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과 트라이앵글/강철과 triangle

강철이 트라이앵글(Triangle)을 꿈꾸다(프롤로그)

그랑블루08 2009. 4. 28. 17:36

 

강철이 트라이앵글(Triangle)을 꿈꾸다



트라이앵글(triangle)이란 강철 막대를 구부려 만든, 왼쪽 한 구석이 열려 있는 삼각형의 타악기를 말한다.

양장현이나 나일론 줄을 달아 손으로 쥐고 강철봉으로 쳐서 소리를 낸다.

트라이앵글은 바탕음이 배음의 부분음들로 인해 흐려지기 때문에 불분명한 음높이밖에 낼 수 없다.

그러나 연주자들 중에는 음높이를 대충 잡아낼 수 있어서 여러 개의 다른 음높이의 트라이앵글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트라이앵글 소리는 단 한번만 내더라도 전체 관현악단 소리를 꿰뚫는 분명한 음향 효과를 지니므로 아껴 사용하면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 헝가리)의 피아노 협주곡 1번, E♭장조, S 124는 <트라이앵글 협주곡>으로 유명하다.(출처 : 다음 백과사전)




프롤로그



난 사람을 믿지 않는다.

난 사랑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난 기억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초등학교 준비물로 트라이앵글이란 것을 사오라고 한 적이 있다.

처음 만난 이 물건은 참으로 희한했다.

강철로 만들어진 것이 도대체 뭔지, 음악 시간에 하겠다고 하시는 건지 정말로 알 수가 없었다.

완전한 삼각형도 아니고 한 쪽은 뚫려 있었다.

강철 삼각형의 끝을 잡고 두드려 보아도 둔탁한 쇠음만 날 뿐이었다.

그 때 선생님은 내 강철 삼각형에 실을 매어 주셨다.

그리고는 실을 잡고 두드려 보라고 하셨다.

실을 잡으니 강철 삼각형이 제멋대로 돌기 시작했다.


이걸 뭘 어쩌라는 거지?


선생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쇠막대기로 빙빙 돌고 있는 강철 삼각형을 두드렸다.


딩..........


아까와는 달리 멀리 울리는 소리가 나왔다.

내 머리 위쪽, 뒤편이 멍해 왔다.


이거...대체 뭐지?


“트라이앵글은 적당히 헐겁게 쥐고 있어야 소리가 나.

 꽉 쥐고 있으면, 이건 악기가 아니라 그냥 강철일 뿐이란다.

 젓가락처럼 된 강철을 서로 부딪친다고 소리가 나는 건 아니야.

 그런데 지금처럼 세모꼴로 굽혀 주면, 서로의 소리에 소리가 반사돼서 이렇게 울리는 소리가 난단다.”


선생님이 설명을 해 주시고 계셨지만, 나는 이미 트라이앵글의 세계에 빠져들고 있었다.


강철이 트라이앵글(Triangle)이 되면 소리를 낸다.

서로의 철에 받쳐서 소리를 울려댄다.


그래서 난 지금도 이 트라이앵글을 꺼내서 울려보고는 한다.

내 두정엽을 울리는 소리.

이 소리가 내 피부를 긴장시키고,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한다.

강철이 트라이앵글을 꿈꾼다.



난 사람을 믿지 않는다.

난 사랑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난 기억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