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신상플)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27 - 한 남자의 사랑법
<silver님께서 주신 당기못 대문짤~~ 감솨감솨합니다.^^>
<디씨 그러하다 횽이 주신 당기못 대문짤~~저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__)>
* 위의 배경음악을 틀고 읽어주세요.(반복 재생해주세요.)
한 남자 / 김종국
참 오래됐나봐 이 말조차 무색할 만큼
니 눈빛만 봐도 널 훤히 다 아는
니 친구처럼 너의 그림자처럼
늘 함께 했나봐 니가 힘들 때나 슬플 때
외로워할 때도 또 이별 앓고서
아파할 때도 니 눈물 닦아줄
한 남자가 있어 널 너무 사랑한
한 남자가 있어 사랑해 말도 못하는
니 곁에 손 내밀면 꼭 닿을 거리에
자신보다 아끼는 널 가진 내가 있어
너를 웃게 하는 일 오직 그것만 생각하고
언제 어디서나 너를 바라보고
널 그리워 하고 니 걱정만 하는
한 남자가 있어 널 너무 사랑한
한 남자가 있어 사랑해 말도 못하는
니 곁에 손 내밀면 꼭 닿을 거리에
자신보다 아끼는 널 가진 내가 있어
천 번쯤 삼키고 또 만 번쯤 추스려 보지만
말하고 싶어 미칠 것 같은데
널 와락 난 안고 싶은데
한 여자가 있어 이런 날 모르는
사랑 받으면서 사랑인줄도 모르는
나만큼 꼭 바보같은 슬픈 널 두고
이 순간도 눈물이 나지만 행복한 걸
니가 곁에 있기 때문이야
1.
식당으로 들어서는 재신을 흘낏 보는 재하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았다.
또 왜 저러나 싶었지만, 뭔가 캥기는 듯, 재신도 묵묵히 앉아 아침을 들고 있었다.
영선도, 항아도, 둘이 뭔가 일이 있었나 싶지만, 저러다 말겠지 싶어서 그냥 내버려두었다.
요즘 재하의 심기가 보통 불편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두 사람은, 그저 내버려두는 게 약이다 싶었다.
재신 역시, 요즘 재하의 상태가 극과 극을 오가고 있는 걸 알기에, 그저 조용히 걸리지 말고 밥이나 먹고 가자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건 재신이 그렇게 마음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이재신!”
재하가 자신을 부르자, 재신은 올 것이 왔다 싶었다.
재하의 눈이 뭔가 시비조였다.
그렇다면 받아쳐주는 게 예의겠지.
“왜? 아침부터.......”
“너, 모기 물렸냐? 목에 왜 그래?”
“어? 어? 아, 아니야.”
목?
순간 재신이 당황하고 말았다.
“그러네. 재신아 너 목이 왜 이렇게 빨갛니?
그러고 보니, 한 군데가 아니네. 얘, 재신아, 너 어제 바깥에 오래 있었니?”
영선까지 가세해서 물어오자, 정말 추궁이라도 당하는 듯, 재신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런 재신을 재하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어? 어. 엄마.....어제 별 본다고 밖에 좀 있었더니...물렸나 봐.”
“얘는..... 너 드레스도 입어야 하는 애가 그렇게 물리면 어떡하니?
근데 얘, 너 모기가 심하게 물었나 보다.
이곳 저곳 다 그런데?”
“약...약....바를게. 신경 쓰지 마시고, 식사하세요.”
그 순간 재하가 짜증난다는 듯이 숟가락을 식탁 위에 탁 하고 던지듯이 놓았다.
놀라서 모두가 쳐다보자, 재하가 먼저 나가보겠다며, 식당 밖으로 나가버렸다.
“얘, 새 아가, 쟤 왜 저런대니?”
“그건 저도 잘 모르갔디만, 오마니.....너무 신경 쓰지 마시라요.
외교건 때문에 쪽챙이처럼 뾰족하니 그러디만, 일엄슴네다.
저러다 저풀에 말갔디요.”
“그러면 다행이고......
새 아가 너한텐 막 화내고 그러지는 않니?
그러면 참지 말고 꼭 나한테 얘기해.
그런 건 그냥 두면 안 돼. 혼을 내야지.”
“오마니, 일엄슴네다.
걱정하디 마시라요. ”
“그렇다면 진짜 다행이고.......”
재신은 이러다 들킬까 싶어서 자신도 먼저 일어나겠다고 말하고는 나와 버렸다.
문을 열고 참았던 숨을 내쉬는 순간, 복도 앞 재하가 노려보며 서있었다.
“오..오빠.......!”
“야, 너들 어제 어디 갔었어?
“어? 그 그냥........”
“어.디. 갔.냐.니.까?!!!!!”
재신이 당황하면 할수록 재하는 뭔가 더 열을 받고 있었다.
“성곽에.......”
“별 일, 없었냐?”
“아, 아니 아무 일도 없었어.”
“그래? 그래서 모기를 물렸다?
흐음.....
뭘 했길래, 하나는 앓아눕고, 하나는 잠 못 자서 이렇게 상태가 허여멀개?”
“뭐? 은시경 씨, 아파?”
재신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재하가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잠시 눈썹을 찌푸리는 것조차 재신은 알아채지 못했다.
“많이 아프냐니까?”
“글쎄....난 모르지. 니가 더 잘 아는 거 아니야?
어제 둘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니가 더 잘 알 텐데.....아니야?”
“어? 어....일은 무슨 일....그런 거 없어.
나 갈게.”
재신은 목발을 짚은 채, 최대한 빨리 재하의 시선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그러나 아이큐 180의 위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목을 언급한 것부터 알고 있다는 걸 내게 비춘 거였다.
“공주님은...오늘...저를 그냥.....보내셔야 했습니다.”
낮고 강했던 그의 목소리가 또다시 머리를 울리고 있었다.
또다시 심장이 쿵쿵거리며 뛰어댄다.
2.
방에서 이리저리 고민을 하던 재신에게 궁중실장이 재활하러 갈 시간이라며 알려주었다.
그러나 재신은 그 말을 집중해서 듣고 있는지 어떤지 알 수 없는 채, 아무 대답도 없이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공주님? 공주님?”
궁중실장이 몇 번이고 부르고나서야 재신은 놀란 듯 대답했다.
“네? 뭐라고 하셨어요?”
“재활 가셔야죠.”
“아......네........”
목발을 잡고 몇 발짝 움직이던 재신이 갑자기 멈춰 섰다.
“실장님, 저....오늘 취소해주세요.”
“예? 취소 말씀이세요?”
“네. 오늘은.....못 간다고 애기 좀 해주세요.”
“왜, 몸이 불편하세요? 공주님?”
“아니, 아니에요. 그런 거......
