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라님의 해금 연주 <아침등대>
神 釋 신 석
(정신이 몸과 그림자에게)
- 陶淵明 도연명 -
大鈞無私力 (대균무사력) 크나큰 공평함은 사사롭지 않고
萬理自森著 (만리자삼저) 모든 이치는 뚜렷이 나타난다
人爲三才中 (인위삼재중) 사람이 삼재 속에 서 있는 것은
豈不以我故 (기불이아고) 나로서 비롯됨이 아니겠는가
與君雖異物 (여군수이물) 비록 그대들과 다르긴 하나
生而相依附 (생이상의부) 태어나 서로 의지해 살아오며
結託善惡同 (결탁선악동) 결탁하여 선과 악을 같이 했으니
安得不相語 (안득불상어) 어찌 한마디 안 하겠는가
三皇大聖人 (삼황대성인) 복희 신농 황제 세 성인도
今復在何處 (금부재하처) 지금은 어디에도 있지 않으며
彭祖愛永年 (팽조애영년) 불로장생 좋아하던 팽조도
欲留不得住 (욕류부득주) 결국 죽어 살아 남지 못하였네
老少同一死 (노소동일사) 늙은이나 젊은이나 죽기는 마찬가지
賢愚無復數 (현우무부수) 어짊과 어리석음 가눌 수 없네
日醉惑能忘 (왈취혹능망) 취하면 혹은 잊는다 하나
將非促齡具 (장비촉령구) 오히려 늙음을 재촉하는 것
立善常所欣 (입선상소흔) 선한 일을 이루면 기쁘다 하나
誰當爲汝譽 (수당위여예) 누가 있어 그대를 알 것인가
甚念傷吾生 (심념상오생) 깊은 상념은 나의 삶을 다치게 하니
正宜委運去 (정의위운거) 마땅히 운명에 맡겨 둬야지
縱浪大化中 (종랑대화중) 커다란 격랑에 휩쓸리면서도
不喜亦不懼 (불희역불구) 기쁨이나 두려움도 없네
應盡便須盡 (응진변수진)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다 했으니,
無復獨多慮 (무부독다려) 다시 혼자이지만 아무 근심도 없네.
도연명의 1600여 년 전 시.
신석(神釋)
신이 풀어내다...
내 안의 정신을...나의 마음을...풀어내다...
오늘따라 이 시가 내 몸과 그림자에게 말을 걸어온다.
천지의 공평함은 사사로이 오는 것이 아니고
모든 이치는, 모든 진리는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다.
하늘, 땅, 사람 삼재(三才) 속에 사람이 들어가는 것은
나로서 비롯된다.
하늘과 땅과 함께 조화롭게 사는 것은...
그리고 그 안에서 바르게 하는 것은...“나”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어렵다...
삼재란...삼라만상을 아우르는 법령, 바르게 하기 위한 제재인데...
사람이 이 속에 들어가려면 나 자신이 먼저 바르게 서 있어야만 한다.
깊은 상념은 나를 다치게 한다.
나 자신이 희생한다고 하여...
나 자신이 손해 봤다고 하여
근심하면...결국 나 자신이 상하는 법...
커다란 격랑 속에서도 휩쓸리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 자신이 잘 했다고 너무 기뻐하는 것도...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너무 걱정하는 것도...
똑같이 몸을 다치게 하는 일이다.
그저 그러한 대로 두어야 한다.
마지막 시구를 아래처럼 해석하기도 한다.
커다란 조화의 물결을 따라
기뻐도 두려워도 하지 말게나
끝내야 할 곳에서 끝내버리고
다시는 혼자생각 깊이 마시게
처음의 해석도 좋지만...마지막 시구를 이렇게 해석하는 것도 좋다.
커다란 조화의 물결을 따라...너무 기뻐하지도, 너무 두려워하지도 마라.
끝내야 할 곳에서 끝내버리고 근심에 파묻히지 마라.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어라...
아주 아주 화가 나는 일이 있었다.
자신들의 책임을 다른 이에게 떠넘기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나는 계속 그 뒤치닥거리만 하고 있다.
오늘...분노의 폭주를 할 뻔했다.
그런데...1600여 년 전의 도연명 선생의 시가...
나를...가라앉힌다.
바르게 서 있어라...
흘러가는 대로 두어라...
근심하지 마라...
너무 기뻐하지도, 너무 두려워하지도 마라...
끝내야 할 곳에서 끝내 버려라...
평안을 선물하는 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