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의 이야기

사람답게 산다는 것.

그랑블루08 2012. 11. 1. 21:58

 

아무렇게나 자라나는 듯 보여도, 꽃은 이토록 어여쁘게 피고 있다. 개천일 뿐인데, 그 개천 옆에 이토록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성실한 풀들이 있다.

 

 

 

사람답게 산다는 게 뭘까.

고민해보게 하는 말이다.

 

오늘 큰 행사가 있었다.

내가 주관하는 행사는 다음 주부터 매주 들어가지만, 이번은 내 책임하에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인정할 만큼, 난 지금 굉장히 바쁜 상태다.

 

직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나를 보고 하는 첫 마디가 이거다.

 

밤 샜어요?

 

그나마 위로해준답시고, 그래도 밤 샌 사람 안 같아요. 라고 조금은 립서비스를 해주신다.

 

밤은 안 새요, 요즘은. 한 두 시간은 자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4시간 잘 때도 있고.......

 

그러나 사실 이 말에 대답하고 현재도 50분 잔 적도 있고, 1시간 30분 잔 적도 있다.

요즘은 그만큼 일이 많은 때이므로......

사실 연말이 다가오다보니, 그 어디나 정신 없이 바쁠 때다.

 

오늘 그 행사에 내가 갈 이유는 없었다.

다음 주부터 11월 한 달 동안 매주 이어지는 어마어마한 행사들을 준비하려면, 숨이 턱까지 차도 모자르다.

그러면서도 다른 주어진 일들도 해가며 해야 하니.......

 

고민을 해봤다.

내 주관이 아니니까 안 가도 되지 않을까.

그러나 행사를 주관해본 사람은 안다. 단 한 사람이 도와줘도 너무너무 고맙다는 것을......

그것이 사람의 도리라는 것을.......

 

산더미처럼 쌓인 일 때문에, 이번 주 내내 잠을 거의 못 자고 살아가고 있으면서,

오늘도 이렇게 늦게까지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민을 하다가 갔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 행사도 폭발하는 바람에 사람 하나가 급할 때였다.

 

우왕좌왕하고 있는 순간에, 결국 내가  책임인 양 앉아서 손발 걷고 도와줄 수밖에 없었다.

주최자들을 대신해서 욕도 대신 들어주며, 잡일들을 해주며, 사람들 상대해주며, 일을 해주게 되었다.

 

책임은 아니더라도, 같은 팀이면 도와주고 얼굴을 비춰야 하는데,

책임자 2명 이외에 팀 사람은 나와 다른 2명이 다였다.

 

그 외의 사람들은 아예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너무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쁜 상황이었는데, 자기 일 바쁘다는 핑계로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팀 전체를 통틀어 사실 지금 가장 바쁜 사람은 나다.

이건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누군가는 얘기할지도 모른다.

쓸데없는 오지랖이다. 라고......

그러나 그래도 사람이라면, 도리라는 걸 지켜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모르겠다.

누군가는 바보 같다 말할지도 모르나, 그래도 사람 사는 일은 그런 게 아니지 싶다.

내가 바쁠 때, 단 한 사람의 손길이 그토록 반갑고 고맙듯이, 누구나 똑같은 마음이 아니겠나 싶다.

 

모든 일은 뿌린 대로 거둔다.

내가 뿌린 씨들이 결국엔 내 손에 수확으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 돌아오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

적어도 사람답게 사는 것은,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손길을 내미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필요한 사람에게 그 필요를 조금이라도 채워줄 수 있다면 손을 내밀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한다.

 

손을 내민다는 것은, 그리 큰 일이 아니다.

그저 필요할 때, 잠깐 시간을 내어주고, 잠깐 일손을 돕고, 그런 게 아닌지.

 

적어도 그것이 내게는 사람답게 사는 일이 아닌가 싶다.

 

적어도 이 마음만큼은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나이가 들어도, 내가 더 닳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이 사람다움은 잃지 말자고,

아무리 바빠도, 잠깐의 시간을 내놓는 걸, 아까워하지 말자고,

자꾸 흔들리려는 나를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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