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24
<silver님께서 주신 당기못 대문짤~~ 감솨감솨합니다.^^>
<디씨 그러하다 횽이 주신 당기못 대문짤~~저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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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 I Love You - 포맨
입을 맞춰도 불안하고 품에 안아도 초조하고
잠이 들 때도 꿈처럼 사라질까 밤새 뒤척이고
보면 볼수록 겁이 나고 겁이 날수록 더 보고 싶고
사랑할수록 니가 날 떠날까봐 두려워지나봐
사랑을 다줘도 불안한 건 남자야
넌 너무 모르지 남자의 사랑을
사랑할수록 더 보고 싶고 보면 볼수록 더 안달나고
평생 내 여자로 만들고픈 조급한 마음인 걸
평생 내 여자로 살아줄래 나 말곤 없다고 말해줄래
조금도 불안해 하지 않게 한 번 더 말해줄래
Say I love you..
사랑할수록 닮아가고 날이 갈수록 더 좋아져
함께 할수록 나 너 없인 못살아 너 책임져
사랑을 다줘도 불안한건 남자야 넌 너무 모르지 남자의 사랑을
사랑할수록 더 보고 싶고 보면 볼수록 더 안달나고
평생 내 여자로 만들고픈 조급한 마음인 걸
평생 내 여자로 살아줄래 나 말곤 없다고 말해줄래
조금도 불안해 하지 않게 한 번 더 말해줄래
Say I love you..
Say I love you.. Say I love you..
약속해줘 You are the only my love..
한 여자만을 사랑하니까 내겐 그 여잔 너 하나니까
자꾸만 니 사랑을 보채도 날 미워하지는 마
평생 내 여자로 살아줄래 나 말곤 없다고 말해줄래
조금도 불안해 하지 않게 한 번 더 말해줄래
Say I love you.
1
여명이 돋아오고 있었다.
여기가 어딘가....잠시 생각하던 시경은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따뜻한 재신의 몸을 느끼며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한참을 더듬어 보아야 했다.
그녀가 기억해냈다.
왜 하필이면 이 기억일까......
얼마나 처절했던 순간이었는지 그녀가 떠올리며 오열하는 것만으로도 절절하게 다가왔다.
저를.....그렇게......사랑하셨습니까.........
입술 밖으로 내지 않은 말이지만 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시경의 마음은 저릿해져왔다.
시경은 감히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 때도 지금도 시경은 사랑이었다.
그녀는 시경에게 좋아한다,고 했었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을까, 신기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단지 너무 힘든 상황에서 자신이 가장 곁에서 지켰으니 그저 의지한 것이 아니었을까,
시경은 그때도 지금까지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정말 죽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던, 이대로 자신은 예전의 몸으로 돌아올 수 없는 게 아닌가 하루하루 절망스러웠던
그 재활의 시간에도
그를 괴롭혀 온 건 육체의 고통이 아니었다.
사실은 공주님의 마음을 확신할 수 없는, 그 시간이 힘들었다.
이미 자신을 잊으신 게 아닐지, 이제 수술에 성공하시고 스스로 일어서시기까지 하신 공주님이시니까
자신 같은 남자는 아예 눈에도 들어오시지 않는 게 아닐까......
그것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공주님의 마음에서 자신이 밀려나 버렸을까봐,
그래서 더 이상 그녀의 따뜻한 시선을 영원히 받을 수 없게 될까봐,
두려워서, 밤마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돌아와서.......전하께 그 모든 상황을 전해 듣고서도
내가 직접 그녀의 상황을 접하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마치 2년 동안 두려움에 떨던 그 실체를 현실로 맞닥뜨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기억에서 내가 사라지고,
그녀의 마음에서 나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진 것을 보며 생각했다.
그 예전 어느 날도 그녀는 나를, 좋아하신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녀에게는 나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가치조차 없었을지 모른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어쩌면 나는 꿈을 꾼 게 아닐까.
너무나 사랑하던 공주님을 꿈에서라도 사랑할 수 있도록
내 스스로 기억을 왜곡시킨 게 아닐까.....
그래서 그녀에게서 직접 들었던 나를 좋아한다던 그 말씀도 점점 믿어지지가 않았다.
잠시 의지했다는, 다른 표현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정말로 어둠 저 안으로 가라앉았다.
세상에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이 사라져버리는, 그 처절한 어둠 속으로 나는 가라앉아버리고는 했다.
지금도, 아니 바로 직전까지도 그랬다.
나 혼자 처절하게 짝사랑을 하고 있는, 나 혼자만의 사랑을 하고 있는, 그런 마음이었다.
단 한 번도 돌려받아보지 못한 그 마음을, 지금도 처절히 나 혼자만의 싸움으로 이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감히 이 말을 떠올렸다.
저를.....그렇게......사랑하셨습니까.........
감히 사랑이라는 말을.......예전 그날의 그녀의 마음을 감히 사랑이라고, 내 마음대로 규정해버렸다.
처음으로, 정말 처음으로, 공주님의 마음의 깊이를 느꼈다.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기억만 돌아왔을까.......
그조차 내게 고통이었지만, 그녀가 이렇게 고통스러운 만큼, 나는 그 날의 그녀의 마음을,
어느 따뜻했던 그 날, 그녀의 깊이를,
이제야 제대로 받고 있었다.
기억.......하신 걸까........
이제.......나를...........그 때 그 마음을.....떠올리신 걸까.........
그 생각만으로 시경의 심장을 터져버릴 듯이 뛰어댄다.
기대하면 안 되는데, 그래도 자꾸만 기대가 된다.
“으응........”
또다시 악몽을 꾸는 듯, 그녀가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그러면서 시경의 품속을 헤맨다.
그녀의 손이 시경의 가슴을 더듬으며 얼굴을 기대왔다.
“은....시경..........”
그녀는 꿈을 꾸는 듯, 시경의 이름을 부르다 그를 더듬으며 안심한 듯 편안히 다시 잠이 든다.
참을 수가 없었다.
참아야 한다고, 지금 침대 위에서 이러는 건 위험하다고, 자신은 더 이상 한계를 견뎌내지 못할 거라고,
머릿속에서 울려대는 경고들을 한 순간에 뿌리치고
시경은 자신의 품 안으로 파고드는 재신의 입술로 찾아들었다.
이 입술에서 놓여날 수가 없다.
입을 맞추면 맞출수록 늘 더 애가 탔다.
“....으음.......”
시경이 재신의 입술을 가지면 가질수록 애타하는 만큼, 재신의 입술 사이에서도 신음이 새어나온다.
약간은 쉰 듯한, 할딱이는 숨소리를 내뱉는 재신의 소리는 시경의 이성을 그대로 잠재워버리고, 욕망만이 드러나도록 만들었다.
