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 이야기 9 - 천천히 걸어가는 법
1
고모님 말씀으로는 미남이가 태경이에게 뭔가 잘못해서 빌러 갔다고 한다.
심하게 혼나는 건 아닌지.......
방에도, 연습실에도 없어서 걱정이 된다.
나는 또 옥상에 올라간다.
원래는 밤바람을 즐기기 위해 올라갔지만, 요즘은 내가 생각해도 뭔가 다르다.
꼭 옥상이 내 방인 양 붙박이처럼 붙어 있는 느낌이다.
미남이가 없을 때면, 난 마치 등대가 되는 것 같다.
잘 들어오는지 지켜보기 위해, 자꾸만 등대처럼 지키고 서 있게 된다.
그래서......아이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된다.
알면 알수록, 그 사람은 내 마음에 더 가까워지고, 그래서 난 더 외로워진다.
모든 감정은 상대적인 것 같다.
어쩌면, 이런 감정이라는 것....이 개념 자체가 나에게는 너무도 낯설다.
늘 혼자 있던, 혼자서 바람을 맞던 이 곳이....
이제 혼자 있어서 힘들다고 느껴지는 것.....
그리고 자꾸 옆을 쳐다보게 된다는 것......
내 옆 자리에 앉았던 누군가를 떠올리게 된다는 것.....
그리고 그 누군가가.......늘....한 사람이라는 것.........
그리하여 같이 있어서 행복했던 만큼, 다시 혼자가 되었을 때,
그 “혼자”라는 것이 너무나 뼈저리게 허전해 지는 것.....
그래서 자꾸.....그 사람을 기다리게 되는 것......
그래서 자꾸.....슬퍼지는 것.......
그것이.....내가......느낀.....“외로움”이라는 단어의 정체인 듯하다.
외롭다고 말하는 이들을 경멸했던 적이 있었다.
처음엔.....그런 말이 우스웠다.
감상적이고 나약한 인간들의 말이라 우습게 느꼈다.
그때는 몰랐던 것 같다.
내가 혼자라는 걸......몰랐던 것 같다.
내가 혼자라는 걸.....알게 된 건......어쩌면, 아이를 만나면서부터다.
아이가 내 곁에 있을 때 즐겁다고 느낀 순간, 그때부터였다.
몰랐다.
함께 한다는 의미 안에 이미.....외로움이라는 단어가 늘 병행된다는 걸....난 몰랐었다.
저기........아이가 보인다.
그리고 그 아이가 심장에 품은 사람도 보인다.
“저를 키워 주신 분이 제 생일날이 끝나기 전에 항상 해주시던 게 있습니다.”
“뭔데?”
“싫어하시면 안 됩니다.”
“싫어할 거 같으면 하지마.”
“오늘은 제가 정하라구 하셨으니까 제 맘대로 하겠습니다.”
태경이의 생일이었나?
얼마 전에 팬들과 생일을 했었는데........
그게 진짜 생일이 아니었나.....
그러나 그런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내 눈 앞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미남이가 자신의 사람을 꽉 안아주고 있다.
“니가 태어난 오늘은 정말 소중한 날이란다. 태어나줘서 고맙다.”
“고미남......반말 하지마.”
아이의 손이 태경이를 위로한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세상이 정지되어 버린 듯한 시간이 흘러간다.
그 아이도, 그 아이와 안고 있는 태경이도, 그리고 그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봐야 하는 나도...
그 정지된 시간 안에 있다.
“형님, 이제 생일이 끝났습니다. 다들 잘 테니까 조용히 들어가야겠습니다.”
미남이가 그 멈춰진 시간을 움직였다.
미남이가 걸어 들어오는 뒤로 태경이의 말소리가 들린다.
“오늘은 고미남이 꽤 쓸모가 있네.”
쓸모라........
태경이에게서 저런 말이 나올 줄은........
사람의 마음이 좌표로 표시될 수 있으면 좋겠다.
미남이의 마음의 좌표는 어디쯤인지.........태경이를 향한 좌표와 나를 향한 좌표는.....