일단 병원에 못 간다고 얘기만 전달해주세요.”
아까부터 멍하던 머리가 갑자기 맑아진 기분이었다.
재신은 목발을 내려놓고 휠체어를 탄 다음, 식당으로 향했다.
조리장에게 몇 가지 재료를 구해달라고 해서는 한 시간 넘게 식당에 머물며 죽을 끓였다.
야채죽을 끓이려다가, 소고기죽으로 급선회해서 시간이 좀 더 걸렸다.
보온통에 죽과 조리장이 내주는 몇 가지 반찬들도 담아두었다.
그 사이에 미리 얘기해 놓은 탕약실에서도 감기 몸살에 먹는 탕약이 다 되었다며 재신에게 전해 주고 갔다.
재신은 탕약을 받자마자 바로 염동하 대위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공주님, 어쩐 일이십니까?”
“염동하 씨, 혹시 바빠요?”
“예? 지금 말씀이십니까?”
“네. 한 시간 정도 시간 있어요? 아니, 한 시간까진 아닐 거예요. 30분 정도?”
“예. 괜찮습니다. 저녁에 전하 수행하는 것 외에는 다른 일은 없습니다.”
“그러면....나...어디 좀 데려다 줄래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어디, 멀리 가십니까?”
“아니 안 멀 거예요. 염동하 씨 개인차로 좀 부탁할게요.”
“언제까지 차 준비시킬까요?”
“지금 바로 돼요?”
“예.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시켜 놓겠습니다.”
지금은 잘 하는 짓이 맞는지, 여전히 재신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오늘만은, 머리로 따지지 말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자고,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재신은 염동하 대위와 함께 오피스텔의 문 앞에서 뚫어질 듯 문을 노려보며 서 있었다.
재신이 목발을 짚고 오느라 동하가 보온통과 약을 들고 같이 올라온 것이었다.
재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동하가 초인종 벨을 눌렀다.
그런데 아무리 눌러도 안에서는 답이 없었다.
“혹시.......은시경 씨, 다른 데 있는 거 아닐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공주님.
아까 분명 조퇴하실 때, 제게 집에 있겠다고 하셨는데요.”
“병원에 갔을 수도 있잖아요.”
“군인들이...사실 병원에 잘 안 갑니다. 공주님.”
“그래요? 그럼...왜 안 열어주지?
자는 걸까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굉장히 피곤해 하시는 목소리셨는데....
아니면 공주님 전자도어니까 그냥 문을 열까요?”
“번호, 알아요?”
“제 생각엔......이 번호지 싶은데.....”
“아는 비밀번호라도 있어요?”
“예전에...제게 비디오 맡기실 때, 비밀번호를 알려주신 적이 있는데,
왠지 그 번호일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럼, 눌러봐요.”
동하가 누르는 번호를 하나하나 눈으로 따라가며 보다가 재신은 순간 놀라고 말았다.
따라랑.....
경쾌한 소리를 내며 도어락이 풀렸다.
“아, 맞습니다. 공주님. 역시 그 번호가 맞았지 말입니다.”
“.....그 때도....2년 전에도......은시경 씨가 이 번호를 알려줬었어요?”
“예.”
이상하게 재신의 마음이 자꾸만 뭉클해진다.
그것은.....재신의 생년월일이었다.
같이 현관문 안으로 들어서자, 원룸 스타일의 집이라 바로 시경의 침대가 보였다.
시경이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것을 확인하자, 재신은 나중에 연락하겠다며 동하를 조용히 궁으로 돌려보냈다.
재신은 목발을 현관문에 걸쳐두고 안으로 들어갔다.
재신이 와도 시경은 일어나지 못하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많이 피곤했던 건지, 아픈 건지.....알 수가 없었다.
혹시 많이 아픈 건가 싶어서 덜컥 겁이 난 재신은 침대 머리맡에 앉아서 시경의 이마를 손으로 짚어보았다.
다행히 미열 정도만 느껴질 뿐, 그리 뜨겁지는 않았다.
혼자 누워 있는 시경이.....재신은 뭔가 짠했다.
이 남자.......아파도 혼자 이렇게 앓고 말았겠지 싶었다.
은실장님은 궁에 출근하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일하신 분이었다.
그렇다면, 이 남자, 아플 때는 결국 혼자서 이렇게 끙끙댔다는 얘기였다.
자꾸만 코끝이 시큰해졌다.
재신의 손이 가만히 그의 볼을 쓰다듬었다.
그 손길을 따라 미간을 찌푸리던 시경의 얼굴이 조금씩 편안해지고 있었다.
3
누워 있는 시경을 두고, 재신은 혼자 분주히 움직였다.
어차피 빨리 움직일 수 없는 몸이지만, 그래도 천천히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물을 끓여 탕약을 데우고, 그가 일어나면 바로 죽을 먹이기 위해, 식탁에 대충 음식을 차려두었다.
그래도 그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까 미열이 있었다 싶어, 재신은 욕실에서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을 가져왔다.
그의 얼굴을 닦아주다가 목까지 내려오니, 젖은 수건 때문에 셔츠 끝이 자꾸만 젖는 것 같았다.
망설이던 재신은 결심한 듯, 약간은 떨리는 손으로 셔츠의 단추 몇 개를 풀었다.
마치 큰일을 한 것 마냥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그의 목 언저리를 닦고는 이제 다 됐다 싶은 순간, 재신은 시경과 눈을 마주쳤다.
그 순간 재신의 손이 그대로 멈추었다.
아......
그가 눈을 뜬 채 재신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다가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는 수건으로 자신을 닦아주고 있는 재신의 손을 잡았다.
그의 동작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재신은 그저 멍하니 그가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꽉 잡은 채로 다시 그가 눈을 감았다.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이윽고 그의 입술이 열렸다.
조금은 허스키한 듯한 그의 낮은 음성이 울렸다.
“.........꿈......입니까........”
“아니에요.”
그 말에 놀란 듯 그가 다시 눈을 떴다.
그의 손이 그녀의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과 시선 앞에서 재신의 얼굴이 점점 빨개지고 있었다.
“정말....공주님이십니까?”
“응......나 맞아요.”
“어떻게.....여길......”
그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손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살결이 분명 그녀가 자신의 눈앞에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이곳에 있다는 것이 현실로 느껴지지 않았다.
“은시경 씨, 아프다고 해서.....”
“아....괜찮습니다. 몸살기가 있어서......
공주님께서 오실 곳이 못 되는데.....”
시경은 당황한 듯 일어나 앉으려 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어깨를 재신이 살그머니 눌렀다.
“그냥 누워 있어요.
아플 땐, 그러는 거예요.”
놀란 듯 그녀를 바라보는 사이, 그녀의 서늘한 손이 시경의 이마를 짚었다.