한 사람을 이토록 가지고 싶을 수가 있을까......
이렇게 한 사람이 내 모든 것을 가져가 버릴 수 있을까......
어떻게 이렇게 한 사람만을 품을 수가 있을까......
이 한 사람이, 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었다.
내 숨도, 내 심장도, 내 마음도, 내 영혼도, 송두리째 그녀에게 지배당하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을 품는 이 순간이, 그녀의 소리를 삼키는 이 순간이, 아깝고도 아까웠다.
눈물이 날 만큼 아까웠다.
입을 맞춰도, 아무리 그녀의 입술을 빼앗고, 그녀의 혀와 얽혀들어도 아쉽고 아쉬웠다.
그녀는, 내게 늘 이런 존재였다.
내 안에 다 채워 넣고 싶어도, 절대로 다 채워지지 않는, 늘 그리운 사람.......
그녀는, 나의.......전부였다.
하아.....하아......
재신의 입술에서 이제 더는 힘들다는 한숨이 배어나온다.
그제야 시경은 자신의 욕망을 누르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
한참을 그렇게 서로를 안고 있던 순간, 재신이 시경의 품에서 작게 그를 불렀다.
“은....시경 씨...?”
품에 꽉 껴안고 있던 재신을, 시경은 그제야 살짝 풀어준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를 품에서 놓치는 못한다.
아니 그녀를 품에서 놓고 싶지가 않다.
“일어...........나셨습니까.......”
그의 가슴에서 한숨 섞인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의 목소리에 안심이 되는 순간, 바로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네.....”
재신은 그에게 대답을 하면서도 얼굴이 자꾸만 뜨거워지는 것 같다.
어제 일이 머릿속으로 스치고 지나간다.
내가 왜 그랬지........
재신은 그의 품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만 있다.
키스해달라니........아....진짜 이재신.......
이 남자의 얼굴은 또 어떻게 봐야 할지.......
어제 재신은 스스로가 믿겨지지가 않았다.
물론 충격이었다.
기억이 돌아오는, 아니 어느 한 순간이 무의식 속에서 떠올라오는 것은,
생살을 찢는 듯한 어마어마한 고통을 동반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은 어제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에게 매달리고, 그의 입술에 스스로 다가가고, 심지어....아........
재신은 자신이 어제 했던 행동들이 순간순간 섬광처럼 떠오르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심지어 자신은 그의 입술 안으로 들어가 그의 혀까지 훔쳤다.
미쳤어, 미쳤어. 이재신.......
정말 내가 왜 그랬지......
재신은 스스로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생각은 시간을 따라 흐르더니, 그와 나누었던 격정적인 순간까지 떠올랐다.
남자...은시경.....
그 순간은 몰랐다.
그저 그에게 매달리고만 싶었다. 그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었을 뿐이었다.
미친 듯이 그의 입술에 매달리며, 그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그의 손이 스칠 때마다 그가 살아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욕망을 가진 남자라는 것은 그가 살아있다는 것의 반증이었다.
뭔가 저릿하면서도 야하면서도 그러면서도 뭔가 뭉클하고 울컥한....그런 느낌.
자신을 쓰다듬는 그의 손길이 남자의 욕망이면서도 그것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했다.
너무나 절절한 그의 손길에, 재신은 그를 거부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가슴을 어루만지던 그의 손길을, 단추가 벗겨진 잠옷 사이로 맨살에 닿던 그의 입술을,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었다.
남자의 욕망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나 가슴이 저렸다.
가슴을 움직이는, 아니 영혼 저 안까지 움직이게 하는 그의 마음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제일이 떠오르면 떠오를수록 재신은 지금 이 순간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그의 품에 안겨 있다는 것 자체가 점점 더 재신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었다.
시경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재신을 품안에 자꾸만 꼭 껴안고만 있다.
부끄럽다, 여겼지만, 그의 품은 너무나 따뜻하다.
그것이 재신의 마음에 자꾸만 위로가 되어서 벗어날 수가 없다.
따뜻하다.......
빠르게 뛰는 그의 심장 소리가, 그의 단단한 팔이, 그리고 안타까운 듯한 그의 숨소리가,
재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왔다.
정말 부끄러운 일인데, 남자와 한 침대에서 안고 있다는 것도, 어제 그 난리를 친 것도,
모두 부끄러운 일인데,
심지어 어제 자신이 그를 침대에 끌어들인 데다, 키스까지 해달라며 매달린 꼴이라니,
생각하면 할수록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런데도 지금 그의 품이, 이 따뜻한 품이 위로가 되었다.
아니, 안심이 되었다.
살아있는 그의 심장소리가 마음을 평화롭게 했다.
그래서 재신은 부끄럽다, 하면서도 그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서로의 숨소리를, 서로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한참 아무 말 없이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공주님......”
한참 만에 그가 주저하는 듯, 재신을 부른다.
“네?”
“기억........나신..... 겁니까?”
그는 여전히 주저주저하며 묻고 있었다.
그가 묻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아니, 그가 지금 가슴 졸이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에 대한 기억......아니 그것은 어쩌면 그를 사랑한 그 날들의 내 마음........
고개를 흔든다.
깊은 한숨 소리가 재신의 귓가를 스쳤다.
“미안해요.......”
“공주님, 아닙니다. 미안하시다니요........”
“기억인지, 환상인지, 꿈인지........모르겠어요.
그저, 당신이 떠났다는......그 날만 떠올랐어요.
아니, 은시경이라는 남자가 떠났다는 걸, 듣게 된 한 여자에 대해서, 내가 느끼게 됐다는 게 더 정확할 거예요.
그날 그 여자가 어땠는지, 그 고통이 어땠는지, 내가......같이....느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려온다.
“죄송...합니다.”
시경은 그 말밖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몇 번을 말해도, 그 죄송함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자신이 수백 번, 수천 번을 사죄드린다고 해도, 그날의 그녀의 상처를 감당해드릴 수가 없다.
그것이 시경을 못내 죄스럽게 했다.
“은시경 씨가, 왜 미안해해요?
당신 잘못이 아닌데........이렇게 살아왔는데......그걸로 충분해요......당신이 살아있는 것만으로..........감사해요 난.......”
“공주님.......”
“예전 그 어느 날, 당신은 이재신에게 이런 존재였네요.
당신이 돌아왔다는 걸.......당신이 살아와줘서, 당신은 그 여자에게 삶을 선물한 거예요.”
“......공...주...님.....”
그의 목소리가 젖어간다.
“난...여전히 기억이 없고, 당신과 내가 어땠는지 몰라요.
그 때 내 마음이 어땠는지도 몰라요.