어디쯤에 놓인 건지.....
태경이가 미남이를 생각하는 좌표는 또 어디쯤인지.....
유헤이와 미남이는 태경이의 마음 속에서 어디에 있는 건지.........
혼란스럽다.
“조직의 안위와 그녀의 평안을 위해....
멋있는 척 말했는데....
멋있기 참 힘드네.”
강신우! 멋있다라.....
참으로 오만하구나.
나...
세상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나...
세상을...너무 쉽게 정복할 거라 생각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정복할 수 있다고,
내가 움직이기만 하면 세상이 내 앞에 무릎을 꿇을 줄 알았다.
그런데...아이의 말 한 마디가........나를.....깨운다.
태어나줘서 고맙다.........
만약에......아이가.....다른 여자들처럼 사랑이란 걸 했다면, 난 빼앗아버렸을 지도 몰라.
적어도 고백이라도 해봤겠지.
그러나...저 아이는.......다른 이를 보고 있는 이를 향해서도....축복할 줄 아는 아이.......
그 따뜻함이....저 차가운 황태경도 녹이고 있는 거겠지.
진심으로 위로할 줄 아는 아이.......
자신의 마음을 참을 줄 아는 아이.......
그래서...난....나도 모르게 널 닮아 간다.
내 사랑을 떼쓰지 않게 돼.
사랑은....빼앗는 것이 아니라는 걸.....
내 마음만 얘기하고 소리치는 것이 아니라는 걸.....배운다.
쉽게 세상을 사는 강신우에게....
세상이 얼마나 크고 두렵고 무서운 것인지.....
세상이 먼저 다가왔다.
예술적인 감각을 지닌 천재이지도 못하고....
그저....약삭빠른 계산으로....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그 숱한 시간들....
바보 같다 치부해 버렸던...그 느림들.....
그 바보 같다고 느꼈던 그 느림의 미학을......
이 아이가 나에게 보여주고 있다.
저 아이가........
바보 같은 이 강신우에게.......
세상은 천천히 걸어가야 하는 거라고......
내 마음보다 그 사람의 마음을 먼저 봐야 하는 거라고.......
저렇게 정갈하게 말해주고 있다.
2
“우리 이제 딱지에도 나오는구나.”
제르미의 말에 돌아보니, 정말 우리 캐릭터로 된 딱지가 보인다.
“요즘 초등학생들한테 인기 폭발이랍니다.”
“미남이 것두 곧 나올 거야. 딱지가 내 담당이야.”
마실장님은 자신의 공인 양 은근히 자랑하는 눈치다.
“고미남, 이거 셋 중에 뭐가 젤 나아?”
정말 제르미다운 질문이다.
“글쎄요. 태경이 형님께 젤 잘나간다고 합니다.”
“니가 보기엔 어때?”
참...유치하지만, 나도 궁금해진다.
저 아이가 누구의 캐릭을 맘에 들어하는지.....
이젠....제르미와 난 오십보, 백보인 듯하다.
왜 이리 점점 유치해지는지......
“셋 중에 뭐가 젤 마음에 들어?”
제르미가 미남이에게 묻는 순간, 정적이 감돈다.
다들 긴장한 눈치다.
웃기는 건, 나 역시....은근히.....긴장하고 있다.
“저는 이중에는....이게 젤 마음에 듭니다.”
“신우 형?”
미남이가 내 걸 고르자, 기대하지 않은 상을 받은 것처럼 의기양양해진다.
마치....미남이가 나를 좋아한다고 말한 것처럼.......
그렇게 마음이 뿌듯해진다.
“왜...내 것두 귀여운데...너 진짜 신우 형 게 젤 맘에 들어?”
“제가 보기엔..... 이렇게 웃는 얼굴이 제일 좋습니다.
제르미두 귀엽습니다.”
“그럼 내 게 두 번째라는 거다~”
두 번째라도 좋다는 제르미......정말 아이 같다.
“딱지 보는 눈도 없어가지구. 제일 잘 팔리는 게 일등이지.”
