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신상플)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30 - 꿈과 현실의 경계에 서서
<silver님께서 주신 당기못 대문짤~~ 감솨감솨합니다.^^>
<디씨 그러하다 횽이 주신 당기못 대문짤~~저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__)>
<위의 배경음악을 틀고 봐주세요.>
1. 오직 너만을 - 현성
2. You are my lady - 정엽
3. Lovely Yours
4. 행복한 나를 - 허각
5. 걷고 싶다 - 조용필
1
그녀가 사라졌다.
정신없이 뛰어가 본 그녀의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경은 전 근위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각 층, 각 문마다 모두 막고 대기하라.
그리고 지금 각 중대장과 소대장은 감시카메라 판독하는 상황실로 모일 것.
시경은 그들을 데리고 상황실로 바로 들어갔다.
“今から大韓民国王室の衛兵でここを使用しますので、ご了承下さい。”
(지금부터 대한민국 왕실 근위대에서 이곳을 사용하겠으니, 양해해주기 바랍니다.)
시경의 말에 몇몇은 놀란 듯 곧바로 일어섰고, 한 명은 쭈뼛대며 밖으로 나가려 했다.
시경이 눈짓을 하자, 동욱이 바로 가서 그들 모두를 잡았다.
“申し訳ありませんが, 今は誰も出れません。”
(죄송합니다만 지금은 아무도 나가실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 1팀은 CCTV 판독 들어간다.
그리고 2팀은 대기한다. 각자 위치로!!!"
시경의 말에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CCTV의 프로그램을 살피기 시작했다.
시경은 현재도 돌아가고 있는 CCTV를 하나하나 지켜보았다.
"공주님께서 사라지시기 전, 10분 전부터 확인한다."
공주님이 사라지신 상황.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다.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이다.
동욱은 시경은 흘낏 바라보았다.
전체를 총괄하며 살피는 시경의 모습이 질리게 했다.
그는 그야말로 근위대장의 모습이었다.
흔들림도 없고, 떨림도 없었다. 당황함도, 두려움도 없어보였다.
자신의 할 일을 하는 것처럼, 날카롭고 냉정하게 일하고 있었다.
확인해 봐야 할 CCTV 분량은 어마어마했다.
전 인력이 붙어서 시간대 별로 나누어서 자리잡았다.
그러고는 공주님의 동선을 따라 살피기 시작했다.
"찾았습니다!!!"
호텔 동편 쪽 오솔길로 이어진 곳이었다.
좁고 어두운 곳이었다.
오솔길을 따라 나가면, 정원이 펼쳐져 있는데,
호텔에서 정원까지 나가는 가장 단거리이자, 그만큼 가장 좁고 어두운 곳이기도 했다.
오솔길을 조성하기 위해 삼나무까지 심겨 있어서 CCTV가 있다고는 하나, 밤에는 사람의 얼굴을 식별하기는커녕,
사람의 윤곽조차 찾기가 어려웠다.
"2팀 호텔 동편부터 시작한다.
나머지 팀들은 각 층별로, 각 문 앞을 지키고, 내가 지시할 때까지 움직이지 마라."
시경은 또다시 살피기 시작했다.
문은 총 3개.
정문이 위치한 남쪽, 야외 수영장으로 이어진 서북쪽,
그리고 정원과 이어져 있는 동쪽의 좁은 문이었다.
이 호텔은 하나로 이어진 듯 보이지만, 사실은 주된 객실과 별실로 나뉘어 있다.
주객실과 별실 사이에 위치한 문이 바로 동쪽문.
주객실로 간 것인지, 별실로 간 것인지는 CCTV의 동선을 보고 파악해야 하지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CCTV의 화질도 문제였고, 밤이었기 때문에 더더욱이 공주님의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시경이 가슴 주머니에서 위치추적기를 꺼냈다.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호텔 안.
위성이 알려주는 것은 오로지 이 정도밖에 되지 못했다.
더 섬세하게, 더 정확한 장소를 알려주지는 못했다.
한 가지 알 수 있다면, 고층은 아니라는 점.
지상에서 10미터 올라갈 때마다 표시등이 켜지는데, 다행히 표시등이 켜지지 않고 있었다.
고층을 배제하고 보면, 10미터 이하.
대략 한 층의 높이는 3.5미터.
1층의 높이가 보통 객실 높이의 2배 이상이다.
그렇다면, 최대 4층까지 확인을 해야 한다.
시경은 도면을 펼쳐들었다.
이 호텔은 동서로 길게 이어진 모양을 하고 있다.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길게 이어져 있지만, 사실은 오른쪽에서 기역으로 꺾어들면서 별실이 존재했다.
가로 직선은 주객실이 존재하고, 남쪽으로 정문이 나 있다.
오른쪽으로 기역으로 꺾이는 그곳에 동문이 존재하며,
이곳이 별실과 이어지는 문이자, 삼나무숲 사이 오솔길로 이어진다.
지하 1부터 4층까지 어느 틈 하나 없이 살펴보아야 한다.
지하 1층은 실내 수영장과 Gym이 있다. 그리고 별실 쪽에는 회의장이 있다.
별실 자체는 특별한 사무를 보기 위해 오는 인물들을 위한 장소다.
회의를 하고, 한편으로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
이번 회의 역시 이 별실 아래 회의장에서 진행했다.
객실은 주객실을 사용하되, 회의 및 다른 진행 혹은 하위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은 별실을 이용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1층부터 4층까지의 주객실 및 별실의 객실일 터.
1층은 리셉션 장과 로비가 있어서 객실이 없으니 2층부터 살펴야 한다.
시경은 무전기를 들었다.
"층별 대기팀, 각 문을 지키는 팀을 제외하고, 두팀 씩 복도 끝에서 CCTV 연결선을 확인한다.
단 하나라도 문제가 있을시 바로 연락할 것."
"2층 북쪽 끝 1팀, 남쪽 끝 1팀, 진행 후 보고할 것.
3층과 4층도 마찬가지다."
속속 보고가 이어졌다.
"2층 이상 무"
"3층 이상 무"
"4층 이상 무"
"그러면, 각 계단으로 이동한다.
각 층 마다 각 문과 복도 끝을 지키는 팀을 제외하고, 계단으로 이동해서 다시 시작한다."
하나 하나 짚어가는 동안, 이상은 없었다.
이렇게 조용할 수가 없었다.
CCTV가 있는 걸 알면서도 이런 무모한 납치를 시작했다면, 그는 내부를 아는 자가 틀림없다.
시간이 가고 있다. 생각을 해야 한다.
그때였다.
"근위대장님. 뭔가 이상합니다."
동문에서 나오는 길, 주객실과 별실 사이 모퉁이 CCTV에서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뭐야?"
"같은 인물이....반복됩니다. 이상해서 몇 번 봤는데, 계속 같은 인물이!"
그거였다.
교체.
