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민
- 이별과 담배의 관계
“미안...이젠...안 되겠어.”
“..........................”
“아무 말도 없는 거야? 넌..끝까지...
아니, 됐다. 내가 뭘 더 말하겠냐!”
몇 걸음 걸어가던 그가 우뚝 선다.
언제나 커 보이던 그의 등이 왠지 동그랗게 보인다.
“나....가는데...
정말 갈 건데...
아무 말도 없는 거냐?”
“...........................”
“내가...내가...널...”
한동안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리는 듯도 하다.
그러나 금세 그의 목소리는 다시 냉정을 되찾고 있다.
“알아둬!!! 너 같은 여자!!! 아무도 못 사겨!! 알겠어?”
쾅!!!!!
그가 나갔다.
2년이었나...그래...1년하고도 10개월을 만났던 저 남자가 방금 문을 닫고 나갔다.
그 기간 동안 난 저 남자랑 뭐했지?
그 남자가 미처 챙기지 못한 담배를 한 개피 꺼냈다.
라이터를 켜려다 멈칫한다.
작년 저 남자가 내게 준 케익에 딸려 왔던 성냥이 생각나서 부엌 서랍을 열어 열심히 속까지 찾아봤다.
아예 서랍 채로 꺼내서 바닥에 털었다.
역시나 있었다.
얇은 종이를 열고 길쭉한 성냥 하나를 꺼내서는 갈색 네모 부분을 힘차게 긁었다.
치익...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불이 타오른다.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연기가 피어오른다.
아무도 피지 않는 담배가 조금씩 타들어 가고, 나는 싱크대에 타들어가는 담뱃재를 털어낸다.
말끔하던 새하얀 담배가 타들어간다.
타들어간 만큼 지저분하게 싱크대로 재가 떨어진다.
난...저 남자랑 1년 10개월 뭘 한 거지?
그래...저 남자 덕분에 드디어 여자가 됐지.
서너 번의 잠자리.
그리고 남은 건 귀찮음과 혐오.
왜 그렇게 싫었을까.
1년을 만나고서야 겨우 저 남자와 잠자리를 했었다.
그리고는 2달을 만나지 않았다.
연락이 안 되는 나 때문에 저 남자는 온갖 짓을 다했다.
울며불며 매달리는 그 남자를...도저히 버릴 수가 없었다.
왜 그랬을까...그 때...그냥...조금만 독했음 됐을 텐데...
왜 난 거절을 못하는 걸까...
불쌍해서 그래서 같이 잤다.
그리고 또 불쌍해서 같이 잤다.
그러나 더는 잘 수가 없었다.
싫다.
너무 싫다.
앗!!!!!
손이 오그라든다.
담배는 이미 다 타들어가고 내 손가락까지 태우려 한다.
난...왜...안 되는 걸까...
이번에는 그래도 될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래도 꽤 오래 갔다고 생각했는데...
그 남자의 마지막 말이 떠오른다.
“알아둬!!! 너 같은 여자!!! 아무도 못 사겨!! 알겠어?”
머리를 웅웅 울리며 돌아다닌다.
그래...나도 알아....
손가락이 빨갛게 부풀어 오른다.
참기름 병을 찾아 손가락에 붓고는 굵은 소금을 뿌렸다.
몇 초만에 온 손가락을 칼로 째는 듯한 아픔이 찾아온다.
입술을 꽉 깨문다.
웅...웅...웅....
휴대폰이 방바닥을 쳐대며 깅깅대고 있다.
그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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