그 순간이 이상하게 시경을 뭉클하게 했다.
“미열만 있어요.
그냥 몸살인가 봐요.
그래도 열은 많이 안 나서 다행이에요.”
시경은 자신을 걱정해주는 그녀의 모습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아주 어렸던 어느 날.....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라 자꾸만 울컥거렸다.
“공주님.....”
그의 목소리가 잠긴 듯 낮게 울렸다.
“잠시만 누워 있어요.”
그런 그를 눕혀 놓고, 재신은 천천히 걸어서 식탁에 올려둔 죽을 그릇에 뜨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가져온 김치와 반찬을 차리고, 숟가락과 젓가락, 물컵까지 꼼꼼히 준비해 두었다.
그리고 이미 식어버린 물을 끓여서 탕약을 다시 데웠다.
시경은 하지 말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벅차올랐다.
분명 하지 마시라고, 공주님께서 하실 일이 못 된다고 머리로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뱉어지지가 않았다.
자신을 위해서 해주시는 행동 하나하나가 자꾸만 뭉클하게만 했다.
재신은 그렇게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죽 먹으러 가요. 뭐라도 먹어야 약을 먹죠.”
그가 일어날 수 있도록 그의 팔을 잡아주었다.
말을 잘 듣는 아이처럼 시경은 그녀의 말대로 따르고 있었다.
작은 아일랜드식 식탁 앞에 시경을 앉히고, 재신도 그의 곁에 앉았다.
그는 그저 자신의 앞에 놓인 죽을 뚫어지게 바라볼 뿐, 먹으려 하지는 않았다.
입맛이 없는 건가 싶어서 재신은 걱정이 되었다.
그의 곁으로 더 당겨 앉으며 숟가락으로 죽을 떠서 시경에게 내밀었다.
시경은 자신 앞에 일어나고 있는 일을 눈으로 보고 있어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꿈이 틀림없었다.
너무나 갖고 싶었던 꿈....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꿈.....
그 꿈이 지금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공주님.......”
“아......해요.”
“제가.....먹겠습니다. 그러니까......”
시경이 당황하고 있었다.
“아플 땐......그냥......아픈 척 해요.”
“제가........”
“그냥......기대요. 나한테.......
몸 아파서 아무 것도 먹기 싫죠?
그럴 땐 누가 이렇게 강제로 먹여야 먹힌다니까요?
공주가 먹여주는 거니까....설마 안 먹을 수는 없을 거고....
아, 해요. 빨리......”
분명 자신이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시경은 오늘만은 호사를 누리고 싶었다.
이런 사치를 오늘만은 정말 누리고 싶었다.
그녀가 떠주는 죽을 입 안에 넣었다.
자꾸.....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가슴이 자꾸만 울컥거린다.
“여섯 살 때가.....마지막이었습니다.”
“응?”
“아플 때.....누군가 저를 챙겨주셨던 게........”
아.....
재신의 마음이 짠해진다.
이 남자.......가슴을 자꾸 메이게 한다.
언젠가 그에게서 들은 말이 생각났다.
아프셨던 어머니.....어머니와의 마지막 외출.....
그랬겠구나 싶었다.
외로웠을 어린 소년의 마음이 지금도 느껴졌다.
이렇게 넓은 가슴으로 늘 품어주는 줄만 알았던 한 남자가
알고 보면 평생 외로움을 가슴 가득 묻어두고 살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아팠다. 이 남자가.......
“그러면, 지금 나한테 다 받아요.”
“예?”
“은시경 씨는 지금부터 숟가락을 들면 안 돼요.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먹여줄 거니까.”
그렇게 재신은 한 숟가락씩 그의 입 안으로 넣어주었다.
간간이 반찬까지 얹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먹여주었다.
모르겠다. 그러고 싶었다.
그에게 위로를 전해주고 싶었다.
이때까지 잘 견뎠다고, 힘들었겠다고, 그의 대견한 어깨를, 어린 시절 그 소년을 토닥여주고 싶었다.
그래도 참...열심히 살아왔다고, 고생했다고,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다.
분명 그라면, 괜찮다고 할 텐데.....오늘 그도 그녀의 마음을 오롯이 받아주었다.
아니 그녀의 마음을 느낀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위로의 손길을, 그 토닥여주는 손길을, 벅찬 듯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재신은 가스렌지 쪽으로 걸어가서 뜨거운 물에 데워둔 턍약을 그릇에 부었다.
선 채로 뜨겁지 않은지 새끼손가락을 넣어서 온도를 재어보는 재신을 시경은 식탁에 앉아서 뚫어질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시경과 눈이 마주치자 재신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거, 원래 이렇게 해야 하는 거예요.
울 엄마가 늘 이렇게 하시는데, 원래 이런 거예요. 안 더러워요. 나 손 씻었어.”
당황해 하는 그녀에게로 시경은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더니 탕약이 묻은 재신의 새끼손가락을 시경이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빨았다.
뭔가 자꾸만 가슴이 간질간질거리고, 알 수 없는 긴장감에 피하고만 싶은데,
그의 눈은 그녀를 꼼짝도 하지 못하게 묶어두고 있었다.
“은....시경 씨.......”
괴로운 듯, 당황스러운 듯 부르는 그 소리에 시경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를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
하아.........
언제나 가슴을 저릿하게 만드는 그의 한숨소리가 재신의 귓가로 흘러들었다.
“자꾸 제게 이러시면 전 어떡해야 합니까?”
“응?”
“공주님....때문에......정말...저...미칠 것 같습니다.”
심장이 쿵쿵 뛴다.
그의 품 안에서 자꾸만 가슴이 떨린다.
“분명, 저, 벌 받고 있는 중인데......
어제.....공주님께.......감히.....그런 짓을 해서......분명 벌 받는 중인데...
벌이....아니라 상인 것 같습니다.”
시경은 그녀를 자꾸만 자신의 품에 깊이 안고만 있었다.
어제.......어젯밤.....
재신의 얼굴은 확 달아오르고 말았다.
4
그가 벽을 주먹으로 쳤을 때, 그 울림이 재신의 심장을 강타해버렸다.
무언가가 일어날 듯한, 그 긴장감 속에서 재신은 두려울 뿐이었다.
그의 한숨 소리가 진하게 배어나왔다.
팅...하고 금속의 소리가 울리던 순간, 재신은 얼어붙고 말았다.
심장만 크게 쿵쿵 뛰며 울리고 있었다.
그가....문을....잠갔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천천히 그가 그녀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재신에게 가까워올수록 재신은 심장만 꼭 누르며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떨렸다.
두려웠다.
그의 눈이 너무나 검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단 한 순간도 그녀의 시선을 놓지 않았다.
그가 가까이 올수록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의 긴장을 견뎌낼 수가 없었다.
“은.....시.....경....씨.......”
