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작은 이야기

[스크랩] [가락국팬픽]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그랑블루08 2008. 12. 5. 16:46

제가 원래..뭐 하나에 삘이 꽂히면 그거에만 집중하는 성격이라..

 

결국, 이현과 치수 이야기도 바로 들고와버렸네요.

 

올리면서도 계속 송구한 맘이 들고...>.< 가락국에 누가 된다면, 정말 바로~ 자삭하겠습니다.

 

전 왜 늘 이리..메인보다 싸이드에 정이  많이 갈까요..?

 

쩝..

 

 

;;;;;;

 

 

 

 

 

 

 

 

 

<이현과 치수-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그가..보이지 않는다.

 

늘, 눈에 띄지 않게..하지만 내가 눈을 돌리면 금새 찾을 수 있는 곳에서..날 바라보고 있던 그가..

 

그가..보이지 않는다.

 

 

 

침대 위에 걸터앉아있는 이현의 눈가가 촉촉히 젖어들었다.

 

꿈같이 황홀했던..가슴이 터질 듯한 행복을 누렸던..천신제..

 

처음으로..정말 처음으로 그가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보여오던 그 밤..

 

마치..자신에게 그 순간이 신기루였다고 믿게 하려는 것처럼..

 

그를 만날 수가 없다. 창휘의 처소를 비롯한 온 주변을 이현이 아무리 찾아다녀보아도, 치수는 이현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그 때 그 일은 이현에게 신기루처럼, 꿈처럼..달콤하고 아련한 기억의 가루로 흩어져 날아가려고 한다.

 

왜일까. 내가..싫어진걸까. 아니면..두려운걸까. 세상에..날 자신의 여인이라 말할 용기가..없는걸까.. 그래..쉽지 않겠지..힘들거야..하지만..하지만, 적어도 내 앞에서..이렇게 도망가면 안되는거잖아..!

 

흑...나쁜..오라버니..

 

"오라버니..

 

어딨는거에요..

 

흑..

 

오라버니...흐흑.."


이현의 방문 앞에 기대어 서있던 치수 귀에..이현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투둑..하고 가슴이 무너져내린다.

 


그 날..모든 이성을 내려놓고...그저 사내가 되어 이현 그녀를 사랑하기로 결정한 그 날..

 

그렇게 자신이 미친듯이 연모하는 여인과 단 한순간을 보낼 수 있다면..그것으로 평생 만족하며..안위하며..설사 고통스러운 형벌 가운데 살아야 할지라도...괜찮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하룻밤 후..그녀를 향한 자신의 사랑은 더욱 뜨겁게 타오르기만 했다. 늘,  매 순간..그녀가 그리웠고, 입맞추고 싶었고, 안고 싶었다.

 

그리고 그럴수록..치수는 이현의 앞에 나설수가 없었다.

 

꽃같이 가녀린 이현을 품에 안으며..자신이 저주했던 그 "감히"라는 단어가..

 

더 크게..더 깊게..더 아프게..치수의 가슴에 박혀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대를..어찌해야 합니까..나를..어찌해야..합니까.."

 

치수의 감은 눈에서도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당신같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감히..마음에 품고..

 

감히..범하고..

 

감히..이렇게 울게 하는 저를..

 

용서하지 마십시오..공주마마..

 

 


 

 

 

 

 

-------------

 

 

 

 

 

 

"이현아, 안그래도 아바마마 병환이 깊어져서 온 식구들이 근심중인데..너까지 이렇게 밥도 안먹고 맥을 못추면 어쩌니.. 일어나서 이 죽 좀 먹자. 응?"

 

이녹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이현의 머리맡에 걸터앉았다.

 

돌아누운 이현은, 미동도 없고 대꾸도 없다. 깊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이녹이, 방 문간에 어느샌가 들어서있는 치수를 발견하고는,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마마.."

 

"........!!"

 

치수의 목소리에 이현이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다..

 

너무 미웠던..

 

미운만큼 보고싶었던..

 

그가 왔다..

 

치수를 향해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내던 이현의 눈시울이 한순간에 붉어졌다.

 

"끼니도 거르시고..방에만 계시고.. 공주 마마 답지 않으십니다.."

 

여전히 바닥만 응시한채..모든 마음을 다 속으로 꽁꽁 감춰버린 채 애써 입을 여는 치수..

 

이현은 침대에서 일어나 치수에게 다가갔다.

 

퍽.

 

이현의 주먹이 치수의 가슴팍을 때렸다.

