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이시네요/(미남) 신우 이야기

신우 이야기 30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랑블루08 2010. 5. 3. 04:40

신우 이야기 30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1



시부야의 밤.

이곳만의 풍경이었다. 클럽마다 특징은 있지만, 새해를 맞는 시부야의 밤은 특별했다.

그 때문에 12월 31일 이 클럽에 들어오는 건 하늘에 별따기라고 했다.

어쨌든 그들 나름의 전통이니 우리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멤버들마저 들뜬 듯하다.

미녀는....알고 있을까.

오늘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아하니 아무도 미녀에게는 이야길 해준 것 같지가 않다.

클럽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1부에는 미녀가 함께 무대에 있지만, 2부에는 무대 아래에 있을 텐데....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미리 얘기해주는 게 맞을 듯하다.

미녀를 찾느라 두리번 거리다보니, 바에 앉아서 뭔가를 마시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정신이가 미녀에게 뭐라고 귓속말을 하는 것 같다.

정신이가 뭔가 미녀에게 조르고 있는 것 같았다.


“알았어. 그럴게.”


미녀가 활짝 웃으며 정신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게 보인다.


“와~! 고마워 누나!!!!”


“정신아!!! 왜 이래!!!!”


그 순간 정신이가 미녀를 끌어안는다.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

둘은...그냥 친한 누나 동생일 뿐인데....그거 뿐인데......

난 그 자리를 벗어날 수가 없다.

순간 미녀가 정신이를 밀쳐내고는 주위를 둘러본다.

머리로는 생각했다.

고개를 돌리자. 자리를 뜨자.

그러나 마치 누가 그 자리에 나를 말뚝이라도 박아둔 듯 난 꼼짝도 할 수가 없다.

미녀는 나를 보자마자 놀란 듯 움찔한다.

그제서야 난 겨우 돌아선다.


뭐하는 거냐...강신우! 왜 이러는 거냐! 도대체......언제까지....이럴 거냐구!!!

도대체 언제까지.......

이제 그만....이 미친 짓 좀......그만 하고 싶다.....





2




1부가 끝났다.

미녀는 정리를 하더니 무대 아래로 내려간다.

그리고는 정신이 바로 앞에 자리를 잡는 게 보인다.


저거...였군......


정신이가 미녀에게 뭘 부탁했는지....알 것 같다.

자기가 연주하는 바로 앞에 있어달라고 했겠지.

자신을 바로 앞에서 봐 달라고 했겠지.......


“皆さん, キスタイムを待ったんですか?” (여러분, 키스타임을 기다리셨습니까?)

“はい!!!!!!!!!!!!!!”(예!!!) 


아!!!!!!

사회자의 말을 듣고서야 상황이 파악되기 시작한다.

설마.....정신이 녀석이?

설마.........

아까부터 정신이의 표정이 뭔가 미묘했다.

한껏 들떠있는 것 같기도 했고, 상기된 것 같기도 했다.

설마........

내가 뭘 해야 되지......

내가 어떻게 해야 되지......?

모르겠다. 순간 내 머리가 멈춰 버린 것 같았다.

오로지.....미녀만 보인다.

내 눈엔.......저 아이만.......저 아이만 보인다.


그 순간 미녀가 갑자기 무대 뒤편으로 다시 올라왔다.

뭔가 놓고 갔는지, 자신의 키보드를 찾으며 벽 쪽으로 가고 있었다.

내려가지 말라고...뭐라도 말해야 할 듯했다.

나는 기타를 옆에 내려놓고 무대 뒤쪽으로 해서 미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男の方たちは今から 好きな女の方たちにキスしても良いです.”

(남자분들은 지금부터 좋아하는 여자분에게 키스하셔도 됩니다.)


“嫌いな女の方たちは 2階に上がれば良いです.”

(싫으신 여자분들은 2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사회자가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안내를 하자, 무대 아래도 점점 열기로 들뜨는 듯했다.

아이는 묶여 있는 무대 옆 커텐 사이로 내다보며 머뭇거리고 있었다.