그래도 이거 하나는 알게 됐어요.
지금 이렇게 뛰고 있는 당신의 심장 소리가, 그 여자에게 삶을 주었다는 거요.
그리고.....”
“.................”
“그 날을 알아버린......내게도..........그래요.”
“공주님......”
“살아 돌아와 줘서, 정말 고마워요.
이렇게 심장이 뛰어줘서,
내 곁에 이렇게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재신은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마지막 말은......입술 안으로 삼켰다.
이렇게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줘서........고마워요.
그 말을 삼키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건지는 재신도 모른다.
그저 자신의 입술 위로 그의 입술이 또 한 번 뜨겁게 다가와 저 안 영혼까지 송두리째 빼앗을 듯이 깊이 잠겨오고 있을 뿐이었다.
2
“너네, 뭐야?!!!!!!!!!!!!!”
갑작스러운 소리에 시경은 눈을 떴다.
자신의 품속에는 공주님이, 그리고 자신의 눈앞에는 전하가 서 계셨다.
이런.....낭패다.......
시경이 정신을 차리고 바로 침대에서 내려와 벗어놓았던 자켓을 걸치고는 온 몸으로 버럭 대고 있는 재하의 앞에 섰다.
그 사이에도 재하는 궁인들에게 들으라는 듯이 소리를 쳐대고 있었다.
“너, 어제 패닉이었다며?
근위대장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지!!!”
말로는 그렇게 소리를 쳐대면서도, 재하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은시경이.....세상에 이 자식이.......
하, 내 참........어이가 없어서.......
너도 남자다, 이거야?!!!
생각하면 할수록 아까 봤던 장면이 떠올라 속에서 불이 올라오고 있었다.
아침 일찍, 재신의 발작을 보고 받자마자 재하는 한걸음에 재신의 방으로 달려왔다.
궁중실장에게서 보고 받은 바로는 은시경을 부르며 패닉에 빠졌다는데, 혹시 기억이 돌아왔을지도 몰랐다.
게다가 그 때문에 은시경이 새벽에 불려오고, 그 이후 나오지 않았다는 보고에 재하는 뭔가 약간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은시경이니까, 별일이야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혈육의 일이라서 그런지, 뭔가 기분이 찜찜했다.
뭐, 사실 그놈이 별일을 쳐봐야 겨우 손이나 잡을 정도겠지만, 궁에서 소문이라도 난다면, 골치가 아파진다.
근위대원 아침 교대식이 있기 전까지는 돌아가야지, 뭘 그리 오래 있는 거야.....
시간을 보니 아직 아침 6시가 채 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나오면 되는데.......
어쨌든 무엇보다 재신이도 걱정이었다.
은시경이 재신이 방에 있었던 거야, 제주 포럼 때 트라우마와 연관해서 대충 흘리면 되는 거지만,
재신의 쇼크가 만만치 않을까봐 그게 사실은 걱정이었다.
문 앞에는 다행히 수행궁인들은 없었다.
궁중실장이 알아서 조치를 취해놓은 듯했다.
재하는 자신을 수행하는 근위대원들에게 좀 멀찍이 있으라고 지시를 내린 다음 재신의 방문 앞에 가서 섰다.
그냥 문을 벌컥 열까 하다가, 나중에 재신에게 욕먹을 걸 생각하며, 두어 번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재신, 난 분명히 문 두드렸다?
재하가 천천히 문을 열자, 안은 여전히 어둠이 가득했다.
아직 안 일어났나?
문을 열고 들어가던 재하는 침대를 살피다가 순간 놀라서 혹시 누구라도 볼까봐 방문을 쾅하고 닫아버렸다.
이것들이!!!!!
재하의 눈에 재신을 품에 꼭 안고 있는 시경이 들어왔다.
시경의 품 속에 완전히 안겨서 자고 있는 재신을 보는 순간, 재하는 빽 돌아버리고말았다.
이건 그야말로 연인의 포즈였다.
한 침대 위에서 두 남녀가......뭐? 이것들이!!!!!
“너네, 뭐야?!!!!!!!!!!!!!”
그 소리에 시경도 재신도 놀라서 일어났다.
재하는 궁인들이 들을까 크게 소리도 내지 못하고, 버럭 대기만 하고 있었다.
“너네, 지금!!! 뭐하는 거야?!!!!”
시경은 황급히 일어나 자켓을 입고 재하의 앞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재신은 여전히 침대에 누워서 이불을 한껏 덮어 쓰고 있을 뿐이었다.
재하는 방밖에까지 들릴 수 있도록 일부러 크게 소리를 냈다.
“그래, 은시경 니가 재신이 달랬다며. 고생했다.
테러범 때가 떠올랐나보네.”
처음 화를 내던 목소리와는 달라 시경이 의아해하며 눈을 들어보니, 여전히 재하의 눈은 매섭다.
시경은 다시 황급히 눈을 내리깔았다.
“밤새도록, 잠도 못자고 지킨다고 애먹었다.
밤새워 의자에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스스로 지어내는 재하의 얼굴은 화가 나서 울그락불그락 하고 있었다.
“야, 은시경, 너 죽을래?
지금 뭐하는 짓이야?”
밖에 들릴까 싶어서 목소리는 작았지만, 재하의 분은 충분히 담겨 있었다.
“죄송합니다.”
“뭐? 죄송? 이게 죄송하다면 끝날 일이야?
아, 진짜...나중에 얘기하자. 너 각오해!!!”
재하는 돌아서며 또 한 번 버럭 댄다.
“오늘 업무 겁나 많으니까, 빨리 씻고 집무실로 와!”
시경을 보내며, 머리를 흔드는 재하.
재하의 머릿속에서는 들어가자마자 봤던 장면이 떠나지를 않는다.
목에 붉게 피어올라와 있던 반점들......그리고 쇄골까지 아니 그 아래까지 열려서 벌어져 있던 재신의 잠옷.
씨스루처럼 비치는 재신의 잠옷 사이로 연한 살결이 비치고 있었다.
시경은 그런 재신의 허리를 감고 자신의 품 안으로 깊이 안고 있었다.
재신은 시경의 가슴에 손을 얹고, 얼굴을 묻은 채 폭 안겨서 잠들어 있었다.
서로의 몸이 완전히 밀착된 채 안고 있는 자세.
남자라면, 저 상태에서........
이것들! 뭔 일 낸 거 아니야?
이 새끼가!!!!
아니다 아니다......
재하는 또다시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은시경이다. 은시경. 저 은씨눈 저 놈이다. 저놈!!!
하아...하아....
혼자 분을 삭이던 재하는, 나중에 얘기하자는 말을 재신에게 겨우 남기고는 그 방을 나왔다.