"1팀, 2팀은 지금 당장 동문에서 나오는 주객실과 별실 사이 CCTV 점검하도록!!"
시경은 자신이 직접 화면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같은 인물....
분명 비슷한 장면이 재현되고 있었다.
룸서비스를 옮기고 가는 호텔직원과 맞은편에서 오고 있던 검은 옷을 입은 인물의 상황이 비슷하게 연결되고 있었다.
그 사이로 지나가는 주황색 인물 때문에 그것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었다.
"이 부분 다시 재생해봐!"
다시 지켜보던 시경이 갑자기 옆에 있던 CCTV 촬영분을 살피던 근위대원에게 넘어가,
본인이 직접 살펴보기 시작했다.
검은 옷을 입은 자와 호텔 직원이 이상했다.
호텔직원은 반드시 고개를 숙인다. 인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호텔직원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둘의 눈이 애매하게 부딪치고 있었다.
이상했다. 분명.
그 때 무전기에서 보고가 올라왔다.
"근위대장님! 전선이 끊긴 흔적이 있습니다. 누군가 조작을 한 것 같습니다."
촬영을 하는 동안, 그 사이 필름을 교체하면서 다른 선으로 연결한 것이다.
그렇다면 동문에서 나와서 어느 쪽이란 말인가.
시경은 호텔직원이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 CCTV를 살피기 시작했다.
분명 룸서비스라면, 주객실에서 별실로 움직이거나, 혹은 반대여야 한다.
주객실에서 별실로 움직였다면, 오른쪽으로 꺾어서 들어가야 한다.
혹은 별실에서 주객실로 움직인다면, 왼쪽으로 꺾어서 기역자 역방향으로 올라와야 한다.
그런데 처음 등장 후, 5분이 지나서 다시 등장했을 때의 방향은 꺾은 방향이 아니었다.
아니, 다시 정리해 보자.
분명 처음 진행한 방향은 주객실에서 동문으로 직진하다가 별실 방향으로 오른쪽으로 꺾었다.
그렇다면, 나오는 장면이 나와야 하는데, 다시 반복되고 있었다.
또다시 같은 장면의 반복.
주객실에서 별실 방향으로 꺾이고 있었다.
같은 방향으로만 2번.
같은 방향으로만 꺾은 2번의 반복 후, 5분이 지나서는 동문쪽에서 별실 방향으로 왼쪽으로 꺾이고 있었다.
방향이 다르다.
룸서비스가 동문으로 나갈 이유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른쪽으로 꺾어 내려갔던 룸서비스가 갑자기 직진 방향에서 나타나 별실로 꺾일 수는 없는 거였다.
"이 부분 각각 확대해봐."
시경의 말에 근위대원들은 양쪽의 CCTV 부분을 확대했다.
주객실에서 별실로 꺾을 때와, 동문에서 별실로 들어갈 때, 하얀 천의 두께도, 크기도 달랐다.
확실했다.
"지금부터 별실 전체 건물을 폐쇄하고, 각 문마다 근위대원들은 전투 자세로 임해라!"
전쟁이었다.
지하 1층에서 4층 그 사이의 별실. 그것이 키워드였다.
객실마다 다 문을 두드릴 수는 없다.
그러는 사이 도망갈 빌미를 줄 수도 있고, 잘못하면, 공주님께 해가 갈 수도 있다..
시경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허를 찌르는 방법. 가장 빠르게 제압하는 방법.
CCTV로는 더이상 확인할 길이 없었다.
반복 재생되는 구간이 갑자기 사라졌다.
별실 끝부분부터 갑자기 CCTV의 화면이 지지직거리기 시작했다.
시경은 갑자기 일어나더니, 아까 나가려고 하던, 책임자 앞에 가서 섰다.
"何...何ですか!!! (뭐...뭡니까!!!)"
시경은 아무 말 없이 냉정하고, 차가운 태도로 그 앞에 서 있으며 노려보았다.
“いくらか(얼마야?)”
“何の話ですか(무슨 소립니까?)”
"いくらかと聞いた。(얼마냐고 물었다.)
あなたが受け取った金がいくら。 (니가 받은 돈이 얼마야?)
それがそんなに多いか。(그게 그렇게 많아)?
ここ一生の職場だよね。 (여기 평생 직장이지?)"
시경은 벽에 걸려 있는 신분증을 흘낏보며 말을 이었다.
"渡辺信一郎, 55歳. (와타나베 신이치로, 55세)
子供たち、まだ育てなければならないんじゃない? (55세.자식들 아직 키워야 하지 않나?)
そんなはした金で一生の職を歩いていっぱいよ。 (그런 푼돈으로 평생직장을 걷어 차겠다?)”
“私...私は...(나...난....)”
“今すぐ言いなさい。 (당장 불어라.)
少なくとも今言えば、情状酌量になる。(적어도 지금 불면, 정상참작이 된다.)”
“いいえ、私は本当にない。(아니야, 나는 진짜 아니야.)”
“情状酌量10秒前。(정상참작 10초전.)”
“私はないと!! (나는 아니라고!!)”
“9, 8. 7.....”
“ないと、私の過ちが、僕は何も分からない。(아니라고, 내 잘못이..나는 아무 것도 몰라.)”
“6, 5, 4, 3....”
“あいつがそうだった。あいつが!(그놈이 그랬어. 그놈이!)”
“誰? (누구?)”
“そのやつが・・(그 놈이....)”
“名前! (이름!)
もう1秒残った。(이제 1초 남았다.)”
“次官の秘書。(차관의 비서....)
石原祐樹。(이시하라 유키).”
“どこだか? (어디냐?)”
“私もそれは知らない。(나도 그건 몰라.)”
“共犯がなりたいみたいだな。(공범이 되고 싶은가 보군.)”
“じゃない...1階CCTV万消してばいいと、目をつぶってあげたらいいと言った。
(아니야...1층 CCTV만 꺼주면 된다고, 눈감아주면 된다고 했어.)
本当に...誘拐であることは知らなかった。本当だよ。真実だと。
(진짜...납치인 줄은 몰랐어. 진심이야. 진짜라고.)”
“1階CCTVを消した....(1층 CCTV를 껐다.....)
それでつながるところがどこ? (그래서 연결되는 곳이 어디야?)
どこに行けば、ばれてないで行くことができる? (어디로 가면, 들키지 않고 갈 수 있지?)”
“そこは......地下に降りて行く道には...(거기는......지하로 내려 가는 길에는....)
会議のために....CCTVを設置できないようにして.....
(회의 때문에....CCTV를 설치 못하게 해서.....)”
“会議? 会議場? (회의? 회의장?)”
그랬다. 회의장이었다.
우리가 이때까지 있었던 회의장.
저녁이 지나면, 완전히 문을 걸어 잠그는 곳.
그래서 불까지 꺼두는 곳.
“이 자식, 수갑 채워!
모두 회의장으로 간다!!”