클럽 안의 불이 앞에서부터 꺼져가기 시작했다.

곧 어둠이 내려 앉았다.

아까 아이가 서 있던 곳에 손을 뻗쳐 보니 부드러운 천 촉감만 느껴진다.

끈 같은 걸 내가 당겼는지 내 손에는 끈 하나가 잡힌다.


아이는...어딜 간 거지.......

서서히 사람 윤곽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옆에 아이의 실루엣이 보인다.

 

아이의 어깨를 잡는데, 아이가 돌아보려 했다.

그 순간......정말 그 순간........

내가 왜 그랬는지.....정말 알 수가 없다.

아이가 돌아보면, 난 걸 알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겠다.

아이가 날 못 보기를...그것만 바랐다.

난 이미 아이의 눈을 끈으로 묶고 있었다.

마치.....내가 아닌 것처럼......아이를 데리고.....사람들이 없는 무대의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내 손에 잡힌 아이의 손이 떨린다.

그 떨림이 내 심장을 다시 떨리게 한다.

나도 모르겠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건지....내가 왜 이러는 건지......


“누구...세...?” 


벽에 기대 선 채로 아이는 바들바들 떨고 있다.

누구냐고 묻는 아이의 떨리는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쓸어본다.

미치고 싶을 만큼 부드럽다.

거짓말이다. 

모른다는 건 거짓말이다.

처음부터.....난.....알고 있었다.

내가 뭘 하고 싶은 건지....내가 지금 무얼 하려는 건지......

다.......알고 있었다.

내 손가락의 감각으로부터 내 심장 깊숙이 파고드는 저릿한.......이 입술을.......가지고 싶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그저......내 심장이 하고 싶은 대로.......내버려 두었다.

아이의 눈 위에, 이마에, 볼에.......입술을 대었다.

아이의 입술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심장은 미친 듯이 뛰어댄다.

 

“정말....누구...........!!!” 


누구냐고 묻는 그 입술 위에 내 입술을 놓았다.

이 부드러움이........내 가슴을 뛰게 하고, 저릿하게 하고, 그리고 너무 부드러워서.....슬프게 한다.

바들바들 떨리는 아이의 입술을 내 두 입술로 빨아당겼다.

미친 듯이, 정말로 미친 듯이 원했던.....아이의 입술....

두 번의 선물로 족하다고, 다 잊을 수 있다고 떠나왔던, 잊겠다고 생각했던 그 시간들.......

그러나 비가 올 때마다, 그 빗방울이 내 입술 위로 떨어질 때마다,

미치도록 아이가 그리웠다.

생각을 지우고, 머리를 지우고, 모든 걸 지워냈다고 해도,

죽어도 잊지 못할, 아니 잊혀지지 않는 건, 내 몸에 새겨진 감각이었다.

아이의 입술은 단번에 내 옛 기억들을 떠올리며 온 몸을 떨리게 했다.

아이는...자꾸만 피하려 한다.

아는데, 아이가 얼마나 두려울지 아는데, 내 마음이, 내 심장이, 아이를 못 놓게 한다.

놓을 수가 없다.

내 몸에 새겨진 감각이 자꾸만 이 입술을 가지라고 한다.

아이를 품에 안으라고 한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다시는 이런 일은 없을 거라고.......

그러니.......지금만은.....아이를 품에 안으라고........

자꾸만 내 욕심이 나를 유혹한다.


피하는 아이의 얼굴을 감싸 쥐고 다시 입술로 다가갔다.

부드럽게, 애원하듯이 아이의 입술을 감쌌다.

더.......가지고 싶었다.

열어주지 않는 아이의 입술 사이로 혀로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열정이, 내 감정이 내 이성을 완전히 사로잡아 버렸다.

아이의 허리를 깊이 깊이 껴안았다.

순간 아이가 비명을 지르듯이 입술을 열었다.

그 사이로 아이에게로 들어갔다.

부드러운 아이의 혀가 느껴졌다.