목소리가 덜덜 떨리는 채로 흘러나왔다.
마치 내 목소리가 아닌 듯....그렇게 떨고 있었다.
“공주님은...오늘...저를 그냥.....보내셔야 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깊게 잠겨 있었다.
허스키하게 잠긴 목소리가 가슴을 떨리게 했다.
그의 손이 내 볼을 쓰다듬었다.
그의 눈을 바라볼 수가 없다.
두려웠다. 온 몸이 떨려왔다.
그의 눈이 나를 너무나 강하게 제압해 왔다.
심장이 펄떡대다 못해,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두려웠다.
달릴 수 있었다면, 난 뛰어 달아났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건 내 생각일 뿐이었다.
어쩌면 내 두 다리가 멀쩡하다고 해도 도망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은...시.......흡!”
그의 입술이 밀려왔다.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그는 내게 밀려 와서 그의 힘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의 힘에 밀려 나는 뒤로 눕혀지고 말았다.
그 위로 그가 내게로 쏟아졌다.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그는 내게 다가왔다.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그는 나를 안으며, 내 입술과 혀를 빼앗으며, 그렇게 미친 듯이 나를 탐닉하기 시작했다.
그의 입술을, 그의 혀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내 혀에 얽혀 들어오는, 너무나 강하게 감싸 오는 그의 혀에, 숨을 쉴 수도, 정신을 차릴 수도 없었다.
몇 번이나 꿈틀대는 나를 그는 너무나 간단하게 제압해버렸다.
그의 가슴을 밀어내는 내 두 손은 이내 그의 강한 손에 잡힌 채 위로 올려졌고, 그는 무방비하게 누워있는 내 위로 올라와
가쁜 숨을 내쉬는 내 입술을 깊게 빨아 당겼다.
아무리 헐떡대고, 아무리 고개를 저어도 그의 힘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그의 입술이 유린하는 대로 그렇게 헐떡이며 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달라 보였다.
분명 거칠게 입술을 빼앗고 있는데, 뭔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의 입술은 너무나 깊게 들어오고 있었다.
혀와 혀가 얽히고, 입술과 입술이 서로 맞닿으며 자꾸만 새된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의 손이 꽉 잡고 있던 내 손을 놓아주는가 싶더니, 내 어깨로 내려와 쓰다듬었다.
이내 그의 손은 가슴으로 내려와 더듬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스칠 때마다 자꾸만 할딱거리는 숨이 뱉어졌다.
그러나 그 숨마저도 그의 입술은 앗아가고 있었다.
(삭제)
그의 손이 스치자, 재신은 부끄러움에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하얗게 비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의 손길이 스칠 때마다, 뭔가가 온몸으로 자꾸만 흘러다니는 듯했다.
머리끝까지 쭈뼛해지고 있었다.
(삭제).
아아......
그가 입술로 빨기 시작하자, 미칠 것 같은 저릿함이 온 몸을 훑고 다녔다.
(삭제) 발가락이 저절로 꿈틀대고 허리가 자꾸만 휘어졌다.
그의 입술은 너무나 자극적이었다.
절로 허리가 비틀리고, 자꾸만 입술에서는 야한 신음소리만 새어나오고 있었다.
(삭제)
단숨에 그의 근육질의 몸이 그대로 드러났다.
단단한 그의 가슴에 재신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가져다대었다.
그녀의 손이 주는 감촉은, 시경의 남아있던 마지막 이성을 완전히 걷어내 버렸다.
(삭제)
그 모든 것들이 시경을 미쳐버리도록 만들고 있었다.
(삭제)
시경도 재신도 헉헉 거리는 야한, 달뜬 신음을 뱉지 않을 수 없었다.
온 방 가득 두 사람의 색스러운 신음으로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삭제)
분명 낯설고 두려웠지만, 그만큼 감각들은 뜨겁게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나 재신 자신도 어디서 이런 열기가 흐르는지 알지 못했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자신을 그에게 자꾸만 끌어당기고 있는 듯했다.
뭔가 자꾸 애타고, 더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
분명 부끄러운데, 다 차지 않는 마음....
재신은 그의 매끄러운 살결...단단한 가슴......을 부드럽게 쓸어보았다.
단단히 잡히는 그의 근육이 그의 몸을 더욱더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손바닥으로 부드러운 그의 살결이, 그러나 단단한 그의 근육이 느껴졌다.
그 손길에 시경은 놀란 듯, 그녀를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그의 눈빛이 검게 가라앉으며, 그녀에게 또다시 거칠고 급하게 달려들었다.
그것은 폭주였다.
그의 폭주.....
(삭제)
아!
“잠깐만......잠깐만요...은시경 씨 흡.....”
그의 입술이 그대로 그녀의 입술을 막으며 미친듯이 빨아당기고, (삭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의 손이, 그의 입술이 주는 쾌감에 그녀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그저 울음 같은 신음만 겨우겨우 뱉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똑똑......
지속적으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서로의 입을 맞춘 채로, 그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몸을 훑는 채로 둘 다 얼음이 되었다.
“공주님!!! 공주님!!!!”
궁중실장님이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아...네.....실장님.....”
뭔가 쉰 듯한, 떨리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대답을 하고 있었다.
“공주님, 괜찮으세요?
신음소리가...나는 듯했는데.......”
“네?!!! 네......아....괜찮아요.”
“혹시, 악몽이라도 꾸셨어요?”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냥...네....잤어요.”
“네...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전하께서 공주님 들어오셨는지 꼭 직접 확인해보라고 하셔서 왔는데
문이 잠겨 있어서......”
“저, 괜찮으니까....실장님도 가서 쉬세요.”
떨리는 듯 새어 나온 재신의 대답에, 결국 궁중실장은 알겠다며 돌아섰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재신의 위에서 재신을 끌어안고, 그녀의 목에 입술을 묻고 있는 이 남자 때문에 재신은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그의 거친 숨소리가 자꾸만 귀를 간질이며, 심장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었다.
지금......이 남자와 나는 무엇을 한 것일까.....
이 남자는...지금....내게 무엇을 요구하는 것일까.....
아까까지는 심장의 열기대로 끌리는 대로 서로에게 다가갔다면 지금은 확실히 달랐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단순히 순간적인 본능에 충실해서 움직였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지금은.....분명 이성적인 판단이 충분히 개입될 수 있었다.
그것을 이 남자도, 나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하아.......
그의 깊은 한숨소리가 그녀의 목을 뜨겁게 만들고 있었다.
어떡하지......
재신은 그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분명, 그녀는 지금 그를 밀어내야 하는 게 맞았다.
그의 뺨을 때리든, 아니면 그의 가슴을 밀어내든, 정신 차리라고 적어도 한 마디를 해주어야 했다.
