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투하츠와 은신상플/은신과 잡담

후유증.....빠져나오는 것도 일

그랑블루08 2013. 12. 26. 20:24

 

<윤찡갤 시경재신횽 짤, 감사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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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

쓰기 위해서 빠져들어야 하는 것도 일이지만,

빠져나오는 건, 더 큰 일이다.

내게는 그렇다.

감정의 소모가 많은 작업이다.

특히 이 놈의 당기못은......내게는 참 사람을 잡는 작업이다.

 

길기도 길지만, 문제는 감정이 최고조로 끌어올려지지 않으면 쓰지 못하는 내 더러운 성미 때문에

더 힘든 것이 이 당기못이다.

31회....

보름간 줄기차게, 써온....

심지어 화장실 갈 때조차 아이패드를 가지고 가서, 앉아서 몇 줄이라도 썼으니......

특히 31회는 처음 시놉을 잡을 때부터 중요하게 생각했던 회여서,

무엇보다 재신이 스스로 자신의 입으로 고백을 하는 회여서,

더더 중요했다.

반대로 은시경은 최악의 감정 상태로 깔려야만 했다.

물론 재신이도 마찬가지.

자신들의 바닥을 보며, 서로의 마음을 두려워하는 그 장면들을 위해서,

내 스스로 그 바닥을 기어야 하니, 빠져들면서도 힘들지만,

이제 그 감정으로부터 나와야 하는데, 그것도 힘들다.

 

감정을 잡지 못하면, 쓰기가 어렵다.

감정을 잡기 위해서,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다른 글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 정도로 감정 잡기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힘들다.

이미 1년하고도 9개월이 다 되어가는 드라마니,

그 상황에 다시 빠지기는 어렵다.

게다가 드라마와는 다른 당기못만의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당기못에 빠져들려면, 당기못을 다시 읽고, 다시 그 감정에 몰입되어야 한다.

가끔....배우들을 이해하게 된다.

나도 어쩌면, 일종의 배우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한다.

그 감정, 그 배역에 빠져드는 것처럼,

나는 글을 쓰면서 이 두 사람에게 빠져든다.

완전히 그 감정에 일치되지 않으면 글이 나오지 않는다.

머리로 쓰는 글은, 늘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 내 스스로 완전히 교감해야만 글이 제대로 나오고는 한다.

 

문제는.....빠져들어 쓰고나서다.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연말까지 주구장창 달려도 다 해내겠나 싶어서,

숨이 턱턱 막히는데,

지금....이렇게 감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

그 차질은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지금 이 글도 쓰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이렇게 내 감정을 배설하고 나면, 조금은 나아질까,

좀 헤어나올 수 있을까 싶어서,

나름 끄적대고 있는 중이다.

이것 역시 언젠가 당기못을 끝내고 나면, 추억이 될 것이니.....

 

31회.......좀 힘들다.

감정으로부터 나와지지가 않는다.

이건 아마, 글로 써지지 못한 부분 때문이다.

공주님의 눈으로만 보이는 부분.....

공주님에게 보이는 부분은 겉모습일 뿐.....

실제 고통 속에 있었던 은시경을...나는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마치....8회 같은 느낌이다.

공주님은 모르는 혼자만의 고백을 해야 했던 은시경의 마음 때문에

그토록 힘들었던 것처럼,

31회는 내게 힘들다.

은시경의 마음의 무게를 내가 느껴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모든 시놉을 알고 있다고 해도,

공주님의 마음을 이제 알게 되었다고 해도,

그 사이 겪어내야 했을 지옥 같았던 순간들과 고통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걸...어떻게 쓰지.....벌써부터 겁이 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빨리 써서 털어내는 거다.

털어내고 나면, 머리에 떠오르는 장면들과 고통들을 글로 쓰고 나면,

신기하게도 그 감정은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연말까지 엄청나게 남아 있는 일들은 내게 딴 짓을 하지 말라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정신차려서 마무리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데 나는 지금....이 감정으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좋을까.....

이토록 올곧고, 곧이곧대로의 남자를.......

너무 사랑해서, 자신의 심장을 갉아먹고 있는 이 남자를....

어쩌면 좋을까.....

마치 진짜 살아있는 사람처럼 내 곁에서 한숨을 쉬어대는 이 남자를....

그 고통을 어떻게 그려야 할까.....

정말 죽음의 문턱까지 갔을 이 남자를.....

공주님의 마음을 듣고서도 불안해 죽을 것 같은 이 남자를.....

어떻게 풀어내주어야 할지......

 

공주님의 시선으로 보이는 그 사이사이....

그의 마음이, 그의 고통이 보여서,

31회가 내게는 힘들다.

후유증.....

참...이를 어찌해야 할지......

일해야 하는데.....

가슴 한 켠....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이 묵직한 무게가,

나를 자꾸 힘들게 한다.

마치 내가 실연당한 것처럼, 그 모든 감정을 다 겪고 있다.

 

글을 쓰기 위해 감정에 빠져드는 것도 일이지만,

일상 생활을 위해 이 감정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것이 내게는 더 일이다.

 

좀...가볍게 쓰고 싶다.

조금 덜...힘들게....

조금 덜...어렵게....

그리고 좀 덜 유난스럽게.....

그렇게 가볍게 좀 쓰고 싶다.

 

이게 뭐라고....

이 글이 뭐라고.....

내가....이토록 잠겨 있어야 하는지.....

나도 내가 참....이해가 안 된다.

 

어쩌겠나......

이 또한....내 성격인 것을......

 

꾹꾹 눌러놓고, 그래도 내 일을 해야 하는 것을.......

가슴에 돌을 묵직하게 올려놓고,

그래도 내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을.......

 

참.....

이 놈의 이야기가 뭐라고.......

 

참.....별나고 유난스럽다.

나라는 사람도......

 

 

 

 

 

 

그래도....

이 남자 때문에 여전히 미치겠는 걸....어쩌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