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에 얼마 전 생각지도 못한 댓글이 달렸다.
남편이 열흘간이나 출장을 가는 바람에 늦었다는 내 코멘트에 대한 댓글이었다.
열흘 출장이면 너무 긴 거 아니냐는 얘기에 아,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미*즈*넷 내용들과 연관해 본다면 충분히 의심할 수도 있는 상황.
은신러이실 수도 있을 듯하여 내 방에다 약간의 변명을 적어볼까 싶다.
물론 이건 표면적인 이유일 것이고, 진짜 이유는 마감 때문이다.
내일 마감이라 야근해야 하는데 하기 싫어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이렇게 허접스레한 일상이라도 수다로 풀어야지
그나마 스트레스 해소가 될 것 같아 이러고 있다.
열흘....에 대한 몇 가지 변명......혹은 진실.....이랄까.
이번에 힐*링*cam*p에 나온 신*애*라씨를 보며 부부 생태가 우리집이랑 너무 비슷해서 정말 놀랐다.
성격적인 부분이 비슷한 것 같다.
또 관계의 면에서도 그렇고.....
남편과 나는 같은 직장(크게 보면)에 다니고 있다.
영역 자체는 다르지만, 그래도 같은 직장이어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환히 알 수도 있고,
누구 누구와 점심을 먹는지도 안다.
남편도 마찬가지.
그래서 내 직장 동료들 회식이나 술자리에 남편은 마치 자신이 지인인 것처럼 끼어서 놀기도 한다.
어떨 때는 나는 애보라고 보내놓고, 내 동료들과 논다.
어쨌든 내 철칙은 최대한 공적인 영역을 분리하는 것.
남편과 같이 점심을 먹지 않는다고 이상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철저히 분리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남편이 같이 먹자고 해도, 내가 보통 거절한다.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이 겹치게 되면 숨이 막힐 수도 있다.
뭐, 물론 내 지론이다.
공적인 영역이 따로 있어야 사적인 영역에서 반갑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지 않을까 싶다.
문자....
사실 남편은 문자든 연락이든 자주 하는 편이다.
내가 문자를 하는 걸, 혹은 전화를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일에 집중할 때 자꾸 연락 오는 것도 싫고....
그래서 처음에 카톡을 깔았다가 휴대폰 바꾸면서 깔지 않았다.
그랬더니 이제 계정이 사라졌다고 한다.
탈퇴하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다시 카톡을 깔고 탈퇴해야 된다고 해서, 귀찮아서 냅뒀더니,
한 일 년 로긴을 안 해서 그런가 알아서 없애줬다.
신혼 초에는 이 문제 때문에 많이 싸웠다.
회식이나 이럴 때, 연락하는 거 굉장히 싫어하는데, 남편이 자꾸 연락해서 한 번 버럭한 적이 있었다.
남편 회식할 때, 내가 언제 연락한 적이 있었냐고, 그럴 때 좀 내버려두라고, 몇 번 그랬더니,
횟수를 확 줄이기는 했다.
너무 늦으면 어떻게 된 거냐 정도.....
그래서 내가 언제쯤 갈 거 같다고 연락하는 걸로 어느 정도 합의를 봤다.
그 다음이 내 휴대폰 문자를 보는 거였다.
이건 진짜 오래 걸렸다.
아마 작년까지도 이것 때문에 싸운 것 같다.
요즘은 안 보는 것 같지만, 그래도 한 번씩 내 휴대폰으로 검색도 하기 때문에
난 휴대폰을 스마트하게 쓰지 못한다.
비밀번호도 걸어뒀었지만, 결국 다 알게 되고,
좀 보지 말라고 프라이버시라고 얘기를 하면서
나는 안 보지 않느냐고, 좀 지켜달라 했더니,
그러면 자기 걸 보란다.
내 참, 안 궁금하다고.....
여튼 이것도 요즘은 잠잠해진 듯해서 조금 다행이다.
남편은 원래 집안에 있는 걸 좋아하는 성미였다.
내가 굉장히 나돌아다니는 스타일이었고.....
그래서 처음에는 이것 때문에도 마찰이 있었다.
사실 남편이 여행을 돌아다니게 된 건, 내 영향이 크다.
내가 워낙 나가는 걸 좋아해서, 계속 데리고 나가다보니, 남편도 서서히 물이 들었달까.
