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투하츠와 은신상플/(은신)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은신상플)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28 - 스스로 행복해야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전체)

그랑블루08 2013. 8. 10. 04:46

(은신상플)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28 - 스스로 행복해야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silver님께서 주신 당기못 대문짤~~ 감솨감솨합니다.^^>

 

<디씨 그러하다 횽이 주신 당기못 대문짤~~저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__)>

 

 

 

108

 

 

 

첫사랑이죠 - 나윤권,아이유

A어쩜 우리 어쩜 지금 어쩜 여기 둘이 됐을까요
흐르는 시간, 별처럼 많은 사람 속에...

A'
W: 내 맘~ 가득~ 그대~ 소복소복 쌓여요
M: 내 마음 속 내 눈 가득 온통 그대 소복소복 쌓여요
차가운 손끝까지 소리 없이 따뜻해 지나봐.

B
말하지 않아도 우리 마주 본 두 눈에 가득 차 있죠.
이젠 그대 아플 때 내가 이마 짚어줄 거예요.
겁내지 말아요, 우리 꿈처럼 설레는 첫사랑이죠.
조심스럽게 또 하루하루 늘 차곡차곡 사랑할게요.

2A'
W: 그댈~ 떠올~ 리면~ 발그레해지는 맘
M: 그대 얼굴 그 목소리 떠올리면 발그레해지는 맘
하얗게 얼어있던 추운 하루 녹아내리나봐.

2B
보이지 않아도 우리 마주 쥔 두 손이 참 따뜻하죠.
그대 잠 못 드는 밤 내가 두 볼 감싸줄 거예요.
서로를 믿어요, 우리. 별처럼 반짝일 첫사랑이죠.
두근거려도 또 한발 한발 좀 더 가까이

C
반가운 첫눈처럼 나에게 온 그대와 첫 입맞춤을 하고파[첫 입맞춤을 하고파~]
들려요 그대 마음 세상엔 우리 둘 뿐 인가봐

3B
말하지 않아도 우리 마주 본 두 눈에 가득 차 있죠.
이젠 그대 아플 때 내가 이마 짚어줄 거예요.
겁내지 말아요, 우리 꿈처럼 설레는 첫사랑이죠.
조심스럽게 또 하루하루 늘 차곡차곡 사랑할게요. You're my first love


가사 출처 : Daum뮤직

 

 

 

 

 

 

 

1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재신은 저녁을 먹고 난 후, 후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공주님......”

 

동욱이었다.

 

“어!!! 이제 궁으로 온 거예요? 완전히?”

 

“전하께서 들어오라고 하셔서, 궁으로 복귀했습니다.”

 

재신의 가슴 한 쪽으로 저릿한 무언가가 지나갔다.

한 번도 말해본 적은 없지만, 그도 나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미안했다.

 

“앉을래요?”

 

재신은 곁을 권했다.

동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는 그 곁에 앉았다.

이렇게 말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동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는지도 몰랐다.

 

내 탓이다.

 

“......미안해요. 동욱 씨.....”

 

이윽고 뱉어낸 말에, 동욱이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이미 예상하고 있다고는 해도, 아플 것이다.

그래서 미안했다.

 

“나 정말 단 한 번도 동욱 씨, 남자로 본 적, 없어요.”

 

동욱이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해야 할 말이었다.

 

“그래도 늘 고마웠어요.

동욱 씨 덕분에 웃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미안해요.

나 사실....동욱 씨의 마음 알고 있었나 봐요.

그리고 또 조금은 여자인가 싶어, 좋았나 봐요.

미안해요. 정말.......”

 

한참동안 동욱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나 한숨 같은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걸로.....됐습니다.”

 

재신은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그 상처를 가슴 안으로 떠넘기고 있는 이 남자의 곁에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란........자신도 알 수가 없다.

왜 움직이는지, 왜 누군가에게는 움직이지 않는 마음이, 또 누군가에게는 움직이는지,

왜 그 누군가에게는 숨도 쉬지 못하도록 달려만 가는지......

왜 이성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몸이 움직이고 있는지......

재신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뚜렷하지도 않다.

달려가는 마음 때문에, 아니 달려가고 있는 자신의 감각 때문에

두려워지기까지 하지만, 아닌 것은 명확히 아닌 것이었다.

 

“제가....왜 이곳에 왔는지 아십니까?”

 

재신은 묵묵히 듣고 있었다.

그가 속의 이야기들을 할 수 있도록 온전히 들어주고 있었다.

그것 외에는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미국에서 유학하던 중에, 영국에 여행을 갔었습니다.

그곳에서 공주님을 뵈었지요.

남들과 똑같이 공부하고, 똑같이 생활하던, 그 활기차던 대한민국의 공주님을 뵈었습니다.

일부러 길안내를 물어봤을 때도, 평범한 사람과 정말 똑같으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공주님이신 거 알고 있다고........왜 이렇게 공부하시느냐고....왕실에서 하실 일이 많지 않으시냐고......”

 

재신은 몰랐다.

유학하는 동안, 가끔 한국인들이 아는 척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동욱도 그 때 자신에게 다가왔는지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 때 공주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그래서......이렇게 공부하고 있다고......

내가 바르게 서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이름에 누를 끼칠 거라고,

내 조국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 내 조국의 이름을 위해서, 자신은 더 더 공부해야 한다고...자신은 너무나 모자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때 공주님은.......왕실이 무엇인지, 왕실이 어떤 존재인지 제게 알려주셨습니다.

그래서 가고 싶다고, 왕실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육사에 다시 들어가 공부를 하며, 그렇게 궁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공주님께서는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그리고 티비에 나오신 공주님의 눈은....텅 비어 있으셨습니다.

그 눈에, 그 때의 생기를 찾아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제 역할은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재신의 입에서 신음 같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랬구나....그랬었구나.....

내 주변엔 이토록 내게 내밀어 준 손길이 많았구나.....

미안하고 고마웠다.

한 남자의 진심이, 재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고마워요.

그 생기....찾았어요.

그건, 정말 동욱 씨가 찾아준 거예요. 정말 고마워요.”

 

그랬다. 그건 진심으로 내 곁에서 변함없이 있어준 이 남자가 찾아준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텅 비었던 눈에 생기를 불어넣어준 사람이었다.

그렇게 텅 비었었구나, 내가.......

내 영혼 저 안에서는, 감추어 둔 듯, 깊게 가라앉았던 내 무의식 저 안에서는,

그토록 비어있었구나......

기억을 잃어버려, 아무 것도 모른 채, 영혼만 비워두고 있었구나.

그러면서도 그 텅빔만은 어떻게 할 수 없었구나.

 

하늘을 바라보려 고개를 드는 순간, 저 너머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그저 지켜볼 뿐, 다가오지 않았다.

 

 

시경은 그렇게 재신과 동욱의 시간을 지켜주었다.

 

내가 없었던 시간.....그녀를 웃게 해줬던 남자.