그래야 그나마 공주로서의 체면 정도는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재신은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가 없었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목을 다시 천천히 입맞추고 있었다.
부드럽고 말랑하지만, 뜨거운 숨결이 자꾸만 목을 간질이고, 그럴 때마다 재신의 온 몸에는 자글거리는 느낌들이 흘러다녔다.
입술에서는 또다시 신음이 흘러나오려 했다.
“은...시...경.....씨......”
재신은 온 힘을 다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자신의 남은 이성을 끌어 모아, 떨려오는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간신히 불렀다.
그는.....자신이 조금만 움직여도, 조금만 거부의 몸짓을 해도, 멈출 것이다.
재신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조금만 싫어해도, 그는.....절대로 자신을 범하지 않을 사람이다.
그의 이름만 불러도, 그는.......멈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적중했다.
그가 그녀를 가슴에 꽉 끌어안았다.
헐떡이는 숨소리가 재신의 심장을 파고들 정도로 힘들어보였다.
그는 지금 참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남자를 누르고 있었다.
그래, 그는....이런 남자였다.
내게 거침없이 다가오면서도, 한없이 참아주는, 그런 남자였다.
그의 손이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향해서 또다시 내려오다가 순간 멈추었다.
그리고는 그 사이를 그의 손이 대신했다.
그의 손은 마치 입을 맞추듯이, 그녀의 입술을 쓸었다.
마치 다가가면 못 참을지도 모르겠다는 듯이, 그는 멈추어 서서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고 있었다.
그것이 정말 가능할지....그의 눈이 이토록 타들어가고, 갈망으로 깊어지고만 있는데,
그는.....자신의 욕망을 이를 악물고 참아내고 있었다.
그것을 눈으로 직접 목도하는 것은,
한 남자가 자신의 욕망을 자신의 저 안으로 밀어넣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참으로 경이에 가까웠다.
꾹꾹 밀어넣는 자신의 욕망을, 자꾸만 드러나려는 남자의 마음을,
재신은 그의 눈 안에서 발견하며, 가슴만 두근대고 있었다.
다가오는 남자도 두근대지만, 참아내는 남자는 더......뭉클했다.
자신의 욕망을 참아내는 그의 모습에서, 진심으로 자신을 아껴주는 남자의 사모를 느꼈다.
그래서......이 남자는 은시경이다.
5
어젯밤 그는 그렇게 억지로 일어나서 내게 이불을 목 끝까지 덮어주고 옷을 챙겨 입었다.
문으로 걸어가는 동안 그는 아무 말도 없었다.
문고리를 잡고, 그가 한 말은 단 한 마디였다.
“공주님....오늘은....꼭 문을 잠그고...주무세요.”
그렇게 그는 방을 나갔다.
그러나 오늘 아침, 그가 아프다는 말을 오빠에게 들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는 그와 함께 단 둘이 그의 집에 있다.
“자꾸 제게 이러시면 전 어떡해야 합니까?”
“응?”
“공주님....때문에......정말...저...미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랬다.
시경은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자신을 위해서 죽을 쑤어 온 그녀가, 마치 진짜 연인인 것처럼 자신을 아껴주는 그녀가, 너무나 뭉클하게 했다.
진심으로 내 여자다.....싶었다.
아니다. 그게 아니다.
감히....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내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내 여자였으면, 이 생에 바라는 것이 없겠다고......
이 손을 도저히 놓을 수가 없다고.....
감히 그런 마음을 가졌다.
탕약을 새끼손가락으로 휘젓는 그녀를 도저히 그냥 지켜만 볼 수가 없었다.
그녀의 탕약이 묻은 손가락을 핥다가, 그대로 그녀를 품에 안아버렸다.
이렇게 그녀는 나를 길들여버렸다.
다른 이를 볼 수 없도록, 다른 이를 바라보지 못하도록, 그녀만을 바라보도록 그녀는 너무나 무섭게 나를 사로잡아버렸다.
그 언젠가.......이 시간을 죽도록 아파하며 그리워하도록, 가장 행복한 고문을 내게 하고 계신지도 몰랐다.
이 순간이 행복해서 고통이 되었다.
그 어느 미래에 나는.....이 시간을......어떻게 견뎌낼까......
이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심장을 도려내는 고통을......느낄지도 모른다.
마치 그 미래가 지금 온 듯, 가슴이 쪼개지는 것만 같다.
그만큼......이 순간은.......내게는.....감히......상상할 수도 없는, 축복의 시간이었다.
“분명, 저, 벌 받고 있는 중인데......
어제.....공주님께.......감히.....그런 짓을 해서......분명 벌 받는 중인데...
벌이....아니라 상인 것 같습니다.”
재신의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아버렸다.
이 남자는......이렇게 돌려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한 미안하지 않다고.....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감기 옮기실 수도 있는데...분명....제게서 떨어지셔야 하는데......
도저히 제가...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정말...미쳤나 봅니다.”
시경이 그대로 재신을 품 안으로 더욱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재신은 그의 품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놓아달라고 감히 말할 수도 없었다.
서로의 심장에 서로의 가슴을 두드렸다.
그의 입술이 재신의 목을 입맞추기 시작했다.
저릿한 감각이 온 몸을 흘러내리자, 그녀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서 있기조차 힘들어 그녀가 비틀대자, 시경이 그녀를 그대로 개수대 옆 대리석 위로 앉혔다.
(삭제)
그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마치 너무나 가지고 싶었던 무언가를 가진 것처럼, 그의 가슴이 순식간에 차올랐다.
그러나 또한 동시에,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갈급함이 그를 자꾸만 헐떡이게 했다.
(삭제)
순간 순간, 그의 욕망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그녀에게 자꾸만 몰아치고만 있었다.
그의 입술이 빨아당길수록, 재신의 입술에서는 자꾸만 신음이 뱉어지고 있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남자를 미치게 만들었다.
(삭제)
“으음.......은...시경..씨........”
재신은.......그가 주는 감각에 미칠 것만 같았다.
이러면 안 된다고, 그를 말려야 한다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그의 입술이 주는 쾌감을, 그의 손길이 스칠 때마다 느껴지는 감각을, 도저히 놓을 수가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신음소리는, 마치 사랑을 갈구하는 듯한 여자의 욕망 같았다.
그러나 참을 수 없었다.
(삭제)
그가 주는 쾌감에 재신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부끄러웠지만, 또한 부끄럽지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그가 (삭제) 입술을 묻은 그대로 그녀의 다리를 자신의 허리에 감싸고 그녀를 안아 들었다.
재신은 그의 입술에 노예가 된 채로, 그에 의해 침대에 눕혀졌다.
그의 입술이 (삭제) 떨어지고 나서야, 자신이 침대에 눕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순간 두려움이 몰려왔다.
“은...시경.....씨.......”