문제는 출장이나 자기 일로 나갈 때는 뭐든 자신이 알아서 하면서
나랑 나갈 때는 그렇게 낭창할 수가 없다.
나랑 가는 게 제일 편하단다.
모든 걸 내가 다 알아서하니.......
처음 신혼여행조차 내가 계획 잡고, 내가 렌트해서 운전하고, 내가 돌아다니고, 매일 스케줄 짜고......
그 때 이미 알아봤다.
그 전부터 난 내 스스로 여행 스케줄 잡고,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다.
그러다보니, 내 스스로 공부하고 여행을 가야 제대로 간 것 같다.
그러니 아무래도 패키지는 싫어라 할 수밖에 없다.
어디를 가든, 렌트를 하건, 대중교통을 이용하건, 내 마음대로 스케줄을 잡아서 다녔다.
여튼 요즘 남편은 이제 나처럼 여행을 좋아하게 됐다.
나가는 것도 좋아하고......
이번 출장은 9박 10일 일정으로 미국이었다.
밤 비행기, 새벽 도착으로 치면 사실 상 7박 8일 정도 일정이었는데, 이래저래 걸리니 그렇게 되어버렸다.
윤이와 나도 같이 가자고 했지만, 사실 돈도 돈이고, 남편의 상사도 가는데 같이 가고 싶지가 않았다.
남편 상사는 부부 동반이셨기 때문에 이건 뭐, 어색할 수도 있을 듯했다.
그리고 8월 중순에 홍콩으로 휴가를 잡아놔서 차라리 돈 아껴서 제대로 놀자 싶었다.
여튼 그래서 고사를 했고,
이쪽 출장은 나도 워낙 잘 아는 출장이라 몇 명이서,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하는지 스케줄까지 내가 꿰고 있었다.
모르고 싶어도 워낙 남편이 옆에서 미주알 고주알 얘기를 해서 모를 수가 없다. ㅠㅠ
남편은 밖에선 그리 말을 많이 하지 않는데 집에만 오면 장난 아니게 말을 한다.
어떨 땐 잠 온다는 나를 막 깨워서 이야기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풀 수가 없을 수도 있다.
밖에서는 늘 들어주는 사람에, 성격 좋은 인물로 찍혀 있으니, 그 스트레스받는 일을 다 내게 얘기하지 않으면 병날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실 집에서는 난 늘 들어주는 사람이다.
그것 때문에 윤이와 남편이 경쟁을 하기도 한다.
윤이도 엄마에게 얘기를 하고 싶어하고, 남편도 내게 얘기를 하고 싶어하니,
내가 늘 교통 정리를 해줘야 한다.
이번엔 아빠, 이번엔 윤이. 뭐 이렇게 공평하게 하지 않으면 둘이 삐져서 난리가 난다.
여튼 그 기간 동안 도착해서 잠시 쉬고, 거기 행사 일정 며칠, 그리고 돌아오는 날....뭐 그랬다.
남편도 나도 사과폰을 쓰고 있어서 와이파이지역에서는 통화도 메세지도 공짜다.
그러다보니 새벽에 일어나서 잠 안 온다고 문자질, 밤에 쇼핑한 거 자랑질.....
남은 혼자 애보며 마감 일 하며 집안 일에 정신 없이 바빠 죽겠는데, 계속 연락와서,
제발 그만 자라고, 바쁘다고 확 메세지를 날려버린 일도 있다.
남편 스스로도 말하지만, 우리 부부는 남녀 성별이 바뀐 케이스다.
힐*캠에서 신** 씨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나 믿고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
이 말에 완전 깜놀을 했다.
우리 부부처럼 사는 가정이 또 있구나 싶었다.
순간.....신**씨도 많이 힘들겠다 싶기도 했다. ㅎㅎㅎ
내 직장 동료들이 회식 자리에 나온(내 직장동료들과 매우 친하다) 남편에게 물었다.
애랑 와이프 중에 한 명만 고르라면 누구를 고르겠냐고....
거기 있던 모든 유부남들에게 다 물었는데, all 아이라고 말했다.
근데 참 신기한 생명체인 남편은 마누라라고 했단다. (그 때 내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 이후 남편은 아내 바보로 불리지만, 이건 상황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신**씨의 말처럼 남편들 중에는 집에만 오면 자기 스스로 아무 것도 못하고 아내에게 의지하는 남편들이 있다.