2
어두웠다.
전기를 끊어놓은 듯 뭔가 어두운 냄새가, 습기와 먼지가 범벅이 된 냄새가 흐르고 있었다.
순간 여기가 어딘지,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 건지 머리를 굴렸다.
아까 분명 동편 오솔길로 산책을 나갔다.
자꾸 열이 올라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샤워를 해도 자꾸 머리가 어지러운 듯, 심장이 뛰어대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갑갑하다고 해야 할지, 설렌다고 해야 할지, 긴장이 된다고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는 감정에 재신은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이럴 바에야 잠시 산책을 하자며 나왔던 길이었다.
동편 쪽에 삼나무숲 사이로 오솔길이 있어서 호텔 안에서 거닐기가 좋았다.
나름 이 호텔의 묘미기도 했다.
도심 속의 자연이랄까,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정원이었다.
웃기게도, 이 숲에 같이 나왔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마음 때문에 스스로도 낯설었다.
언제부터 나는 이 남자를 생각하게 된 걸까.
이곳에도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니....
같이 걷고 싶다니.....
따라오는 근위대원들은 죄다 말리고,
한 명은 꼭 따라야 한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멀찍이 따라오게 했다.
혼자서 걷고 싶었다.
마치....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것처럼, 온통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 사람을 생각하며, 그렇게 걸었다.
동문으로 다시 돌아오는데, 이상했다.
아까 동문에 서 있던 근위대원이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네......
싶은 찰나, 갑자기 누군가의 손이 내 입을 막았다.
알싸한 냄새가, 알코올 냄새가 나는 듯 하는 순간, 정신을 잃었다.
그것이 생각나는 전부였다.
이게 무슨 상황일까....
손을 움직이려고 해도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간이 침대 같은 곳에 팔다리가 모두 묶여 있었다.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었다.
재신은 순간 자신의 몸을 훑어보았다.
다행히 옷은 입혀 있었다.
그 때 그들의 말이 들렸다.
“ユキ・・・これ....私たち捕まったら死ぬんじゃないの?
(유키.....이러다....우리 잡히면 죽는 거 아니야?)”
“うるさい! 既に起こしてしまったことだ。 (시끄러워! 이미 저질러진 일이야. )
お金は確実にするから、今になって言い逃れようとしてな、岸哲郎!
(돈은 확실히 줄 테니, 이제 와서 발뺌하지 마라, 키시 테츠로!)”
“一体どうしようとそう? (도대체 어쩌려고 그래?)”
“どうしたのは......そのやろうのために職場まで首になったので、あだ討ちをしなければ.
(어쩌기는......그 새끼 때문에 직장까지 짤렸으니, 복수를 해야지.)”
“おぃ…でも、きれいなのは…きれいだ……。(야...근데....이쁘기는...이쁘다....).”
“ふん!そうみたって。身体障害者だよ。(흥! 그래 봤자. 병신이지.)
なぜ?したい? (왜? 하고 싶어?)”
“狂ったのか? いくらセック*スをしたくても、後でどうなるつもり?
미쳤냐? 아무리 꼴려도, 나중에 어떻게 되려고?”
“怖くは多くのやつ。(겁은 많은 새끼.)”
“ユキ・・・いい加減にしなければならないじゃないか?何をどうするつもり?
(유키.....적당히 해야 하지 않냐? 뭘 어쩌려고 그래?)”
“どうしては......ほど.ほど.に…触れてくれなくてはならない。
(어쩌기는....적.당.히..건드려줘야지.)”
둘 중 하나가 재신의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재신은 여전히 기절한 척, 눈을 감고 있었다.
그 때 우악스러운 손이 재신의 옷을 벗겨냈다.
“しないで!!!!! (하지 마!!!!!)”
그는 잘린 차관의 비서였다.
“オ...氣付いていた。お姫様....(오... 깨어나셨군. 공주님....)”
“まぁ…まあ・・・するの? (뭐..뭐...하려는 거야?)”
“何するのは……僕を愚弄した対価は受けなきゃ、そうじゃない?
(뭐 하기는......나를 우롱한 대가는 치러야지, 안 그래?)”
놈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재신의 옷을 벗겼다.
수치감 속에서도 재신은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이곳에서 이놈이 자신을 범할 지도 몰랐다.
그러나 알 수 없었다.
아무리 몸을 움직여 보려고 해도, 손발이 침대에 묶여 있는 재신으로서는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었다.
속옷만 남은 재신을 놈은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これでも、無事そう?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あなた自分や神経を使っているのがどう? (니 자신이나 신경 쓰는 게 어때?)
むいておいたので、かなりコケティッシュなの?そうじゃない? 哲郎。
(벗겨놓으니, 꽤 요염한데? 안 그래? 테츠로?)”
옆에 서 있던 테츠로라는 놈도 고개를 끄덕이며 침을 삼켰다.
차관의 비서였던 놈이 능글거리며 웃더니, 구급상자를 열어 주사기에 약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바라보던 재신의 얼굴이 점점 사색으로 변해갔다.
"하지 마!!!!"
날카로운 바늘이 재신의 팔에 꽂히고 있었다.
"ショータイム! (쇼타임!)"
비정한 놈의 목소리가 울렸다.
3
쾅!!!!
“大韓民国王室の衛兵だ。
武器を捨てなさい!!”
(대한민국 왕실 근위대다.
무기를 버려라!)
잠입조 1조는 들어서자마자 범인 2명을 압박했고,
시경은 그대로 뛰어들어가 재신을 찾았다.
놈들을 발견한 곳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간이 침대 위에 그녀가 묶여 있었다.
시경은 바로 재킷을 벗어, 그녀의 몸에 덮으면서 침대 위에 깔려 있던 시트를 거칠게 벗겨내어 그녀의 몸을 감쌌다.
"은..시..경......"
시경은 그녀를 그대로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았다.
하아........
그녀의 귓가로 그의 깊은 한숨소리가 들렸다.
그의 한숨소리가 고통스러웠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괜찮으냐는 말조차 묻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품안에 가득 그녀를 안고 있을 뿐이었다.
"근위대장님!"
동욱이 곁에 와서 그를 부를 떄까지 그는 그저 그녀를 안고 있었다.
동욱이 휠체어를 가지고 곁에 오자, 그녀를 휠체어에 바로 태웠다.
"방으로 모셔다 드려라."
"예."
재신을 데리고 나오다가 동욱은 뒤를 돌아보았다.
공주님을 안고 있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근위대장은 마치 전쟁에 임한 듯한 군인의 자세로 놈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諦めなさい。もう終わった。(그만 포기해라. 이미 끝났다.)"
"すべて出て!おまえらみんな殺して、私もここで死ぬよ。
出て行けと!!
(다 나가! 니들 다 죽이고, 나도 여기서 죽을 거야.
나가라고!!)"
이시하라 유키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근위대원들을 향해 총을 들이대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근위대원들은 약간 주춤하고 있었다.
