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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국의 왕녀 3 - 귀거래사(歸去來辭)

그랑블루08 2014. 5. 10. 15:52

 

<가락국의 왕녀> 3. 귀거래사(歸去來辭)

 

 

 

 

 

3. 귀거래사(歸去來辭)

 

 

 

 

4년전 고구려 국내성...

거련의 고구려 왕 즉위식에서 들었던 그 말...

 

 

“그대...그저 사랑놀음이나 하러 이곳에 왔는가...”

 

그 때...

 

가라가야 최고의 장수 희의 살을 에는 듯한 말 한 마디가 가락국 공주 진의 심장을 도려내었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이 곳...

마봉산 자락에서 아녀자들을 납치해 가던 무뢰배를 혼내 준 이곳, 가락국에서는

진이 희에게 그 말을 돌려주고 있었다.

 

“그래...공의 귀거래사(歸去來辭)가...겨우 이거랬드랬소...오류 선생이 울고 가리다...”

 

 

4년 전 희와 같은 심정으로 진은 희를 향해 비수를 날린다.

그러나 여전히 차가운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희는 진을 스쳐 지나간다.

 

 

바람결에 들려오는 저음의 목소리...

 

“그대의 입에 함부로 오르내릴 귀거래사가 아니다...”

 

한 나라의 공주인 진을 향해, 그는 하대를 하고 있었으나, 진은 개의치 않았다.

그저 그의 이런 태도가 답답할 뿐이었다.

 

“오류 선생 최고의 제자...이국(夷國)의 제자 희...

오류 선생은 공자의 귀거래사를 기대한다고 하셨소...”

 

 

 

歸去來兮 (귀거래혜)

 

田園將蕪胡不歸 (전원장무호불귀)

旣自以心爲形役 (기자이심위형역)

奚惆悵而獨悲 (해추창이독비)

悟已往之不諫 (오이왕지불간)

知來者之可追 (지래자지가추)

實迷途其未遠 (실미도기미원)

覺今是而昨非 (각금시이작비)

 

돌아가야지

논밭이 묵는데 어이 아니 돌아가리

스스로 마음이 몸의 부림 받았거니

어찌 홀로 근심에 슬퍼하고 있으리

지난날은 돌릴 수 없음을 알았으니

이에 앞으로는 그르치는 일 없으리

길이 어긋났으나 멀어진 건 아니니

지난 날은 그렀고 이제부터 바르리

(-도연명의 「歸去來辭」 중에서-)

 

 

오류선생의 「귀거래사」의 앞부분을 읊는 진의 입술이 떨린다.

 

“길이 어긋났으나 멀어진 것 아니니”에 힘을 담아 말하는 진...

 

그래도, 그래도 언니 수(秀)가 부르던, 그토록 기대하던 이 남자, 희라면 조금은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 진에게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대는 오류 선생의 집에 묵었다 했지...

그 「귀거래사」는 그대가 말하는 그 부분이 진면목이 아니다.

좋아 그리 원한다면 알려 주지.

나의 귀거래사라...

 

歸去來兮 (귀거래혜)

請息交以絶遊 (청식교이절유)

世與我而相違 (세여아이상위)

復駕言兮焉求 (복가언혜언구)

 

내용이나 안다면 열심히 생각해 봐라. 하하하”

 

밤공기를 가르며 들려오는 싸늘한 저음의 웃음 소리...

그러나 진의 마음을 얼어붙게 한 것은 희가 읊은 귀거래사의 내용이었다.

 

 

돌아왔네

사귐도, 어울려 놀음도 이젠 그치리

세상과 나는 서로 어긋나기만 하니

다시 수레에 올라서 무엇을 구하리

 

 

정녕 이것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락국의 마지막 보루라는 인물의 귀거래사인가...

이것이 정녕 세상을 베어낸 사내의 조소란 말인가...

 

“공은 잊은게요? 4년 전 나를 질책하던 공자 자신의 모습을 잊은게요?”

 

그러나 그럼에도 진은 포기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그를 향해 외쳤다.

어쩌면, 그 말에는 자신의 바람이 녹아있을지도 몰랐다.

가락국을 일으킬 위인. 그 희를 향한 바람과 기대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잠시 걷던 걸음을 멈춘 희는 치수와 함께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

*

*

 

 

 

 

 

4년 전, 국내성, 거련의 즉위식.

그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대...그저 사랑놀음이나 하러 이곳에 왔는가...”

 

놀라 쳐다보는 진에게 희는 한번 더 쇄기를 박았다.

 

“그대의 눈에는 가락국이 아무 것도 아닌가? 그저 이 거대한 제국의 왕만 보이는가?”

 

“지금...감히...뭐라 하는 겝니까?”

 

“난 12살때부터 내 어린 시절 전부를 볼모로 살아왔다.

왜로, 고구려로, 동진으로...

약자의 나라에 태어난 죄로 강자의 논리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살아왔다...

그대는 지금 예서 뭘하는겐가...

하...그렇겠군...

그 헤픈 웃음 하나로 태왕의 나라...

그 왕의 마음을 얻는 것도...

나라를 위하는 일인게... ”

 

쫙...

 

매서운 진의 손이 그의 뺨을 쳤다.

 

“입에서 나온다고 해서 다 말이 아니오!”

 

진의 심장을 벨듯한 눈빛으로 희는 진을 노려보았다.

 

“기억하시오...진 공주...

그대가 누구인지...

그대의 나라는 어디인지...

그대가 여기에 왜 왔는지...”

 

거련의 즉위식에 참여하기 위해 저 앞으로 걸어가는 희의 뒤로...진은 혼자서 읊조렸다.

 

“희 공...난 그 누구보다도 내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도 여기 태왕의 땅을 밟으러 온 것입니다.

그대는 아시오?

이 땅에서 계집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4년이 지난 마봉산에서 진은....그 때와 같은 눈으로, 그 때와 같은 마음으로 돌아서 걸어가는 희를 바라보았다.

 

 

 

 

 

 

<동시연재중>

* 네이버 웹소설 : http://novel.naver.com/challenge/detail.nhn?novelId=237996&volumeNo=3

* 북팔 웹소설 : http://novel.bookpal.co.kr/viewer?uid=61984&bid=5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