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투하츠와 은신상플/은신과 잡담

그리워질 때면, 편지를 쓴다

그랑블루08 2013. 2. 4.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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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엄청나게 밀려 있으면서도 휴가를 다녀온 주제에,

자꾸 이 남자가, 이 여자가 그리워질 때면, 편지를 쓴다.

내가, 내게 편지를 쓴다.

이 남자의 이야기를, 이 여자의 이야기를........

한 편, 한 편씩 쌓아 가다 보면, 한 회가 조금씩 만들어진다.

 

한글 파일에 비밀번호를 달다 보니, 자기 전 누워서 폰으로는 글을 볼 수가 없었다.

또 한글 파일에 적기도 애매해서, 그렇게 메일을 시작하게 됐다.

은시경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 공주님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를 편지로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십 통이 쌓여 가도, 한 회의 반의 반도 안 된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그 때 그 때 떠오르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잊어먹을까봐 두려워서

잠깐의 짬이든, 화장실에서조차 나는 편지를 쓴다.

 

요즘처럼 미친 듯이 떠오르는 때도 없다.

하나하나 이야기가 마치 두 사람이 살아있는 인물인 것처럼 떠오르고는 한다.

그들이 스스로 내게 보여주고는 한다.

두 사람이 살아서 내 눈 앞에서 드라마처럼 펼쳐지고는 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넘쳐나서, 밤에 누워서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느라(눈을 감고 있어도 정말 눈으로 보는 것 같다.)

잠이 들 수도 없다.

누워 있어도 두 사람의 대화가 들리고, 은시경의 운명 같은 사랑의 감정이 느껴지고,

공주님의 설렘이, 두려움이 느껴진다.

 

근질근질댈 때마다 쓰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는 형편이다.

야근에 야근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놀고 왔으니 할 말도 없는데.....

자꾸 이럴 때마다 쓰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니.....

게다가 이 어마어마한 속도의 이야기들이 내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고 있으니

아까워서 미칠 지경이다.

아니, 아까운 것이 아니라, 쓰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랄까.

 

그런데 현실은 쓸 수가 없다.

아니, 써서는 안 된다.

대놓고 앉아서 쓸 시간은, 내게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은 더더욱 더.......

 

2주간은 그저 야근 체제다.

잠은......안드로메다로 보내고, 그저 2월 한 달을 무사히 보내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편지를 쓴다.

짧은 10분의 시간 동안이라도, 이 두 사람의 기록을 남기도 싶어서, 편지를 쓴다.

그러다 한 번씩, 내 메일함을 열어본다.

그곳엔 조각조각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작은 조각들로 이루어진 이 이야기들이 펼쳐지면 펼쳐질수록, 더 쓰고 싶다.

내 머리 속을 떠다니는 이 이야기를,

아니 내 눈으로 보고 있는, 내게 들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글로 보고 싶다.

 

 

아무도 모르실 것이다.

사실은....내가 가장 보고 싶다는 것을........

그 이야기를, 내가 가장 글로 보고 싶다는 것을......

그걸 활자로 보고 싶어서,

장면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기록처럼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실 것이다.

 

 

지금도 자꾸만 사라질까봐 겁이 난다.

꾹꾹 눌러놓은 남자의 감정이 터지는 것을, 두려움과 설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여자의 감정을........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그래서 편지를 쓴다.

세계의 기준이 한 여자인, 운명 같은 사랑을 하는 한 남자가 그리워질 때,

폭풍 같은 사랑을 받으며, 그 사랑의 깊이가 자신의 영혼을 울리고 있는 한 여자가 그리워질 때,

편지를 쓴다.

 

또 쓰고 싶다.....

자꾸 쓰고 싶다......

그러나......현실은........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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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황당하게도,

그나마 시간이 날 때는, 전혀 안 써질 때가 많고,

이렇게 죽도록 바쁠 때는 쓰고 싶어 죽을 것 같고......

 

정말 청개구리 심보인지.........

 

늘 이런 것 같다.

 

인생이란 것이.....말이다.......

 

바쁠 때,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