3
재하는 공식일정 중에도 내내 얼굴이 구겨져 있었다.
시경이 옆에 있으면 더 짜증을 내는 듯했다.
수상은 재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걸 보자, 지레 겁을 먹고 알아서 슬슬 피해 다녔다.
오전에는 수상과 정책 회의, 오후에는 외국 대사관들과 친선 대담이 있었다.
사실 말이 좋아 친선 대담이었지, 안 그래도 요즘 분위기가 안 좋은 일본 대사가 끼여 있어서 재하의 심경은 그야말로 활화산이었다.
재하를 따라다니는 내내, 시경은 바늘 끝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대사들을 보며 웃고 있다가도, 어느 틈에 시경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는 해서, 시경은 깜짝 깜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오늘 따라 일본 대사의 말이 계속 재하의 신경을 긁고 있었다.
원래 그런 인물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말끝마다 왕비를 걸고 넘어지는데, 테러국 출신 운운에서 재하는 정말 한번 터질 뻔한 것을 겨우 참아내었다.
점점 머리가 찌근찌근해오자, 재하는 잠시 브레이크 타임을 가지자며, 30분 간 휴식을 갖기로 했다.
“아우, 정말.....이 썩을 것들!!!!”
정원으로 나와, 그들로부터 멀어지자마자, 입에서 욕지거리부터 나왔다.
시경은 그 욕을 자신에게 하는 것만 같았다.
재하가 슬쩍 시경을 돌아보며, 한 마디 던졌다.
“야, 은시경! 너만 따라와.”
다른 근위대원들로부터 몇 걸음 더 떨어져서 걸어가던 재하가 시경을 향해서 휙 돌아섰다.
“야!!!! 은시경!!!!! 너!!! 내가 누군 거 같냐? 어?”
“예? 전하.........대한민국 국왕 전하십니다.”
“그것 말고. 대한민국 왕 말고, 뭐냐고! 내가!!!!”
“무슨....말씀...이신지......”
“어휴~~내가 이 답답한 놈 때문에......진짜!!!!”
“죄송...합니다.”
“뭐가!! 뭐가 죄송한데? 어?”
“예?”
지가 죄송하다고 해놓고, 물으니까 또 순진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이 답답한 놈을 데리고 뭘 하겠다고.......
그래도 답답한 놈이라 믿었더니, 허 참!!! 어이가 없네.
얌전한 강아지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허...기가 막혀서!!!!
“야, 나, 이재신 오빠다.”
“예.”
“그리고, 나, 재신이........아빠기도 해.”
그 말에 고개를 숙이고 듣고 있던 시경의 코끝이 뭔가 시큰해진다.
전하께서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지 알 것 같았다.
일찍 선왕전하를 여의신 공주님께 아버지는 재강전하셨다.
그런데 지금 전하께서 그 역할을 맡으신 거라고 내게 말씀하시고 계셨다.
내 불찰이다.......
전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시경 자신도 자신이 이렇게 욕망에 무너질 줄은 몰랐다.
그것도 공주님을, 그토록 귀하디 귀한, 순백의 공주님을, 내가.........하아........
여기서 전하께 무릎을 꿇어도 모자랐다.
“죄송합니다........전하........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단호한 목소리에 재하는 그래, 당연히 그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지, 하다가 또 그 말에 다시 배알이 꼬이고 있다.
아 진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어?
그럼, 우리 재신이는?
이런다고 해도, 열이 차올라오고, 저런다고 해도, 열이 받고......
재하는 세상에서 가장 답답한 놈을 앞에 두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죽도록 열만 내고 있을 뿐이었다.
4
재하가 하루 종일 시경을 끌고 다닌 바람에, 늦은 밤이 되어서야 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와중에도 재하는 시경에게 업무를 산더미처럼 안겨주는 바람에 공주님을 뵈러 가는 건, 아예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오늘 이른 아침에 그렇게 나오고 공주님과 연락도 하지 못했다.
휴대폰을 꺼낼라치면, 재하가 눈을 부릅뜨고 짜증을 내는 바람에 문자 하나 보낼 수가 없었다.
이렇게 또 하루가 흘러버렸다.
이렇게 자꾸만 시간은 흘러가 버린다.
아까운 시간은 흐르고, 마음은 자꾸만 자신의 그린내를 향해 흐르기만 한다.
다음 날 시경은 아침 일찍 공주궁으로 향했지만, 공주님을 뵐 수는 없었다.
궁중 주치의가 다녀가고, 한바탕 홍역을 치른 듯했다.
“공주님 많이 편찮으신 겁니까?”
온 몸을 걱정하고 있는 시경이 안 돼보였는지, 궁중실장님은 시경에게 공주님 상황을 조심스럽게 알려주었다.
“어젯밤에 몹시 앓으셨습니다.”
“밤중에 말씀입니까? 그럼, 의사는 다녀가셨습니까?”
“예. 밤중에도 다녀가시고, 오늘 새벽에도 오셔서 진찰하시고 가셨습니다.
지금은, 좀 괜찮아지시기는 하셨지만, 진정제를 맞으셔서 주무시고 계십니다.”
“어디가, 어떻게, 불편하신 겁니까?”
“아마.....쇼크가 크셨던 듯 싶습니다. 보셨다시피....이틀 전에 그 사단이 나셨으니......
무리를 하셔서 감기 몸살까지 오신 것 같습니다.”
“아침까지는 괜찮으신 듯했는데........”
“예. 어제 그냥 쉬셨으면 되셨을 텐데, 굳이 재활까지 가시는 바람에......”
“예? 재활을 가셨다고요? 그 상황에서요?”
“저희가 아무리 말려도 워낙에 완고하게 가시겠다고 하셔서.....
......어제 제가 전하께 고해서라도 말렸어야 했는데......제 불찰입니다.”
“아닙니다. 궁중실장님. 제가....하아..... 모든 건......제 잘못입니다.”
가슴이 아픈 듯, 고개를 숙이는 시경을 궁중실장이 말없이 바라본다.
“잠시.....잠시만, 공주님 얼굴을 뵈어도 괜찮겠습니까?”
그 말에 궁중실장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근위대장님.
전하의 명 때문에......
공주님께서 주무실 때나, 밤에, 절대로 근위대장님이나 근위대원들을 방에 들이지 말라고 명하셔서........”
그래,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감히 일개 근위대원이 저 문을 열고 들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자꾸만 저 문을 열고, 그녀에게 다가가서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
괜찮으신지, 많이 편찮으신 건지......
혹시 자신 때문은 아닌지, 시경의 가슴은 타들어가기만 한다.
업무를 처리하다가도, 재하의 수행을 하면서도, 자꾸만 시경의 신경은 온통 공주님께로만 향한다.