내 몸의 모든 감각이 혀로 몰려들었다.

입술로 사랑을 나누고, 혀로 사랑을 전했다.

얽히고 쓰다듬으며, 아이의 달콤한 혀를 맛보았다.

미칠 것처럼, 심장으로 저릿함이 퍼져온다.

아이가 도망가도, 놓아줄 수가 없었다.

아이의 혀를 잡고 쓰다듬고 핥았다.

그 부드러움이 나를 미치도록 붙잡았다.

오로지 감각만이 살아나서, 더더 아이의 입술에, 아이의 혀에 집착하게 한다.

사랑이라는 것이 형상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이것이 아닐까......

지금.....눈으로 보이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그리고 혀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랑을.......하고 있는 거다.


“皆さん, カウントダウンです.”(여러분, 카운트다운입니다!!)


“10, 9, 8........”


사람들이 카운트다운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


아이가 내 가슴을 밀어내며, 그만하라고 외친다.

나도 아는데, 이제 정말 아이를 놓아줘야 하는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싫어.....” 


카운트다운 때문에 잠시 떨어졌던 내 입술이 다시 아이의 입술을 찾았다.

감미롭고 따뜻하고 뜨거운..........아이의 입술로 자꾸만 빨려든다.

그만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놓여날 수가 없다.

아이의 입술을 맛보면 맛볼수록, 아이의 혀와 얽히면 얽힐수록 더욱더 욕심이 난다.

세상에....아이와 나만 있는 것 같다.

입술 사이로......아이와 나의 숨소리만 새어나온다.

오로지...아이와 나........그 속에......심장소리만 온 세상을 울려댄다.


“今, キスタイムを終わらせます. (이제 키스타임을 끝내겠습니다.)

 10まで数字を数えた後, 電気をともすようにします.” (10까지 숫자를 센 후, 불을 켜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갑자기 정신이 확 든다.

이제 아이를 놓아줘야 할 시간이다.

그러나 내 입술은 다시 아이의 입술을 찾고 있다.

부드럽고 뜨거운 아이의 입술을.......이제.....다시는 맛볼 수 없겠지.

내가 가져서는 안 되는, 내가 욕심내어서는 안 되는......내....사람.....

뜨거운 뭔가가 자꾸만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것 같다.

아이를 빼앗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아이의 앞에 나서서 사랑한다고 이제 말할 수도 없으면서......

아이를 품에 끌어안았다.

1초, 2초.....시간은 흘러간다.

곧 불이 켜지면, 이 신데렐라의 시간은 끝나버린다.

사랑을 품에 안고, 그 사랑을 맛보던, 신데렐라의 시간은 그렇게 12시 너머로 사라져 버리겠지.

내 사랑도...내 심장도...그렇게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놓아야 하는데, 놓아야만 하는데.....

이 구질구질한 감정은 아이를 놓지를 못한다.

내 심장에 아이를 박아 넣을 만큼 그렇게 꽉 껴안고는 겨우 아이를 놓았다.

그런데 정말 나는.....

이 아이를.....

놓을 수 있을까........

겁이 난다.





3




그 날은...그렇게 흘러갔다.

미친 듯이 떨리는 마음과, 미친 듯이 질투하는 마음을 감추려 술만 마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술이......나를 잡아먹어 버렸다.

욕망과 욕심만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그렇게 미칠 듯한 추태만 보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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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뭐야!!!” 


아이의 놀란 눈을 보면서도 난 질투에 눈이 멀어버렸다.


“내가....너....이러라구 포기한 줄 알아?

 내가....너 이러라구 양보한 줄 아냐구!”


“신우 형....무슨.....”


“황태경 하나로는 만족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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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우...미친 놈.......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런......말도 안 되는........

그렇게 욕심 내서는 안 되는 거다.

정신이나....나나...똑같은 건데....

어차피 미녀의 마음은 오로지 황태경이 가진 건데....

뭘 그렇게 질투하고.......뭘 그리.....화를 내는 건지.....

