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투하츠와 은신상플/(은신)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은신/조각)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0 - 부제 : 해바라기의 고백

그랑블루08 2013. 5. 23. 15:14

(은신/조각)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0

 

- 부제 : 해바라기의 고백 -

 

 

* 혹시 당기못을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이시라면,

  이 글, <당기못 0>부터 읽지 마시고,

  연재한 순서대로 읽어주세요.

  <당기못> 1~25까지 읽으신 이후에

  <당기못 0>인 이 글을 읽어주시길......

 

 

 

 

 

 

 

80

 


첫사랑이죠 - 나윤권,아이유

어쩜 우리 어쩜 지금 어쩜 여기 둘이 됐을까요
흐르는 시간, 별처럼 많은 사람 속에...

 내 맘~ 가득~ 그대~ 소복소복 쌓여요
내 마음 속 내 눈 가득 온통 그대 소복소복 쌓여요
차가운 손끝까지 소리 없이 따뜻해 지나봐.

말하지 않아도 우리 마주 본 두 눈에 가득 차 있죠.
이젠 그대 아플 때 내가 이마 짚어줄 거예요.
겁내지 말아요, 우리 꿈처럼 설레는 첫사랑이죠.
조심스럽게 또 하루하루 늘 차곡차곡 사랑할게요.

그댈~ 떠올~ 리면~ 발그레해지는 맘
그대 얼굴 그 목소리 떠올리면 발그레해지는 맘
하얗게 얼어있던 추운 하루 녹아내리나봐.

보이지 않아도 우리 마주 쥔 두 손이 참 따뜻하죠.
그대 잠 못 드는 밤 내가 두 볼 감싸줄 거예요.
서로를 믿어요, 우리. 별처럼 반짝일 첫사랑이죠.
두근거려도 또 한발 한발 좀 더 가까이

반가운 첫눈처럼 나에게 온 그대와 첫 입맞춤을 하고파[첫 입맞춤을 하고파~]
들려요 그대 마음 세상엔 우리 둘 뿐 인가봐

말하지 않아도 우리 마주 본 두 눈에 가득 차 있죠.
이젠 그대 아플 때 내가 이마 짚어줄 거예요.
겁내지 말아요, 우리 꿈처럼 설레는 첫사랑이죠.
조심스럽게 또 하루하루 늘 차곡차곡 사랑할게요. You're my first love


가사 출처 : Daum뮤직

 

 

 

 






1





2012년 5월 23일.......

그리고 2년 후, 5월 23일.......

그가 돌아왔다.





“은시경, 이제 세상에 나갈 준비는 다 된 거야?”


“예. 전하.”


“괜찮냐? 너?”


“.....괜찮습니다.”


“그래......은시경이니까.....괜찮은 척이라도 하겠지.”



재하의 눈빛에서 안타까움을 봤지만, 시경은 애써 외면했다.

그래도......그래도 그녀를 만난다.

2년만에 그녀를 처음으로 만나는 날......


그것만으로도 심장이 뛴다.



공식적인 문서들은 이미 각 신문사로 넘겼다.

내일이면, 은시경이라는 인물이 다시 돌아오는 날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5월 23일이다.

내가.....죽은 날........

가슴이 뭔가 스산해진다.

사실 난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다.

내일은 되어야 제대로 살아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니,

오늘까지 나는 죽은 자다.


재하는 시경을 자신의 의전차량에 태워 궁으로 들어왔다.

내일 알리면 되기는 하지만, 기사가 나가는 순간 은시경에게 쏟아질 스포트라이트를 어느 정도 막아줄 필요는 있었다.

궁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할 뿐, 은시경이 따로 인터뷰를 하거나 기자를 만날 필요는 없었다.


궁 안, VIP 게스트룸으로 은시경을 데려가면서, 재하는 계속 거들먹댔다.


“야, 너, 여기 누가 묵는 덴지 아냐?

여기 왕족들이 묵는 곳이야.

니가....어? 참.....호강한다, 참.....”


사실 은시경은 자신의 오피스텔로 가도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재하가 한사코 궁 안에 있어야 한다고 억지로 끌고 온 것이었다.

괜히 언론 때문에 힘들어지기보다는, 재하의 방패막 아래에 있는 것이 훨씬 낫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궁 안에서도 몇 명 외에는 아직까지 비밀로 부쳐두었다.


밤이 되어도, 잠이 오질 않았다.

뭔가 설레는 듯, 뭔가 자꾸만 가슴에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누군가가 그립고, 보고 싶어 잠 못 드는....그런 밤이었다.


시경은 모자를 써서 얼굴을 가리고는 재하가 준 게스트 출입증을 목에 걸고 밖으로 나갔다.


궁은 변함이 없었다.

