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에 나오는 은시경은, 어떤 은시경일까.
한번쯤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출장 간다고 일하다가, 이제 짐싸다가,
머리 아픈 김에 한번 정리해보자 싶다.
<신우이야기> 올리고 나서, 시간 나면 은시경에 대해 써봐야지 싶었는데,
5시에 나가려면 지금 자기도 애매한 시간이라, 글 하나 올려보고 싶기도 하다.
<당.기.못>의 은시경은,
더킹의 은시경과 닮았으면서도 또 다르기도 하다.
더킹에서의 은시경......
돌직구면서, 자기 일 확실히 하면서, 그러면서도 유독 공주님께는 약하고 수줍었었다.
그런데 정말 그랬나 하고 돌아보면, 은시경은 꽤 당돌한 근위중대장이었던 듯하다.
왕이든, 왕제든, 공주든,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아니면 아니라고 하고, 총도 겨누고, 공주에게 품위가 없었다고도 하고,
군인 무시하지 말라며 화까지 막무가내로 내는, 그런 인물이었다.
심지어, 공주님께 이때까지 뭐하고 있었냐며, 제대로 재활은 받고 있냐며, 관리모드까지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그 한쪽에서는 기도하는 공주님 얼굴 훔쳐보다 쑥스러워 몇 번이나 헛기침을 하며 눈을 피하기도 했고,
앵무새를 가져다주며 덜덜 떨기도 하고,
그러다 보체 접촉하며 안아주다가 당황해서 공주님을 떨어뜨리기도 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또 놀랍게도, 정말 필요한 상황에서는 공주님을 꽉 껴안아서 진정 시켜주기도 하고,
떨고 있는 공주님께 당신은 빛난다며 고백 같은 직구도 던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라면서, 공주님 손을 꼭 잡고 멋지다고 말해 주고,
그러다 퓨즈가 나가서 돌직구 뽀뽀도 할 줄 아는, 그런 남자다.
이렇게 나열해 놓고 보면, 은시경은 참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이 은시경의 모습은 한쪽으로만 치우쳐져 있지 않았다.
수줍은 듯하지만, 늘 강직하게 할 말 다 하는 성품이었고, 여자에 수줍을 것 같지만, 의외로 저돌적인 면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연애에 서툰, 강직한, 대한민국 군인. 그 자체가 아닐는지.
알고보면 그렇게 수줍지 않은 인물이 아닐까 싶다.
마음을 들켜서는 안 될 때는 그토록 떨더니, 또 자신의 마음을 보일 때는 엄청나게 직구를 날리기도 한다.
쫄고 있는 듯이, 수줍어하는 듯이 보이지만, 어느 틈에 그에게서는 강인한 남자의 향기를 풍기기도 한다.
주저주저 했던 이 사람이,
뭔가 공주님과 거리가 있을 거라고, 자신은 신분이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이 사람이,
게다가 공주님은 자신을 지금 신기해 하는 거라며 자신 없었던 이 사람이,
2년 간,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을 볼 수 없었다.
정확히는 1년 반.
6개월은 혼수상태였으니, 깨고 나서의 시간은 1년 반이다.
그 시간 동안, 그는 하루 하루 어떻게 살았을까.
그 하루 하루,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당.기.못>의 은시경은, 더킹과 비슷하면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듯도 하다.
은시경은 하루 하루, 공주님을 만날 생각으로 재활을 했을 것이다.
입을 열 수 없을 때는, 내가 말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었을 것이고,
손가락도 제대로 까딱일 수 없었을 때는, 내가 움직일 수나 있을까 싶었을 것이다.
아마, 걸을 수는 있을까......예전처럼 근위대는 꿈도 꾸지 못하는 게 아닐까...그런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았을까.
겨우겨우 몸을 움직였을 때, 여전히 몸이 굳은 듯이, 완전하지 않았을 때,
공주님은 일어서 계셨다. 혼자 목발을 짚고 기적의 공주님이 되어 계셨다.
그 때 은시경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이 진짜 공주님 옆에 설 수 있을지, 예전처럼 같은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고민하고, 자학하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하루 하루 그리움을 삭여가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공주님이 여전히 자신을 좋아하실지 겁나지 않았을까.