재하의 눈짓에 몇 번 정신을 차리려 해도, 오후까지 업무를 어떻게 수행했는지, 자신도 알 겨를이 없다.
집무실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예.”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염동하와 함께 외부 업무를 수행한 김동욱이었다.
“대위 김동욱, 근위대장님께 복귀 신고 드립니다. 충! 성!”
“충성!”
생각해보니, 제주에서 돌아온 이후 이렇게 서로 개인적으로 본 적은 없었다.
김동욱은 원래 WOC 요원이 아니었지만, 자신이 자원해서 이번 작전에 투입되었다.
시경의 직감은 말해주고 있었다.
김동욱 스스로 무언가를 피해서 간 거라는 것을......
어쩌면 그 작전에 투입되려 했던 건,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제주, 그 바닷가에서 공주님의 제안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떠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궁으로 완전히 복귀한 건가?”
“아닙니다. 다음 작전에도 지원했습니다.”
“뭐? 다음 작전까지?”
굳이 연속해서 작전에 참여할 이유가 없건만, 왜 그러느냐는 물음을 시경은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그에게는, 뭔가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뭔가 단호한 표정으로 서 있던 김동욱이 고개를 들어 시경을 똑바로 바라본다.
“근위대장님!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뭐?”
“은시경 근위대장님, 공주님을......사랑......하십니까?”
그 순간 시경은 깨달았다.
동욱이 지금 자신을 근위대장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 복귀 신고를 위해 이곳을 들린 게 아니라는 것을......
지금 그는 자신을 남자 대 남자로 보고 있었다.
그러니 자신도 남자 대 남자로 김동욱을 대해야 한다.
“........사랑한다는...말로는.....부족하다.........
그 말로는.....다 표현할 수가 없어.”
그 말에 동욱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각오하고 들은 말이지만, 직접 귀로 듣는 것은 달랐다.
“한 가지 부탁드려도 됩니까?”
“뭔가?”
“한 번만, 계급장 뗄 수 있게 해주십시오.”
“무슨 소리야?”
“정말 단 한 번만, 계급장 떼고 근위대장님 앞에 서 있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김동욱의 눈에서 분노가, 울분이 느껴졌다.
한 번은......겪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좋아.”
퍽!!!!
좋다고 허락하는 그 순간, 바로 동욱의 주먹이 시경의 턱으로 날아왔다.
시경은 얼굴이 돌아간 채, 바닥에 넘어졌다.
입술에서 비릿한 피맛이 났다.
시경은 턱을 만지며, 천천히 일어나서, 분노에 가득차서 노려보고 있는 동욱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계급장, 다 뗀 건가?"
"아니! 아직 아니야.
은시경! 더 일찍 왔었어야지, 아니 가지 말았어야지.”
“......알고 있다.....나도....”
“아니! 당신은 몰라!! 절대로 몰라!!
공주님의 텅 빈 눈동자를 본 적 있어?
모든 걸 버린 듯한, 삶의 의욕을 모두 상실해 버린 듯한, 공주님의 눈을 본 적이 있어?”
“..................”
“난, 그 텅 비었던 눈에 웃음을 넣어드렸어.
적어도 비어있지는 않게 해드렸어.
당신이 그럴 수 있어?
또 다시 떠나서 그럴 거냐고! 공주님의 눈에 피눈물 쏟게 할 거냐고!!!”
“아니,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다.
절대로....다시는......공주님 곁을 그런 식으로 떠날 일은 없다.
그건, 내가......장담할 수 있다.”
꽉 깨물고 있는 동욱의 입술이 부르르 떨린다.
"근위대장님. 믿겠습니다. 다시는 공주님의 눈이 그렇게 텅 비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그리고 오늘 일, 죗값 받겠습니다. 영창에 보내신다 해도 달게 받겠습니다."
"나가 봐."
"예?"
“나가서 제대로 일 해. 흔들리지 말고.”
입술을 깨물던 동욱이 다시 경례를 붙이며 등을 돌려 나가려다가 시경의 목소리에 잠시 멈춰 섰다.
“김동욱 중위! 다음에는.......근위대장과 중대장으로 보자.”
소리 없이 동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기 전에, 공주님께....인사드리고 가라.”
“................”
문고리를 잡은 채, 동욱은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아직은.......아직은.....뵐 수가 없습니다.
아직은.......”
나가는 동욱의 등이 쓸쓸해 보이는 것을, 시경만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자신의 등도 저러할지 모른다.
5
정신이 든다.
거의 하루 반을 꼬빡 앓았던 것 같다.
다리를 다치기 전과는 참 비교가 되는 체력이다.
저질 체력........
예전엔 깡다구 빼면 시체였는데, 이런 일 하나에도 몸이 견뎌 내지를 못한다.
재활...가지 말았어야 했나....결국 이렇게 앓아누울 거면서......
머리가 복잡해서, 자꾸만 혼란스러워서, 운동이라도 하고 싶었다.
육체적으로 땀이라도 빼고 나면, 좀 낫지 않을까 싶었다.
저녁.......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고 멍하니 앉아 있으니 자꾸만 또 머리가 복잡해진다.
자꾸만 문을 쳐다보게 된다.
엄마도, 새언니도, 오빠도 다녀갔는데, 나는 자꾸만 저 문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는 기어코 궁중실장님께 물어보고야 만다.
“혹시.....나 아픈 동안, 찾아온 사람, 없었어요?”
“저.....”
궁중실장님이 뭔가 곤란하신 듯, 입을 다문다.
그가....왔다 간 걸까......
내가 바라본 건, 문이 아니라, 기다림이었다.
어제 새벽에 그렇게 나를 안던 사람이, 거의 만 이틀 동안 얼굴도 코빼기도 보지 못했다.
뭐야, 이 남자......
그날 침대에서 그랬던 건 뭐야.......
내가....너무.......그랬던 걸까.....
어제 일을 다시 떠올리니 얼굴이 또 홧홧하게 뜨거워진다.
궁중실장님이 보고 계실 텐데....부끄러워진 재신은 얼굴을 황급히 창 쪽으로 돌렸다.
“근위대장님께서........”
“네?”
근위대장이라는 말에 재신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확 돌렸다.
그리고는 금방, 자신의 마음이 드러났나 해서, 또다시 얼굴이 붉어진다.
나....왜 이래...진짜.....
“몇 번이나 찾아오셨습니다.”
“그랬...어요?”
“...........”
“그런데 왜, 안 들어왔대요?”
“그게....전하께서......”
하...그렇군. 이재하가 꼼수를 부렸군.
아까까지 묵직하던 마음이 그제야 풀린다.
“지금 몇 시죠?”
“6시 40분 좀 넘었습니다.”