보초를 서는 근위대원들도......풍경도.....모두 같았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궁은....홀로 변함없이 그곳에 있었다.

천천히 걸으며 옛생각에 잠기던 시경은 자신도 모르게 공주궁 앞에 멈춰 서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피식......뭔가 한심한 듯 웃음이 나왔다.

2년이나 지난 시간인데, 마치 바로 어젯일처럼, 마치 끊임없이 이어온 습관처럼 시경은 그녀를 그리고 있었다.

어쩌면 마음으로는 늘....이곳을 찾아오고 있었을지 모른다.

늘 한결같이, 2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지금 이곳을 다녀갔는지도 모른다.


불이 꺼져 있는 그녀의 방을 보며, 또다시 심장이 뛴다.


저기 저곳에 그녀가....주무시고 계시겠지.

나의 공주님이.......저곳에 계시겠지.


그것만으로도 시경의 가슴은 터져만 간다.


보초들이 뭔가 이상해서 나오는 걸 보고서야 시경은 겨우 발걸음을 옮겼다.

아는 근위대원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알리지 않는 것이 좋았다.

게스트 출입증을 보여주고는 시경은 다시 후원으로 향했다.


5월......온갖 꽃들이 화단마다 피어 있었다.


공주님께서 좋아하시겠구나.....


어쩌면 공주님께서 이렇게 꽃을 심으라고 하셨을 수도 있었다.

특이하게도 후원 그 자리 근처엔 온통 해바라기가 심겨 있었다.


그녀를 닮은 꽃들......


자신도 모르겠다.

원래 시경은 꽃을 꺾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은 왠지.....꽃을 꺾고 싶었다.

아니.....나의 공주님께 꽃을 바치고 싶었다.


마치 내가 다녀갔다고.......

늘 당신만을 바라본다고.....

나는 여전히 변함없다고, 여전히 당신은 나의 전부라고,

그 말을......꽃으로 전하고 싶었다.


기사가 자신의 여인에게 꽃을 바치며 충성을 맹세하듯이......

시경은 벤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해바라기 한 송이를 그 벤치에 놓아두었다.

마치 정말 그곳에 그녀가 있는 것처럼, 마치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심장을 바치는 것처럼,

그렇게 시경은 온 마음을 담아, 작은 꽃을 올려두었다.


공주님......


밤공기를 가르고,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저......돌아왔습니다.......


그의 귀로 들리는 그 목소리가, 도리어 자신을 울컥거리게 했다.



정말 돌아왔구나....

정말 살아서 이곳에 왔구나.....


내가 죽었던 바로 그 날, 다시 돌아서 이 땅을 밟게 되었구나....


감격스러움을 넘어 뭔가 속에서 자꾸만 울컥거리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시경은 천천히 벤치를.......손으로 쓸었다.

예전 그녀가 앉으셨던 그 자리를.......마치 그녀가 있는 것처럼 쓰다듬었다.

그것만으로도 심장은 터질듯이 울려대고 있었다.


사랑이......나를.......살게 한다.




사랑합니다..........나의......공주님.......



시경의 눈에서 툭....하고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그 밤......그 자리에......그의 그리운 마음 위로 축복처럼 별들이 쏟아져 내렸다.







2






“공주님......”

 


“잠시만요. 나....답답해서....”


“늘 이맘때면 그러시는 것 같아요.”


궁중실장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체념한 채 말을 이었다.


“그죠? 나 이상하죠?

이상해...마음이.....”


재신은 늘....이맘때면 잠도 잘 자지 못하고, 늘 후원을 돌고는 했다.

누군가가 자신을 자꾸만 부르는 것만 같았다.

기억을 잃어버려서 그런 걸까......

그런 생각도 되지만, 누군가가 자꾸만 자신에게 나오라고, 부르는 것만 같아서, 방안에 있을 수가 없었다.


늘 이맘때였다.

꽃이 피고, 라일락 향기가 짙어지는 이 맘 때,

조금씩 더워지는 듯하면서도, 밤마다 아름다운 바람이 가슴까지 부는 이맘 때,

재신은 늘.......알 수 없는 그리움을 느끼며 밖으로 나가고만 있었다.


오늘도 그랬다.

오늘따라 자꾸만 가슴이 뛰었다.

심장이 자꾸 뛰어서 내일은 병원에 가서 진단이라도 받아야겠다고,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누군가에게 쫓기듯, 재신은 목발을 짚고,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모두를 물리고, 혼자서.....그 고즈넉한 길을 걷고 싶었다.

그곳에서....누군가...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에 자꾸만 라일락 향기를 불러오고 있었다.



기억할 수 없는 어느 날...난......사랑을 했었는지도 몰라......

그 마음이 그리움만 남아서 이렇게 날.....이곳으로 데려오는지도 몰라.......