마치....마치.....내 것인 줄......알았던 거냐......

도둑처럼, 미친 놈처럼 숨어서 아이 입술을 빼앗아 놓고.....

그래 놓고, 마치.......아이가 니 여자인 양, 착각이라도 해 댔던 거냐.


심장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에, 아이도, 아이와의 기억도, 내 심장도 다 놔두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내 심장은 마치 제 주인이라도 만난 양,

있지도 않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댄다.

이젠....자신이 없다.

아이를 잊을.....아이를 내 심장에서 밀어낼....자신이 없다.

잊을 수가 없는 거냐...아니면, 잊고 싶지가 않은 거냐.....

그 역시 알 수가 없다.

아주 작은 틈에도 밀려나와 버리는 내 마음 때문에, 겁이 난다.

정말로 겁이 난다.

아이를 볼 자신이....없다.


그리고는 아이에게 차갑게 대하고만 있다.

조금만 더 다가가면, 내가 아이를 어떻게 할지...나 자신도 알 수 없어서.......

몇 번이나......튀어나오려는 가슴을 누르며, 아이에게 퉁명스럽게 대한다.

나를 위해서도, 아이를 위해서도.......내 머리는 그래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내 노래는.....그런 머리의 말 따위는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내 노래는 어느새....사랑의 세레나데로 변해 버리고, 음유시인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읊조리기만 한다.



두렵다........ 

나 자신이......두렵다.




4




종현이가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미녀는.......갔어?”


종현이는 나를 보자 미녀 얘기부터 묻는다.


“갔겠지.”


“말이...왜 그래?”


종현이는 나를 보더니 피식 웃는다.


“뭐가?”


“아니...뭐. 정신이랑 민혁이도 갔지?”


“그런 거..... 같더라.”


“풋.....”


종현이는 아예 대놓고 웃기 시작한다.

녀석은 가끔 이렇게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다.

그만큼 나를 아는 녀석이니......더......신경이 쓰인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아니, 뭐....별 말 아니야.

 정신이는 오늘...굉장히 들떠 보였고. 아까 미녀가 간다고 했을 때, 같이 가려다가 못 가서 열받아 했었고.

 민혁이가 뻗어버리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지가 데려가겠다고 난리 치면서 갔고....

 어쨌든, 이제 숙소에는 세 사람이 있는데, 한 사람은 인사불성이다....뭐 그런 거.”


“이종현!!”


내가 소리를 질러도, 종현이 녀석은 끄덕도 없다.

담배를 피우며 실실 웃더니 갑자기 내 눈을 빤히 쳐다본다.


“그냥...하고 싶은 말 해!”


“형......형한테 아오이는 어떤 존재야?”


녀석이 갑자기 아오이에 대해서 묻는다. 이건....혹시?


“어떤 존재냐니....그냥 좋은 친구지.”


“친........구?”


녀석의 미간이 좁아진다.

뭐가...녀석의 신경을 긁은 거지?

한참 아무 말 없이 담배를 태우던 녀석이 지나가듯이 말을 흘린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 줄까?”


“...................”


“고미녀가......”


고미녀라는 말에 바로 내 심장은 다시 쿵 하고 내려앉는다.

그런 나를 종현이가 씨익 웃으며 의미심장하게 바라본다.


“やばり....そうです。”(역시....그렇군.)


“뭐가?”


“아니야. 재미있는 얘기 해 줄게.

 내가 고미녀에게 황태경과 강신우에 대해서 물었거든.”


“뭐!!!”


“근데....고미녀가 참...특이한 대답을 하더라.

 고미녀에게 강신우가 어떤 존재인 거 같아? 형은 알고 있어?”


고미녀에게...강신우라......

힘들 때 같이 있어주는 존재.......그 정도...겠지.


“고미녀가....이렇게 말하더라.

 신우 형은 자신에게 공기 같은 존재라고.....

 숨 쉴 수 있도록 해 주는 공기 같은 존재래.”


공기......