“근위대 종례 시간, 6시 맞죠?”
“예.”
“그럼.....근위대, 지금은 좀 한가한 거 맞죠?”
“예. 6시에 퇴근을 하거나, 보초 근무를 서는 대원들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휴식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면....근위대장님께 내가 보잔다고, 연락 좀 해주세요.”
“예? 전하께서.....안 된다고.......”
“상관없어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실장님은 연락만 전해주세요.”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공주님, 은시경입니다.”
뛰어왔는지, 그의 목소리에 헐떡임이 묻어 있다.
궁중실장은 그에게 인사를 하고는 문을 닫고 나갔다.
온전히......그와 나만 남았다.
달려온 듯한 모습과는 달리, 그는 뭔가 주저주저하고 있었다.
뭐지.....저 모습은.......
어제와는 마치 다른 사람 같다.
아니지.....어제가 도리어, 평상시 그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침대에 앉아있는 내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앉아요.”
얘기를 안 하면 계속 서있을 것만 같아서 침대 옆 의자에 앉으라고 권하니, 그제야 쭈뼛쭈뼛하며 의자에 앉는다.
“괜찮.......으십니까?”
걱정이 묻어나온다.
그의 눈에도, 그의 목소리에도.......
아주 많이 참고 참은 마음이 작은 말 사이로 담겨서 나오고야 만다.
“응......괜찮아요. 나, 걱정....했어요?”
그는....한숨을 쉬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걱정.......
이 마음을.....그런 말로 다 담아낼 수 있을까.
공주님을 눈으로 담으며, 그녀를 보기까지 자신의 마음이 어땠는지 더 절실하게 느껴졌다.
“걱정했다는 사람이, 이제야 나타나요?”
“아, 저 그게........”
시경이 머뭇머뭇 대는 사이 갑자기 재신의 얼굴이 심각해진다.
그녀의 표정을 걱정스레 지켜보던 시경은 자신의 볼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놀라고 말았다.
“공주...님!”
공주님의 손이 시경의 왼쪽 입술을 만지고 있었다.
얼굴은 못마땅한 듯 찌푸려지고 있었다.
“뭐야....이거.....”
“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다친 거 같은데........
누가, 때렸어요?”
시경은 그저 지금 이 상황이 현실감으로 와닿지가 않았다.
그녀의 손이 자신의 입술을 매만지고 있었다.
그녀의 부드럽고 가는 손가락이 그의 입술을 스치며 저릿하게 만들고 있었다.
자신의 입술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눈빛이,
아플까봐 섬세하고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그녀의 손길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그저 이 시간이......계속 되기를........
끝나지 않기를.......
나른하고, 저릿하고, 간지러운, 그러면서도 저 안까지 심장을 떨리게 하는 이 순간이,
계속 되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었다.
“도대체 누가 이랬어요? 세상에....입이 완전히 터졌잖아.
누가 그랬는데? 말해 봐요. 이재하가 그랬어요?”
그런 시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재신은 연신 화가 난다는 듯, 누가 그랬는지 추궁해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시경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배어나오고 말았다.
풋............
“어, 왜 웃어요? 남은 지금 화내고 있는데?”
“흠흠....죄송합니다.”
“아니, 왜 웃었냐니까요?”
“.........공주님께서.......정말.........제 여자....친구 같아서........”
아........
주저주저하는 듯, 설레는 듯 나온 시경의 대답에, 순간 재신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자신이 너무 주책이었나 싶어 손을 거둬들이려 하자, 시경의 손이 그녀의 손을 꽉 잡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손을 입술로 끌어당겨 입을 맞춘다.
간지럽다.
간지러움이 재신의 가슴 저 안까지 침범해 버린다.
그의 눈이 온전히 재신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 시선이, 그 눈빛이 부끄러워 재신은 또 한 번 그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빗겨버렸다.
그 순간, 왼손으로 자신의 볼에 대고 있는 재신의 손을 쥔 채로, 그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입술로 다가갔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그녀의 입술을 훑었다.
부드럽고 낯선 느낌......
가슴 저 안까지 저릿하게 만드는 감각의 향연......
모든 감각이 입술로 집중되어 몸의 모든 마디마다, 세포마다 바르르 일어서는 것만 같다.
그의 검은 눈빛이 더욱더 깊게 변하고 있었다.
자신의 입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남자의 욕망이었다.
자신의 여자를 바라보는 눈빛, 빼앗고 싶어하는 남자의 눈빛.....내 거라고 낙인찍고 싶어하는 그러한 눈빛이었다.
조금씩 감정이 차올라오고 있었다.
천천히 그의 얼굴이 재신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어댄다.
재신의 볼은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볼이 붉어지는 만큼, 시경의 눈빛은 더욱더 검게 가라앉았다.
재신은 그의 숨이 자신 입술 근처에 닿을 만큼 다가오자 그제야 정신이 차려졌다.
안 돼.......
순간 재신이 고개를 돌렸다.
분명한 거부였다.
시경의 심장이....쿵하고 떨어진다.
싫으신....건가........
내가 너무 공주님께 들이대고 있는 건가........
얼굴이 빨개진 재신은 뭐라고 말을 건네고 있었다.
“저...저녁....저녁 먹었어요?”
한참을 듣고 나서야 무슨 말씀인지 알게 된 시경이 어설프게 답변을 꺼내고 있었다.
“아...아직.......원래....좀 늦게...그래서...아직은.......”
“그..그러니까....어서 저녁 먹으러 가요.”
“예? 저녁은...그다지.....”
“아...아니, 아니에요. 빨리 가요. 빨리!! 밥 먹어야죠. 밥........”
“공주님!”
“빨리 가요.”
그러더니 재신은 옆에 전화를 들어 궁인을 불렀다.
“예. 공주님.”
“근위대장님, 아직 저녁 식사 못 하셨으니까, 식당에 따로 차리라고 얘기해 두세요.”
“예. 알겠습니다.”
이게 갑자기 무슨 상황인지 시경은 파악도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궁인이 들어오자, 일어서 있기는 했지만, 공주님은 지금 무엇을 말씀하고 계시는 건지, 게다가 왜 갑자기 나가라는 듯, 이토록 밀어내시는 건지,
자꾸 야속해지기만 한다.
겨우 뵈었는데, 오자마자 내쫓기는 기분이었다.
왜.....이러시는 건지.......
내 욕심만 차려서, 부담스러우신 건지......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근위대장님 식당으로 안내해 드려요.”
“예. 알겠습니다.”
시경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재신은 궁인에게 식당으로 안내하라며, 시경을 밀어내고 있었다.