질투가 나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자꾸만 올라오는 낯선 감정을 시경은 안으로 안으로 눌러 넣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어느 날 그 밤처럼, 별이 가득했다.

 

 

목발을 짚고 천천히 걸어가는 재신을, 동욱은 공주궁 앞까지 함께 했다.

예전 같으면, 그녀의 방 앞까지 모셨겠지만, 동욱은 공주궁 앞에서 재신에게 고개를 숙였다.

 

“공주님, 쉬십시오.

전 여기서 돌아가겠습니다.”

 

그가 왜 여기서 돌아서는지 알 것만 같아서, 재신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동욱도 봤는지 모른다. 그 남자를.......

 

천천히 올라온 그녀의 방 앞......

그가 서 있었다.

 

 

 

 

 

 

 

 

 

 

 

 

“.....은시경 씨!”

 

놀라는 재신을 그가 짙게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피우신 겁니까?”

 

“응?”

 

재신은 자신이 지금 들은 말이 정말 맞는지 의심이 되었다.

그 말 자체를 이 남자의 입으로 들었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더는 안 됩니다.”

 

“무슨, 말이에요?”

 

“오늘까집니다. 제가 참을 수 있는 건........”

 

그 말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쿵...쿵...쿵...쿵......

 

그의 질투조차....두근댄다.

질투조차 은시경스러웠다.

돌아서서 걸어가는 그의 등이 자꾸만 두근대게 한다.

 

 

 

 

 

 

2

 

 

 

 

 

그 다음 날도 재신은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재하의 요구사항과 내각의 요구사항, 그리고 틈만 나면 망언을 뿌려대는 저 놈의 나라의 장이라는 놈들의 발언들,

그 사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감도 오지 않았다.

서류를 보고, 상황을 파악하고, 브리핑을 듣고, 그 일련의 과정들이 며칠 동안 반복되고 있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하겠다고, 알겠다고, 가라면 가겠다고, 서라면 서겠다고,

그렇게 작은 오빠에게는 호기롭게 외쳤지만, 사실 그 어떤 것도 자신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어떻게 해야 국익에 도움이 될까.

 

회담이란, 결국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며, 적국의 상황을 염탐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직접적인, 그것도 현실적인 경제적인 회담은 수상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

그저 얼굴 마담처럼 웃으며 그럴싸한 그림을 연출하는 게, 왕실의 역할일지도 몰랐다.

그럴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서, 여론을 형성하고, 그것을 빌미로 압박을 가하는 것.

그 뒤에 들어가서 실제 회담을 해야 할 수상이나 내각이 좀 더 쉬운 입지에서 요구를 할 수 있도록

그 길을 닦아두는 것.

그러면서 잘못되면, 모든 욕을 얻어먹어야 하는 것이 바로 왕실이었다.

 

어쩌면 재신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

그저 그들의 비웃음을 받아내고, 그들의 망언을 참아내고, 무슨 말을 하든지, 어떤 상황이 되든지 미소를 띠고 있으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작은 오빠가 아니라 나를 요구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마 오빠는 참지 못할 것이다.

수상이 해야 할 역할까지 오빠는 해버릴지도 모른다.

아니, 더한 일을 벌일지도 몰랐다.

그들에 대한 오빠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었다.

오죽하면 내게 말했을까.

이렇게 상황이 안 좋은데, 그 나라 자체가 이제 망조로 접어들며 비정상적으로 극우로 치닫고 있는데,

곧 망하지 않겠느냐는 매우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 때,

그들이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나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의 수도는 이미 사람이 대피를 해야 할 지경이라는 풍문들이 돌고 있었고,

회담 자체도, 수도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위험해 보이는 다른 도시로 정한 것도 이유라면 그 이유였다.

물론 지금 수상의 원래 베이스가 그 도시이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 나라의 분위기는, 아니 상황 자체가 최악이었다.

그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상황을 판단하고, 정세를 파악하고, 그들의 노림수를 분석했다 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최대한 목발을 피하고, 혼자서 걷는 모습을 언론에 흘리는 것.

전 세계의 언론이 나를, 장애를 딛고 일어선 나를 집중하도록 만드는 것.

만들 수 있다면 이슈를 생산해 내는 것.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도발에 능숙하게 대응하는 것.

 

그것이 아니겠는가.

언론을 이용해서, 한 마디를 거드는 것.

우리의 공조에 대해서 ‘평화’를 강조하고,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역설하고,

그러면서도 당신들의 도움을 은근히 바라며, 당신들에게도 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그것이 정치가 아니었던가.

우리의 문제인데, 그들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이 불편한 진실 앞에서 재신은 자꾸만 서글픔이 몰려왔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요.”

 

“공주님.”

 

시경이었다.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그녀가 앉아 있는 의자 앞으로 다가왔다.

 

“나가시겠습니까?”

 

“어딜요?”

 

“노을이.......아름답습니다.”

 

뭐지...이 남자, 싶었다.

군인의 입에서 나온 아름답다는 말이.......의외로 어울렸다.

담백했다.

재신의 입술에 미소가 퍼졌다. 그녀의 눈이 웃고 있었다.

그걸 바라보던 시경은 의자에 앉아 있던 재신을 안아 들었다.

 

“이젠, 묻지도 않아?”

 

타박하는 듯한 재신의 말에 시경은 올곧게 대답했다.

 

“공주님께서 방금 허락하셨습니다.”

 

“내가 언제요?”

 

“눈으로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시경의 눈이 진지했다.

그의 품에 안긴 채, 휠체어로 옮겨졌다.

그는 천천히 휠체어를 밀고 밖으로 나갔다.

그도 재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편안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노을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오랜만에 보는 노을이었다.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하늘이 저기에 있는지 알지 못하며 살아온 시간들이었다.

이 남자가 아니었다면, 또 이렇게 놓쳤을 하루의 축복을, 이 남자 덕분에 선물처럼 받고 있었다.

 

“참, 신기하죠?”

 

“뭐가, 말씀이십니까?”

 

“노을...말이에요.

저렇게 다른 색깔들이 모여서 저렇게 아름답게 어우러진다는 게....신기해요.”

 

그랬다.

붉음이, 푸름이, 주황의 물결이 짙은 남색과 어우러지는 색깔의 향연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아무리 달라도, 저렇게 어우러지는 거니까.......

저토록 하늘은 모든 색을 품어내니까......”

 

재신은 그 뒷말을 잇지 않았지만, 시경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품고 싶은 세상을, 그녀가 꿈꾸는 세상을......시경은 알 것만 같았다.

 

“그건 아마......강요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응? 무슨 소리예요?‘

 

“서로의 것을 강요하지 않으니까요.

서로가 섞여들되, 상대에게 바뀌라고 강요하지 않고, 대신 스스로 자신을 변화시키니까요.

그러니 공주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어우러질 수 있는 것일 겁니다.”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남이 변하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조금 달라져보는 것, 내가 좀 더 품어 보는 것, 그러나 나를 잃지는 않는 것.....

