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앞 바다>
가을바람 편지 - 이해인
꽃밭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코스모스 빛깔입니다.
코스모스 코스모스를
노래의 후렴처럼 읊조리며
바람은 내게 와서 말합니다.
'나는 모든 꽃을 흔드는 바람이에요.
당신도 꽃처럼
아름답게 흔들려 보세요.
흔들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답니다!'
그러고 보니 믿음과 사랑의 길에서
나는 흔들리는 것을
많이 두려워하면서 살아온 것 같네요.
종종 흔들리기는 하되
쉽게 쓰러지지만 않으면 되는데 말이지요.
아름다운 것들에 깊이
감동할 줄 알고
일상의 작은 것들에도
깊이 감사할 줄 알고
아픈 사람 슬픈 사람 헤매는 사람들을 위해
많이 울 줄도 알고
그렇게 순하게 아름답게 흔들리면서
이 가을을 보내고 싶습니다.
------------------------------------------------------------------------------
서른일곱 살의 청년, 김제동을 만났다.
강연회에서 만난 김제동은 빨간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검은 안경을 쓴 채, 얼굴엔 한가득 장난스런 웃음을 머금은 경상도 청년이었다.
3000여 명의 이십 대의 청년들이 모인 그곳에서 김제동은 더 청년다운 모습으로 무대를 누비고 다녔다.
그의 20대는 어떠했을까.
자신밖에 몰랐다고, 그것이 참 죄스러웠다고 했다.
그리하여 자신의 30대는 자신만을 위해 살 수는 없노라고 그렇게 서른일곱 살의 청년은 말하고 있었다.
김제동과 함께 한 2시간여의 강연은 단 한 순간도 웃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그는 진정한 재담가였다.
웃음이 뭔지 아는 사람이었다.
무엇을 비틀고, 무엇을 긁고, 무엇을 드러내야 할 지 정확하게 아는,
마치 조선 후기에 재담가, 탈춤놀이의 방자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자신이 지금의 버라이어티 쇼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 방송을 많이 못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3000여 명이 넘는 수많은 관중 앞에서는 물 만난 고기처럼 관중들 하나하나와 호흡하고 있었다.
세상사는 알 수 없다.
그는 진정한 사회자였다. 또한 입담가였다.
수많은 청중이 있는 곳에서 그가 마이크를 잡는다면, 그는 아마 우리나라 최고일 것이다.
또한 그러한 기회는 멀지 않은 미래에 찾아올 것이다.
그의 뛰어난 입담에 숨넘어가면서도 내 마음을 두드렸던 것은 김제동의 삶 그 자체였다.
그가 반드시 최고의 자리에 오르리라는 걸 난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그가 흔들리면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뛰어난 인물치고 흔들리지 않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고통과 고난이 없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인물을 나는 본 적이 없다.
고통과 고난, 그 흔들림의 시간들
나는 이 시간들을 time of Joseph이라 부른다.
큰일을 해내는 인물들은 모두 이 “time of joseph”의 시간을 겪어낸다.
도저히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 닥치는 시간.
억울하고 억울해도 수 년 동안 그 침잠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 시간.
그 시간을 이겨낸 자만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그 흔들림의 시간이 그 시간을 통과하는 동안은 괴롭고 힘들지만,
그 모든 것을 겪어내고 이겨낸 자에게 그 흔들림의 시간, 그 고난의 시간은
도리어 빛난 영광으로, 자랑으로, 그 사람의 빛을 더해주고 있는 듯하다.
지금 김제동이라는 한 인물은 아마 그 흔들림의 시간, 터널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아마 이 시간들이 이 김제동이라는 사람을 빛나게 해 주는 시간이 될 것이다.
김제동은 마지막으로 이해인 수녀님의 시구를 읽어주었다.
흔들리는 것이 아름답다고, 그 흔들림이 열매를 맺게 해주는 거라고......
그러니 흔들리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고....
자신의 말로 풀어내주었다.
참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난 딱 두 가지를 느꼈다.
한 가지는, 김제동 콘서트에는 반드시 간다는 것. 결단코 돈이 아깝지 않을 거라는 거.....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
모든 성장에는 흔들림이 있다는 거....그 흔들림이 결국에는 자신을 빛나게 해 줄 거라는 거......
그것이다.
'나 > 하늘의 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펌)하나님과의 인터뷰 (0) | 2010.05.26 |
---|---|
당신을 기억합니다 (0) | 2010.05.18 |
신의 수레바퀴 (0) | 2010.04.06 |
Who Am I? (0) | 2010.03.31 |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 (0) | 2010.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