놈을 제압하기 전에 누군가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시경의 눈에는 보였다.
놈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다는 것을.....
"다들 물러나라."
"근위대장님!"
곁에 섰던 김소위는 뭔가 눈치 챈 듯, 시경을 말리려 했다.
"명령이다! 말들어!"
시경의 단호한 말에 다들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근위대원들이 완전히 뒤로 물러서고 나서야 시경은 안심한 듯, 놈의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섰다.
"來るな! 来ないと!!! (오지 마! 오지 말라고!!!)"
"銃は...を撃って見たのか。(총은...쏴봤냐?)"
"な。。なに? 뭐....뭐?"
"あ、そんなはずがないね。
軍隊を行ってみたら良かった知ってるよ。
(아, 그럴 리가 없겠군.
군대를 가봤어야 알지.)"
"なんだ?(뭐야?)"
"おい!一つアドバイスを一つしてあげようか。(어이! 한 가지 조언 하나 해줄까?)
大韓民国はね。(대한민국은 말이야.)
男なら全部銃を撃ってみている(。남자라면 다 총을 쏴본 적 있다.)
軍隊も押し詰まってね。(군대도 다 가고 말이야.)
それが何くれるじゃないの? (그게 뭔 줄 아냐?)"
"何の話をするの?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お前銃に死ぬ、大韓民国の男性はない! (니 놈 총에 죽을, 대한민국 남자는 없다!)
君があえて手をつけられない! (니들이 감히 건드릴 수 없다!)"
탕탕탕탕!!!
"ウアアアク!!!! (으아아악!!!!)""
벽에 붙어 있던 놈이 스르르 미끄러져 주저앉았다.
덜덜 떨면서 마치 쇼크에 빠진 듯했다.
놈의 바지가 흥건히 젖어갔다.
놈이 쥐고 있던 총은 이미 떨어져 있었고,
시경은 재빨리 총을 걷어차 버렸다.
벽에는 놈이 서 있었던 주위로 탄알이 박혀 있었다.
"포박해!"
시경의 말에 뒤로 물러섰던 근위대원들이 놈을 묶어 끌고 나갔다.
놈이 곁을 지나가자, 시경이 싸늘하게 한 마디 날렸다.
"射撃とはこんなのだ。(사격이란 이런 거지.)
ただし1㎜だけ離れても、君は今日死んだ命だった。(단 1미리미터만 벗어나도, 넌 오늘 죽은 목숨이었다.)"
놈도 그 말이 뭔 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옷 끝에 난 구멍을 보며, 더욱더 몸서리를 쳤다.
정확하게 이 놈은 자신의 몸 끝을 노려 방아쇠를 당겼다.
냉정하게, 그러나 잔인하게....
무서운 놈이었다.
자신이 절대로 대적할 수 없는.....
시경은 근위대원들을 모두 내보낸 후, 시경은 한참을 현장에 남아 있었다.
4
재하와 통화를 끝내자마자 시경의 전화가 다시 울렸다.
"근위대장님!!!! 지금 어디십니까?"
동욱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무슨 일이야? 공주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순식간에 두려움이 몰아쳤다.
"공주님께 와보셔야겠습니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시경은 재신의 방으로 달려갔다.
방문 앞까지 정신없이 뛰어갔지만, 문을 여는 그의 손길은 주저주저하고 있었다.
하아......
한숨을 깊게 시경이 손잡이를 잡는 찰나,안에서 문이 열렸다.
"아, 오셨습니까?"
"공주님은...?"
“누워계십니다.”
“그래.”
동욱은 뭐라 말을 더 하려다, 빨리 들어가 보시라며 자리를 비켰다.
시경이 안으로 들어서자, 궁중실장이 인사를 하며 역시 문 밖으로 피해주었다.
재신은 이불을 덮은 채, 기운 없이 누워 있었다.
감긴 눈 사이로, 뭔가 열에 들뜬 듯 불편해 보였다.
그녀를 바라보던 시경의 미간이 또다시 좁혀지고 있었다.
“공.....주님......”
시경이 어렵사리 그녀를 부르자, 그제야 재신은 눈을 떴다.
얼굴엔 열이 올랐는지 빨갛게 홍조가 드리워 있었다.
“왜...이렇게 늦게 와....”
“찾으셨습니까?”
“사람 걱정되게.....바로바로 와야죠.”
“죄송합니다.”
시경은 약간 목이 메인 듯 대답했다.
재신은 그런 시경을 잠시 보더니, 한숨을 내쉰다.
“오빠한테 연락...했어요?”
“예.”
“오빠 난리 났겠네.”
시경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재신은 알 수 있었다.
또 온다고 난리를 쳤을 것이다.
“언니는....어떻게 됐대요?”
“아직...이시랍니다.”
“세상에....너무 오래 가네.....
벌써 하루가 넘었는데.....
조카 녀석, 엄청 엄마 괴롭히네요.”
“곧....일 것 같습니다.”
“응.....”
재신이 입을 다물자, 시경 역시 아무 말이 없었다.
시경은 그저, 그녀의 침대 곁에서 그녀를 바라보지도 못하고, 죄지은 사람처럼 서 있었다.
이 남자...참....싶었다.
“왜 그래요?”
“예?”
“지금....은시경 씨.....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서 있어요.
도대체 왜 그래요?”
하아....
시경의 입에서는 대답대신 한숨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 당신 잘못이라고...생각하는 거죠?”
재신의 직구였다.
시경은 그녀의 말이 맞는 듯, 고개를 숙였다.
“여튼...답답이....”
그 말에 놀란 듯 그녀를 바라보던 시경과 재신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은, 힘든 가운데도 따뜻했고,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랬기 때문에 시경은 더 견딜 수 없었다. 자신을 더 용서할 수가 없었다.
“모두...하아....저...때문입니다....”
“도대체 뭐가요?”
“공주님...........”
시경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스스로에게 화가 나 있었다.
바보 같이....
왜 그랬을까.
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그토록 화를 냈던 걸까.
결국 이 모든 일을 공주님께서 감당하시게 했다.
그것도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어리석었다.
선왕전하의 말씀은 틀린 바가 없었다.
쥐를 몰 때도 피할 구멍을 주었어야 했다.
어리석게도, 자신은 끝까지 몰아붙여 공주님을 그 더러운 놈의 손아귀에 들어가시도록 하고 말았다.
그런 자신을 시경은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공주님이 어떠신지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그러나 올 수 없었다.
자신 때문에 공주님께서 그런 험한 일을 당하셨는데, 무슨 낯으로 뵈러 갈 수 있나 싶었다.
“자책...하는 거죠?”
“.....모두..제 탓입니다. 공주님을 이렇게...하아....
전....제 자신을 정말 용서할 수가...없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고통스러웠다.
이 답답한 남자는 그래, 그럴 것이다.
