이 그런 일을 겪는다면 견딜 수 없을 거라고......

 

심지어.....남편은 왠지...우리 가정이 겪어야 할 모든 어려움들을 나 혼자 다 겪고 있는 것 같다고.....

그래서 미안하고 두렵고 고맙다고.....그렇게 말한다.

난 그 말에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나 혼자 겪어서 참 다행이다......

누군가가 이러한 실패를 겪고 살아야 한다면, 내가 겪는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견딜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난 한 번에 된 일이 없다.

늘 여러 번 실패를 하곤 했다.

그래서 내 주변에서 나를 인간 승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7전 8기......

그것이 나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7번 실패하고 1번 되는.....

그러다 다시 7번 실패하고......

그렇게 다시 1번 되는......

나의 삶은....실패의 연속이다.

 

나에게서 이 실패는.....

달려가다가 만나게 되는 멈춤......

위로 위로 자라나다가 만나게 되는 멈춤.......

일어섰다가 주저앉게 되는 멈춤......인 것 같다.

그래서.......난 단번에 자라지도, 단번에 결승선을 뚫고 달려나가지도, 단번에 옹골차게 일어서지도 못한다.

 

나에게는 늘........"멈춤"의 시간이 있다.

 

세상은 그것을 실패라 부르기도 하고, 그것을 좌절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성공의 시작이라 부른다.

나는 이것을 성장의 시작이라 부른다.

나는 이것을 성찰의 시작이라 부른다.

 

그러니.......

지금 만난......세상이 실패라고 부르는 이 "멈춤"을 즐겁게 맞이하려 한다.

 

수많은 "멈춤"이 마디가 되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하여 어디까지 성장할지 알 수 없는......

그렇게 단단하게 저 하늘 끝까지......자라날 것이다.

 

 

그러니......

이 "멈춤"의 시간을.......

또 다시.....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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