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이시네요/<미남>과 잡담

우리의 삶은 동화가 아니다

그랑블루08 2010. 8. 10. 01:49

 

 

 

 

 

 

오늘은 유달리 신우가 울려댄다.

결국 이렇게 뭐라도 글적이게 된다.

 

이 이야기를 쓰기 힘들 때도 있었고, 재미나게 써나갈 때도 있었다.

그러나.....신우라는 캐릭터가......내게 이렇게 울림을 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쓰면서 약간은 아프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었지만,

아주 오랫동안, 쓰고나서도 한참 동안 여운을 주며 울려대기는.....

참 오랜만이다.

 

예전 <가락국>을 쓸 때는 한 회, 한 회가 그랬었다.

늘...울림을 주었었다.

창휘 때문에, 이녹 때문에, 길동 때문에, 눌지 때문에

쓰면서도, 쓰고 나서도, 한참을 울었었다.

그렇게 캐릭터가 살아서 내 마음을 두드려댈 때가 있었다.

 

<가락국>은 사실 팬픽이기는 하지만,

캐릭터는 거의 창조에 가까웠다.

그래서 더....애착이 갔던 것 같다.

여전히 그 애착은 굉장하다.

지금도 <가락국>은 함부로 손을 댈 수가 없다.

한 번이라도 다시 읽게 되면, 끝까지 읽지 않을 수가 없다.

<가락국>은 여전히 내게...가장 큰 의미다.

 

그러나...<신우 이야기>는 그야말로 팬픽이었다.

처음부터 드라마의 보조역할처럼 이 신우라는 캐릭을 조금은 설명하기 위해서 시작했던 이야기였다.

드라마에서 다 보여주지 못하는 신우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사이를 메꾸고 싶었다.

신우는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드라마에서의 신우는 뭔가... 2%로 부족했다.

그....아쉬운 여백을 채우고 싶었던 것 같다.

 

주인공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한 인물의 생각과 느낌과 감정이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이 사람의 마음을 설명해 주고 싶었다.

솔직히....신우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기는 했지만, 그렇게 애착이 가거나, 가슴을 울려대지는 않았다.

물론 몇몇 장면에서 내 마음을 쿵..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여전히...신우는 내 캐릭터가 아니라...남의 것이었다.

그래서...그것에 맞춰서 써야 헸다.

처음부터 끝까지 갈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드라마 속에서의 신우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을 뿐이었다.

그러나...어느 순간......신우를 마무리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어차피...시작을 내가 했으니 마무리를 해야 하는 상황.....

내가 책임져야 했다.

 

그래서....인위적으로 1부와 2부로 나누어, 2부를 염두에 두면서 1부 속에 내 인물들을 넣어두기 시작했다.

그렇게...2부에서의 신우는 조금은 다른, 내 캐릭터로 만들어 갔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아니었다.

어쩌면, <신우 이야기>의 신우는......드라마의 신우와는 다른, 내가 만든..캐릭터였다.

처음부터....나는...신우를 내 방식대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1부에서의 신우의 목소리 역시......내가 만든 신우의 목소리였다.

그래서...처음부터 신우는....한없이 슬프고 외로운.....열 살짜리.....소년이었다.

세상은....처음부터 불공평하다고......

처음부터 자신을 위한 선물따윈 없었다고.....

그렇게 하늘을 향해 주먹을 쥐는......

그런...소년이었다.

 

오늘따라....그런 신우가....너무 짠하다.

우리의 삶은 동화가 아니라고....너무 일찍부터 알아버린...신우가...참..아프다.

많은 걸 가진 것 같지만, 사실은...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태경이도..날 아프게 한다.

그리고.....단 한 번도 스스로 선택이란 걸 해 보지 못한.....미녀의 삶 또한 아프다.

 

이 세 아이에게는 모두 같을 것이다.

 

모든 동화는 해피 엔딩이다.

그러나....우리의 삶은 동화가 아니다.

 

오늘따라...이 아이들 때문에 아주 많이....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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