온 몸이 덜덜 떨려왔다.
어제의 기억이 자꾸만 짙게 깔려왔다.
그의 눈은......이미 너무나 뜨거웠다.
타들어갈 것만 같은 그의 눈에, 재신은 그를 바라볼 수조차 없었다.
아니, 바라볼 순간조차 그는 허락하지 않았다.
그의 입술이 그대로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입술 사이로 들어와 그녀의 혀를 자신의 것인 양 가져버렸다.
혀와 혀가 얽혀들며, 매끄럽고, 부드럽게 서로를 소유해갔다.
(삭제)
아아......
그녀의 색스러운 신음........
그 소리에 그의 이성을 잡고 있던 마지막 줄이 끊어져 버렸다.
(삭제)
새하얀 그녀의 몸에, 붉게 그의 흔적이 꽃잎처럼 뿌려져 있었다.
아름답고, 색스러웠다.
(삭제)
그 모습이 너무나 도발적이었다.
순결하고도 야한......너무나 이율배반적인 여인의 향기가 그를 미쳐버리게 했다.
(삭제)
그의 눈이 완전히 검게 잠겨버렸을 때,
그의 숨결이 너무나 거칠게 흩뿌려질 때,
(삭제)
재신은, 마지막 이성을 끌어 모아, 그의 손을 잡았다.
아직.....우리는.......
그녀의 손이......자신을 잡고 있었다.
순간 생각했다.
그녀를 가진다면......가질 수만 있다면........
그의 눈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지금 어떤 사투를 벌이고 있는지.......
지금 이러는 것이 옳은지 어떤지....
이래도 되는지, 어떤지.....그 어떤 것도 판단이 되지 않는....
아니, 판단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무시하고,
아름답고, 아름답고, 아름다운......그녀를.....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그 욕망 앞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천천히 일어났다.
거칠게 벗어던졌던 그녀의 속옷과 블라우스를 다시 챙겨와 그녀에게 입혀주고 있었다.
부끄러워서 재신은 그저 눈을 감고, 앉은 채로 그의 가슴에 기대었다.
꼼꼼하게 속옷의 후크를 채우고, 블라우스의 단추를 채웠다.
이게 가능한 건가.......
그가 지금 자신에게 해주고 있는 이 행위를 재신조차 믿기지가 않았다.
그는 분명 남자였다.
그는 그러나 그 남자를 스스로 눌렀다.
그렇게 옷을 입혀준 그가 그녀를 가만히 안아왔다.
아까보다 훨씬 가벼워진 숨소리였다.
“.......어떻게.......그래요?”
재신의 말에 시경이 멈칫했다.
“무슨......말씀이십니까?”
“................”
뭐라고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민망했다.
무심코 입 밖으로 생각이 나와 버렸지만, 그걸 구체적으로 말하기에는 뭔가 부끄러웠다.
“.........제가.....공주님께.....하아.......감히 이렇게 무례하게 구는 걸....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공주님을....안고 싶은 이 상황을......참고 있는 걸.......말씀하시는 겁니까.......”
“...................”
“공주님........”
“둘....다...요.”
“.........사실은 공주님.......달라 보이지만, 제게는 두 가지가 같습니다.
같은 마음이 두 행동을 하게 합니다.
당신을 사랑해서, 당신을 품고 싶고,
당신을 사랑해서, 당신을 품을 수가 없습니다.”
분명하게 무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그게 무슨 뜻인지는 가슴으로 알 수 있었다.
그의 마음이.....나를 향한 간절함이라는 것을.....모를 수가 없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런 마음을 받을 수 있을까....
내가 뭐라고.....
왕족으로 태어난 것도,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내가 귀하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한 상황에서, 그저 태어나는 대로 태어났을 뿐........
그저 내가 왕족의 위치에 있을 뿐인 것을........
그저 나는 한 사람의 존재일 뿐인 것을.......
그런 나를.....그는......세상에서 가장 간절한 마음으로 품었다.
그의 마음이, 그의 간절함이, 내 마음을 차고 넘치게 했다.
자꾸만 세상이 반짝거리게, 자꾸만 세상을 살아봄직하게, 마치 세상이 아름다운 것처럼....
누군가 나를 위해 일하고 계시는 듯한, 그런 꿈을 꾸게 했다.
“공주님.....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응? 아니에요. 염동하 씨 부르면 돼요.
은시경 씨는 아프잖아. 쉬어요.”
“제가.......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이제 다 나았습니다.”
“은시경 씨!”
시경의 손이 재신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어제 하루......혼자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세상의 바닥을, 지옥을 경험하고, 감히 꿈꾸지 못할 공주님을 탐내었습니다.
긴장이.....풀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다시금 붉어졌다.
“그저 이런 짐승.....같은 저를 공주님에게서 멀찍이 떼어내야겠다고 그렇게 집으로 왔는데.......
제가.......한 행동 때문에.......공주님께서 절.....보려하지 않으실까봐......두려웠습니다.
마음이 그러니......몸이 무너졌나 봅니다.
벌......받은 겁니다. 저.”
시경의 입술이 재신의 입술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런데 공주님.......전.......이제.......제 자신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제 스스로를 통제할 수가 없습니다.
공주님만 보면, 정말 미쳐버리는 것 같습니다.
공주님께 키스하고 싶고, 만지고 싶고, 자꾸만 품고 싶어서, 당신을 내 여자로 가지고 싶어서........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제 자신이 두렵습니다. 공주님.......
공주님을......아프게 할까봐.....
공주님을 겁나게 할까봐.....
제가.......짐승같이 당신을 가져버릴까봐......
너무나 두렵습니다.”
자신이 짐승이라고 말하는 고해성사 같은 한 남자의 고백을 재신은 그 남자의 품에서 듣고 있었다.
끊임없이 입을 맞춰오면서, 그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해서 두려워하는 한 남자,
입술을 떼지 못하는, 자꾸만 그녀의 입술을 탐하는 한 남자,
자꾸만 자신을 끌어안고, 가슴 가득 품어내는 한 남자,
재신은 그 남자의 품에서 쿵쿵 뛰어대는 심장을 꼭 누르며 안겨 있었다.
6
"이재신, 부탁 하나 하자."
재하가 재신을 집무실로 불러서는 다짜고짜 부탁이 있다며 들이댔다.
“뭔데?”
“너....나 대신 일본 좀 다녀와라.”
“어?”
“오.사.카.다.”
“뭐야? 오빠....내가 왜...
거긴 정상 회담이랑 비슷한 거잖아.
오빠가 가야지.”
재신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번 포럼은 정말 중요한 회담이었다.
한반도의 관계를 논의하는 그야말로 주변 국가들의 양해를 구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어쩌면 대한민국 국왕으로서 가장 중요한 기점에 서 있을 수도 있었다.