 

"나쁜..오라버니.."

 

얼굴까지 발갛게 상기된 이현은 이제 두 손으로 치수의 가슴을 때린다. 이현의 마음을 아는 치수는..묵묵히..이현이 하는 대로 맞고만 있다.

 

"어떤..벌이라도..달게 받겠습니다.."

 

이현이 젖은 눈을 한 채 잠잠해지자, 치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

 

"감히 공주마마를..제가..."

 

"......"

 

"마마께서 내리는 벌이시라면..그 어떤 벌이라도.."

 

"그래요..?"

 

"......."

 

"오라버니, 정말..제가 하라는 대로, 다 할 거에요?"

 

"......예.."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고통스럽고..두려운 일일지라도..? 정말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오라버니의 가슴을 많이 아프게 할 수 있는 일이어도..?"

 

"설사..죽음이라 할지라도..마마의 명이라면.."

 

"그렇다면.."

 

치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현이 갑자기 치수 앞에 무릎을 꿇었다.

 

"......!!!!! 마마..!!!!!"

 

당황한 치수가 황급히 자신도 엎드렸다.

 

"이 무슨.."

 

"저의..지아비가 되어주세요."

 

"..........!!!"

 

치수가 얼어붙은 눈빛을 하고 이현을 마주보았다.

 

"....마마...!!!!"

 

"이건..공주로서의 명이 아니라..오라버니를 마음에 품은 여인으로서의..청입니다.."

 

조금 전까지의 원망의 눈빛은 온데간데 없고, 이현의 눈에는 침착하기까지 한 애절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말문이 막힌 치수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러한 이현을 바라만 보고 있다.

 

"사실..많이 원망스러웠어요. 늘..마음을 감추기만 하고..절 이렇게 속상하게만 하고..숨어버리기 일쑤인 오라버니가..많이 미웠어요..

 

하지만 사실  저도 알아요..

 

당신은..

나를 너무도 아끼고..너무도 사랑하는 당신은..

 

절대, 선을 먼저 넘지 않을 거란 걸.

 

나를 아끼는 마음이 너무 커서..차마 당신은..선을 넘지 못하고..그렇게 늘 자신을 죽이며..날 바라만 보며..살거란걸..

 

당신은 그런 사람이란걸...

당신의 사랑은..그런 사랑이란걸.."

 

".........."

 

"그래서..결정했어요. 오라버니가 선을 넘지 못하신다면..제가 넘어가기로요."

 

"마마..하지만.."

 

"제 청..거절하지 말아요. 이건..공주로서의 명이에요."

 

가슴이 아린 치수가, 고개를 저었다.

 

"마마처럼 고귀하신 분을..제가 어찌 감히.."

 

"도대체 누가 귀하고 누가  안귀한거죠?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가라 가야의 땅 위에..누가 더 고귀하고, 누가 더 천하고..

 

그런 건 없어요.

 

오라버닌..제게..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고..소중한 사람이에요.

 

당신이..

 

내 세상이니까.

 

내..유일한 세상..

 

내..하나뿐인..지아비.."


"마마..."

 

이현을 바라보는 치수의 뜨거운 눈에 눈물이 맺힌다. 그런 치수를 마주보는 이현의 눈가도 오래전부터 젖어있었다.

 

"내 이름은..이현이에요. 마마가 아니라.."

 

이현이 천천히, 자신의 얼굴을 치수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이현의 부드러운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살짝 닿았다 떨어지자, 묶어두고 또 묶어두었던 감성이 한꺼번에 폭발한 치수가 그대로 이현을 끌어당겨 안아 입을 맞추었다.

 

내 여인...

 

입에 담고 부르기에도..벅차고 조심스런..

 

그대..

 

내 여인..

 

치수의 뜨거운 입맞춤을 받던 이현이 살며시 치수의 귀에 속삭였다.

 

"불러줘요..내 이름.."

 

"....이...현...."

 

망설이듯..조심스럽게 치수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만족스런 미소를 지은 이현이 다시 치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어 댄다.

 

사랑합니다..

 

내 사람..

 

사랑합니다..

 

내 세상..


 

 

 

 

 

 

 

황홀한 고백/이해인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한 자락 바람에도 문득 흔들리는 나뭇가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 내는 거대한 밤하늘이다.

 

어둠 속에서도 훤히 얼굴이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 마디의 말.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출처 : 쾌도 홍길동
글쓴이 : 풀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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