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내가 가장 좋아한 영화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였다.
재미있기는 1, 2편이 더 재미있었지만, 3편의 한 장면은 아주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았다.
예수님이 마지막으로 마신 성배를 찾기 위해 떠난 길....
성배를 얻기 위해서는 3가지 관문을 거쳐야 한다.
첫째는 회개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는 것,
둘째는 여호와의 이름을 구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는 것,
셋째는 믿음을 가진 자만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첫째는 무릎을 꿇어야지만 칼날을 피할 수 있는 것이었고,
둘째는 "여호와"라는 이름의 히브리어를 알고 있어야지만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셋째는......
천길 낭떠러지에서 발을 내딛는 것.
이쪽에서 저쪽은 완전히 떨어져 있어서, 그 사이에는 오로지 낭떠러지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저 믿음으로 그 허공에 발을 내딛는 것.....
그것이 믿음이라 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발 한 쪽을 떼 놓는 것......
그것은 착시현상이었다.
돌로 만든 다리가 놓여있었지만, 낭떠러지의 색이나 무늬와 너무나 닮아 낭떠러지처럼 보일 뿐이었다.
난.....지금 세번째 관문 앞에 서 있다.
허공이다.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
한 길만을 바라봤던 13년, 그리고 마음으로 칼을 갈았던 8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여전히...내 앞에는 깊이도 알 수 없는 낭떠러지만 보일 뿐인데.....
여전히...내 삶은 아찔할 뿐인데.......
난....도대체 무엇을 믿고.....허공에 한 걸음을 떼려고 하는가.
보이는 길을 가는 것은......그저 길을 가는 것일 뿐, 믿음을 가진 것은 아니다.
믿음이란.......보이지 않지만, 마음으로 품어서 가는 것이다.
믿음이란.......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눈으로도, 마음으로도 볼 수 없는 그곳을 향해 무작정 발을 내딛는....행위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한 발을 들어 허공에 놓았다고 해서 그것이 믿음이라고 볼 수는 없다.
안전 지대에 있는 나머지 발까지 들어올릴 때, 비로소 그것이 "믿음"이 되는 것이다.
안전 지대에서 내 발을 들어올렸다.
믿음은........기적을 일으키는 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