게다가 이 사업은 큰오빠가 그토록 숙원해오던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중요한 일을 내게 미루고 있었다.
작은 오빠가 이러는 적은 없었다.
적어도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서 이렇게 미룬 적은 없었다.
“니가 좀 가.”
“왜? 이유가 뭔데?”
“표면적인 이유는 항아가 곧 애기를 낳는다는 거.”
“무슨 소리야?
그래 물론 그럴 수 있지.
그래도 오빠는 국왕이야.
한 나라의 왕에게는 공적인 일이 사적인 일보다 우선 아니었어?”
“그렇지.”
“그런데?”
“이면적인 이유는 내각에서 요구했다는 거.”
“뭐?
내각에서 날더러 가라고 했다고?”
“음....너라고 구체적으로 말한 건 아니지만....
내가 안 가길 바라지.”
“무슨 소리야? 도대체......”
“내가 깽판 칠까봐 겁난다는 거지.
솔직히 나도 나를 못 믿겠으니...”
“오빠!!! 그래도 이건 아니야!!
이건...정말 정상회담에 가까운 거라고....
이름만 포럼이지....
지금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 각국이 의견을 조율하는 거잖아.
그런데 내가 가서 어떻게 한다는 거야?”
“특별히 니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 없어.
넌, 그냥 대한민국 왕실의 상징이야.
알잖아. 죽지 않는 영혼....”
“오빠!! 지금 농담할 때야?”
“농담 아니야.
어쩌면 니가 더 나을지도 몰라.
인간은 전혀 이성적이지 않거든.
도리어 감성적인 동물이지.”
“그래서?”
“니 존재만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거지.”
“도대체 왜 나야?
확실한 결론이야?
아이큐 187의 위엄으로 얘기하는 거, 맞아?”
“그래.”
장난스러운 듯 보였던 재하의 표정이 진지했다.
오빠가 그렇다면 그렇다는 거다.
다른 어떤 결론보다 이 방법이 가장 낫다는 거다.
그렇다면, 아무리 두려워도 오빠의 말을 따라야 한다.
“......하아....알았어.
오빠만큼 잘 할 수 있을진 의문이지만, 최선은 다해볼게.”
“고맙다. 그런데....”
“응.”
“그렇게 호의적이진 않을 수 있어.”
“어?”
“너도 알 거야......요즘 워낙 상황이 안 좋아. 그 놈의 나라가......”
“알아.”
“그리고 미친 놈들도 많고....
나라를 이끈다는 놈이 그 따위 막말을 해대니, 말 다했지.
그러니까......조심해야 한다고.
그리고 각오도 하는 게 좋아.”
“무슨 각오?”
“상처...받을 수도 있어.
알지? 그놈의 나라에서 무슨 소리가 나오는지....
또다시 예전으로 회귀하는 것 같은 분위기니.....
그 때로 돌아가자느니, 그 때가 목표라느니 그 따위 소리가 나오잖아.
그들만큼 우승열패에 대한 강한 주의도 드물어.
오로지 잘난 것들만 살아남아야 한다는 그들의 편협한 생각에 니가..다칠 수도 있어.”
“.....괜찮아. 그건......늘 각오하고 살고 있어.”
“그래......”
재하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울컥하는 심정을 재신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그런 것이었지만, 이미 재신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재하에게 가장 아픈 생채기라는 것을.......
“오빠....나, 괜찮아.
나, 열심히 살고 있어.
누구보다 더 열심히 살 거야.”
“...그래......”
더 이상 말하지 않았지만, 오빠도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여전히 우리의 가슴 안에 무겁게 자리 잡은 부채의식.....
내 삶이 내 것일 수 없이, 누군가의 삶의 무게를 어깨에 얹고 살아가는 삶.
사랑하는 사람의 삶...그 인생에 대한 무게였다.
살아남은 자는,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한다.
그러니 받아들여야 한다.
7
“전하!!!”
“시끄러!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시경이 정신없이 재하의 집무실로 들어와 소리를 치고 있었다.
어차피 올 것이 왔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 놈은 지가 왕보다 위에 있는 것처럼 설쳐댄다.
“또 왜? 뭣 때문에?”
“아시지 않습니까? 공주님, 이번 회담에 참여하시는 겁니까?”
“그래서 뭐?”
“그래도......지금 그쪽 분위기도 안 좋은데, 너무 위험부담이 큽니다.”
“그건....니가 결정할 게 아니야.”
“전하!!”
“은시경! 너 정신 안 차릴래?
너 지금 대한민국 왕실 근위대장 맞아?
니가 지금 이렇게 말하는 게 얼마나 큰 불충인지는 알고 있어?”
“하아...전하....
지금.........그쪽 분위기가 정말 안 좋습니다.
믿을만한 소식통으로 들은 겁니다.
어떻게든 우리 협력을 막으려고 온갖 수를 다 쓰고 있는 상황인데....
공주님께 어떤 해가 갈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은근히 저번 테러 상황도 비웃고 있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알아...나도...”
“그런데 왜 이런 위험 부담을......”
“내각이 원해.”
“지금.....전하께서 내각의 요구에 물러서셨다는 말씀입니까?”
그 말에 재하의 눈빛이 순간 날카롭게 변했다.
그러나 시경 역시 그런 재하의 눈빛을 전혀 스스럼없이 받아내고 있었다.
“그러다, 한 대 치겠다?”
“전하!”
“하나 묻자. 대한민국 왕실 근위대장 소령 은시경!
은시경 니가 지금 말하고 있는 이 상황은......
근위대장으로 이재신 공주를 평가하고 있는 거야?
아니면, 한 남자로.......이재신이라는 여자를 보고 있는 거야?”
순간 단단하던 시경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질문을 던진 재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놈이 지금 어떤 심정으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지......
“은시경!
내가 그냥 재신이 오빠로 있다면, 니가 이렇게 나서주는 게 고마울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사로운 관계에 앞서서 대한민국의 국왕이야.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
이건....왕족으로서의 의무야.
국민의 세금으로 이 호화로운 왕실이 유지되지.
그러나 왕실이 이렇게 사치하기 위해서, 다른 나라의 왕실과 비교해서 더 멋드러지게 유지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야.
재신이도 나도 분명하게 알고 있어.
왕족이 무엇인지, 왕족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우리는 늘 고민하고 있다고.
왕족으로서 누리는 것도 많겠지만,
우리는 그 이상으로 요구받고 있어.
자존심이 상하고, 직접적인 위해를 받더라도,
그것을 알고서도 그곳에 가야 하고, 그곳에 서 있어야 하는 것이 왕족이야.
그게 우리의 존재이유야.
국민이 서라고 하면, 서야 해.
아니, 국민이 서지 말라고 해도, 그곳에 서 있어야 해.”
