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투하츠와 은신상플/은신과 잡담

은시경을 배운다.

그랑블루08 2013. 5. 7. 02:57

 

 

난 군인을 참 싫어했다.

싫어했다기보다는, 내가 좋아할 수 있는 대상으로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아버지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육사를 다니시다가 중퇴하셨다.

그리고는 다시 공부하시면서 다른 길을 찾으셨지만, 어쨌든 아버지는 군인 스타일이셨다.

어쩌면 육사가 어울리셨을지도 모르겠다.

워낙 군대 스타일이셨으니......

청문회하는 걸 보며, 그래도 나오길 잘했다고 말씀하시곤 하셨지만,

그 당시 친구들이, 별을 다는 걸 보시면서는, 늘 아쉬워하시고는 하셨다.

 

어쨌든 내게 육사는 곧 아버지였다.

그래서 군인 남자가 그토록 싫었다.

강압적이고, 명령 하달식 사고에, 심각한 가부장제적 스타일.......

아버지와 완전히 상극이었던 나는, 그런 아버지 때문에 숨막혀하고는 했다.

여자가 무슨....을 늘 입에 달고 사신 아버지 때문에

나는 아직도, 그 아버지의 교육에 저항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왜 여자는 안 되는데....를 늘 생각하며 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다지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것이 나를 자꾸 일로 몰아쳐가는지도 모르겠다.

여자로서의 변명이 싫었고, 남자와 다른 게 싫었고, 못한다고, 약하다고 말하는 게 싫었고......

그래서 더 독하게 밤을 새워 일했는지도 모르겠다.

 

군인은....그런 아버지 같은 남자였다. 내게는.......

 

그런데 참...웃긴다.

 

요즘 군대를 배경으로 하는 예능을 보며, 거기에 푹 빠져들고 있다.

그곳에서 중대장이 나오면, 아, 은시경도 이랬겠구나 싶다.

대위라고 하면, 은시경과 나이가 비슷하겠네 싶고,

전.진.부.대에서 중대장이면 꽤 높았겠네 싶고......

궁에 와서 이 비위, 저 비위 맞추느라 정말 힘들었겠다 싶다.

 

웃긴다.

예능을 보며, 궁에 온 은시경을 이해하고 있다.

그전까지는, 그저 육사 출신 군인이거니 했는데, 중대장이니까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예능에 나오는 부대는 다른 부대였지만, 중대장 급은 굉장히 높았다.

일반 병사들은 그 앞에서 설설 길 만큼, 굉장히 높은 자리였다.

중대 전체를 이끌던, 뭐 하나 빠지는 거 없는, 군인 정신의 은시경이,

날라리 왕과 공주를 만났으니, 어땠을까 싶다.

게다가......마음까지 빼앗겼으니.....

스스로가 받아들일 수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원리 원칙이 중요했을 이 남자에게, 늘 선을 벗어나는 남매의 행동을 보며,

또 그런 모습을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얼마나 낯설고, 적응이 안 되었을지.....상상이 된다.

 

남자와 있을 때 편안했을 은시경이,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며, 대의를 위해 목숨을 거는 전.진.부.대 대위 은시경이......

공주님을 안아들고 침대에 눕히면서 당황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 같다.

 

한 번도 바보 같다 느껴보지 못한 인물이,

부대를 이끌며, 카리스마로 무장한 채, 모두의 존경과 두려움을 받던 인물이,

궁에 들어와, 그것도 공주님 앞에서 끊임없이 떨어야 했다면,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고, 또 얼마나 열이 채일까 싶기도 하다.

 

예능을 보며, 요즘 은시경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은시경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은시경이 어떻게 생활했었는지,

그리고 그 사람이 궁에 왔을 때, 어떻게 느꼈을지......

 

어느 순간....나는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무늬만 군인인 걸로......

그저 보디가드보다 조금 괜찮은 정도로, 나도 모르게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는 뼛속까지 군인인데, 가만히 후방에 앉아 있고 싶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에 대해......조금.....이해하게 된 것 같다.

궁에서.....어쩌면, 숨막혔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WOC에 사실은....그가 나갔어야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군인의 입장에서, 그것도 육사 출신, 엘리트 군인인 은시경의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니,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

 

예능에서도, 육사 출신은 확연히 달랐다.

그냥 일반 대학에서 온 장교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풍채도, 의식도, 확연히 구분이 되었다.

아마 은시경도 그럴 것이다.

 

1사단, 전.진.부.대 대위 은시경.

조금 다르게 보인다.

이제서야 육사 졸업생, 군인 은시경이 조금은 보이는 것 같다.

 

예능에서....은시경을 배운다.

아직도.......내게 군인은....은시경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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