이제 괜찮아지셨으니까.....자신 따위는 보이지 않으실 거라 여기지 않았을까.
그렇게 하루 하루, 괴로움과 자학과 그리움과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어낼 수 없는 사랑이라는 감정 속에서
혼자 가슴을 치지 않았을까.
그런 은시경이 2년 만에 돌아왔다면, 더킹에서처럼, 그저 수줍거나, 그저 부끄러워하는 모습과는 다를 것 같았다.
도망간다는 건, 생각도 못하게 되었을 거다.
왜냐하면, 공주님께서 계시지 않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 그는 이미 2년 동안 뼈저리게, 몸 속 깊이 새기고 왔으니까.....
그런 세상으로 돌아간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으니까....
다시 그 고통을 겪기에는 너무나 겁이 나니까......
은시경은.........뒤로 물러설 수가 없을 것이다.
그는 연애를 처음한다.
사랑이라는 감정도, 이토록 휘몰아치는 감정도 처음이다.
그런 그가 세련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어불성설이 아닐까.
그는.....어떤 면에서 아이와 같다.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소년의 감정이 아닐까.
연애 경험도, 사랑의 경험도 없는 그라면, 그는 자신이 미쳤다고밖에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평소와 다르게, 화가 나고, 참을 수가 없고,
그러다 그녀 곁에 있고 싶어서 미치도록 달려가고,
날선 그녀의 말에 상처받고, 그러면서 봐달라고 매달리고,
그러면서도 자신은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서 가슴이 찢어지고,
그녀에게 다가오는 남자들에 미친 듯이 질투하고.
그런 원초적인 감정 때문에 하루 하루 미쳐버릴 것 같은 남자.
그것이 <당.기.못>의 은시경이다.
이미 이 은시경은, 자신이 공주님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 2년 동안 검증해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은시경은 지금....공주님께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기고 있다.
그래서 그 때문에 가슴이 찢어지도록, 심장에 무리가 오도록 고통스럽다.
그가 화가 나는 건, 자신의 마음이 진실하다는 것을 알아주지 않아서가 아닐까.
적어도 자신의 마음만은 진실이니까....그 진실을 의심하지는 말아달라는.......
지켜보는 것도 할 수 있고, 또 그럴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만,
자신의 마음이 곧 변할 거라고, 다른 사람 만나보라는 그 말이, 가장 큰 상처가 아니었을까.
그럴 때마다 그는 아이처럼, 소년처럼, 화를 내고 있는 것 같다.
연애에 너무나 서툴러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너무나 서툴러서,
도리어 돌직구처럼 자신의 마음이 터져나오는 은시경.
그 또한 <당.기.못>의 은시경이다.
여전히 공주님 앞에 서면 너무나 떨리지만, 또 한 편으로는 끓어오르는 감정 역시 컨트롤 할 수 없는 것도......
<당.기.못>의 은시경일 것이다.
이미 공주님 없는 세상에서 2년을 살아 본 은시경은, 이제 자신이 그렇게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그래서 그는........뒤로 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는....처음부터 직구였다.
늘...한 곳만 봤고, 옳다 싶은 것은 늘 밀고 나갔던 인물이었다.
사랑도....그에겐.....'옳음'이 아니었을까.
마치 진리처럼, 그가 따를 수밖에 없는 한 길.
그래서 그는.....그토록 흔들림 없이 한 길을 가려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당.기.못>의 은시경이 좋다.
그는 분명...또 수줍어질 것이다. 또한 뒤에서 가슴을 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가슴 절절히 심장이 터져나가도록 자신의 감정 때문에 울어야 할 것이다.
사랑 때문에, 질투 때문에, 기대 때문에 또 그렇게 그는 뒤에서 아파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그는.....물러설 수가 없을 것이다.
공주님을 볼 수 없었던, 만날 수 없었던, 그 2년이 그를 물러서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이 은시경을 그리는 것이, 심장을 뛰게 한다.
더킹의 은시경과 <당.기.못>의 은시경은 같지만, 또 다르다.
그의 2년이......그를 다르게.....할 것이다.
그래서.......이 은시경 때문에 심장이 두근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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