그런데 황태경까지 이 유치한 초딩스러운 질문에 흔들리다니......
우리 셋 다 정말....바이러스에라도 감염된 듯하다.
고미남 바이러스......
신종 플루보다....더 강력한 바이러스........
3
태경이와 유헤이의 뮤직비디오 촬영이 드디어 끝났다.
그러나 엔딩 장면을 바라보던 미남이의 시선은 한없이 내 가슴에 남는다.
뒤에서 바라본다는 건........해 본 사람만......아는 것이겠지.
가슴에 품은 사람이 다른 이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뒤에서 지켜본 사람만이.......아는 것이다.
오늘........아이의 눈은........나의 눈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태경이의 마음을 얻은 유헤이를......바라보던 아이의 눈은.......
뒤에서 지켜본 사람만.......알 수 있는 것이다.
태경이가 유헤이라는 여자와 사귄다는 걸........
아직도 난........받아들일 수가 없다.
저 여자....아까 분명 미남이를 갈구고 있었다.
유헤이는 거의 내 과에 가깝다.
거짓 미소는, 거짓 미소를 지어본 자만이 아는 것이다.
유헤이는 오로지 포장에 불과한 여자다.
미남이와 유헤이가 같이 서 있는 걸 보면,
내가 왜 미남이여야 하는지, 왜 미남이만 내 눈에 들어오는지.......
알 것 같다.
그래도 참.......다행이다.
나같이 무심장의 인간이........
너라는 사람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다.
미남아.....
나도....이제 너의 사랑법을 닮아가는 거냐?
너를 마음에 품어서........너의 마음도 품게 되는 걸까.........
그래서.......
참......
다행이다........
4.
“건배~~”
저기.....아이가....혼자 앉아 있다.
내 오감은....이제 더 이상 강신우의 것이 아닌 것 같다.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까지....모두 아이를 향해 있다.
아주 작은 몸짓에도, 아주 작은 표정에도.....
내 오감들은 반응한다.
저...아이가....지금.....아프다고........
그 순간........내 몸의 아픔은 정지해 버린다.
오로지........아이에게로만, 아이의 아픔으로만 올인되어 버린다.
지금도 난 아이의 아픔에 무조건 반사를 일으키며 아이 곁으로 다가가고 있다.
“잘 끝났는데 표정이 안 좋다. 무슨 일 있어?”
“저...정말 중요한 걸 잊어 버렸어요.”
“그래? 그렇게 중요한 거면 찾으러 가자. 같이 찾아 줄게.”
속상해 하는 아이에게 난 어깨를 두드려준다.
내 손 끝에 내 마음의 진심을 담아......괜찮다고......그렇게 두드려준다.
“정말요? 신우형 고맙습니다.”
같이 찾아 주겠다는 그 말에 미남이가 다시 활짝 웃음을 보인다.
다행이다......
그러나.....마음만큼 상황은 따라주질 않는다.
뭐 때문인지 마실장님이 자꾸만 나를 막고 있는 것 같다.
“미남이랑 먼저 나가볼게요.”
마실장님으로부터 겨우 벗어나서 이 기회를 놓칠세라 사장님께 나가겠다는 말부터 먼저 해버렸다.
“왜?”
“미남이가 촬영장에서 중요한 걸 잃어버렸대요.
같이 가서 찾아보려구요.”
“야...신우야. 내가 아직 이야기 다 안 끝났는데 그냥 가면 어떡하냐?
그런데 또 갑자기 마실장님이 끼어든다.
“저...미남이랑...”
“야. 그거는 태경아, 니가 좀 갔다와. 신우랑 할 얘기가 있어서..부탁한다.”
왜....이렇게 꼬이는 건지....
저 녀석......뭔지 몰라도 못 찾으면 계속 저렇게 속상할 텐데......
마실장님께 겨우 놓여나서 자리로 돌아와 보니 상황이 참....가관이다.
유헤이는 태경이 옆에 완전히 껌처럼 들러붙어 있다.
황태경....너도...참....보는 눈이.......뭐...하구나.....
