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세상의 지붕....또한 가장 태고의 세상....그곳에 가고 싶다>
걷고 싶다 / 조용필
이런 날이 있지 물 흐르듯 살다가
행복이 살에 닿은 듯이 선명한 밤
내 곁에 있구나 네가 나의 빛이구나
멀리도 와주었다 나의 사랑아
고단한 나의 걸음이 언제나 돌아오던
고요함으로 사랑한다 말해주던 오 나의 사람아
난 널 안고 울었지만 넌 나를 품은 채로 웃었네
오늘 같은 밤엔 전부 놓고 모두 내려놓고서
너와 걷고 싶다 너와 걷고 싶어
소리 내 부르는 봄이 되는 네 이름을 크게 부르며
보드라운 니 손을 품에 넣고서
불안한 나의 마음을 언제나 쉬게 했던
모든 것이 다 괜찮을 거야
말해주던 오 나의 사람아
난 널 안고 울었지만 넌 나를 품은 채로 웃었네
오늘 같은 밤엔 전부 놓고 모두 내려놓고서
너와 걷고 싶다 너와 걷고 싶어
소리 내 부르는 봄이 되는 네 이름을 크게 부르며
보드라운 니 손을 품에 넣고서
난 널 안고 울었지만 넌 나를 품은 채로 웃었네
오늘 같은 밤엔 전부 놓고~ 모두 내려놓고서
너와 걷고 싶다 너와 걷고 싶어
소리 내 부르는 봄이 되는 네 이름을 크게 부르며
보드라운 니 손을 품에 넣고서
도망갈까......
도망가 버릴까......
내 모든 잡동사니들로부터 도망가 버릴까......
가끔은 이렇게 도망을 꿈꿔도 되지 않을까.
나를 옭아매는 이 모든 굴레와 구속으로부터,
일과 돈과 생활과 그리고 꿈이라는 내 올무로부터,
완전히 다른 곳으로 모든 것을 놓고 도망가 버릴까.
산더미처럼 쌓인 일들,
내일까지 마감해야 하는 폭탄들,
그리고 해야하는 의무들,
어느 틈엔가 부담이 되고만 내가 퍼뜨려놓은 일들.
지금은, 하고 싶었던 일들조차 짐처럼 느껴진다.
꿈조차 무거운 짐처럼, 내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로 다가온다.
왜 이런 일을 벌였던가.
뭘 그리 거창하게 살겠다고 이렇게 꿈틀대고 있는 건가.
또다시 이렇게 나는 일의 폭풍 속에서 도망을 꿈꾼다.
보통은 진한 여름이 되어야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한데,
이번에는 좀 일찍 찾아온 듯도 하다.
떠나고 싶은 병, 도망가고 싶은 병, 모든 걸 놓고 싶은 병.....
나그네 병이라고 할지, 아니면 무책임 병이라고 할지, 그 이름도 모호하다.
무책임이라는 옷을 입고, 모든 것을 놓고, 모든 것을 펑크내고,
완전히 잠수를 타고 싶다.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 내가 해야 하는 모든 일들, 나를 기다리는 모든 사람들과 일을,
배신하고,
그렇게 도망가 버리고 싶다.
끝까지 해야 한다는 의무에서,
내 맡은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책임 의식에서,
도망가고 싶다.
철저한 배신의 아이콘으로 한 번 등극도 해보고 싶다.
직장도, 가정도, 그리고 이 나의 잡다한 블로그도,
모두 모두 닫아버리고,
모든 것에서 도망가 버리면.........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고.....그렇게 숨고만 싶다.
모든 의무와 굴레들로부터 도망갈 수 있다면.......
이런 병이 도질 때면, 또 시작이군, 하게 된다.
도망을 꿈꾸며,
나를 믿는 모든 사람들과 일들로부터
배신을 꿈꾸며,
나는, 오늘도 내 자리에서 내 할 일을 하고 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배신을 꿈꾸면 꿈꿀수록,
도망을 꿈꾸면 꿈꿀수록,
나는,
또다시 내게 주어진 일들을 해내가고 있다.
내 정신이, 내 육체의 바람을 대신 누리는 동안,
내 육체는, 주어진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도망을 꿈꾸고,
또 그 도망을 꿈꾸는 힘으로,
또다시 나는 내가 해야 하는 일들로 돌아와
오늘 하루를 또 살아낸다.
삶이란,
인생이란,
그러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하루 하루를 밟아 살아가며, 생활을 만들고,
생활이 모여 인생이 된다.
알고 보면,
삶이란
늘......
도망가려는 나와
책임지려는 나와의
지독한 싸움.......
내 인생에 가장 강하고 거대한 적은
결국 나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