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우습게도, 시를 처음 읽게된 건
동네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윤동주 시인의 평전 표지에 실린
흑백사진속의 그의 얼굴이 너무 멋진 나머지
한눈에 홀딱 반해버려
충동구매를 해버리고
그의 삶과 시를 단숨에 읽어버렸던,
(시집은 하루만에 읽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모른채)
몽실이머리를 한 중학생때였답니다.
그 후
숱한 소설과 시와 수필과 음악과 함께 유독히도 별난 사춘기를 보내고
어린 날 윤동주의 시와 삶을 처음 맛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던 기억을 붙잡고
일제시대사를 공부한다고 했지마는
할수록 깨달아지는 건 냉혹하리만큼 차가운 현실이었고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현실사이에서 갈등하다
점점 차가운 현실에 기울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 냉혹한 벽에 부딪혀 돌아오는 한 슬픈 족속(윤동주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의 메아리는
더 이상 제 귀에 아무런 호소력도 없게 되었죠.
그렇게 한 해 두 해 지나고
결혼도 하고 삶의 노선도 바꾸어 갈아타고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면서
머릿속에서도 가슴에서도 잊혀져있던 무언가를..
그랑블루님의 가락국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시 기억해내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로 그들의 소망을 말하고
그들의 힘으로 그들의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거북이의 머리를 내놓으라고 당당히 말하는
힘이 세지는 않으나 강한 가슴을 소유한
그러면서도 풍성한 삶을 즐길 줄 아는
강하고 아름다운 가락국의 사람들, 민중들. 그리고 그 속의 이녹과 창휘..
저는
제가 근대사를 공부했다는 것, 그리고 배우면서 얻은 깨달음에 대해-대다수의 민중들이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겠지만- 후회하진 않지만
그러면서 잊을 수 밖에 없었던 뜨거운 가슴을,
시 한 줄에 웃고 울던, 때로는 울분을 토하기도하던 투박한 열정을
다시 기억하게 되어 참 기쁩니다.
소설 읽는 행복 이상의 감동을
제게 선물해주신
그랑블루님께
부끄러운 마음으로
윤동주님의 <서시>를 바칩니다.
이제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고픈,
그리고 저에게 주어진 길을
담담히 걸어가고픈
그랑블루님의 애독자 풀꽃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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