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국립박물관 전시실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사물은 늘 '나'라는 프레임 속에서 바라보게 된다.
그 프레임 속에 담긴 것이 세계의 전부라 여기기도 한다.
편안하게 앉아서 보면, 바깥 세상은 그 프레임의 틀 안이 전부가 된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내가 노력을 기울인다면,
의자에서 일어서서, 몸을 기울이면,
좀 더 위로 올라가 보면,
또는 저 밖으로 뛰어나가 보면,
더 큰 세상이 내 프레임을 비웃고 있다.
같은 팀이기는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일하던 동료가 우리 쪽으로 합류했다.
여기 있던 2명이 그쪽으로 가고, 그쪽에 있던 2명이 우리 쪽으로 넘어오면서
업무 전체가 많아지고 점점 복잡해져가고 있다.
게다가 superviser가 바뀌고, 새로운 업무는 자꾸 등장하고,
이미 같은 팀에 있었다 하더라도 일하던 장소가 바뀌니
다들 나름대로 스트레스 상태인 듯하다.
그런데 이쪽으로 넘어온 동료 한 명이 당황스러운 말을 한다.
내가 일 욕심이 있는 것 같다고, 이 일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내가 그렇게 보였다니 충격이다.
내가 그렇게 보였나보다.
이 일이 너무 좋아서 하고 싶어 죽는 사람으로 보였나보다.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이번 사업 안 했으면 좋겠다고,
내 솔직한 심정은 그렇다고 했더니, 많이 놀란다.
몰랐다고....내가 정말 하고 싶어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안 그래도 신경 쓰였다.
갑자기 일이 몰려서 이상하게 자꾸 내가 일을 벌여 나가는 모양새라 당황스럽기도 했다.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몰려가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인데도,
다른 동료들의 눈에는 내가 이 일을 너무 하고 싶어서, 일욕심이 있어서 그러는 거라 생각한 듯하다.
우려했던 바기는 하지만, 실제로 들으니 또 황당하다.
사실 알고 보면, 나는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예전 떠날 준비를 하다가 완전히 상황이 틀어지는 바람에, 모든 걸 놓았었다.
그게 2009년 여름이었다.
컨택이며 accept까지 모두 끝난 상태에서 남편 상황 때문에 엎어졌다.
뭐, 남편에게는 더 좋은 것이었다고는 하더라도 내 개인적으로 보면 과히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1년 반이 흘렀다.
지금 나는 다시....떠날 준비를 한다.
앞으로 1년 반 후, 이곳 시스템이 정비되는 대로 떠나려 한다.
신생이라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서 굉장히 큰 덩치가 되었다.
이제.....이번에 맡은 1년짜리 프로젝트를 완수하게 되면, 이곳은 그 누가와도 흔들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거기까지가 내 일인 것 같다.
예전에는 도피였는데, 이젠 그만 두는 것이 용기가 필요한 일이 돼버렸다.
그만큼 입지가 탄탄해지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고, 그만큼 많은 일을 해온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는 일 욕심 때문에, 자리 욕심 때문에 저런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난.....이곳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거였다.
떠나는 것이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면,
뭔가 안정적인 것을 놓아야 하는 시점이라면,
지금이 바로 내가 떠나야할 시기인 것 같다.
내가 가고 싶어하는 길과 비슷한 듯 약간 다르게 가고 있는 이 길.....
시간이 흐르고 나면, "같은 길"이 아닌 "비슷한 길"의 차이를 명확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 길에서 나오려 한다.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한다는 내 말에, 동료는 많이 놀란다.
그럼, 왜 그렇게 일하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나는 왜 이렇게 일할까......
작은 일에 충성하는 것.
작은 일 하나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큰 일도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일이라 불평하면, 큰 일을 맡아서도 불평하게 될 것이므로,
불평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일하려 한다.
"장애물이 보인다는 것은 목표에서 시선을 뗐다는 것을 의미한다. - 잭 캔필드"
블로그에서 발견한 이 명언이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이 작은 일이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장애물이라 여긴다면, 나 역시 내 목표를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작은 일에 충성하고자 한다.
그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충성"을 하고자 한다.
이 일이 향하고 있는 본질적인 목표, 가장 순수한 목표를 생각해 보려 한다.
그 순수한 목표, 그 순수한 목적에 시선을 고정시킨다면,
이 일은 가장 합당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나는 떠나려 한다.
떠나기 위해서, 이 작은 일에 충성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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