궁인까지 기다리고 있으니,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섭섭하고 서운한 마음을 뒤로 하고, 고개를 숙이며 나가려는데, 약간은 떨리는 듯한 공주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근위대장님..............감기라서요.”
“예?”
갑자기 공주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시경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감기라구요. 그래서...아까.....흠흠......그랬다구요.........”
공주님은 당황한 듯, 얼굴이 더욱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아까? 무슨?
아........그제야 시경은 공주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감기를 옮길까봐 자신의 키스를 거부하셨다는.....그 말씀이신 듯했다.
뭔가 가라앉던 무거운 마음이 단숨에 하늘 높이 치솟는 기분이었다.
공주님께서 싫어하신 게 아니었다. 그것만으로 살 것 같았다.
“공주님, 전 괜찮습니다.”
“네? 뭐가요?”
“전.......건강한 체질이라........감기에 잘 걸리지도 않고.....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니......그것 때문이라면.......다음에는..........안 그러셔도......”
이 무슨 낯뜨거운 대화법인지......
둘은 서로만 아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도, 서로의 얼굴은 붉어질 대로 붉어지고 있었다.
“알았으니까....어서 식사하러 가요.”
“그럼........그렇게 알고, 가보겠습니다.”
뭘, 그렇게 알아?
뭐야, 다음에 보면, 감기든 뭐든 키스하겠다고?
이 남자....정말....은근....밝히는 것 같다.
재신은 자신의 붉어진 뺨을 연신 두드려대며, 콩닥대는 가슴을 진정하지를 못해서, 부채질만 해대고 있었다.
6
다음 날 여전히 뭔가 자신을 감시하는 듯한 재하 옆에서 시경은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지금 남․북한 공조 사업에 대한 국제적인 시선은 그리 좋지 못했다.
서로를 도발하는 상황에서 양국의 갈등은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평화 체제 유지와 군사 훈련 협력 체제는 재하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어떻게든 이어가려 하고 있었으나,
수상도, 또 위쪽 상황도 모두 재하를 도와주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항아에 대한 국내, 국외의 시선 모두 조금씩 뒤틀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재하의 스트레스는 그 누구보다 셀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 모든 스트레스는 시경에게 폭발되고 있었다.
재신의 일도 일이었지만, 결국 재하는 시경을 나쁘게 말하면, 자신의 샌드백으로 삼고 있는 셈이었다.
어쩌면, 재하가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은시경뿐이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은시경 또한 그것을 이해하고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했다.
오늘도 수상과 거의 언쟁을 벌이다시피 소리를 지르다 나온 재하는 집무실에 앉아 씩씩대고 있었다.
시경은 마치 벌서듯이 재하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집무실에 앉아 지끈거리는 머리를 잡고 있는 재하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야! 이상우~! 오랜만이다? 어떻게 대한민국 왕보다 더 공사다망하시냐?”
이상우라는 말에 시경은 순간 움찔하며 긴장한 채 대화를 듣고 있었다.
“뭐? 야....너...참....어지간하다.
뭐, 어쩌겠냐. 숨길 수 없다는데.......
그래서 만나기로 했다고?”
만난다는 말에, 이상하게 시경은 뭔가 불안한 촉이 오고 있었다.
설마.......그건......아닐 거다.....
“그러든가. 여튼, 얼굴은 한번 보자. 그래.”
전화를 끊은 재하는 뭐가 재미있는지, 혼자 실실 웃으며, 시경을 놀리듯이 쳐다본다.
메마른 침을 삼키며 긴장하고 있는 시경이 재미있는지, 재하는 뭔가 기분 좋은 눈치였다.
목이 타오지만, 시경은 감히 여쭤볼 수가 없다.
시경이 뭔가 물어오길 기다리던 재하는 스스로가 참지 못해서 결국 시경에게 말을 던지기 시작했다.
“야~~ 은시경~~ 너 괜찮냐?”
“예? 무슨 말씀이신지........”
“너, 재신이랑, 한 달 잘 만나고 있는 거 맞냐고.”
“아.......예.........”
얼굴을 붉히는 시경을 보자, 재하는 스스로가 생각해도, 참 짓궂다 싶을 정도로 유들유들하게 시경을 놀리기 시작한다.
“그~~래? 내 생각에는 아닌 것 같은데?”
재하가 자신을 놀리는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시경은 입안이 자꾸 바짝바짝 말라온다.
자꾸만 아까 전화 온 이상우 씨와 연관된 이야기가 나올 것만 같아서, 심장이 불안하게 뛰기 시작했다.
“너~! 어떡하냐? 재신이 다른 남자 만난다는데?”
“예?!!!!!!!!!!!!”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시경에, 재하는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깜짝이야! 뭐야, 너! 왕 앞에서 자꾸 소리 꽥꽥 질러댈래?
이게 이젠 습관......”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재하의 버럭질은 귀에 안 들어오는 듯, 시경은 정색을 하고 따져 묻고 있었다.
그 서슬에 도리어 재하의 목소리가 약간은 주눅이 드는 듯 가라앉는다.
“어? 아니.....재신이 다른 남자 만난다고......너, 몰랐냐?”
“누구를.......만나신다는 겁니까!!!!”
어금니를 꽉 깨물며 화를 참는 듯한 시경의 목소리에 재하는 변명하듯이 술술 정보를 흘려대고 있었다.
“상우가.....방금 전화 와서 오늘 재신이 만난다던데?”
“오늘.....말씀입니까?”
“그....그래........”
재하는 자신이 왜 이놈 앞에서 주눅 들듯이 말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되면서도 여전히 시경이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해주고 있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전하.”
시경은 그야말로 당당하게 자신의 할 말만을 하고는 바로 나가버렸다.
허....참.......저놈...많이 컸네. 많이 컸어.
저게 나한테 인사도 안 하고 나가? 고개도 안 숙여?
기막혀 하는 재하를 집무실에 내버려둔 채, 시경은 공주궁으로 정신없이 달려갔다.
“어, 어! 잠깐만요. 근위대장님, 지금 공주님 나갈 채비 중이신데 나중에.........”
시경의 귀에는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이미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었다.
“어! 은시경 씨!”
막 나갈 채비가 끝난 듯, 재신이 화사한 얼굴로 시경을 돌아보고 있었다.
"지금.........어디.......가시는 겁니까?“
무겁게 내려앉는 그의 말에 재신의 얼굴 표정이 바로 굳어갔다.
그러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주위의 궁인들에게 잠시 나가 있으라고 내보내고는 그를 향해 돌아섰다.
“공주님.........지금.......어디! 가시는 겁니까!”
아까보다도 더 시경의 감정은 분명하게 전달되고 있었다.
지금 명백하게 시경은 재신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그게.....은시경 씨........”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는 재신을 보자, 시경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았다.
