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의 이야기

기억과 기록

그랑블루08 2010. 12. 29. 18:26

 

 

 

 

 

 

 

 

 

 

 

 

 

 

 

 

 

 

 

 

 

 

 

 

 

 

 

 

 

 

 

 

 

 

 

 

<2009년 7월 22일 개기일식 중>

 

 

 

 

치매가 온 것일까.

예전부터 건망증이 심한 편이기는 했다.

그런데 요즘은 부쩍 심해지는 듯하다.

집중하고 있지 않으면 대부분을 잊어버린다.

특히 과거의 일들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다고 얘기해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많이 봤던 드라마나 영화의 줄거리도 생각나지 않는다.

차....차야 늘 그렇다. 어디 세워뒀는지 몰라서 여러 주차장을 헤매기 일쑤다.

며칠 전에도 차를 못 찾아서 출근도 못하고 지하2층, 지하1층 할 것 없이 샅샅이 뒤지기도 했다.

사실 차 못 찾는 건 꽤 오래된 일이다.

그런데 과거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 건.....최근의 일인 듯하다.

원래도 잘 기억 못 했지만, 남편이 이야기를 해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사실...이 부분도 뭐,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요즘 들어 심각하다고 느낀 건, 책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다.

부쩍....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읽었던 모든 것들이, 내 머리에, 내 기억에 다 박혀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책의 내용들이 전혀 기억나지 않으니,

드디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의 주인공도, 내용도, 줄거리도 생각나지 않는다.

심지어 내가 감동받아 써 놓은 책 모퉁이의 글도.....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내 이 건망증이자, 치매 증상에 대해서 아주버님은 "자기방어 기제"라고 설명해주셨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거나,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고 머리를 써야할 때,

머리는 자기가 알아서 기억해야 할 것과 그외의 것을 나누어 저장한다고 했다.

즉, 너무 많은 정보량이 들어오니, 알아서 지운다는 것이다.

안 그러면 뇌도 과부하로 폭발해 버릴 수 있으니

자기도 살아야 하니, 그렇게 적절히 용량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 말을 듣고는 안심하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 문제가 너무나 커 버렸다.  

 

하지만, 지금 이건 아니다 싶다.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특히 내가 읽었던 책들이 기억나지 않고, 내가 감동받았던 그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분명 이건 문제가 맞다.

 

그래서....며칠 간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기록을 하는 것이다.

내가 읽은 것, 내가 느낀 것,

내 머리가 그것들을 저장할 곳이 없다면,

내 손이, 내 글로 그것들을 다른 곳에 저장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자세하게, 상세하게 적어놓으면, 적어도 그것만큼은 기억할 수 있을 테니.....

아니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 글을 통해 다시 입력될 테니......

그렇게 기억을 저장해 두어야겠다.

 

예전부터 비상한 기억력을 가진 사람들이 부러웠었다.

내가 갖지 못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부러웠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을 채찍질해서 더 많은 능력을 키우려고 노력했다.

그런데...요즘은 나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 모든 것을 갖추려고 하기 보다는,

내 상황 안에서 다른 길을 찾으면 되는 것이 아닐지.

사람마다 능력은 다른 것이니, 나는 내 상황 안에서 방법과 길을 찾으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매일.....이 블로그에 글 한 편씩.....기록을 남기는 것.

그리고....읽은 책마다......기록을 남기는 것.

 

2010년을 보내며, 결심한 한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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