미남이는 그걸 또.......애처롭게 바라보다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있다.
차라리 빨리 여기서 나가면 아이가 덜 힘들 텐데....
“미남아...지금이라도 갈래?”
“괜찮습니다.”
“꼭....찾아야 하는 거 아니었어?”
“아닙니다. 이제...안 찾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제가......가질.....자격은 없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신우 형......”
고맙다고 말하는 아이의 표정이.....울 것 같다.
물을 먹겠다며 나가는 아이를 잡지도 못하고, 난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어떻게 해줘야 할지....
내가 어떻게 해줘야 저 아이가 덜 힘들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알 수가 없다.
내가.......널 위해서......뭘....해 줄 수 있을까........
5.
아이가 아침부터 기침을 한다.
아무래도 어제 클럽에서 물세례 받은 것 때문인 듯하다.
온통 젖어 있었는데......
나는 황급히 물을 데웠다.
하이비스커스에 꿀을 넣고 있는데, 황태경이 선수를 친다.
“고미남, 물이나 마셔!”
그냥....찬 물은 더 안 좋을 텐데....
그래도 황태경......신경은 쓰는구나.......
이것도 다행인 건가....
“미남아, 감기 기운 있는 거 같은데, 따뜻한 차 마셔라.”
“고미남, 쥬스 배달 왔어. 쥬스 마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르미가 쪼르르 뛰어 와서는 쥬스를 내민다.
녀석....꼭 초등학교 때 짝사랑하던 여자 아이를 대하는 태도다.
“미남아 뭐가 좋아?”
“차 마실래? 물 마실래? 쥬스 마실래?”
모두들....또...긴장한 채 아이를 바라본다.
아....정말 유치하다.
그러나....그 유치한 가운데.....긴장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건....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음...저는....콜록콜록....따뜻한 게 좋겠습니다.”
아이는....날 선택한 게 아니라....따뜻한 차를 선택했을 뿐인데.....
또다시 마음이 붕붕 날아다닌다.
점점 갈수록.....우리 모두 초딩들이 되어가는 것 같다.
아침을 먹은 후, 난 약을 챙겨서 미남이의 방문을 두드렸다.
“어!! 신우 형! 무슨 일이십니까?”
“우리 사이에.....무슨 일이 있어야만 오는 거니?”
“아, 아닙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나 해서.......”
“응.....무슨 일 있어. 아주 큰 일!”
“예?”
“이리 와서 앉아.”
난 마치 내 방인 양 아이의 매트리스 위에 앉았다.
아이도 남의 방에 온 것처럼 주춤대며 내 옆에 와서 앉았다.
“근데 신우 형! 이게 다 뭡니까?”
“약!”
“예?”
“몰랐어? 나......고미남 전속....면허없는 불법 주치의!!”
“예에?”
“미남이 너 손 다치면 손에 연고 발라줘. 붕대 감아줘.
아....마음 다치면 머리 쓰다듬어 줘. 어깨 토닥거려 줘.
이젠....감기 걸렸으니.....불법 약처방 해주는 거지.
어때? 불법이긴 해도 꽤 괜찮은 주치의지?”
“신우 형..........”
“자, 너무 감격스러워 말구, 이거부터 마셔. 갈근탕이야. 몸살에는 이런 한방약이 좋더라.”
“고....고맙습니다....신우 형......”
아이의 목소리가 약간 울먹댄다.
“정말.....맞습니다. 신우 형.
신우 형은......정말......제 주치의 같으십니다.
신우 형이 있어서.....제가 마음껏 아파하나 봅니다.”
“그래 미남아, 언제든지.....난 니 주치의가 돼 줄 수 있지만,
그래도 니가 안 아픈 게 더 좋아.”
아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약을 마시기 시작했다.
“으헥~~!! 정말 씁군요. 그래도....신우 형이 주신 것이니...다 먹었습니다. 으엑.....”
“자....아~ 해.”
“예?”
“아~~~하라구.”
미남이는 머뭇 거리며 아~~하고 입을 벌렸다.