우리의 일도, 우리의 아픈 나라도 그러면 저렇게 어우러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그녀도, 그도, 묵묵히 노을이 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휠체어에 앉은 채로, 그는 그 뒤에 서 있는 채로, 그렇게 평안을 선물 받았다.

 

서쪽 하늘 끝까지 검은 푸름으로 짙게 변하는 순간, 재신이 휠체어에서 일어섰다.

시경은 말없이 그녀에게 팔을 내밀었다.

그녀는 이 남자의 팔에 의지한 채, 천천히 걸었다.

마치 깊은 숲 속에 들어온 듯, 온통 푸른 냄새로 가득했다.

 

그녀가 힘들어 하자, 시경은 곁에 있는 벤치에 그녀를 앉혔다.

 

“많이......느셨습니다.”

 

“그죠? 나도.....요즘 느끼고 있어요.

이젠 한 서른 걸음은......족히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닙니까?”

 

그의 눈은 어느 새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리가 아니라, 연습을 하는 거죠. 열심히......

그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임팩트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좀, 앉아요. 목 아파요.”

 

그제야 시경은 재신의 곁에 앉았다.

재신은 기다렸다는 듯,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나 없는 동안, 대한민국 잘 지켜요. 근위대장님.”

 

그녀의 말에 시경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많이, 힘드십니까?”

 

그 말에 재신은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많이 티 나요?”

 

그녀의 말에 시경이 재신을 바라보며 엷게 미소 지었다.

그러더니 재신의 손을 꼭 쥐었다.

 

“공주님 자신을 믿으세요.

공주님은 그 어떤 순간에도 반짝반짝 빛나셨습니다.

늘......멋진 분이십니다. 공주님은....”

 

나 자신을 믿으라는 시경의 말에 재신은 뭔가 뭉클해졌다.

 

 

“.....데쟈뷰.....같아.”

 

“예?”

 

“뭔가.......이 상황...데쟈뷰 되는 거 같아요.

반짝거린다고....

내게 멋지다고 말하는.....”

 

“기억....나시는 겁니까?”

 

“당신을 만나고 나서, 꿈을 꿨어요.

하늘에서는 별똥별이 떨어지는 까만 밤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내게 말을 해왔어요.

반짝인다고....여전히 빛난다고.....

한 남자가 내게 말해줬어요.

당신이, 그곳에서 내게 그렇게 말해줬었나요? 반짝인다고?”

 

“성곽에서 말씀드린 건 아니었습니다.

포럼에 참석하셔서 인사말씀을 하시기 전에, 공주님께서 많이 긴장하셨습니다.

그 때, 성곽에 같이 갔던 그 날의 제 마음을 말씀드렸습니다.”

 

“뭐라고...했었어요?”

 

“......옛날에 저랑 별똥별 봤을 때 기억나세요?

전 그 때 별똥별 안 봤습니다.

공주님이 더 반짝반짝 빛났어요.

그리고 지금도 멋지십니다, 라고.....

그 때 공주님께 말씀드렸습니다.”

 

“..........꿈에서도 그렇게 말했어요. 당신이......”

 

“사실은 공주님.......그 날 공주님께서는 모르셨겠지만,

공주님을 향한 제.....고백이었습니다.

성곽에서 공주님만 바라봤던 저를, 그 어떤 반짝이는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저를,

공주님께 고백했던 거였습니다.”

 

뭐야...이 남자....

 

“그걸 어떻게 몰라요?

다 알겠구만.”

 

“예?”

 

시경이 놀란 듯 묻고 있었다.

 

“딱 봐도, 고백이네요.

나 참.....은시경 씨, 진짜 밀당의 천재예요?

그래놓고는, 내가 좋아한다고 고백하니까, 도망간 거잖아.

와...정말 밀당의 천재야.”

 

“아...아니...전.....”

 

“이봐요. 은시경 씨는 정말 눈으로는, 행동으로는 좋아하는 티 팍팍 내고,

아니지, 아예 고백까지 해놓고,

말로만 거절을 하니까, 내가 헷갈렸겠네.

칫~. 은시경 씨, 은근 나쁜 남자야.”

 

재신은 시경과 잡고 있던 손을 삐친 듯, 뿌리쳤다.

 

“아, 아닙니다. 공주님.......오해십니다.”

 

당황하는 시경이 다시 재신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에 깍지를 끼고 잡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시경을 향해 재신은 장난인 듯 미소를 지었다.

그제야 안심이 된 듯, 시경은 그녀의 어깨를 안아 자신의 품안으로 그녀를 기대게 했다.

짐짓 장난을 치는 듯 밝은 척하는 재신이었지만, 시경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지금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답답해하고 있다는 것을,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지금 그녀는 또다시 그림자를 감추고 있다는 것을.....

시경의 눈에만은 보였다. 그녀의 그림자가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

 

“공주님, 행복하세요?”

 

“네?”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재신은 놀란 듯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시경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은 팔에 더 힘을 주어 안았다.

 

“즐거우세요?”

 

“.....해야 하는 일이에요.”

 

“왜 그렇게 의무감에 휩싸여 계세요?

공주님, 얼마든지 하고 싶으신 거, 하시며 사셔도 됩니다.”

 

“아니, 난.......하아.....

....난....행복하면 안 돼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난...난......”

 

이내 재신의 눈이 그렁그렁해지고 말았다.

 

“그러면, 안 될 거 같으세요?

행복해지시면, 왜 안 된다고 생각하세요?

공주님, 충분히 행복하게 사셔도 됩니다.

의무감은 좀 덜어 내놓고, 어깨의 짐도 내려놓고,

공주님께서 그저 원하시는 거, 즐거우신 거 하시며 사셔도 됩니다.”

 

저 속에서 뭔가 울컥한 게 솟아올라온다.

 

“난...난....”

 

그러나 말을 이을 수가 없다.

 

“공주님은 충분히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행복할 권리,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 권리.

그것이 내게 있었나. 그런 권리가 내게 존재했나?

국민의 세금으로, 왕실이 존립하고 있는데, 내가 그 고혈을 가지고 살면서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도 되는 걸까.

게다가 내 삶은...내 것이 아닌데.....

큰 오빠와 새 언니의 삶의 무게까지도 얹고 살아가고 있는데......

 

“공주님, 아무도 공주님께서 의무감에 쌓여서 힘들게 사시길 바라지 않습니다.

공주님이 아끼시는....공주님께서 지키시고 싶은 국민들은,

공주님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공주님께서 활짝 웃으며 즐겁게 사시길 바랍니다.

예전처럼.....그렇게요.”

 

“그러면.......안 돼요. 난.....그러면 안 돼요.”

 

재신의 목소리는 이미 울먹대고 있었다.

 

“공주님, 대한민국의 국민을 사랑하십니까?”

 

“당연하죠.”

 

“그러나 지금 공주님은 국민들을 사랑하지 않으십니다.”

