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국의 왕녀
1. 배경 - 들어가면서
고구려, 백제, 신라라는 주변 나라들에 눌려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받던 가락국을 배경으로 한다. 가락국은 대체로 금관가야를 가리키지만, 가야는 6개의 부족의 연맹체로 이루어진 소국가이다. 설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금관가야, 고령가야, 아라가야, 대가야, 성산가야, 소가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본다. 그 가운데 금관가야는 수로왕이 머문 나라로 가락국으로 불린다. 6가야는 금관가야를 중심으로 연맹체를 이루게 되는데, 이 후 고구려의 침공을 받으면서 그 중심이 깨져, 대가야를 중심으로 다시 재편되기에 이른다.
본 소설에서는 이 가야를 무대로 삼되, 조금의 변혁을 가할까 한다. 신라가 가야를 복속하지 못했다면, 고구려가 가야를 침범하지 못했다면, 가야의 결속력이 매우 강대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이 이야기는 거기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가야는 철기 문화의 선두주자로서, 그 당대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고 한다. 왜에 많은 문물을 전한 것이 백제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상 왜는 가야의 문물, 문화에 엄청난 눈독을 들였고, 끊임없는 침공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고의 문물과 사상, 문화를 가지고 있었던 가락국...해상의 문물과 육지의 문물을 잇는 그야말로 최고의 교역지였던 가락국...그래서 온 세계가 갈갈이 찢어져 통일된 힘을 기르기 위해 가장 먼저 눈독을 들이던 가락국...그 안에 진(眞)이 살고 있다.
2. 장소와 시간
때 : 중국은 위진남북조 시대, 동진 안황제 즉위 22년
고구려는 장수왕 5년.
신라 눌지 마립간 원년,
백제 전지왕(직지왕) 13년
가락국 좌지왕(10년-417년)
3. 등장인물
가락국
좌지왕 - 금관가야(가락국)의 왕이다. 좌지왕의 아버지 이시종왕이 60년 이상 왕으로 있었기 때문에 좌지왕은 4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첫 번째 부인 용녀와의 사이에 수(秀), 진(眞), 현(顯) 세 딸을 두고 있으나 아들이 없어 후계자에 대한 걱정이 많다. 용녀는 외척의 문제로 귀양을 가고 좌지왕은 두 번째 부인으로 가야인 복수(福壽)를 맞이하게 된다. 두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는 아직 자식이 없다. 사실 세간에는 용녀가 왕비의 자리에서 물러난 이유가 후사를 이을 아들이 없어서라고 알려져 있다.
수(秀) - 좌지왕의 첫째 딸
아름답지만, 이름처럼 매우 출중하고 지력이 빼어난 여인이다. 아버지 좌지왕은 자신이 더 이상 후사를 볼 수 없으리라 여겨 수의 남편을 후계자로 삼으려고 한다. 수 역시 그러한 야망을 가지고 있다. 어려서부터 대각간의 아들 희에 대해 눈여겨보며 연모의 정을 키워왔다. 수의 어미인 용녀는 수를 은(恩)이라고 부른다.
진(眞) - 좌지왕의 둘째 딸
좌지왕이 실제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딸이다. 진을 낳던 날 좌지왕은 땅의 백호가 하늘의 청룡을 잡아먹는 꿈을 꾼다. 범상치 않다고 여긴 좌지왕은 진이 딸임을 못내 안타까워 한다. 기쁨을 즐기고 기쁨을 나눌 줄 아는 여인... 그녀에게는 사람이 하늘이요, 사람이 나랏님이다. 대장부의 마음을 지닌 진은 당대 여성과는 다른 기운을 풍겨 세상을 호령하던 당대 왕족, 귀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때문에 좌지왕은 가락국의 안위를 위해 진을 이용하려고 한다. 외교적 관계를 위해 진을 자주 고구려, 백제, 신라, 왜 등의 사절단에 보낸다. 어미 용녀는 진(眞)을 어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顯) - 좌지왕의 셋째 딸
귀여운 막내딸...사랑을 받고만 자라 철이 없는 소녀. 늘 한량들에 목매는 인물이라 좌지왕의 걱정이 많다.
대각간 - 금관가야의 최고 귀족으로 왕족의 방계이다. 좌지왕의 할아버지인 거질미왕의 동생이 대각간의 할아버지이다. 대대로 금관가야의 왕족은 손이 짧고 귀했으며, 잦은 볼모 생활과 크고 작은 전쟁으로 왕족의 수는 매우 적었다. 실세를 가지고 있는 인물.