그 입에 사탕을 넣으려다가.....난 또 멈칫해 버린다.
내 손 끝에 아이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부드러움은 빛의 속도로 내 심장을 또 강타해 버린다.
눈을 떼려 해도 뗄 수가 없다.
내 손도....내 마음대로.....할 수가 없다.
점점 아이의 눈이 커지는 게 보이지만, 그래도 내 손은 아이의 입술에서 떠나지 못한다.
어느 틈에.....내 손가락은 아이의 아랫입술을 훑고 있다.
마치 내 손가락이 내 입술인 것처럼......아이의 입술을 훔친다.
“혀..형!!”
미남이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겨우 이성의 끈을 붙들었다.
“.....그게.....가루가....그래 사탕가루가 묻었어.”
“아....그러셨군요. 전......아...아닙니다.
고맙습니다. 신우 형.”
미남이의 방을 어떻게 나왔는지.......나도 알 수가 없다.
그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미남이 방문에 기대고 서있는 나를 발견한 것뿐......
내....손가락에는 여전히 아이의 입술이 남아있다.
그 입술 그대로........내 입술로 옮겨 왔다.
부드러운 입맞춤처럼........
아이의 입술이 내 입술 위에 놓이는 것 같다.
그렇게........
눈을......감고.......한참을 서 있다.
6
“전....남자니까.....남자들이 좋아하는 까만색이 좋습니다.”
4가지 색으로 찍는 화보 현장에서 미남이는 자신이 남자니까 검정색이 좋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미남이가 좋아하는 게 뭔지....모르는 게 참 많은 것 같다.
색도, 음식도, 취미도, 모르는 게....너무 많다.
내가 비록 검정색을 입고 있지만, 그래도 미남이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알고 싶다.
오로지 남자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말한 것이니......
“라임색의 황태경씨와 노란색의 제르미씨 준비해 주세요.”
“뭐야? 왜 우리만 찍어! 얘네들은 안 찍어?”
태경이가 짜증난다는 듯이 입을 삐죽댄다.
“그게 블랙 앤 화이트 컨셉으로 얘들 둘이는 또 따로 찍는대.
니들은 여기서 찍고, 신우랑 미남이는 옆 스튜디오로 옮겨서 찍기로 했어.”
코디 누나는 태경이의 눈치를 보며 우리 보고 나가자고 눈짓을 한다.
“니들....둘이 잠깐만 저 방에 좀 가 있어.
옷이랑, 화장품 좀 챙겨서 다시 갈 테니까....”
“블랙 앤 화이트? 뭔 흑백 사진을 찍으려나?”
“흑백 사진요? 와~~ 그것도 넘 좋겠습니다.”
미남이는 뭐든지 신기한 모양이다.
옆 스튜디오는 굉장히 분위기가 달랐다.
처음 찍은 곳이 컬러풀한 곳이었다면, 이곳은 꼭 모던한 옛날 거리에 온 느낌이다.
“와~~ 여기 분위기 넘 좋습니다. 신기합니다!!
이것 보십시오. 정말 오래된 축음기도 있습니다!!”
마치 보물창고라도 발견한 것처럼 미남이는 들떠 보인다.
“참...미남아. 나 궁금한 게 있어.”
“예?”
“너....정말 블랙이 제일 좋니?”
“아...예 물론입니다. 전 남자지 않습니까. 그러니 남자들이 좋아하는 블랙...”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이 좋아하면, 컬러라는 게 필요할까?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잖아. 자기가 좋아하는 색깔은.....”
“음....사실...전....제 색깔이 제일 좋습니다. 하얀 색......참.....깨끗해서 좋은 것 같습니다.”
“그렇구나.”
“신우 형은요? 형도 블랙이 좋으십니까?”
“나? 난.......별로......좋아하는 색 같은 거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거 같애.
어렸을 땐 파란색을 좋아했었던 것 같은데.....지금은.....뭐...아무거나....
검정도 나쁘진 않지.”