 

“은시경 씨!”

 

적어도 자신의 마음만은 진실이었다.

국민을 향한 이 마음만은 의심 받고 싶지 않았다.

 

“자기 스스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바랍니다.

우리의 공주님이 행복하시길.....

늘 빛나게 웃으시길......

 

공주님, 공주님께서 행복하지 않으신데, 공주님이 지키고 싶으신 국민들의 삶을

공주님께서 행복하게 하실 수 있을까요?

공주님께서 즐겁지 않으신데, 국민들이 즐거울까요?

내가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내가 즐거워야 국민을 즐겁게 할 수도 있는 겁니다.

행복하지 않은 내가 다른 이들만 행복하게 만든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행복......

그런 단어는 내게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절대로 행복해서는 안 된다고, 내가 즐겨서는 안 된다고,

나는 그럴 자격도, 권리도 없다고 생각했다.

내 어깨에 놓인 의무들에는 누군가의 끝내지 못한 삶이 얹혀 있었다.

최선을 다해서 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울음을 삼키며, 슬픔을 숨기며, 나의 어두움들은 최대한 보이지 않게 뒤로 감추며,

늘 앞에서는 미소 짓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영혼이 울고 있다는 것도, 내 속이 곪아가고 있다는 것도, 모두 무시한 채, 나는 그저 그렇게 살아야만 한다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아니라 한다.

행복해야 한다고 한다.

내 스스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다른 이를 행복하게 할 수 없다고, 그럴 능력이 없다고 한다.

 

눈물이 툭하고 떨어졌다.

가는 어깨가 흔들렸다.

시경은 그녀를 더욱더 자신의 가슴 안으로 품었다.

그의 셔츠가 젖어가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자신의 그림자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시경은 그 그림자를 자신의 가슴으로 품었다.

 

 

“전.......예전엔 공주님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젠 아닙니다.

공주님의 마음까지......지켜내겠습니다.

제 목숨을 걸고......공주님께서 행복하시도록, 그렇게 지켜내겠습니다.”

 

나를 위해 일해 주겠다는 남자.

내 행복을 지켜주겠다는 남자.

내 마음을 보듬어주겠다는 남자.

이 남자 때문에, 이 남자의 위로 때문에 울었다.

따뜻한, 그러나 너무나 넓고 단단한 그의 품에서 진심으로 위로를 받았다.

절대로 떠나지 않을 내 사람을 만난 듯......

그렇게 든든했다.

 

그 어느 날.....내가 왜 이 남자를 사랑했는지, 알 것 같았다.

올곧은, 너무나 정직한, 그러나 너무나 따뜻한 이 남자의 살아가는 방식이 가슴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는 나의 위로자처럼, 웅크리고 있는 내 그림자를 안고 있었다.

 

 

 

 

 

 

 

 

 

 

 

 

그녀를 업고 올라가는 길.

재신은 그의 목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온전히 자신에게 기대오는 그녀의 모습에 시경의 가슴은 자꾸만 저릿해왔다.

조금은....자신을 바라봐주시는 건가 싶어서......

자꾸만 기대가 되려는 자신의 마음에 추를 달아보지만,

그래도 스물스물 그녀를 향한 마음은 새어나와서

그녀의 마음에도, 자신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하는.....

그런 기대가 자꾸만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그녀의 방 앞에서 그녀를 내려주자, 재신은 그에게 미소를 지어준다.

그렇게 방으로 들어가는 그녀를 따라 시경도 따라 들어가서 놀라는 그녀의 팔을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

 

사랑이라고 말하기에도 아까운 그녀를 자신의 가슴 안에 품었다.

어쩌면 좋을까.....

이토록 자꾸만 커지기만 하는 자신의 마음을.......

그녀 없이는 이제 살 수도 없는데.......

 

쿵쿵거리는 가슴을 붙든 채, 가만히 안겨 있는 그녀의 머리 위에 입술을 묻었다.

그는 그렇게 그녀를 놓아주었다.

아쉬운 듯,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몇 번이나 힘을 주던 그가 겨우 돌아섰다.

 

그는 내게 키스하지 않았다.

몇 번이나 입술을 바라보며, 몇 번이나 입술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면서도,

그러면서 몇 번이나 한숨을 내뱉으면서도,

그는 내게 키스하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참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욕망이 드러나지 않도록, 그렇게......

그래서 이 남자가 더 두근댄다.

 

 

 

 

 

3

 

 

 

 

아침 식사를 마치고 집무실로 이제 막 들어선 재하에게 시경이 들이닥쳤다.

 

“뭐야? 숨은 좀 돌리고 하자.”

 

“저도, 가겠습니다.

허락해주십시오. 전하.”

 

“아침부터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야?

어딜 가겠다는 건데?”

 

재하는 시경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았지만, 짐짓 모른 체를 했다.

 

“제가 공주님을 모시고 가겠습니다.”

 

“야! 은시경! 너 직책이 뭐야?”

 

“대한민국 왕실 근위대장입니다.”

 

“그런데.....니가 가겠다고?

대한민국 국왕이 여기 있는데?

넌, 국왕을 호위하는 근위대장이다.

니 직무가 뭔지 잊었어?”

 

“그러니까, 가겠다는 겁니다.”

 

“무슨 소리야?”

 

“제가 대한민국 왕실 근위대장이기 때문에 가야 합니다.”

 

“뭐?”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지금 공주님에 대한 마음 때문에 그러는지, 그게 아닌지...

열심히 고민해봤습니다.

만약 전하께서 가셨다면, 전 반드시 갔을 겁니다.

만약 왕비님께서 가셨다면, 역시.....갔을 겁니다.”

 

“그래서?”

 

“공주님이시니까 더 제가 곁에 있고 싶은 건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제게는 누구 때문이 아니라 그곳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소리야?”

 

“가장 중요한 일에, 그리고 사안이 심각한 일에, 근위대장이 호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안을 따라 움직인다?”

 

“예. 그러니 저도 가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전하.”

 

“누구 때문에?”

 

“대한민국.... 때문입니다.”

 

“이게...궤변만 늘었어.”

 

그러나 시경의 눈빛은 여전했다.

그 변함없는 눈빛은 자신의 말에 한 치의 거짓도 없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분명 재신이 때문이다.

그러나 또한 사안의 위험성 때문이기도 하다.

그 누가 되었던 가장 위험한 곳에, 그러나 가장 필요한 곳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는 듯했다.

그래서 졌다.

 

“너 얼마 남았냐?”

 

“예?”

 

“재신이랑 계약연애 말이야.”

 

“이제.....열흘하고 하루밖에 안 남았습니다.”

 

“뭐, 많이 남았네.

다녀와서도, 4-5일은 남는 거잖아.

많이 남았구만 뭘 그래.”

 

그러나 이 놈의 표정은 그게 아니었다.

어쩌겠나. 이 놈도 속이 타들어갈 테니......

