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의 이야기

나의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다.

그랑블루08 2010. 10. 28. 03:33

 

 

 

 

           진정한 여행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 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 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바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 나짐 히크메트의 감옥에서 쓴 시 -

 

 

 

한 해가 또 저물려고 한다.

정신 없이 달려 왔는데, 생각 외로 내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너무나 없는 듯하다.

분명 정신 없이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생각이 들지만,

스산한 바람이 불고, 한 해가 끝나가려고 하니,

또 다시 자괴감이 밀려든다.

 

뭐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몰아부쳐서 욕해대고 싶다.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냐고........

지금까지 뭐했냐고.......

그렇게 신랄하게 비난하고 싶다.

 

성실하게 살고 있다고.......착각 속에 빠졌던 건 아닐까........

갇혀진 이미지 속에서

정말로 중요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급한 일들만 겨우겨우 처리해오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반성이 된다.

 

왜 이리......욕심이 많은 거냐.....

왜 이리......마음을 비우지 못하는 거냐.......

왜 이리......투덜대고 자꾸 아쉬운 소리를 해내는 거냐........

 

오로지 실력으로 말해야 한다고

그렇게 소리쳐 놓고,

정작 나 자신은, 실력이 아니라 다른 것들에 기대고 싶은 건 아닌지........

 

아직도.....내 길을 잘 모르겠다.

어느 길로 가야할지....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렇게 뭔가가 내 앞 길이 불투명할 때.....

저 오래된 시가......그래도 위안을 준다.

 

나의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고,

나의 노래는 아직 불러지지 않았았고,

나의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나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나의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다.

그렇겠지.....

아직은.......

 

아무 길도 보이지 않을 때, 진정한 나의 길이 시작된다니.......

나의 여행이 드디어 시작된다니........

그저 그리 믿는 수밖에........

 

나의 바다.......

꿈은 꿈일 뿐, 현실이 될 수 없을 거라는 불안감 속에서

난 나의 바다를 향해 항해를 시작한다.

 

 

 

더보기

실력으로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는 환타지......

정말 성실하게 살면,

정말 성실하게 일하면,

정말 성실하게 글을 쓰면,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환타지.......

이것이.....

이 이상이......

'현실'이 아니라 '환상'이 아니냐고......

내 안의 환타지가 아니냐고........

그렇게 자꾸만 의문이 든다.

 

하루는 희망에 불타올라 열정적으로 살아 움직이기도 하고,

또 하루는 이렇게 현실은 환타지가 아니라고

그렇게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망연자실하기도 한다.

 

무엇이 맞을까

여전히 의문이다.

'나'라는 존재에게 자꾸만 의문을 품게 된다.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실제 내 '깜냥'과 내 '환상' 사이에서

제대로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여전히 난 '나 자신을 알라'라는 물음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헛된 망상을 품고 있는 건 아닌지.......

마치 이 망상을 거창한 꿈이라도 되는 듯이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읽히지 않는 글은 글이 아니고,

감동을 주지 않는 글은 글이 아니며,

세상을 향해 소리치지 않는 글은 글이 아니다.

 

 

그러니........

난......글이 아니라.......망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환상이.....그 망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그렇게 믿고 싶은데.......

그 믿음조차.....환상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간절히 바라고 바라고 또 바라면 이루어진다는.......그 믿음처럼........

망상이 믿음이 되고,

그 믿음이 현실이 되기를....

나는 포기하지 못하고

또......그렇게 바라고 바라고 또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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