“아...그러시군요. 신우 형께는 정말 까만색이 잘 어울리십니다.”
“그래? 다행이네.
난 사실.....검정색 자체는 그리.....괜찮은 색이라 생각하진 않아.
너무 검고, 어둡고, 굉장히 부정적인 것 같은...느낌이야.”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네요.”
“미남이 넌, 그렇게 생각 안 해?”
“음...전....사실...좀 다르게 본답니다.
성당에서 신부님들은 검은 사제복을 입으세요.
그 검은 사제복은 나를 부인하는........낮아짐과 겸손의 상징이랍니다.”
“낮아짐?”
“예. 그래서.....검정색은 많이 생각하고, 많이 낮아지고, 뒤로 한걸음 물러서서 나와 신과 사람을 생각하는.....색깔이랍니다.
그래서....전.....까만색을 참......겸손한 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그렇구나.....
검정색이....그런 의미가 있었구나.
근데 넌 어떻게 아는 거야?
참...그러고 보니 저번에도 명동성당에 다녀오기도 했었지?”
“예.......사실....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저도.......사제분들과.......가까운....아니.....가깝다는 것이 아니라, 아...예배드리러 성당에 가는 신자입니다.”
“그랬어? 미남이 너.....종교가 있었구나.
그래서.......너에게서 천국의 느낌이 났었나 보다.”
“예? 천국이라니요?”
“야....근데 이거 생각보다 재밌다. 좋아하는 색깔 같은 게 사람 심리를 많이 반영한다는 데 좀 더 찾아볼까?”
“어...어떻게 말입니까?”
“있어봐.”
난 휴대폰을 꺼내서 인터넷에 접속했다.
“어...바로 나오네. 색깔로 보는 심리 테스트!
미남아, 내가 물어볼 테니까. 대답해 봐.
좋아하는 사람으로부터 꽃을 받는다면 당신은 어떤 색깔의 꽃을 고를 건가요?
1번 빨간색, 2번 보라색, 3번 노란색, 4번 하얀색, 5번 파란색
어때? 무슨 색을 고를 거야.”
“음....전....4번 하얀색 하겠습니다.”
“하얀색꽃이라....
아...여기 있네.
상대방을 배려하는 깨끗한 마음을 지닌 당신은
사랑을 함에 있어서도 한없이 순수하군요.
당신은 연인의 작은 정성에도 크게 감동하고 고마워하는 사람입니다.
때 묻지 않은 깨끗하고 하얀 꽃처럼 상대의 정성을 돌아볼 줄 아는 당신은 순결한 여성입니다.”
“아....그렇군요. 와....되게 좋은 말들만 있네요.
아....차....잠깐만요. 신우 형. 여.여...성요? 남성이 아니라 여성요?”
“어...읽고 보니 그러네. 이거....여자들만 하는 심리테스튼가 보네.
이런 내가 실수했다. 미남아. 그래도 어차피 재미잖아. 그지?”
“예. 그렇긴 합니다만.......”
미남이는 자꾸 내 눈치를 살피더니 축음기 쪽으로 쪼르르 뛰어가서 다시 구경을 한다.
검정색과 하얀색...
완전히 다른 색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색의 의미가 내게 위로를 주네.
검정색의 의미.......
앞으로 나아가는 전진과는 전혀 반대의 의미.....
그러면서 뒤로 한발 물러서서 생각해보는 것.....
그리고........낮아지는 것.......
나 자신을.......부인하는 것.......
한 박자 느림..........
천천히 천천히 그렇게 한 걸음 물러서서
나와 신과 사람을.......생각하는 것.....
그렇게 아주 천천히.......아주 조금씩.......성장해 가는 건가......
아주 천천히 걸어가야 하는 성장........
미남이는 내게.....또 배움 하나를 던져 주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가......
이 아이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상대의 작은 정성에도 돌아볼 줄 아는, 그 정성을 알아볼 줄 아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내가.......아이에게.......이런 마음을 가졌다는 걸.......
언젠가는........
돌아봐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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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에게 미남이는 성장입니다.