희(喜) - 대각간의 유일한 아들. 증조 할아버지가 거질미왕의 아우였으므로 금관가야 최고 귀족이자 왕족의 혈통을 지닌 존재.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잦은 볼모 생활과 유학 생활로 가락국에서 보낸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고구려, 왜, 동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학문을 체험했다. 또한 동진에 있을 때는 오류 선생(도연명)의 제자로 있기도 할 정도로 시에 뛰어난 인물이다. 무예에 있어서도 그를 당할 자가 없다고 하지만, 세상에 관심이 없는 방관자. 허무주의자적 모습을 보인다. 그가 한 마디 이상을 하는 것을 본 인물은 가족과 호위무사인 장천 외에는 없다. 정치적 야욕을 지닌 아버지와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다.
부여 비(毗) - 백제 18대왕 전지왕(직지왕)의 서자. 아신왕의 맏아들이었던 전지왕 스스로가 어려서 왜에 볼모로 가 있었으나 왜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인물이었다. 따라서 전지왕은 자신이 왕이 된 이 후 서자 비를 왜로 보내어 왜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한다. 이후 전지왕은 왜가 눈독들이고 있는 가락국에 비를 파견하여 동태를 살피게 한다. 비 스스로는 자신이 문제를 일으킬까봐 쫓겨났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전지왕의 맏아들, 자신의 이복 형, 구이신이 자신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세상만사 귀찮은 한량...
거련 - 태왕 광개토대왕의 아들 장수왕의 이름. 413년 20세의 나이에 고구려 왕위에 오른다. 그러나 왕위에 오르기 전 고구려 안에서 소란이 있었던 고로, 동진 등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동진의 고향에서 은둔생활을 하던 오류 선생(도연명)의 집에 한동안 머물기도 했다. 그 오류 선생의 집에서 진을 만나 인연을 이어 간다.
눌지마립간 - 고구려에 볼모로 잡혀갔던 눌지는 나라 안에서 엄청난 파란을 겪은 뒤, 결국 417년 왕의 자리를 차지한다. 자신의 장인이 될 뻔한 실성 이사금을 죽이고 왕이 된 눌지는 실성 이사금의 딸과의 결혼을 바로 파기한다. 권력욕과 승부욕이 강한 인물. 고구려를 정복하고자 하는 야욕과 왜에 대한 저지를 모두 해 내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특히 당대 핵심 요지 가락국에 대한 엄청난 집착을 보인다.
가락객주 - 가락국을 넘어서 한반도 전체를 대표하는 객주. 그 수장은 연(蓮) 객주. 그래서 연꽃을 문양으로 사용하고 있다. 외교적인 상황 때문에 가락국의 외교 사절단과 늘 함께 다닌다. 대각간 집안과는 아주 오래전부터 친분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대각간의 아들 희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신뢰와 애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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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의 사람들 : 실이 - 진의 시종(진은 언니라고 부름)
*대각간의 사람들 : 장천 - 희의 심복
*가락객주의 사람들 : 아령 - 연 객주의 보호 검계
* 그 외 인물 : 마봉산 사람들
돌팔이 장수, 아질 - 약장수이자 약초 전문가, 이야기꾼, 진의 스승
풍인(風人) 영감 - 빈민굴을 돌보는 도사 같은 영감, 악기를 다루는 능력이 뛰어남.
진은 허풍 영감이라 부르기도 하나, 영감 스스로는 풍류자라 칭함.
해자 - 풍인 영감의 제자, 늘 입으로 여자를 밝히나, 실제는 제대로 만나지 못하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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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이야기는 허구임을 밝혀둡니다.
<가락국의 왕녀> 1 - 소년, 소녀를 만나다. (프롤로그)
“가기 싫다잖아!”
쫘악!
그 순간 오른쪽 뺨에 매서운 손자국이 남는다.
사내는 울면 못쓴다고...웃기지 말라고 그래...울지 않도록 만들어 줘야 될 거 아니야....
부르는 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뛰어 나온 소년은 그저 앞만 보고 달린다.
뭐 이런 세상이 다 있어? 뭐 이런 나라가 다 있어?
내게 바라는 게 뭐냐고...왜 내가 집을 떠나야 하냐고...
한참을 울며 뛰어 온 소년은 시장을 지나 점점 더 낯선 곳으로 향했다. 여기가 어딘지 알 수도 없는데...그냥 여기서 살아버릴까?
“야! 너 집 나왔지?”
한 사내 녀석이 눈을 빛내며 소년을 쳐다보고 있다. 사내 녀석이 웃기는 군. 짧은 머리를 뒤로 동여매고 앞머리를 귀밑 언저리까지 늘여 계집애처럼 웃고 있는 녀석이었다.
“상관 마!”
차가운 한 마디를 쏘아 주곤 소년은 계속해서 앞으로만 걸어갔다.
“야~~ 너 울었구나. 사내 녀석이 울기는...”