시경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분명 알고 있다.
그러나.....그건 이성적인 것이었다.
그래, 왕족이다.
알고 있다.
그녀는 대한민국 왕위계승서열 1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고 있다.
그러나....그래도.....시경은 그 이전에...한 여자로 그녀를 가슴에 품었다.
“은시경!
니가 재신이를 사랑한다면, 너 자신에게도 요구되는 거다.”
“예?”
“왕족을 사랑한다는 거, 한 여자이기 이전에, 왕족이라는 거다.
국민들의 요구 앞에 서 있어야 한다는 거,
사랑하는 사람을 그곳에 세워야 한다는 거.
그걸, 너도 각오해야 한다는 거다.”
국민 앞에 서다.
국민의 부름 위에 서다.
왕족을 사랑한다는 것........
그래, 안다.
이제 조금씩 느끼고 있다.
그러나......그렇다고 해도.......
그녀도 사람이다.
그녀도.....한 사람의 여자다.
“전하......국민의 앞에 서신다면, 제 목숨을 바쳐 지키겠습니다.
공주님께서, 왕족의 의무를 다하시겠다면, 역시 제 목숨을 다 바쳐 지켜내겠습니다.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면, 제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지킬 겁니다.
그러나........”
“...............”
“대한민국 헌법 34조 제1항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무슨 소리야?”
“전하도, 공주님도,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자신의 위치에서 이행해야 할 의무도 있지만,
반드시 지켜주어야 할 권리도 있습니다.
공주님도 그렇습니다.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가 있습니다.
인간다운 삶을 누릴 마땅한, 너무나 당연한 권리가 있습니다.
그 누구도 왕족에게 의무만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왕족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의 헌법이 지키는 국.민.입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사람이라면, 거절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겁난다면, 피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그 자리이기 때문에 끌려가게 할 수는 없습니다.”
“넌 지금, 대한민국 왕실이, 대한민국을 져버리고 사리사욕을 채우라는 거야?”
“전하도, 공주님도.....너무 무겁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그 누구도, 전하께, 공주님께 그런 무게를 지워주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은시경!!!”
“스스로 그 무게를 지려 하지 마십시오. 전하.”
“뭐?”
“국민이 그 무게를 짐처럼 올리고 있다고 착각하지 마십시오. 전하.
국민들은 그 누구도 그것을 원치 않습니다.
예. 전하......전 예전에 왕족은 특별하다고, 감히 내가 왕족을 마음에 품을 수는 없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야!! 은시경!! 너 감히!!!”
“예. 전....감히.......공주님을......사랑합니다.
그 사랑 앞에, 제 마음 앞에 ‘감히’라는 말을 여전히 떼어내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적어도 공주님께서 반짝이시면 반짝이실수록 그 안이 얼마나 어둡고 고통스러우신지는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늘 밝게 비추고 있지만, 언제나 그늘을 감추어야 하는 그 아픔을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전......한 여자인 공주님을 사랑합니다.
그 아픔을 다 감추고, 그림자처럼 숨기고 있는, 그 공주님을 사랑합니다.
저는.......평생......공주님의 그 무게를 덜어드릴 겁니다.
그 멍에로부터 자유로워지실 수 있게,
한 사람의 국민으로 자유로워지실 수 있게,
그렇게 그 곁을 지킬 겁니다.
감히 공주님의 남자가 될 수 없다고 해도, 그래도.......평생 공주님의 곁에서 그분이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국민’을 누리실 수 있게,
감히 제 목숨을 걸고 지켜드릴 겁니다.”
그랬다........
국민을 국민되게......
사람을 사람되게......
내 사랑은 그 위에 있을 것이다.
그녀의 모든 그림자를 품고, 그녀의 모든 아픔을 안고, 그 무게를 대신 짊어지며, 그녀의 곁을 지킬 것이다.
그녀의 남자가 되지 않아도 좋다.
내게 평생 그런 기회가 오지 않아도 좋다.
그녀를.......내 평생에 품었으니, 내 목숨이 끝나는 그날까지....그녀를 지킬 것이다.
이것이.......서른 두 해, 흔들림 없이 살아온, 한 남자의 사랑법이다.
은시경이라는 남자의 사랑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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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은 한참 전에 써두었는데,
지문 방식으로 써둔 글을 문장으로 풀어내는 데 한참이 걸렸습니다.
네, 말씀드린 대로 달달한 거 못 씁니다.
그래서 힘들었습니다.
내용 없이 이렇게 둘이 이렇게 그려도 되나......
스스로 오그리토그리 거리고 있었다죠.
<야누스의 달>도 세지 않느냐고 하시지만, 사실은....야누스의 달은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그저 좋아서 몸의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참 쓰기가 힘들었습니다.
원래 생겨먹은 게 이래서 어쩔 수 없을 듯합니다.
사실 이 뒤에 두 신이 더 있습니다.
분량이 너무 많아져서, 일단 다음 회로 넘겼습니다.
이미 38장이라서, 고민하다가 여기서 결국은 끊었습니다.
이러다 오늘 밤 못 올리겠다 싶어서,
기다리시는 님들 다들 속 터지실 듯해서.....ㅠㅠㅠㅠ
전체적으로 뭘 이리 허접한 글로 이렇게 오래 걸렸느냐고 하시면 할 말이 없습니다.
사실.....오늘 2시간 정도밖에 못 잤는데, 언니네가 오는 바람에 12시가 다되어서 집에 왔다지요.
2시간 넘게 정리했는데, 기다리실 듯해서, 마음만 급해지고 제대로 고치지도 못해서 걱정입니다.
게다가 난관에 난관.....
남편이 모레부터 해외출장이라.....제 옆에서 일하면서, 은근 절 감시하느라 글을 쓸 수도 없었다죠.
계속 일하는 척 하고는 있지만, 에효.....
어쨌든.....제가 사실 글 적기 참 힘든 형편이랍니다.
저만의 시간과 저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능요.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야누스의 달>을 열심히 올렸으니, 그것으로 용서해주시길....
제 나름대로는 폭풍 연재였답니다. ㅠㅠㅠㅠㅠ
실망하실까, 걱정이지만, 제가 비루하니 그저 그러려니 양해해주시길.....
+) 지금부터는 당기못에도 제목이 달 생각입니다.
앞의 회들도 제 스스로 댓글을 단 경우에는 제목을 달았습니다.(예전에 말씀드렸던 내 글에 내가 댓글달기 프로젝트 여전히 진행중이라지요)
원래 제가 글 쓸 땐 제목을 다는 스탈이라...늦었지만, 당기못에도 달아봅니다.
+) 삭제하긴 했는데.....분명...다 못 줄인...
지금은...2시간 밖에 못 자기 때문에 일단 자야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수정을...해야 할 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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