아주 천천히 걸어가야 하는 성장......
태경에게 미남이는 치유이듯이.
신우에게는 성장인 것 같네요.
제르미에게는 피터팬이 남자가 되는 과정일까요?
보물 버스 속에서 제르미가 밝게 말하던 목소리가, 밝은 노래가...참 짠합니다.
어쨌든 어제와 오늘은 신우와 제르미가 많이 아프네요.
점점.......제 구질한 글이....다르게 흘러가는 듯합니다.
여전히 읽어주시는 님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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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아이맘 | 우연찮게 글을 보게 됬는데.. 이거 보다가 1부터 다시 보고 왔어요. 님 너무너무 글을 잘쓰시는거 같아요 .. 완젼 감동이예요. 정말 신우맘인거 같은듯.. | [2009-11-20] | |||
압둘라뿅 | ㅅㅅ | [2009-11-20] | |||
Love_You | 감동입니다. ㅠ_ㅠ 읽다가 신우의 마음에 빠져서 눈물이 날 뻔한, ㅠㅠ 아우, 신우의 마음을 표현한 그랑블루님의 글이 절 울리려고 그러네요, ㅠ_ㅠ 이런 신우의 마음을 미남이가 얼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 [2009-11-20] | |||
lily | 어쩜 이리 글을 잘 쓰시는지... 완전 감동이네요...ㅠㅠ | [2009-11-20] | |||
free1017 | 신고는 먼가요~ㅠㅠ 블루님 글 항상 확인해본다는....ㅠㅠ | [2009-11-20] | |||
그랑블루 | ㄴ헛~~그렇네요. 소설게시판으로 복사해서 붙이기 하는데..보니...신고? 흑.....예전에 쾌동 때도...신고 받아본 적 있는뎅....그래도 여전히 신고는 적응이 아니 됩니다ㅠㅠㅠ 그러 나....꼭꼭 숨어 있는 글 읽어주시는 님들....정말 감사드립니다. (__) | [2009-11-20] | |||
그랑블루 | ㄴ제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고미녀님 그러게요 갈수록 신우 때매 눈물이...ㅠㅠ / 수님 언제나 읽어주시고 계시다는 거 넘 잘 알고 있어요. 팬이라 해주시니 막 감동~~ / ru 님!! 눈사태 속에서 발견하시고 읽어주시는 님이 더 대단하십니다. 늘 챙겨주셔서 넘 감사합 니다. 아시죠? | [2009-11-20] | |||
그랑블루 | ㄴ하얀나라님 포토북이라는 것이 있나요? 몰랐습니다. 필력이라 하시니...또 부끄럽~~ 감사합 니다 / lily님 계속 읽어주셨군요. 님 칭찬에 또 힘이 납니다.^^ / 자유여행님 그러게요 신 우...계속 아프겠지요? 그래도...제가 조금이라도 멋지게 그려주고 싶습니다. ㅠㅠ/달래님 읽 어주시고 칭찬해주셔서 넘 감사합니다(__) | [2009-11-20] | |||
그랑블루 | ㄴ두아이맘님 세상에 1부터 다시 봐주셨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 압둘라뿅님...닉넴이 넘 잼 있으십니다. ㅋㅋ / love님 신우 맴이 참...여럿 울립니다. ㅠㅠ 꼭 알아줄거라 믿고 있습니 다. 전.../ free님!! 늘 읽어주시고 격려주셔서 넘 감사해요 게다가 계속 확인하신다니....감 동크리입니다~~(__) | [2009-11-20] | |||
그랑블루 | 소설게시판으로 이제 옮긴다는 말씀을 소심하게 댓글로 남기고 갑니다. 사실...늘 읽어주시는 데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려서 이번 회에 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조금 남기게 됐답니다. 연재는 이제 소설게시판에서 할게요. 그쪽에서 꼭~~~!!!! 뵈어용 ^____________________^ | [2009-11-20] |
<미남텔존 소설게시판 댓글>
Young-Im Lee | 무조건 추천 후 감상 | [2009-11-20] | |||