그런 것 하나하나 다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또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을 것이다.
정말...바보 같이 늘 이토록 올곧다.
“뭐가...잘못된 건데요?”
"공주님....."
“나 무사하고, 근위대원들 무사하고...
그리고 게다가 이번엔 그들을 압박할 수 있는 확실한 키를 받았는데...
도대체 뭐가....잘못됐다는 거죠?”
“공주님!!!! 이번에 납치까지 당하셨습니다.
조금만 늦었어도, 어떤 일이...전...정말.....”
시경은 턱이 으스러질 것처럼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의 주먹에는 이미 핏줄이 터질 것처럼 올라와 있었다.
참...웃기지...
재신은 생각했다.
그 와중에도, 저 터질 듯한 그의 핏줄이 남자다워 보인다고.....
아마 납치범을 잡느라 몸싸움이라도 한 듯,
약간은 풀어헤쳐진 듯한 그의 넥타이가,
그 안으로 열려진 단추가 섹시해 보인다고....
그렇게 보이다니...
나도....정말 미쳤구나......싶었다.
“은시경 씨..... 나 좀 앉혀 줘요.”
재신은 여전히 그녀를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곁에 서 있는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떨리는 듯 잡은 그녀의 손은 너무나 뜨거웠다.
“공주님....지금 열이...”
“나도 알아요.”
“약이라도 드셔야 합니다. 놀라셨나 봅니다. 그래서...몸살이라도..”
“그런 거 아니에요..내가.....알아요.
일단 앉혀줘요.”
마지못해 시경은 그녀를 침대에 기대어 앉혀주었다.
힘이 없는지, 그녀는 자꾸만 미끄러질 것만 같았다.
“잠깐만....나....좀 기대도...돼요?”
재신의 말에 시경은 멈칫했다.
“잠시만 여기 앉아 있어줘요.
어깨 좀...빌려줘.....
누워 있으니 열이 올라서 너무 답답해요.”
재신의 말에 시경은 쭈뼛거리며 침대 곁에 앉았다.
시경이 앉자 재신은 또다시 손을 내밀었다.
시경은 그 손을 잡아 자신에게로 천천히 끌어당겼다.
재신의 머리가 시경의 어깨에 기대왔다.
시경의 손이 재신의 허리를 안아 더욱더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당겼다.
하아....
시경의 입에서 신음 같은 한숨이 터져나왔다.
그 한숨이 많은 것들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 남자 어쩌면, 납치된 자신보다 더 힘들었을 거라고......
어쩌면 고통스러웠을 거라고.......
그래서 고마웠고, 또 그래서 가슴이 저릿했다.
“힘들었구나....은시경 씨....”
“전...전....하아...공주님....”
시경은 더 말을 잊지 못하고, 더욱더 깊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차마 입 밖으로 뱉을 수가 없었다.
그 말이 혹시나 현실이 될까...심장이 떨려서, 말조차 뱉을 수 없었다.
당신을 못 볼까...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워서....너무나 두려워서.....
죽을 것만 같았다.
정말 이러다가....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에는 몰랐다.
놈을 체포하고 나가는 순간.....
아니다. 그 전에 그 놈과 마주선 그 순간에 죽여 버리고 싶었다.
벽을 쏘았던 것도, 단순히 놈을 겁주기 위함은 아니었다.
정말로 죽이고 싶었다.
그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곱씹어보아도 이 모든 일은 다 자신 때문이었다.
그녀의 머리의 무게만큼, 시경은 안심했고,
또 그만큼 두려웠다.
지금 이 순간이 오지 못할지도 몰랐을 거라는 것이, 숨을 턱하고 막히게 했다.
“난 하나도......안 무서웠어요.”
“공주님.....”
“진짜예요.
나 정말 안 무서웠어요.”
“추적장치도...문제가 있었습니다.
근거리에서는 작동이...잘 안 되기.....”
“바보!!”
“예?”
재신은 답답하다는 듯, 시경의 어깨를 머리로 콩콩 때렸다.
“그게 아니에요.”
“예?”
“추적장치...그런 거 믿어서 그런 거 아니라구요.”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시경의 심장이 또다시 쿵쿵거리며 뛰어대었다.
“난...은시경 씨를 믿었어요.
은시경 씨는...어떤 일이 있어도 날 찾아낼 거라고.....
당신은 그런 사람이니까.....
어떻게든...나를 찾아낼 거라고....그렇게 믿었어요.”
“공주님.......”
“추적장치가 없었어도, 당신은 나를 찾아냈을 거야.
그래서......두렵지 않았어요. 난......”
시경의 가슴 저 안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솟아 올라왔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그 뜨거움은 시경의 울대를 얼얼하게 만들었다.
한참 동안 시경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믿음이, 그리고 자신의 두려움이 저 안에서 울컥하게 만들고 있었다.
“전......하아.......두려웠습니다.”
이윽고 뱉은 그의 목소리는 고통스러웠다.
“은시경 씨...”
“전....두려워서.....죽을 것 같았습니다.
공주님....지금도 두렵습니다.
그 순간이 지나니...더 두렵습니다.
아니, 공주님을 제 품에 안고 있으니...숨도 못 쉴 정도로 두렵습니다.”
재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그의 가슴에서 뛰고 있는 심장 소리만 듣고 있을 뿐이었다.
“다시는 이렇게 당신을 안지 못할까봐....
당신을 찾지 못할까봐...
하아...공주님......”
시경은 그저 그녀를 가슴에 안고 또 안았다.
그래도 자신의 가슴은 채워지지도, 그 불안감은 사라지지도 않았다.
“은시경 씨... ”
재신은 그저 그의 이름을 부를 뿐이었다.
그의 불안함이 그녀의 가슴으로 건너와, 자꾸만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그의 고통의 크기만큼, 그녀의 가슴은 저릿하기만 했다.
그렇게 서로의 품에 안겨 있었다.
서로의 품을 느끼고, 심장소리를 느끼고, 서로의 향취에 잠기며, 불안함을 달래었다.
어쩌면, 그 순간보다도, 무사하다고 느끼는 그 순간, 더 아찔하고 더 두려운 법이었다.
그녀를 안고 있는 이 순간이, 불안했고, 두려웠다.
이제서야 자신의 불안함을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불안했다고, 두려웠다고, 이제야 말할 수 있는지도 몰랐다.
공주님이 무사하신지 알 수 없는 그 순간에는 그러한 말조차 내뱉을 수가, 아니 생각할 수도 없었다.
이제야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5
하아...하아...
공주님의 입에서는 신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아까부터 느꼈지만, 그녀의 몸이 불덩어리 같았다.
시경은 그녀의 얼굴을 보려 몸을 떼려 했지만, 그녀의 팔이 시경을 잡고 놓지 않았다.
“잠시만....나....이렇게 좀 있을게요.”
“공주님, 지금, 몸이 굉장히 안 좋으십니다.
