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투하츠와 은신상플/은신과 잡담

단편과 내 로망

그랑블루08 2012. 11. 24. 23:49

 

은신단편을 쓰면서 어쩌면 나는 내 로망을 풀어내고 있는 것 같다.

늘 내가 원하는 시점이 있는 듯하다.

썸을 타고 있는 장면.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지만 여자는 아직 모르는 상황.

그래서 알게 모르게 남자의 마음을 헤집어 놓는 상황.

그 때문에 남자는 질투로 끙끙대며 괴로워 하는 상황.

그러나 여자는 모르는 상황.

 

그러다 어쩔 수 없이 몰린 상황에서

남자는 퓨즈가 나가고,

여자는 자신에게 들이대는 남자 때문에 심장이 멎고,

그러다 여자는 남자가 왜 저러는지 알 수가 없어 머리가 터지는데

결국 남자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못해서 터뜨리고.

상남자로 돌변하는 그런 상황

느무느무 좋아한다.

 

사실 단편 <소개>에 나오는 영화관 장면,

숨어있다가 갑자기 은시경이 공주님께 키스하는 장면은

이미 당기못에도 등장했던 장면이다.

그야말로 내 로망의 집약체.

너무 뻔할지도 모르지만 진부하다면 진부할 수 있지만

그것이 진부하면서도 등장하는 이유는

가장 보편적으로 설레게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당기못 벽장에 숨어 있던 은시경과 공주님을 쓰다가

둘이 키스시키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다

그러나 키스는 8회에서 해야만 했기에 눈물을 머금고 쓰지 못했다 ㅠㅠ

계속 그 부분이 찝찝하게 남아 있었달까.

 

그러다가 결국 단편에서 내 로망을 실현시키고야 말았다.

 

사람에게는 당연히 개취가 있다.

그래서 개취가 맞는 글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적인 나의 개취.

 

여자가 고백하는 것보다는 남자가 고백하는 게 좋다.

여자가 괴로워하는 것보다 남자가 괴로워하는 것이 좋다.

남자가 여자를 괴롭히는 거, 개인적으로 굉장히 싫어한다.

여자가 질투하는 것보다 남자가 질투하는 걸 좋아한다.

솔직히 여자가 질투하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놓고 질투하는 걸 좀 싫어하는 편이다.

여자는 질투를 하더라도 자신이 모르거나 적어도 남자는 몰라야 한다.

대놓고는 쿨한 여자를 좋아한다.

침대에서 열받아 하이킥을 차더라도 남자 앞에서 질투를 티내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자가 질투했다는 걸 아주 나중에 남자가 알게 되어 남자가 좋아 죽는 건 좋아한다.

여자가 숨어서 좋아하는 것보다 남자가 숨어서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

여자가 좋아하는 걸 먼저 아는 것보다 남자가 좋아하는 걸 먼저 아는 게 좋다.

 

또 여자는 자신의 감정을 모르는 게 좋다.

그 때문에 남자를 애태우는 것이 좋다.

남자가 제멋대로 휘두르는 거, 특히 나쁜 남자 스타일 진짜 싫어한다.

여자 의견 무시하고 지멋대로 잘난척하는 남자는 진짜 싫어한다.

남자가 고백할 때 주저하는 걸 좋아한다.

여자 눈치를 살피며 찌질해지는 거 좋아한다.

그러다 여자가 여지를 줄 때는 상남자처럼 몰아치는 걸 좋아한다.

그러다 여자가 싫어할까봐 눈치보는 거 좋아한다.

밀어붙이지만 여자 눈치를 보며 신경쓰는 거 무지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키스든 스킨십이든 하고 싶어 안달내는 남자가 좋다.

여자가 안달내는 것보다는 남자가 안달내는 것이 더 좋다.

그래서 여자가 버럭하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거냐며, 사랑이 식은 거냐고 진실로 걱정하는 아이같은 남자가 좋다.

 

사귈 때도 여자보다 남자가 안달하는 걸 좋아한다.

여자가 연락도 잘 안하는 게 좋다.

그때문에 남자가 삐지거나 전전긍긍하는 게 좋다.

그러면서도 남자는 연락 자주하면 여자가 싫어하고 귀찮아할까봐 늘 주저주저하고 참는 게 좋다.

여자가 자기 일을 가지고 바쁜 게 좋다.

그래서 남자가 자신이 일보다 더 뒷순번일까봐 질투하고 신경쓰는 거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결정적인 순간 여자의 일을 가장 지지해주고 믿어주고 격려해주는

그야말로 순전한 믿음을 보여주는 남자가 좋다.

늘 누르려하는 남자들 속에서 혼자 유일하게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라고 진실로 믿어주는 남자가 좋다.

여자가 힘들어 지칠 때나, 속이 상할 때 말없이 안아주는 남자가 좋다.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늘 같은 자리에 산처럼 서 있는 남자가 좋다.

늘 여자를 지켜보고 안달하고 질투하고

그러면서도 여자의 능력을 믿어주고 격려하고

더 많이 사랑하는 그런 남자.

찌질한듯 소심하게 들이대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상남자의 위엄을 보여주는 남자,

진짜 좋다.

 

결국 이것은 나의 개취.

이건 이유를 물을 수 없는 그저 취향이다.

왜 좋냐고 묻는다면 정말 대답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저 좋은 것이고, 그저 싫은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은 개취는 취향을 결정할 때 아주 중요하다는 것.

그러니 취향이 맞는 글을 읽으셔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속병 생기신다는 것.

그리하여 저도 개취 따져가며 조금이라도 다르면 절대로 안 본다는 것.

왜냐? 속병생길까봐. 라는 것.

 

뭔가 더 있지 싶지만 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단편의 은시경은 내 로망의 집산지다.

아주 오랜 후에라도 이불에 하이킥을 날리며 혼자 킥킥대고 보고 싶은,

그런 글들이다.

 

솔직히 팔불출이지만,

단편의 은시경, 이번 <소개>의 은시경은 심장을 설레설레하게 만든다.

처음 줄거리를 다 적어놓고

뒷얘기를 먼저 적어놓고 혼자 계속 읽느라 읽으면서 설레하느라 진도를 못 뺐다는 슬픈 진실.

어쨌든 좋다. 이런 은시경.

 

어쩌겠나.

진부해도 이것이 내 로망인 것을......

그래서 내가 이토록 은시경에 빠져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