차**씨가 그런 분위기이듯이, 우리 남편도 그런 부류인 거다.
아내를 너무 의지하는......ㅠㅠㅠㅠ
게다가 아는 것이다.
아내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윤이가 따라오므로......
게다가 자기 혼자서는 죽어도 애 못 키우므로.....
그리 로맨틱한 발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생존과 연관된 발언이었을 뿐.....
윤이도 말한다.
결정은 늘 엄마가 한다고......
뭐, 그런 것 같다.
남편 스스로는 자신이 결정을 잘 못내린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나는 엄청난 단호박, 뒤도 돌아보지 않는 결*정*녀 스탈이다.
내 기준에서 아닌 건 죽어도 아닌 스탈이라, 한 번 결정 내린 건, 절대로 번복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남편이 좀 무서워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좋은 점은, 남편은 대놓고 나를 존경한단다.
이건 뭐, 구슬리기 위함일 수도 있고, 계속 돈 벌어 오라는 무언의 압력일 수도 있으나,
여튼 아예 거짓은 아닌 것 같다.
내게는 자기에게는 없는 능력이 있대나, 어쨌대나 하면서
그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내가 일 때문에 바빠 밤을 샐 때면, 늘 자기가 아이를 본다.
그걸 굉장히 당연하게 여긴다.
물론 요즘 윤이가 사춘기라 말을 안 들어서 몹시 힘들어 하기는 한다.
어쨌든 청소나 집안 정리는 칼 같이 하고,
주부처럼 잔소리도 하고,
(윤이와 내가 어지르면......그러나 그래도 내가 나서서 치워야 전체가 제대로 치워진다는 것이 함정...ㅠㅠ)
아이도 반반씩 보고,
내게 중요한 일이 있으면 전적으로 밀어주고,
내가 하는 결정은 무조건 따라주고,
뭐, 그런 면에서 난 내게 딱 맞는 남편을 얻은 것 같다.
내 직업이 평생 퇴근이라는 것이 불가능한 직업인데, 남편은 그런 면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격려해준다.
좀 심하게 밀어주기도 한다.
여튼 말이 길었다.
그만큼 일이 하기 싫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은데......
결론은, 열흘간 남편이 뭘 했는지, 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거.
참, 얼마 전 남편이 한 말이 있다.
내게 대뜸 자기에게 말하지 않는 비밀 같은 거 있냐고 묻는 거다.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뭐, 여튼 갑자기 그렇게 물었다.
그래서 난 단호박처럼 대답했다.
"당연하지."
그랬더니 분노에 쩔면서, 자기는 비밀이 없이, 전부 얘기하는데 어떻게 자기도 모르는 비밀이 있냐는 거다.
이건 뭔 소린가 싶었다.
"그래도, 자기한테 내가 제일 많이 말하는 편이야."
뭐, 상대적으로 남편에게 제일 많이 오픈한다는 뜻이었다.
어쩌겠는가.
나는 원래 사람에게 잘 말하지 못한다.
고민이 있건, 힘든 일이 있으면, 그 모든 일을 겪어낸 이후에라야, 내 스스로 해결한 이후에라야 말할 수 있다.
엄마에게도 그래서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남편에게 그나마 많이 말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남편은 그게 또 서운하다며 툴툴대는데, 뭐, 내 나름대로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므로,
시끄럽다, 고 단칼에 베어버렸다.
여튼 우리 부부가 사는 방식이다.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어쩌면 남녀가 바뀐 듯한 상황에
칼있으마 와이프에 장난 아닌 일욕심에 미래에 대한 포부까지
독재자 스탈인 나와 사는 내 남편,
참, 고생이 많다.
아, 일하기 싫어서 엄청난 수다를 떨어버렸다.
이 심한 주저리를 어쩌리.....
그리고 이 남은 일들을 어떻게 내일까지 끝내리......
느무느무 포기하고 싶다. 정말......ㅠㅠㅠㅠ
그러나 현실은, 다시 정신 차리고, 긴장 상태로 돌입해야 한다는 거......
그래도 늘 마감은 지나가기 마련.
늘 그래 왔으므로,
마감 시간에는 일이 마감 되어 있을 거라 믿으며......
나는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