그래서 져주기로 한다.

난 너그러운 왕이니까.....

 

“김동욱도 같이 간다. 그렇게 알아.”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하.”

 

“나한테 감사하지 말고, 제대로 업무 수행이나 해. 연애질 하지 말고......”

 

절대로 그럴 일은 없다고 버럭 할 것을 기대하고 한 말이었지만,

이 대쪽 같은 군인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뭐지 싶어서 바라본 그곳에는 귀까지, 목까지 붉어진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아이고....내가 미치지....

 

사람하나 골로 가는 거, 정말 일도 아니었다.

 

사랑은......대나무도 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4

 

 

 

 

이제 내일이다.

준비한다고 해보았자,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었다.

늘 그렇듯이 일 앞에서는 불안하지만, 이번은 유독 더 그런 듯하다.

 

마음이 약해진 거야.

 

재신은 한숨이 나왔다.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건, 도리어 자신을 약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 사람이 없으면, 더 불안해지니까......

그 사람한테 길들어버린 거야......

그 사람이 없으면, 안 되도록......

그러나 그는.....근위대장이다.

국왕이 있는 곳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다.

내가 욕심내면 안 된다.

다짐을 해도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 때 재신에게 문자가 왔다.

 

<공주님, 잠시 후원에 나와 주시겠습니까?>

 

문자조차 이 남자스럽다니......

그의 문자를 보며, 재신은 생각했다.

정말 연애하는 것 같다고.....

그렇게 가슴이 두근대고 있었다.

 

 

오늘 낮에도 복도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뭔가 새로운 일을 맡은 듯 정신없이 바빠 보였다.

오전에 재활 훈련을 다녀온 재신이 재하를 만나기 위해 그의 집무실로 가는 길에, 그는 그곳에서 나오고 있었다.

주변에 스쳐가는 근위대원들과 궁인들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만을 보고 있었다.

 

시경은 그녀의 앞까지 와서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고 다시 지나갔다.

그렇게 지나가나 보다 했다.

그 순간 그의 손과 재신의 손이 스쳤다.

그때였다.

그저 스쳤나보다 하는 그 순간, 그의 손이 재신의 손을 잡았다가 놓았다.

그 느낌이 너무나 강렬했다.

순간이었지만, 그의 손아귀 힘이 그대로 느껴졌다.

크고 따뜻한 그의 손이 온전히 그녀의 손을 품었다가 놓았다.

그 순간이 다시 떠올라서, 그 느낌이 너무나 생생해서, 재신의 심장은 또다시 두근대기 시작했다.

뭔가 사내 연애라도 하는 듯이, 그렇게 비밀 연애라도 하는 듯이, 그런 작은 스침에도 짜릿하기만 했다.

 

나, 정말 미쳤나 봐......

 

그러면서도 재신은 화장대 앞에서 얼굴을 매만졌다.

다른 옷을 입을까, 고민도 하다가, 너무 티낸다 싶어서 그건 참았다가, 너무 창백해 보이는가 싶어서 결국엔 볼터치를 다시 하고야 방을 나섰다.

이러는 자신이 낯설기만 했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러가기 위해서, 정치적인 목적이 아닌 상황에서 이렇게 신경 쓴 적이 있었나 싶었다.

 

이재신 정말 왜 이러니.......

 

그가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오늘따라 벤치 주변으로 피어있는 해바라기들이 오롯이 그만을 향해 있는 것만 같았다.

 

목발을 옆 벤치에 조용히 내려놓고, 재신은 들키지 않으려 그의 앞까지 천천히 걸었다.

생각에 잠긴 듯, 그는 그녀가 바로 앞에 와서야 그녀를 보고는 일어서려 했다.

 

“그냥 앉아 있어요. 어차피 나도 앉을 건데......”

 

재신은 그의 옆에 앉았다.

그런 재신을 시경은 뚫어질 듯 바라보고만 있었다.

 

“나, 왜 불렀어요?”

 

재신의 맑은 눈이 시경을 바라보자, 시경은 그제야 흠흠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의 얼굴이 조금은 붉어진 듯 보였다.

여전히 그녀를 보면 얼굴을 붉히는 그의 모습이 재신은 좋았다.

늘 자신을 향해 올곧은 마음을 보여주는 듯해서, 그래서 더 좋은지도 몰랐다.

 

“저도.....같이 갑니다. 공주님.”

 

“어딜요? 일본? 진짜?”

 

그녀의 목소리가 환하게 변하고 있었다.

 

“잠깐만. 은시경 씨, 근위대장이잖아요.

근데 국왕이 여기 있는데, 나 따라 가도 돼요?

오빠가 난리할 텐데.....”

 

“전하께서 허락하셨습니다.”

 

“오빠가? 진짜?

오빠가 같이 가라고 명령한 거예요?”

 

“제가.......부탁드렸습니다.”

 

“은시경 씨가요? 왜요?”

 

그 말에 시경이 재신을 바라본다.

 

“제가....공주님 곁에......있고 싶어서.......”

 

그의 눈이 이미 대답하고 있었다.

나 때문이라고.......

재신이 수줍은 듯, 그 눈을 피하자, 시경이 재신의 손을 잡아 왔다.

 

“그래서 그렇게 바빴어요?”

 

“예. 제가 없는 동안 근위대 상황도 정비해놓고 가야 해서.......지시할 일이 좀 있었습니다.”

 

또다시 말이 끊어졌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이 말하고 있었다.

 

사실 재신은 그날 이후로 조심하고 있는 시경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스킨십을 최대한 줄이려 하고 있었다.

고맙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이 기분......

자신의 마음을 재신은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이 남자의 손이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자신의 욕망을, 그 손에 모두 담고, 자신의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을......

그것만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손만 잡고 있어도, 가슴이 설레기만 했다.

 

“작년.....5월에 자꾸만 가슴이 답답해져서 이곳에 나왔어요.

아무리 나와 있어도 답답해져서, 성곽에도 갔었어요.

그 때, 나....거기서 펑펑 울었었어요.

왜 울었는지도 몰랐죠.

왜 그랬는지....

뭔가 알 수 없는 일들이 내게 일어났었는지도 모르지만.....

난...왠지 울었어요.

다리 수술을 하고, 이제 일어설 수 있다고....그 말들을 하는데,

그곳에 가고 싶었어요.”

 

그 말을 하는데, 시경이 재신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아 왔다.

 

“재활을 하고, 일어서고, 목발을 짚으며 걸으면서,

후원에 해바라기를 심었어요.

재활 때문에 성곽에 가지 못하는 날들이...많아지면서,

이곳에 앉아 별을 봤어요.

해바라기를 심은 이후, 조금은 허한 마음이 사라지는 것도 같더라구요.

 

그런데.......

올 1월에......유성우가 내렸어요.

태양을 향해서 달려가던 혜성이 결국 태양의 열 때문에 폭발을 했다죠.