옆에서 비아냥 거리며 웃는 사낸지 계집인지 헷갈리는 그 녀석은 소년의 열받은 마음을 더욱 헤집고 있다.
“한번만 더 그 입 놀리면....죽인다...”
소년은 계집애 같은 아이의 목을 한 손으로 잡고 낮은 저음으로 싸늘하게 말했다.
“야~야~ 캑캑...이러다 사람 죽이겠다. 뭔...애가 이렇게 힘이 세냐....놔줘...”
싸늘하게 경고를 날린 소년은 손을 놓자마자 바로 성큼성큼 가 버린다.
“너 집 나온거면. 나랑 어디 갈래? 사실 나도 도망쳤거든.”
대답도 하기 전에 그 아이는 소년의 손을 잡고 냅다 뛰기 시작한다. 마봉산 입구까지 뛰어가던 아이는 소년의 손을 끌고 한 허름한 집으로 들어간다. 약초 냄새가 조금 나는 듯도 하고, 창고 같은 곳에서는 아이들이 뭔가를 읽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가끔 “허허~~”하는 소리가 창고 쪽에서 들린다.
밖에 나와 탕약을 지피는 노인에게 아이가 다가갔다.
“영감, 나왔어.”
“예끼...이 녀석...그 말버릇하고는...스승님이라고 부르랬지 않느냐...”
“뭐...스승씩이나...오늘 일꾼하나 더 데리고 왔다니까... 나중에 상으로 개떡이나 하나 주지. 헤헤”
“뭐, 저런 놈의 자슥이 다 있냐? 니 줄 개떡 있으면, 이 녀석들 더 주겠다. 시끄러우니 냉큼 와서 상처나 싸매거라.”
“알겠다고요...괜히 승질은....야 넌 그냥 여기 있어....좀 있다 개떡 훔쳐 올 테니 같이 먹자. 흐흐”
뭐 저런 낯짝 두꺼운 녀석이 다 있을까...소년은 그 넉살에 대꾸할 힘도 없었다. 그 녀석은 스승인지 할아범인지 옆에 붙어서 어린아이들의 콧물을 닦아 주기도 하고, 상처난 부분에 붕대를 감아주기도 한다. 도와준다기보다는 할아범에게 계속 꿀밤을 맞고 있는 모습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내가 미친 게 아닐까...저런 녀석을 따라오다니...
뒤돌아서서 나갈려다가 문득 다시 돌아 그 아이를 봤을 때 열심히 얻어터지면서도 얻어터지는 것 이상으로 열심히 붙어 앉아 붕대를 감고 있는 그 아이의 모습에 이상하게 코 끝이 싸아 하다.
“허허~~어린 것이 기특허지?”
방인지 창고인지에서 나온 웬 이상한 늙은이가 소년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여기 있는 애들은 다 부모가 없어...늘 이렇게 넘어져 다치고, 병에 걸리고, 굶어 죽고...어린 것이 어린 것을 돌보는 게지...허허~~ 도령은 어떠신가....”
“어~~허풍 영감님...여기서 뭐해...얘 입을 열긴 해?”
“아직 말소리를 듣지는 못했다~~허허~~”
약초를 바르는 노인 곁으로 가는 허풍 영감이라는 인물을 쳐다보던 소년은 갑자기 팔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손사래를 친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쯧쯧...부잣집 도령...뭘 모르시네.
아까 산길을 오면서 독초에 치였지? 것두 모르냐?
풀독이 올라서 벌써 이렇게 부풀어 올랐잖아.
이거 그냥 놔두면 디따 아프다?
옻독 알어? 몰라? 그거 보다 백배는 더 아퍼~~”
갑자기 눈물이 솟는 소년은 자신이 왜 그런지 알지도 못한 채, 소리없이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내가 약초도 가져왔어.
저기 보이는 저 영감탱이가 그래도 나름 돌팔이지만 약은 진짜 빠삭하게 알거든? 내가 발라줄게.”
팔을 내젓는 소년의 팔을 그 아이는 단호하게 잡아 약초를 발랐다.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도 어떤 소리도 내지 않는 소년에게 그 아이는 자신의 머리에 매었던 끈을 풀어 팔에 붕대로 매어주었다.
끈에 새겨진 글자...眞
“이거 더러운 거 아니다. 금방 빨아서 온 거니 괜찮을거야.”
끈이 풀려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은 그 아이의 어깨를 덮고도 남았다.
햇살처럼 웃고 있는 소녀와 소리 없이 눈물을 떨어뜨리는 소년...
소녀의 나이 10살, 소년의 나이 12살이었다.
<동시연재>
* 네이버 웹소설 : http://novel.naver.com/challenge/detail.nhn?novelId=237996&volumeNo=1
* 북팔 웹소설 : http://novel.bookpal.co.kr/viewer?uid=61981&bid=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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