주치의를 부르는 것이...좋을 듯합니다.”
“그런 거...아니에요.”
“공주님! 열이 너무 많이 나십니다. 이러다가 앓으시기라도 한다면...큰일...”
“아니야. 그런 거....
..최..*음...제.예요.”
“예?”
순간 시경은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 아니 들은 말에 대해서 제대로 들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비서라던 그 남자가....주사기로.....”
“공주님..그럼!!!”
시경은 순간 그녀의 두 팔을 잡고, 그녀의 얼굴을 확인했다.
얼굴에는 붉은 기가 완연했고, 눈에서도 뭔가 열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견뎠는데....이젠 안 되나봐.....”
“이런 미친 놈들이!!
의사라도 불러서...”
“불러서 어쩔 거예요?
최...음제 맞았다고, 소문이라도 내...게?
싫어......그런 거......하아..하아....
마약의 일종일 테니...시간이 지나면.....결국 괜찮아질 거예요.”
“공주님!!!!”
“다른 사람에게.....이런 모습...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알려지면, 이상하게 이용당할 수도...있어요....
하아.....하아.....”
공주님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
공주님은 괜찮으시다고 하지만, 그녀의 상태는 점점 더 안 좋아지는 듯했다.
시경의 마음은 점점 불안해졌다.
“궁중실장님을...부를까요?”
재신은 그저 고개만 흔들었다.
그녀의 자존심인지도 몰랐다.
이런 약 따위에 약해지는 모습 따위, 보이고 싶지 않다는.....그녀의 자존심이었다.
“내 곁에....좀...있어줄래요?
아무도 없으면....무서워요.
다른 사람은......싫어.....”
뭔가 애잔했다.
그녀가 그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그것으로 시경은 애처로우면서도, 뭔가 가슴을 묵직하게 했다.
그러나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숨소리가 거칠어지시고, 고통스러워하시는데 자신이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무기력한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공주님....많이 힘드십니까.....”
“자꾸...열이 나요....하아.....하아.....
몸이....이상해....
머리도 빙글빙글 돌고...어지럽고.....”
“안 되겠습니다.”
시경은 재신을 눕히고는 일어섰다.
재킷을 벗고, 급히 넥타이까지 풀어내고는 손목의 단추를 풀어 팔꿈치까지 걷어올리고 욕실로 들어갔다.
뭘 하는가 싶어서 지켜보던 재신은 힘이 드는 듯,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도 온 몸에 열은 끓어오르고, 뭔가 알 수 없는 감각들이 온 몸을 휘몰아치고 있었다.
정말...이러다 미치겠네...
그 순간 시경이 다시 돌아와 그녀의 곁에 앉았다.
그가 수건을 적셔와 그녀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미지근한 물에 담갔지만, 워낙 열이 나다보니, 그조차 시원하게 느껴졌다.
“좀..나으십니까...”
“응....좋아요.”
그는 그녀의 얼굴과 목을 천천히 닦아주었다.
시경은 그녀가 입고 있는 잠옷의 팔을 위까지 걷고 팔도 닦아주었다.
그러나 수건으로 닦으면, 내려가는 듯하다가 금방 다시 열이 올라왔다.
예전 어렸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분명 얼굴과 목, 팔, 다리를 닦아주면 열이 내리고는 했었던 것 같았다.
시경은 결심을 한 듯, 이불을 걷었다.
원피스 같은 잠옷 아래로 그녀의 다리가 하얗게 나와 있었다.
시경은 수건으로 천천히 그녀의 발과 다리를 닦았다.
몇 번이나 손이 미끄러지려 했다.
그녀의 무릎까지 닦아주면서, 시경의 얼굴에도 열이 올라왔다.
하얀 다리가.....자꾸만 자신을 유혹하고 있었다.
치마 아래 감추인 그녀의 살결로 자꾸만 눈이 갔다.
안 된다고, 미친 거냐고...자신을 아무리 다독여 봐도,
손끝에 남아 있는 살결의 감각이 남아 가슴을 자꾸 울렁이게 만들었다.
하아......
시경의 입에서도 결국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 때 재신이 입을 열었다.
“나....너무 더워요.”
“공주님......”
“잠옷도 다 젖은 거....같애.....
벗고....싶어......”
순간 시경의 심장이 쿵 하고 저 아래로 떨어져내렸다.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그녀는 지금 열에 들떠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곁에서 자신의 욕망을 책망하며 다독이는 사내에게는 그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쑤셔대고 있었다.
“공...공주님....!!!!”
재신은 지금 몽롱한 상태로 빠져들어, 자신의 잠옷의 단추를 열기 시작했다.
(중략)
시경은 그저 얼어붙은 듯,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말려야 한다고, 그녀의 손이라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의 머리는 하얗게 변해 버리고,
지금 이 상황을 자신이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그 어떤 해답도 떠오르지 않았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얀 살결을 보자, (중략) 순식간에 그 감각이 살아올라왔다.
그녀의 살의 감각......
이미 시경의 손끝은 알고 있었다.
그 자글자글한 감각이 시경의 가장 깊은 중심부를 강타해버렸다.
어느 새 그녀의 새하얀 어깨가 드러나고, 그녀는 잠옷을 벗으려는 듯, 위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한참을 바라보던 시경은, 결심한 듯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러고는 그녀가 애써 벗으려고 하는 그녀의 잠옷을 떨리는 손으로 끌어올렸다.
땀 때문에 잘 벗어지지 않아 끙끙 대던 재신은, 옷이 벗겨지자, 시원한지 조금은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의 편안함과는 반대로, 그 앞에서 그녀의 옷을 벗기는 시경은 지금 엄청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손이 덜덜 떨렸다.
그러나 이미 가슴 저 안에서 올라온 열은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이성을 잠식해버렸다.
잠옷이 완전히 벗겨지고, 속옷만을 입은 그녀를 바라보는 것은 고문에 가까웠다.
아니, 고문 그 자체였다.
지금....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하아..하아....
그녀의 입에서는 신음이 자꾸만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그녀를 내버려둘 수도 없었다.
시경은 침대 위에 커버처럼 덮여 있는 시트를 잡아 당겨, 그녀의 벗은 몸을 감쌌다.
하아...
이건 아니 하느니만 못했다.
얇은 시트는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를 더욱 도드라지게 할 뿐이었다.
“물..좀....”
재신은 이미 이성을 놓고, 꿈과 현실의 어느 경계 지점에 있는 듯했다.
물을 달라는 말에 컵에 물을 따라왔지만, 거의 정신을 잃다시피 한 그녀가 물을 마실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녀를 앉혀도, 그녀는 자꾸만 비틀대며 쓰러지려 했다.
시경은 자신의 팔에 그녀를 기대게 하고, 컵을 그녀의 입술에 대어보지만, 물은 넘어가지 못하고, 입술만 적실 뿐이었다.
시경은 순간 망설였다.