그래서 1월에......지구가 그 사이를 지나가면서, 엄청난 유성우가 쏟아져 내렸어요.”

 

그때....신문에서 본 기억이 났다.

공주님께서 좋아하시겠구나....그곳에 가셨겠구나....싶었었다.

아니나 다를까...공주님은 그곳에 계셨었나 보다.

 

“나, 그 때 알았어요.

별똥별들이 엄청나게 비처럼 내리는 그 속에서......

내가......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저렇게 별처럼......지구로 떨어져 내려주길....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내가 해바라기를 심었구나......싶었어요.”

 

하아.......

 

듣고 있던 시경의 입에서 고통 같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은시경 씨죠?”

 

“예?”

 

“그 날.......해바라기 올려둔 사람......은시경 씨....맞죠?”

 

그녀가 알고 있었다.

 

“어떻게.........아셨습니까?”

 

“맞구나...역시.......”

 

“그 날.....나오셨...습니까?”

 

“응........”

 

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가 전해 준 해바라기와, 그녀가 받은 해바라기에 대해......

두 사람이 무엇을 주고받았는지에 대해......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공주님이, 왜 해바라기를 심었는지,

왜 성곽에서 우셨는지....

그리고 왜...별똥별들이 떨어져 내리는 그 순간....위로를 받으셨는지......

알 것 같았다.

 

시경은 잡은 그녀의 손을 자신의 입술로 가지고 가서 입을 맞추었다.

 

그걸로......충분했다.

살아 있는 걸로.....정말 충분했다.

 

 

 

들어가자는 그.....

도리어 아쉬워지는 그녀......

어느 틈엔가 이렇게 길들어진 거야. 이 남자에게.......

 

그의 팔을 잡고 걷다가 아까 벤치에 걸쳐둔 목발을 잡으려 하자, 시경이 말렸다.

 

“왜요? 나 계속 이렇게 걷는 건 못해요.”

 

“힘드시면, 제가 안고 들어가겠습니다.”

 

“응? 힘들게 왜 그래요? 목발 짚고 가면 돼요.”

 

“제가 안아서 모시겠습니다.”

 

그의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에 재신은 더 이상 고집을 피울 수가 없었다.

그저 그가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더 많이 걸어야지 싶었다.

그러나 그건 재신만의 생각이었다.

시경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녀를 안아서 들어 올렸다.

 

“나, 더 걸을 수 있어요.”

 

“내일 가셔야 하는데, 너무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재신은 시경의 목에 팔을 두르고 조금은 더 가깝게 감싸 안았다.

순식간에 시경의 얼굴이 붉어졌다.

목과 이마로 핏줄이 돋아나고, 뭔가 다잡는 듯, 어금니를 꽉 깨문 듯 그의 턱이 단단해졌다.

그런 그를 재신은 뚫어질 듯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그와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그녀의 눈을 빨려들 듯 바라보던 시경은 한숨을 쉬며, 다시 눈을 돌렸다.

 

 

 

 

 

 

 

 

“그렇게.... 보지 마십시오. 공주님.”

 

“왜요......?”

 

“저......못 참을지도 모릅니다.”

 

그 말에 재신의 얼굴도 확하고 뜨겁게 올라왔다.

그런 부끄러운 감정을 감추려는 듯 재신은 그의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온 세상이 심장의 울림으로 가득한 듯했다.

 

 

 

 

 

 

5

 

 

 

 

아침 식사를 한 후, 재신은 방에서 단장을 하고 있었다.

공항에서부터 몰려나올 기자진들을 대비해서, 어쩌면 공항 패션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할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드레스를 입고 갈 수는 없으나, 또 너무 편하게 캐쥬얼룩으로 갈수도 없었다.

고민을 하다가 민소매 검정 원피스로 잡았다.

너무 신경 쓴 듯 튀지는 않게, 그러나 세련되게는 보이게....

패션에서부터 정치는 시작되고 있었다.

 

처음엔 너무 무난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입고 보니 조금 느낌이 달랐다.

가슴 부분이 깊게 파여 있어서, 단정한 듯하면서도 섹시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궁인들도, 궁중실장도 너무나 아름답다며 난리였다.

재신이 보기에도 예전보다 훨씬 나은 듯했다.

재활을 하면서 먹기도 많이 먹어 요즘 확실히 살이 붙은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가슴의 볼륨도 살아나는 듯했다.

 

순간 그가 궁금해졌다.

그 남자가 뭐라고 말할까.

저번에도 그렇게 품격이니 격조니 했었는데.......

 

그때 누군가 노크를 했다.

 

“공주님, 은시경입니다.”

 

그였다.

조금은 두근대는 마음으로,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그를 기다렸다.

 

 

 

 

 

 

 

 

 

 

고개를 숙였다가 들며 재신을 바라보는 순간, 시경의 눈이 깊게 변했다.

원래도 검었던 눈이 더 검고 짙게 변하는 듯했다.

그의 목의 울대가 울렁거렸다.

그는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뚫어질 듯 바라보았다.

 

“은시경 씨? 나 어때요? 예뻐요?”

 

시경이 아무 말도 없자, 도리어 뻘쭘해진 재신이 장난스럽게 말을 던졌다.

 

“너무.........”

 

마치 한숨처럼 그의 목소리가 낮게 퍼져 나왔다.

 

“응?”

 

“......아름다우십니다. 공주님.......”

 

탄식 같은 그의 말에 재신은 미소를 지었다.

충분했다.

 

“근데 무슨 일이에요?”

 

“저, 죄송하지만, 보안 상 드릴 말씀이......”

 

“어, 그래요?”

 

재신은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싶어 주위를 물리고는 걱정되는 마음으로 그의 말을 기다렸다.

시경은 모두가 나갈 때까지 굳은 듯 그렇게 서 있었다.

 

“이제 얘기해 보세요.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이, 혹시 또 생긴 거예요?”

 

“그런 건 아닙니다.

이번에 보안팀에서 극비로 개발한 추적장치가 있는데, 그걸 공주님께서 착용을 하셔야 해서......

이게 기밀이라서, 보안 개발팀장과 전하, 그리고 저만 알고 있는 극비 사항입니다.

전자장치 추적기에도 적발되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몸에 지녀야 하는 거예요?”

 

“예. 그렇기는 한데, 그냥 옷이 아니라, 심장 근처 가장 가까운 속옷에 부착하셔야 합니다.

심장의 박동과 연계되도록 만들어져서, 최대한 심장 가까이에 있어야 합니다.

옷은 아무래도 계속해서 갈아입을 수도 있고, 밖으로 드러날 수도 있어서 그나마 속옷이 제일 안전할 듯합니다.”

 

뭔가 공식적으로 말하는 듯하지만, 시경의 얼굴은 어느새 붉어져 있었다.

 

“근데 왜.....궁중실장님께까지 비밀인 거예요?”

 

“추적장치라는 게, 다른 사람들이 알면 알수록 그 기능을 못하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적에게 기밀을 누설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 말을 하는 시경의 얼굴이 어둡다.