전하의 말씀이 거짓이라고, 잘못 아신 거라고, 그 말을 듣고 싶었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뿐이라고, 다른 남자가 아니라고, 그런 말을 그녀의 입으로 듣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무거운 침묵이........긍정하는 것만 같아서, 시경을 두렵게 했다.
“이상우......씨........만나러 가시는 겁니까?”
“.............................”
“공주님!!!!”
“.......오빠가.....말했어요?”
정말이었다.
전하의 말씀은, 나를 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실이었다.
“제게는.......왜.........아무 말씀 안 하신 겁니까?”
어렵게 내뱉은 시경의 말에 재신은 또다시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을 피하는 것만 같아서, 시경은 목이 탄다.
“다녀와서.......얘기하려고 했어요. 은시경 씨에게는........”
하아........
참았던 한숨이, 깊은 고뇌처럼, 고통처럼 그렇게 저 안에서부터 터져나왔다.
“다녀와서.......라고 하셨습니까?
만나시겠다는 겁니까?”
“은시경 씨.........”
“저는,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날 공주님께서 제게 한 달 만나보자고 하셨을 때,
저 외에 다른 남자 만나실 수 없다고, 한 달간은! 공주님.....하아....제...여자라고........
저는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시경의 목소리는 분노인지 고통인지 알 수 없는 채로, 마치 신음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
“미안해요. 은시경 씨.
그래도 나, 상우 오빠, 꼭 만나야 돼요.”
시경은 그 말에 주먹을 꽉 쥔 채, 아픈 듯, 화가 난 듯, 고통스러운 듯, 그녀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재신은 그런 그를 바라볼 수가 없어서, 어서 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문 앞에 세워둔 목발을 가지러 걸음을 천천히 떼고 있었다.
그의 옆을 천천히 한 발 한 발 지나가는 순간, 그의 손이 그녀의 팔을 강하게 잡았다.
그 바람에 재신이 균형을 잃고 비틀대자, 시경은 뒤에서 재신을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 당겨 꽉 끌어안아 버렸다.
하아.....하아......
재신의 숨소리가 할딱거리며 스며나온 순간, 재신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재신!!!!!!”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너무나 명백하게, 너무나 강한 어조로, 그리고 너무나 고통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가지 마........”
시경은 처음으로,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대했다.
자신의 여자에게 가지 말라고, 다른 남자를 만나러 가지 말라고, 고통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시경의 한숨소리가 깊어질 때쯤, 재신은 자신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있는 손을 천천히 풀어내었다.
시경의 손이 무기력하게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재신의 말은 또다시 시경의 가슴을 고통스럽게 찢어놓고 있었다.
“가야......해요........미안해요.”
그렇게 그녀는 문 옆에 세워둔 목발을 짚고 나가버렸다.
그렇게 시경은 닫힌 문 앞에서 닫힌 마음처럼 그녀가 나간 문만을 바라보며 마음도 몸도 얼어붙은 듯 그저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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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무 오래 기다리시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저도 사실 이렇게 늦게 가지고 오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저번 회가 5주만에 가지고 온 거였는데, 이번도 1달 하고 이틀이 지나버렸습니다.
적어도 그보다는 더 빨리 가져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직장에 조직 개편이네 뭐네 하며 엄청난 일폭탄들이 터지는 바람에,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기다려주신 님들께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__)
언제 올라오느냐고, 댓글이며 방명록에 글 남겨주셨는데, 언제가 될지 알 수가 없어서
답글조차 못 달아드렸어요. ㅠㅠㅠㅠㅠㅠ
게으른 절 용서하시길......
2
사실 24회는 틈틈이 계속 적어오고 있어서, 진짜 빨리 가져올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지요.
그런데 의외로 마무리가 안 돼서, 이렇게 한참을 끌어버렸습니다.
사실 오늘도 생파를 하고 2시 반에 들어와서 2시간 반 넘게 작업해서 겨우 올리게 되었네요.
뭔가 마음에 안 들어서, 자꾸 고치고 해보지만, 여전히 마음에 안 듭니다.
그저 다, 제 능력이 부족한 탓이니,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려요.
3
배경음악은 젬마님께서 보내주신 포맨의 Say I Love You입니다.
이 곡은 저번에도 배경음악으로 쓴 적이 있었는데요.
이 곡은 들으면 들을수록 시경의 마음인 듯해서, 자꾸 빙의가 되네요.
사실 전 거의 한 달 동안 이 곡을 들으며 24회를 써오고 있어서 마치 은시경이 부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듭니다.
불안한, 겁나는 시경의 마음이 자꾸만 느껴져서 그 마음 때문에 글은 적지도 못하고, 눈을 감고 시경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보기도 했다지요.
안타깝게도 그 이야기를 다 표현하지 못하고, 기록하지 못해서, 그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24회를 쓰면서 유독 은시경 앓이를 했습니다.
너무 그리워서, 너무 보고파서 글을 적지 못하기도 했다지요.
그 이야기는 이미 잡담에 풀어둔 부분이 있어서 다 아실 듯요.
4
왜 이렇게 끊었냐며, 이 담은 왜 없냐며, 화내실 여러분들의 소리가 막 들리는 듯합니다.
그저 용서하소서.......
필력이 안 되는, 능력 없는 글쟁이 때문이니......
잠시 분노는 접어두시길.........
이번 회는 참.....생각대로 글이 안 된 회였습니다.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글이 풀려서 계속 새로 엎고 다시 쓰고 그러고 했지만, 여전히 마음에는 안 듭니다.ㅠㅠㅠㅠㅠㅠㅠ
그러나 은시경은 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듯했어요.
스스로 얘기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그가 하는 대로 따라가보기도 했습니다.
이게 맞는 건지, 저게 맞는 건지, 저도 이젠 모르겠지만,
제게는 여전히 살아숨쉬는 은시경인지라, 그가 원하는 대로, 그가 원하는 방향대로 풀어내 보았습니다.
글을 쓰면서, 나는 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쓰는 걸까.......싶어 몇 번이나 고쳐보려 했지만,
그것도 참 안 되네요.
몇 번 고치러 들어갔다가, 더 구질구질하게 쓰기도 해서, 그냥 손을 놓아버렸습니다.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건 전개는 없고, 이 무슨 구질구질한 감정들이냐고 말씀하신다면, 사실 할 말이 없다지요.
생겨먹은 게 이래서 그런가 봅니다.
괜히 구질구질한 감정들 때문에 읽으시며 힘드시지나 않으실지, 지루하시지나 않으실지 걱정이 됩니다.
당기못은 쓰는 글쟁이도, 그리고 내용도 무진장 느립니다.
그래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너무 기대치 마시고, 별 기대 없이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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