자신이 지금 하려는 행동이 맞는지...그래도 되는지....
정말 자신은 참을 수 있을 것인지.....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하는 재신을 시경은 다시 눕히고, 컵의 물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머금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입술로 다가갔다.
이건......도박이다.....
스스로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어디까지...참을 수 있을까.......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놓고, 자신이 머금었던 물을 그녀의 입 안으로 흘려넣었다.
처음에는 이물감에 얼굴을 돌리려던 재신도, 넘어오는 물을 삼키고 있었다.
그러나 모자랐다.
시경은 다시 물을 머금고 그녀의 입술 안으로 들어갔다.
차가운 물이 그의 입 속을 돌아 그녀의 안으로 깊게 들어가자, 정신이 조금은 든 듯, 재신의 입에서 한숨 같은 숨이 뱉어졌다.
그 찰나, 재신의 혀가 시경의 입술에 닿았다.
그녀는 단지 갈증 때문에 나타난 그저 무의식적인 행위에 불과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시경은 순간 모든 게 정지해버렸다.
끊임없이 붙들고 있던 이성조차 정지해버리는 듯했다.
머리에서.....무언가가 울려대고 있었다.
시경은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그녀의 혀가 부드럽고, 달콤하며, 말랑하다는.....
그래서 순간 자신의 모든 세포가 쭈뼛대며 일어나 버렸다는......
저 발끝까지 그 감각이 흘러내려가 버려서, 자신의 중심을 자꾸만 일으켜 세우고 있다는....
단 하나의 자각이었다.
처음부터 그러려던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참을 수 있지 않을까....그래도, 이성이 조금은 남아있지 않을까...
그렇게 자신했었다.
그러나 말랑하고 뜨거운 그녀의 혀 앞에서 시경은 그것이 얼마나 큰 자만이었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욕망은......말할 수 없이 강하고, 깊었다.
단 한 번도, 아니 그 누구에게도 가져본 적 없었던 그 욕망이, 서른두 살의 사내를 덮쳐버렸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그녀의 목 안으로 물이 다 넘어간 걸 안 순간, 그녀의 입술을 놓아주었어야 했다.
그러나 시경은 그러지 못했다.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맛보고 말았다.
자신의 혀는 이성의 통제를 잃고, 그녀의 혀와 감겨들었다.
저릿함이 심장에서부터 퍼져 나와 순식간에 온 몸으로 흘러 다녔다.
그녀의 입술은, 그녀의 혀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입술 사이로 자꾸만 흘러나오는 신음은, 너무나 야해서, 시경은 자신도 모르게 욕망이 자꾸만 드러나고 있었다.
몸이 일어나고, 중심부에서는 자꾸만 열이 솟구치고 있었다.
그녀의 혀와 얽히면 얽힐수록, 그녀의 뜨거운 입술을 빨면 빨수록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건....아니다...!
시경은 스스로의 욕망을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공주님께 이런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된다고,
이런 짐승 같은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자신을 다그쳤다.
그러나 그녀의 혀만 겨우 놓았을 뿐, 그녀의 입술을 놓아주지는 못했다.
아!!
너무나 달콤해서, 놓을 수 없는 자신의 욕망과 싸우고 있는 그 순간, 재신의 팔이 시경의 목을 감싸 안았다.
“공..공주.....!!!”
놀라는 시경의 입 안으로 재신의 부드러운 혀가 침범했다.
그 때였다.
툭......
어쩌면 시경은 그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이성이 완전히 끊어지는 소리를.......
더 이상 자신은 참지 못하리라는 것을......
시경은 자신에게 너무나 부드럽게 얽혀오는 재신의 혀를 더 깊게 빨아 당기며, 얽혀들었다.
숨이 가쁜 그녀를 배려할 틈조차 없이, 시경의 욕망은 분출되고 있었다.
마치 그녀의 영혼이라도 빨아당길 것처럼, 시경은 그녀의 입술에, 그녀의 혀에 얽혀들었다.
(중략)
그녀의 팔은 강하게 더욱더 시경의 목을 감싸 안았다.
마치 그것이 허락인 것처럼, 시경의 손은, 그의 입술은 거침이 없었다.
그녀의 목을 깊이 빨아 당기다가, 그녀의 야한 신음소리를 들으며, 하얀 어깨에 입을 맞추었다.
(중략)
하아..하아....
그녀의 신음이 짙어지고 있었다.
(중략)
그녀는 현실의 경계를 넘어, 감각만이 살아있는 세계에 있었다.
온 몸의 감각들이 일어나 그녀를 솟구치게 만드는 듯했다.
시경은 뜯어내듯이, 자신의 하얀 셔츠를 벗어던졌다.
(중략)
그녀의 손길이 부드럽게 시경의 등을 쓸었다.
그녀의 손이 스쳐지나갈 때마다, 자신의 모든 세포가 일어서는 것만 같았다.
(중략)
이렇게 마주하게 될 줄은.......정말.....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니, 아니다.
자신은 늘..꿈꾸고 있었다.
자신의 무의식은 늘...그녀를 온몸으로 소유하고 싶었다.
그의 무의식 아래에서는 늘...이렇게 그녀를 가졌다.
하얀 그녀의 몸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며, 그렇게 그녀의 온 몸에 입을 맞추며, 자신을 새겨넣고 싶었다.
이성은 완전히 사라지고 오로지 감각만이 살아 남아,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의 입술은 자신의 무의식과 마주했다.
(중략)
아아.......
그녀의 입에서는 탄식 같은 비명이 흘러나왔다.
어떻게 할 수 없는 감각들이, 감당할 수 없는 감각들이, 온 몸을 돌아다니며, 터뜨려지고 있었다.
이런 감각들이 자신에게 있었는지 알지도 못하는 채로,
숨이 넘어갈 듯이, 그녀는 신음을 뱉어내었다.
(중략)
울음 같은 신음을 뱉어내는 사이, 그의 한숨이 귓가를 울렸다.
“.....하아.........공주님.......”
그의 목소리가 멀리서 울렸다.
그러나 재신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하기에는 너무나 이 감각이 짜릿했다.
(중략)
시경은 한숨을 쉬며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낮고 거칠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녀의 귀를 핥으며 그녀를 또다시 자지러지게 했다.
“제가......감히......공주님을......가져도 됩니까........”
그 목소리 하나하나가, 그 낮은 음성 하나하나가, 재신의 온 몸을 간질이는 듯했다.
목소리만으로도, 온 몸의 감각이 살아나 자신의 몸을 흥분시켰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그녀는 그렇게 몽롱한 꿈 속으로 완전히 자신의 몸을 맡겼다.
나른하고, 부드럽고, 그러면서도 너무나 강렬한 감각 속으로
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밀려오는 그가 주는 감각들에
그저 색스런 신음만을 뱉으며,
그렇게 꿈처럼 얽혀들었다.
7
공식 포럼.