그가 누구를 생각하는지, 알 것 같았다.

괜히 미안해진 재신은 황급히 말을 돌렸다.

 

“그럼, 내가 지금 속옷에 달면 되는 거예요?”

 

“예. 그런데 제대로 작동하는지, 제가 지금 확인을 해봐야 합니다.

공주님의 심장박동수를 따라서 추적 장치가 작동을 하는데, 공주님의 현재 위치나 상태가 저와 전하께 전달됩니다.”

 

시경이 전해 준 추적기는 정말 작은 것이었다.

작은 배지처럼 생겼는데, 나사처럼 꽂아서 돌리면 되는 것이었다.

 

“죄송하지만, 지금 바로 확인해 볼 수 있게, 착용해 주시겠습니까?

제가 등을 돌리고 있겠습니다.”

 

“알겠어요.”

 

시경은 그녀에게서 등을 돌려 서 있었다.

 

이 원피스를 택한 건 잘했다 싶었다.

끈 원피스까지는 아니더라도, 민소매라 한쪽 팔만 내리면 간단하게 달 수가 있겠다 싶었다.

재신은 왼쪽 팔 부분을 내리고 브래지어 안쪽으로 추적기를 꽂았다.

바로 나사를 조이면 되었지만,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오른손잡이라면 아무 문제없이 나사를 조이면 되는 일이었는데,

그녀는 왼손잡이였다.

심장 쪽으로 달아야 하는 바람에, 왼손으로 나사를 돌리기가 쉽지가 않았다.

 

이를 어쩌지.....

 

기밀이라니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고.....

아, 진짜......

 

한참 고민을 하는데, 시경은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달아도 한참 전에 끝내셔야 하는데, 재신은 아무 말이 없었다.

 

“공주님, 잘 안 되십니까?”

 

“아....그게......”

 

그녀의 목소리에서 곤란함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시경은 고민하다가 몸을 돌렸다.

그녀의 얼굴이 순간 빨갛게 달아올랐다.

 

시경은 그 순간 깨달았다.

그녀는 왼손잡이다.

그 위치에서 왼손으로 나사를 돌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시경은 바로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녀가 잡고 있는 추적기의 나사를 잡아서 돌렸다.

그가 나사를 돌리는 그 짧은 시간이 마치 몇 시간은 되는 듯 긴장이 되었다.

부끄러웠다.

재신은 눈을 감았다.

빨리 끝나기를 기다렸다.

 

벌써 끝났어야 하는데, 그의 손은 여전히 속옷의 한쪽 끝을 잡고 있었다.

 

“은...시경....씨?”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하얗게 솟아 오른 그녀의 가슴 위로 뜨겁고도 촉촉한 그의 입술이 닿았다.

 

아........

 

그녀의 입에서 단발의 음성이 새어나왔다.

 

 

시경은 생각했다.

나사만 돌려드리고 빨리 눈을 거두면 된다고......

어서 달아드리고 추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만 하면 된다고.......

 

그러나 그것은 이론상이었을 뿐이다.

 

처음부터 들어올 때부터, 그녀의 검은 원피스 사이로 너무나 아름답게 솟아 있는 그녀의 가슴을 보는 순간부터,

시경의 피는 자꾸만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당장 그녀를 안고 싶을 정도로, 그녀를 데리고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옷 사이로 드러난 부분만으로도 그토록 자신을 제어하기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그녀가 한쪽 어깨를 완전히 드러낸 채,

그 안의 속옷이 보이고 있었다.

속옷만으로는 그녀의 (삭제) 가슴을 다 감출 수가 없었다.

(삭제)

나사를 돌리는 일에 집중한다고 해도, 자꾸만 손끝은 그녀의 피부에 닿을 것만 같았다.

살짝 스친 그녀의 살결은 너무나 부드러워서, 손끝이 자꾸만 떨려왔다.

마치 영겁의 시간이라도 지난 듯, 겨우 나사를 채워 넣었다.

그러면 끝난 일이었다.

이제 손을 떼면 된다.

머리로는 어서 떼라고, 떼기만 하면 된다고, 그렇게 명령을 내리지만,

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시경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욕망이 얼마나 지독하게 어두운지, 얼마나 깊고 강한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삭제)

 

머리끝까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참을 수 있다고, 참아야 한다고, 그토록 참아왔는데,

그녀의 입술을 훔치는 것조차 이제는 위험하다고,

자신의 욕망을 미친 듯이 누르며 참아왔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

(삭제) 아름다운 그녀 앞에서, 시경은 자신의 욕망이 자신을 완전히 삼켜버리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이미 그의 입술은 속옷으로 다 감추지 못한 그녀의 (삭제) 가슴 위에 놓여 있었다.

 

놀란 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새어나오자, 시경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삭제) 잡고 있던 끈을 (삭제) 내렸다.

(삭제)

재신이 놀란 듯, 시경의 팔을 잡았지만, 이미 늦었다.

(삭제)

 

으음........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야하게 터져 나왔다.

(삭제)

온 몸에서 자글거리는 감각들이 흘러 다녔다.

발가락 끝까지 저릿했다.

서 있기도 어려운 듯, 자꾸만 비틀대는데, 그의 입술은 (삭제) 놓아주지 않았다.

(삭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자꾸만 야한 신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야하게 다가오는 이 남자 때문에 재신의 다리는 자꾸만 흔들렸다.

그녀가 자꾸만 비틀대자, 시경은 그녀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그제야 그의 입술은 (삭제) 그녀의 입술로 올라왔다.

미치도록 가지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던 그 입술을 시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가져버렸다.

그녀의 입술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가서 그녀의 말캉한 혀와 얽혀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나왔다.

(삭제)

며칠 동안 가지지 못해 애태웠던 그 마음을 보상이라도 받는 듯이, 그의 입술은 거칠었고, 또 자극적이었다.

 

 

 

 

곧 출발해야 하는데, 지금 밖에서 다들 기다리고 있는데,

그걸 뻔히 알면서도, 시경은 참을 수가 없었다.

욕망은, 시경을 비웃고 있었다.

니가 침을 수 있을 것 같냐고, 너의 욕망을 그렇게 우습게 봤느냐고....

그렇게 시경의 이성을 잠식해 버렸다.

그녀의 입술은 너무나 달콤했다.

(삭제)

그 촉감이 자꾸만 자신을 끓어오르게 했다.

그녀의 섹시한 신음소리는 자꾸만 그를 더 미쳐버리도록 만들었다.

 

재신은 자꾸만 신음이 터져 나왔다.

자신도 제어할 수가 없었다.

 

아.....

 

(삭제)

 

정말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은 순간,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공주님, 다 되셨어요? 이제 출발하셔야 됩니다.”

 

“.....흠흠....아....네.......”

 

재신의 목소리가 떨리는 듯 흘러나왔다.