하늘물고기 | 항상 느끼는건데.. 그랑블루님의 글에서의 신우는 생각이 참 깊네요.. 이런 신우모습 너무 멋집니다. ^^ | [2009-11-20] | |||
someday | 그랑블루님~~~ 오늘도 잘 읽고갑니다. ^^ 매번 신우를 저리 집중시켜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 다. 마지막까지 우리신우 멋지게 보여주세요. ^^ | [2009-11-20] | |||
ru | 성장이죠.. 아픈 성장.. ㅠㅠ | [2009-11-20] | |||
Young-Im Lee | 아픈 만큼 성숙해지겠죠. 신우야 멋진 남자로 자라거라 신우를 너무 편애해서 ㅋㅋㅋㅋㅋ | [2009-11-20] | |||
신혼새색시 | 안녕하세요..제가 알고 있는 그랑불루님이 맞으신지???올만에 뵈어요...열심히 잘 보겠습니 다..^^ | [2009-11-20] | |||
냥이학이범이 | 걍 같이울었어요... | [2009-11-20] | |||
그랑블루 | ㄴ와!! 감사합니다. 소설게시판으로 옮겨와서도 이렇게 챙겨주시니....텅 빌 뻔한 제 뻘글을 채워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 young님 정말 전체 복습 해주셨군요. 감솨감솨 추천도 감솨 요!! / 하늘물고기님...신우의 생각이 깊다하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신우가 질투만 하고 있다 고 보여지는 게 전..좀 싫었나 봅니다. | [2009-11-20] | |||
그랑블루 | ㄴsomeday님 늘 이렇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우리 신우"라는 말 someday님이 만드신 거 알고 있답니다. ㅎㅎ/신혼새색시님!!!! 방가방가!!! 그럼 신혼새색시님도 제가 아는 님이 맞 으신거군요. 제가 쾌동에서 살짝 외도중이에요 봐주신다니 감사해요/ 냥이님 우셨군요. 저 도...마음 아파서 쓰다가 울기도 하니다. ㅠㅠ | [2009-11-20] | |||
그랑블루 | ㄴru님...성장 맞겠죠? 성장으로 쓰고 싶어서 그렇게 자꾸 쓰게 되네요. 이러다 넘 달라지게 될까...좀 걱정이긴 합니다. / young님 맞습니다. 아픈 만큼 찌질해지지 않고 성숙해지길.... 제 뻘글에서도 그렇게 되길....간절히 바라고 있답니다. / | [2009-11-20] | |||
하얀햇살 | 님 진짜 잘 쓰셨습니다. 신우가 사랑을 알아가는군요.. | [2009-11-20] | |||
바다해 | 신우의 마음은 하나씩 커져가고 성장해 가는거 같네요..아픈만큼 성장해가는 미남들... | [2009-11-20] | |||
eann | 정말 그랑블루님 글 안읽어 봤으면 후회했을꺼예요. 정말 이렇게 창작활동 해주셔서 감사합니 다. 신우 너무 마음이 짠하네요. 그랑블루님때문에 신우에 대해서 제가 생각했던 부분보다 더 많은것들을 알고 가는 것 같아 기쁩니다. 너무 잘 읽었습니다. | [2009-11-20] | |||
명 | 젦처럼 펑펑 울고 쿨하게 털어낼 수 있는 신우 성격이 아닌 것을 알기에 답답해서 어느 님 말 처럼 제가 홧병이 날 지경이지만 당사자인 신우는 더하겠지요... 그저 지켜볼 뿐입니다...ㅠ ㅠ | [2009-11-20] | |||
돈키호테 | 정말 언제나 잘 읽고 있습니다,,,그랑블루님의 글쓰기 능력과 생각 할 수 있는 그 능력이 탐 나네요,,저두 한발짝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이렇게 될 수 있을까요? | [2009-11-24] | |||
리아니 | 옮겨진 줄 모르고 한참 찾았네요. 기다린 만큼 신우를 마음껏 지켜보고 갑니다. ^^ | [2009-1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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