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의 이야기

블로그와 치유

그랑블루08 2012. 9. 27. 13:10

 

<비행기에서 찍는 하늘 사진을 좋아한다. 그 사진들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르다. 파랗다 못해 쩡하고 소리를 낼 것 같은 파란 하늘.....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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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평소에 내가 너무나 존경하는 분을 만났다.

물론 일 때문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뵙게 되니, 마음에 뭔가 평안이 오는 듯했다.

 

벌써 그분을 알게 된 지, 10년이 다 되어 간다.

오랫동안 독일에서 유학도 하셨고, 지금은 특정 분야에서 꽤 권위를 인정받으시는 분이시다.

 

그런데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 분이 하시는 일이나 공부와 이 분의 삶은 너무나 똑같았다.

그것이 너무나 감동이었다.

어떻게 자신이 공부하고 알아가고자 하는 학문의 분야와, 자신의 삶을 일치시키실 수 있는지......

어떻게 그렇게 아름답고 따뜻하게 살아가실 수 있는지.......

이 분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동이 되고, 치유가 된다.

 

여자의 몸으로 오랫동안 공부를 해오셨고, 또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까지

참 많은 역경이 있으셨다고 하셨다.

여자라서 겪는 무시와 질타, 그 모든 것을 이겨내시고, 그 자리에 오르셨다.

그 와중에도 아이들을 따뜻하게 길러내셨고, 또 그러면서도 아이들과 자신을 엄격하게 분리하셨다.

사랑하는 것과 집착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며,

부모와 아이의 관계는 끊어내어야 한다고 하셨다.

부모는 부모만의 커뮤니티를, 아이는 아이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그 속에서 회복과 치유를 이루어내셔야 한다고 하셨다.

부모가 아이를 속박하며 그 안에서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하면, 결국 아이에게는 상처만 남게 된다고......

 

그냥 그저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저, 이 분을 알게 되어, 너무너무 다행이라고, 너무너무 감사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짧은 시간의 만남을 통해서도, 늘 가슴을 울리는 말씀을 해주셨다.

사실...그 분의 삶 자체가 내 심장을 울려주시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앞으로 살면 좋을지, 너무나 잘 가르쳐주시기 때문에.

그 분이 걸어가시는 길을 보며,

아, 나도 저렇게 걸어가야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 10년, 15년 후의 모습을 그 분을 통해서 보고 싶다고, 만들어가고 싶다고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일이 너무 많아서 늘 일에 치여사는 나에게 블로그는 사실 내 유일한 숨통이었던 것 같다.

그저 힘들다, 이런 일이 있었다, 극복해낼 수 있을까, 할 수 있다.....

불평에서, 화에, 거기다 다짐에, 별별 희한한 소리를 다 써대고 있는 내 블로그.

 

그 분께 말씀드렸다.

제 긍정은,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 다짐은, 저의 또다른 강박인 것 같다고.....

이런 말들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고, 그래서 견디기 위해 이렇게 내 스스로 다짐하며 자기 세뇌를 시키고 있는 것 같다고.....

그래서 어떻게 보면, 하기 싫다고 불평하며 짜증내는 행위나, 지금 나처럼 괜찮다고 다독이는 행위나

모두 강박인 것 같다고....말이다.

같이 만난 나의 오랜 지인도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스스로 자기 암시를 걸며, 견뎌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분이 말씀하셨다.

모두가 그렇게 산다고 말이다.

모두가 그렇게 자기 암시를 하고, 자기 세뇌를 시키며 그렇게 산다고......

그러나 그것이 내게 의외로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말씀드렸다.

꽤 오래전부터 블로그를 하고 있다고...

그 블로그에 일상을 올리고, 다짐을 올리고, 내 암시를 올려서,

그 글을 보며 자기 세뇌를 다시 시키고, 견뎌내고 있다고......

그러면 간혹 인터넷에서 만난 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또 그것이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고....

 

그랬더니 그분이 말씀하셨다.

그것이 힐링이라고 말이다.

쓰는 행위로 내가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내 자신을 치유하고 있다고 하셨다.

또 그 블로그로 맺어진 커뮤니티 속에서 나는 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이겨내고, 또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사는 힘을 얻고 있다고....

그러면서 잘 하고 있다고 하셨다.

그것이 내게 사는 힘과, 재미와 즐거움을 줄 거라고......

그러니 지금 이것은 잘하고 있는 것이라 하셨다.

 

어쩌면, 내 에너지는.....여기에서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나라는 인간의 배출구인 이 블로그가, 이 막무가내의 글쓰기가, 나를 건강하게 만드는 치료였는지 모르겠다.

 

화가 나는 것을 쓰는 것도,

힘들다고 쓰는 것도,

지금 내 상황이 죽을 것 같다고 쓰는 것도, 모두 나를 치유하는 행위 중 하나라고......

또 이 작은 공간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그 나눔 속에 작은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도,

모두 내가 힐링이 되는,

그래서 내가 삶을 또 다시 살아나갈 수 있게 만드는 힘이 되었던 것 같다.

 

내 에너지의 근원.

그 중 하나가 이 블로그였다는 걸,

알게 된 시간이었다.

 

 

드러내는 순간, 치유가 시작된다.

 

오래 전 그분이 내게 해 주신 말씀처럼, 그래서 나는 이렇게 또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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