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안나 푸르나>
직장 동료분이 안나 푸르나 베이스캠프를 다녀오셨다.
다들 휴가를 다녀오고 쉼을 누리던 그 시간들을 죽자사자 일만 해댄 나를 안타깝게 여기며 사진 몇 장을 주셨다.
이 사진이라도 보니 마음이 그나마 뚫리는 것 같다.
2:8 법칙,
파레토 법칙으로 알려져 있다.
개미들이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같지만,
사실 실제로 일하는 개미들은 전체의 2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열심히 하는 20%의 개미를 다시 따로 모아두면,
그 중 다시 20%만 일하고, 나머지 80%는 거의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하나의 조직을 먹여 살리는 건, 그 인원의 단 20%일 뿐이다.
100% 중의 20%,
다시 그 20% 안의 20%,
그리고 그 안의 20%.
나는 늘 이 20% 안에 속하는 것 같다.
내 스스로가 내 만족을 위해서 일하는 것도 있다.
성격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면도 있다.
그래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면, 내가 주체적으로 일하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 화가 날 때가 있다.
죽자사자 일하는 사람 앞에서 왜 자신에게 일 시키냐고 말하는 건, 참 아닌 것 같다.
겨울부터 지금까지, 현재까지도 숱한 마감을 치러내며, 살아 있는 것도 기적인 양, 일을 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 조직 역시 단 20%만 일한다.
그 20% 중 다시 20%, 난 또 그 안에 있다.
업무가 바뀌고, superviser가 바뀌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다들 힘든 건 사실이다.
그러나 몇 달 전부터 준비하면서 혼자 일하고 있는 내게,
왜 내가 아니라 자신에게 일 시키나며 짜증내는 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며칠 간 계속 마음이 상한다.
다음 주도 월요일, 화요일, 금요일 계속 마감이 걸려 있다.
마감 앞에서 늘 숨이 턱턱 막힌다.
돌아서면, 또 일이고, 또 일이다.
그러나 그 일들은 극도의 소수에게만 집중된다.
열심히 마음을 다독이고, 마음을 누그러뜨리며 일하고 있는데,
거의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작은 일 하나 던져진 것에 그렇게 짜증을 내는 건, 정말 아니지 않을까.
내 마음의 평화가 깨지고 있어서, 그 사람을 피하고 있다.
아마 그 사람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를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불평과 불만만을 말하는 사람은, 뭘해도 그냥 하는 법이 없다.
늘 다른 이와 자신을 비교하고, 짜증을 내고, 불평을 해대서, 다른 이까지 지치게 한다.
그 사람을......이 조직에서 유일하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나일지도 모르겠다.
보통 때 같을면 그저 힘들지? 라고 위로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몇 달 간, 집에도 제대로 못 들어가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일한 내게
왜 그 일을 내가 아니라 자신이 해야 하냐며, 짜증을 내는 건, 진짜로 내 마음을 상하게 하고 말았다.
내가 다시 평안을 찾을 때까지, 조금은 피하면서, 다시 마음을 추스려보는데, 갑자기 <신약성경>에 나오는 한 비유가 생각났다.
10달란트 비유.
주인이 종 3명에게 달란트를 나눠주는 이야기다.
한 종에게는 다섯 달란트, 다른 종에게는 세 달란트, 마지막 종에게는 한 달란트.
마지막 종은 자신만 한 개라며 불평하면서 그 달란트를 땅에 묻어둔다.
나중에 돌아온 주인은 게으른 그 종을 혼내면서, 그 종의 한 달란트를 열심히 일한 다섯 달란트 가진 종에게 줘버린다.
이 비유를 많은 사람들은 돈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 당시 달란트가 돈이었기 때문에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물론 나 역시 불과 얼마전까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 이야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이 달란트라는 것이 돈이 아니라, 일이라면?
다섯 달란트 가진 종은 5가지 일을 맡은 것이고,
한 달란트 가진 종은 1가지 일을 맡은 것이라면?
결국 한 달란트 가진 종은 그 1가지 일도 제대로 하지 않고 불평 불만만 해대다가,
그 일은 다시 5가지 일 맡은 자에게 가 버린 것이라면?
그 때부터 이 비유가 굉장히 무섭게 느껴졌다.
5가지 일을 해온 종은 다시 그 1개를 더 받아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해석해 보면,
그야말로 현실적이다.
2:8 법칙.
현실은 늘 이러하다.
일하는 사람은 죽자사자 일하고, 늘 나머지 사람들은 놀고 먹으면서도, 불평만 해댄다.
무서운 일이다.
적어도 내게는 이 이야기가 그저 아주 오래된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내게는 지금 현실에서 직접 겪고 있는 생생한 이야기다.
결국....그 다섯 달란트 가진 종은.....또 그 일을 맡아서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또 지금 이 일들을 맡아서 해내어야 할 것이다.
2:8 법칙.
이 법칙 자체가 화가 나는 것은 아니다.
내가, 8이 아니라 늘 2의 위치에 있다는 것이 억울한 것도 아니다.
단지........내가 바라는 것은, 작은 것 한 가지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
1개를 맡았건, 5개를 맡았건, 각자의 역량에 따라 힘이 드는 건, 매 일반일 수 있다.
인정한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의 무게가 있다.
누가 더 무겁고, 덜 무겁고는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러니 비교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신이 너무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죽도록 일하고 있는 사람 앞에서, 너보다 자신이 더 힘들다고.....
그런 비교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기만큼 힘든 사람은 없다고 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떤 사람은, 그런 말조차 입에 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완전히 무너질까 싶어서, 함부로 힘들다는 말도 못하고,
끊임없이 괜찮다고 암시를 거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까.......힘들다고 말해도 좋으니까.....
적어도....내가 "누구보다" 더 힘들다는 말은 하지 말자.
제발.........그것만 지켜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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