시경이 재신을 품에 안으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

여전히 몸은 뜨거웠고, 여전히 그녀의 몸은 야했다.

그렇게 그녀를 안고 진정을 하던, 그가 서서히 그녀를 놓아주었다.

빨갛게 홍조가 오른 그녀의 볼과, 뜨거운 무언가가 흘러간 듯, 조금은 풀린 듯한 그녀의 눈이 너무나 야하게 다가왔다.

(삭제) 그녀의 옷을 어깨까지 끌어올려주며 시경은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그녀의 옷을 다시 입혀주면서도, 자신의 욕망은 미칠 것처럼 끓고 있었다.

그녀를 가지고 싶다고.....

이대로 그녀를 눕히고 미친 듯이 (삭제) 키스하고 싶다고......

그녀의 너무나 부드럽고 하얀 피부를 만지고 싶다고......

 

그렇게 시경이 터져 나오는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지 못해 숨을 헐떡이는 순간, 그녀의 엄지손가락이 시경의 입술을 쓸었다.

놀라서 쳐다보는 시경에게 재신이 쑥스러운 듯 눈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

 

“립스틱이......묻어서.......”

 

그녀의 볼이 또다시 빨갛게 물이 들자, 시경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또다시 그녀의 입술을 깊게 빼앗았다.

그렇게 몇 번이나 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나서야 겨우 그녀의 입술을 놓아줄 수 있었다.

그것도 궁중실장님이 다시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면, 그들의 야한 시간은 계속해서 진행되었을지도 모른다.

 

재신은 붉어진 얼굴로, 먼저 나가라며, 시경을 밀어냈고, 시경도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방문을 열고 나왔다.

궁중실장님께 겨우 고개만 숙이고, 걸어가는데 시경에게 전화가 왔다.

 

“예. 전하.”

 

“뭐야? 니들.....무슨 짓 했어?”

 

“예, 예?”

 

순간 시경의 목소리가 떨리는 듯 흘러나왔다.

 

“이것들이....!

야! 너! 재신이한테 무슨 짓 한 거야?!!

얘 심장, 이거 왜 이래?

이러다 재신이 심장 튀어나오겠다.

추적 장치 주라고 그랬지, 거기서 19_금 찍으랬냐?

은시경! 너 죽을래?!!”

 

“지금, 바로 출발해야 해서.....전하.....좀 이따 뵙겠습니다.”

 

“야!! 은시경!!!!!”

 

시경은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벽에 기댄 채,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자신의 손으로 느껴지던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이 또다시 되살아났다.

 

정말 큰일이다, 은시경.......

진짜......이러다.....일내겠다.......

 

시경은 벽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건, 자신을 미치게 만드는, 자신의 피를 끓게 만드는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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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짜 별 거 아닌데 친구버전 만들어 죄송합니다.

그러나 그래도 이걸 전체 버전할 수도 없어서리......

그리고 금요일 올리려고 했는뎅, 늦어서 죄송해요.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남편과 딸내미가 큰 방에서 에어콘 틀어놓고 자는 바람에,

전 춥다는 핑계로 거실로 나와서 그나마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겁니다.

제가 사실....에어콘 바람을 싫어해서리.....

엄청 다행이죠.

40도에 육박하는 이 고담 도시에 살면서도, 더위를 그나마 안 타서.....

심지어 막 추워해서...그나마 잘 견디나 봅니다.

선풍기 바람만 쇠도 추워서 꺼놓기도 한다능요.

여튼.......극서의 더위가 오늘 글을 쓸 수 있게 해줬다능요.

 

2

이상하게 자꾸 늘어납니다.

원래 시놉 상으로 역시나 뒷부분 더 있는데, 또 잘랐습니다.

이미 35장이나 되어서, 진이 다 빠져서 구성 상 자르는 것도 맞는 듯해서 잘랐습니다.

별 내용 없이 길게만 적는다고 욕하실까봐 걱정이라능요. ㅠㅠㅠㅠㅠ

 

3

공주님께서 말씀하신 저 유성우는 실제로 'C/2012 S1 (ISON)'이라는 금세기 가장 밝은 혜성에 대한 이야깁니다.

올 11월부터 볼 수 있다는 이 혜성은 내년 1월에는 지구가 이 혜성이 지나간 자리를 지나게 돼서

엄청난 유성우가 내린다네요.

(기사는 요걸 보시면 됩니다.)

http://media.daum.net/digital/others/newsview?newsid=20130425165126475

 

지금 당기못에서 공주님과 은시경이 살아가는 때는 2014년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이니,

우리에게는 미래의 일이, 그들에게는 과거의 일이네요.

어쨌든 실제 곧 미래의 일을 당기못에도 담아 보았습니다.

8월12일에도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내린다고 하지만, 이때는 공주님께서 이래저래 수술하시고 힘들 때였으니 제대로 못 봤을 테고....

2014년 1월 그 엄청난 비처럼 내리는 별들 사이에서 기억에도 나지 않는 그 사람을 그리워한 거라고.....

그렇게 보았습니다.

 

 

4

전....꾹꾹 참는 남자에게 맥을 못 추나 봅니다.

참고 있는 은시경이 참.....매력적입니다.

넘사벽이라는 글에서도 썼듯이, 당기못의 은시경은 늘 이런 듯합니다.

물론 이러다 자신도 모르게 터져버려서 상남자의 포스를 제대로 보여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은시경은 은시경이지요.

답답하고 재미없는 남잔데, 그런 우직하고 변함없음이 전 너무 좋네요.

 

사실 지금 동시에 세 편의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복잡할수록, 일이 많을수록 틈날 때마다 글을 써대는데.....

이번엔....같이 쓰고는 있었으나, 다른 글을 먼저 올릴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마무리가 되질 않아서, 조금 미뤄둔 사이,

당기못의 은시경이 툭하니 들어와버리네요.

밋밋한 듯, 재미없는 듯, 늘 같은 자리에 변함없이 서 있는 이 남자가,

뭔가....제게.....위로를 건네서.......

글을 쓰면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래저래 터진 일들 사이로....그래도 이 글들을 쓰고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그리 대단한 글을 쓰고 있지도 못하지만,

대단한 구성도, 사건도, 날카로운 비판도, 새로운 생각도 넣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 글들을 쓰면서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가 되고,

갑자기 닥친 감당할 수 없는 일들도, 조금씩 해결해 갈 수 있지 않을까...용기도 생기는 듯합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전....14일부터 공주님이 가시는 그곳으로 출장을 갑니다.

언제나처럼 출장 겸 휴가를 가는 거라, 온 가족이 함께 갑니다.

이번에는 이래저래 걱정이 되지만, 전투식량까지 사서 만전을 기하고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 그 사이에는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서, 다른 글들을 더 올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꽤 써둔 글들도 있지만, 마무리할 시간이 없어서 못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당기못 28회도 그랬다지요.

 

아직도 열심히, 여전히 잊지 안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말.....행복하게 보내시길.....(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