자신의 자리에 도착한 재신은....순간...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누군가...다녀갔다.



누군가.......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뭐지......정말인가......


누군가가 온 건가......



해바라기 한 송이가 별빛을 받으며 반짝이고 있었다.


해바라기 위로 떨어져 있는 물방울.....


마치 누군가의 눈물처럼 떨어져 있었다.


비도 오지 않는 이렇게 청명한 별이 빛나는 밤에......

누군가가 마치 내가 올 걸 알고 다녀간 것만 같았다.


쿵.쿵.쿵.쿵......


심장이 자꾸만 뛴다.


내게......누군가.....전하는........메세지........


심장소리가 내게 전하고 있었다.


사랑합니다.....



쿵................




해바라기에 남겨진 목소리가 내게 전해져 온다.

별빛에 섞여, 깊고도 깊은 그리움의 목소리가 내게로 왔다.




기억을 잃은 후, 단 한 번도 뛴 적이 없던 내 심장이........뛰기 시작했다.


쿵.쿵.쿵.쿵...........



그 사람을........만나고 싶다.........

잃어버린 그 사람을.......

내 시간을....내 시간 속 내 추억을.......



밤이 깊어간다.

재신의 심장 소리도 자꾸만 뛰어댄다.

바람이......분다.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설렘이, 그녀의 심장을 스치고 지나갔다.






3





또 나왔다.

이 자리에.....

누가....가져다 놓았을까.

창가, 예쁜 꽃병에 꽂아둔 해바라기를....떠올렸다.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재신은 다음날 또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누군가.....올지도 몰라......

그 사람이.......올지도 몰라....



재신은 기다렸다.

알 수 없는 누군가를......

자신을 설레게 하고, 그리워하게 만드는 누군가를........


두근 두근 두근......


가슴이 울려댄다.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재신의 심장을 조여 왔다.



설마 했다.


설마 진짜로 그런 일이 일어날까....


그런데 진짜로 누군가가 나타났다.


검은 양복, 검은 눈의 한 남자가.......다가왔다.


아주 오래된 눈을 하고, 아주 오래된 표정으로,

가슴으로 그리움을 내뱉고 있는 한 남자가.......내게로 한 걸음씩 걸어왔다.



심장이.....정말로 심장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미친 듯이, 정말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뭐....지?

왜 이러지....나?

정말......왜 이러지?



한 손으로 심장을 눌렀다.


아무 말 없이 나만 바라보는 그 남자를 쳐다보며,

두근대는 심장을 누르면서 겨우 입을 뗐다.


“누구.....세요?”



그가......돌아왔다.

어젯밤....밤하늘 가득 수놓았던 별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가.....내게로 걸어왔다.

 




해바라기의 주인.........


그 남자였다......


 

 


 

 

 

 

 

사진출처 :http://public-domain-photos.com/flowers/sun-flower-3-4.htm

 

 

해바라기.....

물의 요정 크리티가 태양의 신 아폴론을 사랑한 이야기......


해바라기의 꽃말은,


프라이드, 기다림, 사랑.....

그리고 당신만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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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은시경이 떠난 날,

그리고 은시경이 돌아온 날.


제게 5월 23일은 그런 날입니다.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의 세계에 살고 있는 제게,

5월 23일은 은시경이 돌아온 날로, 그렇게 기억됩니다.


이 이야기는 <당기못> 1회보다 더 앞.....

두 사람이 만나기 하루 전의 이야기입니다.

5월 23일 밤의 이야기.

그리고 5월 24일 낮에 두 사람은 후원 그 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 바로 당기못 1회라지요.

공주님이 왜 낮에 벤치에 있었을까.....

당기못 진행되는 걸 보시면, 보통 공주님은 힘든 일이 있으실 때 후원으로 나가시죠.

그게 아니라면 대체로 밤입니다.

하루의 쉼과 성찰을 하는 시간 그곳에 가게 됩니다.

그런데 5월 24일 낮, 그곳에 공주님이 앉아 있었죠.


그 앞의 이야기가 바로 이번 조각의 내용입니다.

그래서 부제를 <당기못 0>으로 붙였습니다.


부족하고 재미 없는 글.......그래도 즐감해주시길....(__)

 

 

 

+) 당기못 1회 복습해주신다는 님들께서 많으셔서 하나 더 붙여둡니다

당기못 1회는 은시경 눈에 비치는 공주님의 모습이랍니다.

공주님...뭔가..말씀하실 듯, 말 듯하다는 거, 아마 보이실 듯요. ㅎㅎ

 

+) 처음에는 은신 단편 카테고리에 넣었었는데, 아무래도 이 글도 당기못이니, 당기못 카테고리가 맞는 듯합니다.

그래서 살포시 옮겨놓습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