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의 이야기

부끄러운 일이다.

그랑블루08 2013. 5. 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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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 - JK김동욱

잠자는 하늘 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

알고 있지 꽃들은
따뜻한 오월이면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철새들은
가을하늘 때가되면 날아가야 한다는 것을

문제 무엇이 문제인가
가는 곳 모르면서 그저 달리고만 있었던 거야

지고지순했던 우리네 마음이
언제부터 진실을 외면해 왔었는지

잠자는 하늘 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

미움이 사랑으로 분노는 용서로 고립은 위로로 충동이 인내로
모두 함께 손잡는다면

서성대는 외로운 그림자들
편안한 마음 서로 나눌 수 있을 텐데

잠자는 하늘 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x2

우~ 내가 믿고 있는 건
이 땅과 하늘과 어린 아이들

내일 그들이 열린 가슴으로
조율 한번 해 주세요

가사 출처 : Daum뮤직

 

 

 

 

 

 

 

 

 

아직과 이미 사이 - 박노해

 

 

 

아직 오지 않은 좋은 세상에 절망할 때

우리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삶들을 보아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보기 위해선

먼저 허리 굽혀 흙과 뿌리를 보살피듯

우리 곁의 이미를 품고 길러야 해.

 

 

 

 

 

 

 

뭐라 할 말도 없다.

이미 수년 전부터 예견되어 왔던 일이기도 하다.

ㄱ대학에서 없앤다고 했을 때도 광분할 일이었지만,

민족의 얼을 강조하는 대학에서 이런 수치스러운 일을 할 수도 있는 것인지.......

 

이 나라는, 도대체 중심이 없는 것일까.

뿌리를 뽑으면, 결국에는 죽는다는 걸 모르는 것일까.

 

이젠 화도 나지 않는다.

체념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조장하는, 이 사회가, 그리고 이 웃기는 계층이, 아니지, 넘나들 수 없는 이 신계급사회가,

더이상 희망을 보지 못하게 한다.

 

박노해의 시처럼,

'아직' 속에서 '이미'를 보려고 해도 말이다.

갈수록 역행하는 이 시대와 이 사회 속에서 개인이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거대한 자본의 논리가, 결국 신성한 배움의 장까지도 장악해버렸다.

아니지, 이미 오래 전에 장악되어 버렸지.

단지, 잠시 유예하고 있었을 뿐.

그 전까지는 애써 그것을 포장만 하고 있었을 뿐,

이제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을 뿐.

 

부끄러운 일이다.

어느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실용만이 살아남고, 돈 되는 일만 살아남고, 결국에는 이 땅엔 지식인도, 지식도 사라진 채,

돈만 버는, 아니, 돈만 벌어야 하는 기계들만 살아가겠지.

 

민족주의자는 아니다.

민족주의 자체가 어마어마한 권력의 이데올로기라는 것도 안다.

그것을 이 나라가 얼마나 잘 이용해 먹고 있었는지도 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에 대해서만은 인정한다.

정신이, 선연하고 분명한, 그 파르라한 정신이, 세상을 움직인다.

 

지금 그 청연한 그 정신이라는 씨앗을 뿌리째 뽑아버렸다.

 

 

식민지기에 주시경 선생이 어떠했었는지, 어떻게 말을 지키려 해왔는지, 어떻게 정신과 얼을 지키려 했었는지,

소월이 어떻게 그 민족의 얼과 정신을 시어에 녹아냈는지,

어떻게 언어로 수천 년간 이어져 온, 노래의 문화를 토해내었는지,

그들은 모른다.

 

거대한.....무시무시한.......자본의 논리만이 존재한다.

괴물 같은 그 논리가, 모든 생명을 죽여버린다.

 

살인을 하는 나라......

정신을 강도짓하고, 살해해 버리는 나라......

 

부끄럽다.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여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지금은 남의 나라, 새로운 식민지 시기.

자본과 돈의 논리에

내 안의 뿌리까지 뽑아내서 팔아 먹는

참으로 죄스런 나라.

 

 

정말....이러한 나라에서 산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정말로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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