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하다.
글마다의 문체가 있는 것 같다.
물론 내 글은 내 글이라는 특유한 부분이 있다.
그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한 사람의 속을 다 헤집어서 바라보게 하는 표현들....
그런데 비슷해 보이는 듯하면서도, 각 글마다 그 특유의 문체가 있는 것 같다.
예전 가락국을 쓸 때, 강철을 쓸 때, 신우를 쓸 때, 당기못을 쓸 때,
조금씩 문체가 다르다.
나도 왜 그렇게 되는지는 모르겠다.
그 글을 생각하고, 그 인물들을 생각하면, 표현이 전혀 다르게 나온다.
문체 자체가 달라진다.
그들의 마음으로 풀어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신우와 미녀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마음은 진실로 시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알 수는 없지만, 훨씬 더 함축적이고, 비유적이다.
때때로 제유를 포함하며, 나도 모르게 그 문장 하나하나에, 아니, 단어 하나하나에 빠져든다.
신우이야기의 문장은 하나하나...자꾸 곱씹어보게 된다.
내 자신도 그러한 듯하다.
3년을 걸쳐 써오면서, 다시 읽어볼 때마다, 내 스스로가 놀라고는 한다.
예전에 어떻게 이렇게 썼을까.....
어떻게 이런 단어들로 표현을 했을까.....
싶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잘 썼다고 자화자찬을 할 수는 없다.
단지, 예전이 더 잘 썼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느낌...
같은 신우이야기 안에서도, 예전이 더 나은 것 같아서, 더 진도를 못 빼기도 한 것 같다.
쓰면서 내 스스로가 아깝기도 했었다.
이 글이...너무 아까웠다.
재미있는 건, 강철을 쓸 때는 또 다르다.
강철은 다른 의미에서 비유적이다.
그러나 시적이지는 않다.
비유적인 것이 시적이지 않은가 싶기도 하지만, 다르다.
신우 이야기의 문장이 훨씬 더, 주관적이고 감정적이고, 서정적이다.
좀 더 시적인 문장, 비유를 더 쓰게 되는 듯하다.
강철은, 좀 더 냉정하고 냉철한 객관적인 비유를 든다.
그것은 마치 한 사물을 다른 사물에 빗대어서 그것을 환유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대신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여러 의미를 생산하는......
강철은......여전히 내 마음의 욕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연재할 것인가, 아니면 따로 쓸 것인가....여전한 고민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당기못은......또 다르다.
당기못은 좀 더 직설적이다.
훨씬 더 직관적이면서도 직설적으로 속을 토로해내는 문체다.
비유적이지 않다.
고통의 낱낱을 묘사한다는 것이 맞을 듯하다.
사실 당기못은 문장보다는 한 회의 구성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하다.
한 회가 가지고 있는 긴장감, 오랫동안 연재하면서 회마다의 배치와, 각 회 안에서의 배치에 많은 공을 들인다.
그래서 문장 자체는 건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 보면, 단단하고 정확하고 곧이곧대로인 은시경이 반영된 문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갈등구조와 갈등의 표현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동시에 은시경의 스타일로 글을 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내 스스로도 놀랐던 일이 있다.
당기못을 쓰면서, 신우이야기처럼 쓰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좀 더 비유적으로 단어를, 문장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나 절대로 되지 않았다.
물론, 빗대어 표현하기는 한다.
그러나 시와 같은 비유는 전혀 써지지 않았다.
죽어도 글이 되지 않았다.
신우를 쓸 때는 이와 반대다.
문장 하나하나의 세밀한 표현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나가지만,
또 갈등과 긴장감에 대한 부분은 가능하지가 않다.
신우는 구성이 강화된, 갈등이 강화된, 혹은 배치가 강화된 글이 아니다.
한 회의 배치에 대해서도 신우는 움직여지지 않았다.
재미있는 현상이었다.
각 글마다, 글마다의 특징이 있는 것 같다.
그 글을 쓰는 순간, 문체가 변하고, 구성이 바뀌고, 표현이 달라진다.
그것이 재미있다.
아니, 글이 살아있다는, 혹은 그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살아있다는 착각이 들게 만든다.
혼자 끄적끄적대는 영양가 없는 글을 쓰는 주제에, 참 시덥잖은 말이기도 하다.
그래도.....내게 각 이야기는......마치.....완전 독립된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인 것 같다.
그 이야기 자체가 유기체로 살아 움직이는 생명 같다.
글이, 그리고 그 글 속에 숨쉬는 인물이, 그 글의 표현과 문체와 구성을 지배한다.
놀라운 배움이다.
생각해보니, 그건 시점의 차이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가락국이 가장 전지적 작가 시점이다.
가끔 인물 시각적 시점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거의 전지적인 것에 가깝다.
그에 반해 신우이야기는 완전히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캐릭터 안에서만 이야기한다.
이건 출발 때문이었다.
<미남이시네요>에서 신우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려 시작했던 것이,
이렇게 길게 이어오면서 발생한 상황이었다.
1부가 드라마였다면, 2부부터 미녀의 시점도 첨가되었다.
두 사람만의 이야기로, 이 두 사람만의 시선으로, 각각의 상황을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나름....1인칭을 연습하는 좋은 예가 되기도 했다.
강철은....모든 인물의 시점이다.
한 인물, 한 인물을 옴니버스처럼 보여준다.
각자의 시선으로 각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여전히..이 이야기는 고프다.
쓰고 싶은데,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
당기못은, 전지적이기는 하지만, 가락국보다는 훨씬 더 인물시각적인 시점이 강하다.
인물 시각에서 보여줄 때만 1인칭을 쓴다.
아마 이 부분이 내 글을 결정짓는 특징이 아닐까 한다.
내면의 고백을 이 인물시각에서 강화해서 보여주니까, 그만큼 글이 길어지고, 또 내면 묘사가 많아지는 듯하다.
이 때문에 호불호가 생기는 것도 같다.
어쨌든...여전히 글은 내게 연습이다.
그래도......세월이 쌓이면 나아져야 할 텐데,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것이, 진정 함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