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을 쓰며 내가 느끼는 것.
너무 알아도, 발목을 잡는 듯한 느낌.
이론......
소설의 이론을 공부하고, 작법을 알고, 구성을 알고, 특징을 알지만,
그 앎이 나를 방해할 때가 있다.
이론적 효과와 실제 피부로 와닿는 효과는 언제나 다른 법이다.
따라서 이론은 실전을 따라갈 수가 없다.
예전 대학 친구가 글을 쓰고 있었다.
지금도 계속 준비하고 있는데, 하루는 내게 글을 읽어봐 달라고 부탁했었다.
문제는 그 당시 나는 창작의 눈이 아니라, 비평의 눈으로 바라보았다는 점이다.
갖은 이론으로 재단하고 어떻게 해야 한다,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
갖은 소리를 다 해댔으나,
친구가 한 마디를 했었다.
그건 이론이지......
문제는 그렇게 따지고 들다 보면, 그 이론이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글은 신내림이다.
그것을 써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글이 신내림의 경지라는 것을.......
빙의가 되는 듯한 그런 순간이 있는 듯하다.
그 인물에 빙의되어, 마치 그 인물이 된 듯이, 써내려가는 그런 경지는 분명히 있다.
그것은 그 인물이 내용을, 글을 끌고 가는 부분이다.
감히 <고리끼 영감>을 쓴 대문호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이런 허접나부랭이를 쓰는 나조차도 느끼는 부분이다.
그런 신내림의 경지에서 쓰는 글에서 이론을 들이댈 수 있을까.
그래서 언제나 갈등한다.
그런 무아의 경지와 이론적 재단 사이에서, 나는 늘 방황하는 듯하다.
적절한 선이 필요하다.
이론적 재단으로 글을 쓰면, 도식적이 된다.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기는 어렵다.
요즘 소설 이론을 공부하면서 드는 생각은 그 이론이, 그 소설의 형식이,
내가 지금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드러내게 해주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그건 잘못된 작법일 뿐이다.
이론에는, 그 작법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더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그 이유가 있어야 한다.
나는 분명,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글을 쓰고 있다.
가벼운 곳에서는 무거워지고, 무거운 곳에서는 가벼울 수밖에 없는 글이다.
참 박쥐 같은 글이다.
그 어디에도 끼일 수 없는 글이다.
그래서 고민이 된다.
사실 여러 웹소설 사이트에 올리면서, 매일 매일 갈등하고 있다.
이것이 정말 맞는 것일까.
이렇게 쓰는 것이 맞는 것일까.
어울리지 않는 글을 올리는 것이 정말 맞을까.
정말 글들이 일회용품처럼 소비된다.
아니 소모된다.
일회용 전지약처럼 그렇게 한 번 쓰이고 버려지고 만다.
다시 읽을 가치도, 이유도 없다.
웃기게도, 이러한 시대에 나는 감히, 여러 번 읽고 싶은 글을 쓰고 싶어한다.
오래 가슴에 남겨지는 글을 쓰고 싶어한다.
글의 이유가 있기를 바란다.
한 번 쓰고 소모되기에는 내 글은 너무 무겁다.
그러니 아예 외면되고 버려질 것이다.
스타일이라는 것이 갑자기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아마 계속 이런 식으로 쓸 것이다.
여전히 어렵다.
잘 모르겠다.
내가 계속 쓰는 것이 맞는지.....
내 글을 쓰는 것은 분명 맞는데.....
그곳에 계속 올리는 것이 맞는지는......여전히 의문이다.
끝은 내겠지.
그러나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
횟수로 7년.....
내가 생각했던 만 40세.
만 7년을 연습했다.
소설은 20년 간 내 스스로 공부해왔다.
그런데도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라면, 이번이 마지막으로 나 자신을 테스트하는 것일 수도 있을 듯하다.
미련이 없도록, 죽도록 달려보고 접어야 할까......
웃기게도, 정말 근자감 쩔게도......
내 글에 대한 엄청난 애착이 있다.
정 안 되면, 내 돈으로 출판하지 뭐....라는....참....얼척이 없는 생각.
근 한 달 동안, 글 쓰는 데 매달려 있느라, 지금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당장 이번 주에 있는 여러 개의 마감.
어떻게 해낼까, 가슴이 답답해 오는데, 지금 이러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것을 잘할 수 있을 때까지......
그래도 조금은 더 연습해야 할지도......
이렇게 스스로 실망하는 순간에도,
연습과 훈련만이,
묵묵히 글을 적어나가는 연습만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간극을 줄여나가는 것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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