어쩌면 가장 중요한 자리였지만, 공주님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제 그 일이 있으셨으니, 몸이 온전하실 리가 없었다.
동욱은 아침에 공주님 방 앞에 가 보았지만, 궁중실장님은 고개를 흔들며 들어가지 말라고 말렸다.
어제는 그토록 단단해 보이던 근위대장님의 얼굴도 과히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하루만에 핼쓱해지기까지 한 것 같았다.
아마 잠을 아예 주무시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러면서도, 근위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은 여전히 칼 같았다.
어쩌겠나, 저 군인 정신을.....
동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경이 의장의 비서에게 가서 뭐라고 속삭이자, 비서가 의장에게 메모를 전달했다.
“대한민국의 공주님께서는 건강상의 이유로, 오늘 포럼에는 참석하시지 못하겠다는 전갈을 보내오셨습니다.”
그 말에 일본 측 수장의 얼굴이 조금은 안심이 되는 듯 보였다.
시경은 그런 일본 측 수장을 냉정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대신, 대한민국 국왕전하께서 메시지를 보내오셨는데, 그것을 읽도록 하겠습니다.”
“잠깐만요!”
의장이 메모를 읽으려는 순간, 회의장의 문이 활짝 열렸다.
모두의 눈이 그쪽을 향하는 순간, 회의장 안으로 휠체어를 탄 재신이 모습을 나타내었다.
시경이 놀란 듯 그쪽으로 달려가지만, 재신은 궁중실장에게 휠체어를 밀라며 단상 앞까지 단숨에 나갔다.
궁중실장의 부축을 받아, 재신이 휠체어에서 일어나더니, 몇 걸음 되지 않는 단상까지 자신의 힘만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오늘 포럼의 개회를 제가 하기로 되어 있었으니,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왔습니다.
오늘 감기 기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제가 꼭 나와야 할 일이 있어서요.”
그녀의 말은 번역되어 그들 모두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재신은 의미심장하게 좌중을 돌아보면서, 단상 위 포럼의장과 빅 4의 수장들을 하나하나 눈을 마주쳤다.
특히 끝에 앉아 있던 일본 수장에게는 의미심장한 미소까지 띠어주자, 일본 수장의 얼굴이 순식간에 검푸르게 변하며 사색이 되었다.
“오늘, 대한민국 왕실에는 큰 경사가 있었습니다.
방금 전, 왕손이 태어났습니다.
다 같이 축하해 주시겠습니까?”
재신이 말을 마치자마자 다들 기립하며 박수를 보냈다.
재신은 그들을 향해, 천상의 미소와 같이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며 하나하나 눈을 맞추었다.
“사실 다른 인사말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네요.
제 조카, 왕자님 이야기로 개회사를 대신해도 될까요?”
재신의 말에 모두들 다시 한번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 바로 의제로 넘어가도 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상황이 아주 중요한 의제죠.
남북한 공조 시스템에 대한 여러 논의들이 있으시지만,
제 다음으로 얘기해주실 일본의 대표께서는 아마 오늘 아침의 경사를 위해
큰 축하를 해주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녀의 말에 또다시 박수가 이어졌다.
그녀는 일본의 대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일본 수장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나 그녀의 손을 잡고 고개를 숙이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우리 대한민국 왕실을 위해 어떤 축하를 해주실지, 전 지금 엄청 기대가 됩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온 회의장을 울려댔다.
그녀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마이크를 잡는 일본의 수장의 손이 덜덜 떨렸다.
재신은 그를 향해 웃더니, 그의 귓가로 작게 뭐라고 속삭였다.
일본 수장의 얼굴은 그야말로 핏기 없이 하얗게 변해갔다.
일본 수장이 마이크를 잡고 있는데도, 재신은 내려가지 않고, 그의 곁에 서 있었다.
그것은 무언의 압력이었다.
“大韓民国王室の慶事に私たち日本でも大きなお祝い申し上げます。”
(대한민국 왕실의 경사에 우리 일본에서도 큰 축하를 드립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려나왔다.
그러나 곁에 서 있는 재신은 그저 웃으며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를 흘낏 쳐다보던 일본의 수장은 한숨을 쉬더니 눈을 찔끈 감았다.
“私たち日本は大韓民国の南北協力訓練について承認するところであり、
積極的に支持することを明らかにするところです。”
(우리 일본은 대한민국의 남북한 공조 훈련에 대해서 승인하는 바이며,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임을 천명하는 바입니다.)
재신은 놀랐다는 듯이 크게 웃으며 박수를 쳤고, 일본의 수장에게 가서 두 팔을 벌렸다.
수장은 체념한 듯, 그녀를 포옹했다.
몇몇 국가에서는 놀랍다는 듯이, 특히 가장 많은 반대를 해왔던 일본에서 이렇게 적극적인 지지를 할 줄은 몰랐다는 듯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대한민국에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본에서의 적극적인 지지는, 우리의 평화 통일을 앞당기게 할 것입니다.
다른 국가들을 설득하는 일에도, 일본이 적극적으로 나서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재신의 거의 강요에 가까운 말에, 수장은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경은 그 모든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연극을 하듯이, 아니 잘 짜인 연극 대본대로 무대 위로 올라왔다.
등장부터, 내용, 호응까지 모두를 잘 이끌어갔다.
대한민국 왕실의 경사도 모두 국익을 위해 사용되었다.
그녀가 어제 겪었던 일들조차, 일본의 합의를 얻어내는 데 사용되었다.
그녀는 대한민국 왕실의 공주였다.
<윤찡갤 시경재신 횽 짤-감사함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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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30회 올립니다. 공지 시간보다 40분이나 늦었네요 죄송죄송합니다.
이번 회는 이래저래 꼬여 있어서 시간 품이 많이 걸렸습니다.
양도 많다능요...ㅠㅠ
게다가 장소도 말로 설명하다보니 헷갈리실 듯해서 아예 제가 그렸습니다.
그린 그림을 보며, 시경의 생각을 읽어가시면 이해가 되실 듯요.
그런데 이번 회는....당기못 사상 가장 야한 게 아닌가 싶어서....
이런 대낮에 올려도 되는지....심히 걱정입니다. ㅠㅠㅠㅠ 걱정 걱정.....
여튼 참 오래된 글인데, 이토록 여전히 읽어주셔서 제 스스로도 이해가 잘 안 되네요.
게다가 아시다시피 당기못의 은시경은 그야말로 답답이 그 자체, 결정첸데요.
느리고 우직하고 변함 없고 고지식하고, 그런 남잔데 말입니다.
여튼...이제 3부가 얼마 안 남았습니다.
곧 4부로 넘어가겠네요.
지금까지 여전히, 아직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평안하소서. (__)
* 전체 버전은 점심 먹고와서 올리느라 늦었습니다. 배고파 쓰러질 듯해서뤼.....늦어서 죄송함돠~~(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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