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하늘의 소리

신의 수레바퀴

그랑블루08 2010. 4. 6. 13:20

 

 

 

 

이녹은 대각간의 말에 미간 하나 찌푸리지 않고 온화한 기색으로 그 자리에 굳건히 서 있었다.


“그러십니까? 대각간 어른.

 나라를 생각하시는 분이, 나라의 이름을 팔면서 신라와 내통하셨습니까?

 나라를 생각해서 저를 신라에 팔아먹으려 하셨습니까?

 게다가 이제는 나라를 위해 사리사욕을 채우고, 뇌물을 받아먹어 사병으로 그 권력을 채우셨습니까?”


이녹이 대거리를 하자, 가야인들은 옳다구나 하며 대각간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네 이년!!! 어디서 함부로 입을 놀리는 것이냐?

 이 나라 최고 귀족에게 그런 망언을 놀리고도 살 성 싶으냐?

 넌 이미 공주의 자격을 박탈당한 바, 지금 한 말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

 어디 계집년의 세치 입으로 어리석은 백성들을 선동하는 것이냐?”


“대각간 어른!!!

 계집년의 세치 입일지언정, 가야의 백성들은 어리석지 않습니다.

 감히, 누가 가라가야의 백성을 어리석다 하십니까?

 이 가라가야의 백성이 저 민중의 왕 수로왕을 내었습니다.

 이 가라가야의 빛나는 얼을 살려낸 분이 수로왕, 그 분을 왕으로 올린 그 손이 바로 민중입니다.

 바로...이 가야의 백성입니다.

 감히, 그 백성을 향하여 어리석다 하십니까?”


“뭐얏!!! 더 들을 것도 없다.

 폭도들을 쳐라!!! 모두들 살려둘 필요도 없다!!!”


“하아...그러십니까? 대각간 어른...

 나라 없이 백성이 없다 하셨습니까?

 그러면, 그 백성들 다 폭도로 죽여 놓고, 백성 없이 나라가 있을 것 같습니까?

 좋습니다!!! 오늘...이 가라가야의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드리지요!!!

 이 가라가야의 주인...대각간 그대도 아니고!! 나도 아니오!!!

 저 휘황찬란한 가야의 궁도 아니고!! 당신들 신료들의 것도 아니오!!!

 이 가라가야의 주인!!! 누가 이 가라가야의 주인인지...지금 이곳에서 보여드리지요!!!”


이녹은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리고는 이녹을 향해서 열망의 눈을 빛내고 있는 가라가야인들을 향해 소리 쳤다.


“나는, “지금”, “여기”에 내 목숨을 걸었다.

 여러분이 지금 딛는 이 첫 발걸음 하나가, 민중의 왕 수로왕을 만들어내었고,

 여러분이 지금 딛는 이 첫 발걸음 하나가, 앞으로 올 우리 아이들을 다스릴 미래의 왕을 준비할 것이다.

 모든 것은 신의 뜻!!!

 인간은, 오로지 달려갈 뿐이다!!

 구원은, 결과는 하늘에 달린 것!!


 모든 것을 잃어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는 자!!!

 바닥이 두렵지 않은 자여!!!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자여!!!

 모든 것을 버린 자!! 모든 것을 얻을 것이다!!!


 누가 가라가야의 주인인지 두 눈 똑똑히 보거라!!!”

 

                                                           - [가락국의 이녹] 37. 민중의 뜻, 하늘을 바꾸다 중에서 -

 

 

날이 흐리다.

비를 몰아오는 돌풍 때문에 풀은 눕는다.

아무리 풀이 누워도 풀은 다시 일어선다.

 

한번 바뀐 역사는 앞으로만 앞으로만 달려갈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단 한 번 마음만 놓아도 이렇게 몇 십년 뒤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보여준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틀어 막고,

사람들의 마음을 짓밟고,

사리사욕만 챙긴들....

그 시간이 천년만년이고 흐를 것 같은가.

 

기도를 한다.

이 나라를 위해, 이 땅을 위해......

그 예전......

그 어느 때의 기도처럼.....

용사와 같이 기도를 한다.

행동이 되는 기도를 한다.

 

신의 수레바퀴는 돌지 않고 있는 것 같지만,

아주 천천히 아주 샅샅이 어떤 것도 놓지지 않고,

완전히 훑으면서 돌고 있다.

그 어떤 것도 남기지 않고......

그 모든 행실대로 갚음이.....반드시 있다.

내가 아는 나의 신은, 

반드시 伸寃(신원)하시는 분이시다.

 

1600여 년 전.....저 피가.....지금도 이 땅에 흐르고 있으니,

풀은 반드시 일어선다.

바람보다, 비보다 먼저 또다시 일어날 것이다.

 

 

 

 

' > 하늘의 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을 기억합니다  (0) 2010.05.18
흔들림은 자신을 빛나게 한다.  (0) 2010.05.18
Who Am I?  (0) 2010.03.31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  (0) 2010.03.20
대나무의 마디  (0) 2010.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