아.....그 언젠가...신데렐라의 시간에....미녀가 그렇게 대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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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아파하는 제 옆에 늘 같이 있어줬습니다.

 힘들어할 때마다 늘 돌아보면 이 사람이 있었습니다.

 늘 제가 먼저 손 내밀어야 했는데, 늘 제가 먼저 위로해야 됐는데,

 이 사람은 달랐습니다.

 제가 기댈 수 있게, 제가 쉴 수 있게, 제가 버틸 수 있게 곁에 있어줬습니다.”


“그래서 강신우 씨와 교제하게 된 거군요.

 그럼, 고미녀 씨에게 강신우 씨는 어떤 존잽니까?

 예를 들자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운명...뭐 그런?”


“저에게.....이 사람은......

 ........저를......숨 쉴 수 있게 해 주는........사람입니다.”


“아...그러니까.....아 그렇지. 공기다. 그 말씀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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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이 떠오른다.

신데렐라의 시간에 미녀는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었다.

숨 쉴 수 있게 해 주는 존재라고........

그 말이.....나를 향한 것인지.....황태경을 향한 것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심장이 떨렸었다.

그 말은 내 것이 아니라고, 우리는 지금 신데렐라의 시간에 연극을 하는 것뿐이라고....

그렇게 되뇌면서, 내 심장의 떨림을 억지로 눌렀었는데,

지금 종현이가 그 말을 하고 있다.


“뭐....라...구?”


“더 재미있는 거 얘기해줄까?

 고미녀한테 얘기해줬어. 공기라는 거, 그 사람이 내가 숨 쉴 수 있게 해 주는 공기라는 거, 그런 말 아무에게나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라고......

 내가 그 말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나를 숨 쉬게 해주는 사람, 그 사람 때문에 살아 있는 거 같은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은,

 내겐......단 한 사람밖에 없다고 말이야.

 아오이 타다시.........한 사람뿐이라고......”


“뭐!!!!!!!!!!!!!”


아오이 타다시.......

종현이가.....아오이를?

잠깐만....근데......숨쉴 수 있게 해 주는 존재가....바로 그런 거?


“종현아....나..난......”


“형! 아무 말 할 필요 없어.

 난 내 마음만 얘기했을 뿐이야.

 그리고...형이...아오이에게........그런.....감정 없다는 거 알고 있어.

 아오이는...잘 모르겠고. 어쨌든...내겐 아오이는 그렇다고....”


“아...몰랐어.......”


“형! 내가 방금 이 얘기를 해 준 건, 아오이 때문만은 아니야.

 내가 아오이 얘기를 해야, 두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알 테니까.....

 그래서 가르쳐주고 싶었던 거뿐이야.”


“어?”


“나 참....이럴 때 보면 미녀나 형이나 똑같아. 정말...답답하다구.

 둘 다 어떻게 그렇게 닮았냐? 둘이 누가 더 바본가 경쟁이라도 하는 거야?”


“종현아.....사실.....한국 있을 때, 고백한 적 있어.

 그리고 보기 좋게 차였고.

 미녀는......황태경을 택했고....”


“그래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해?”


“형은.....정신이한테 배울 필요가 있어.”


“무슨 소리야?”


“골키퍼 있다고 골이 안 들어가?”


“야~! 이종현!”


“그런 거 생각해 봤어? 사랑은 움직인다, 사랑은 변한다.....그럴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변한다면, 그 사랑이 진짜 사랑이 아니었던 거야.

 진짜.....그 사람이 자신의 운명이 아니었던 거야.

 우리가 어떻게 알 거야? 내가 정말...진짜 운명의 사람을 만났는지.......

 사랑이 흔들리는 게 아니라, 내가.....운명을 만났다고, 내가 사랑을 만났다고 착각을 하고 있을 뿐이야.”

 

운명...착각......

종현이의 말이 날 헷갈리게 한다.

사랑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서 움직이는 거라고?

그건 알 수 없다고?


“이제....길을 좀 찾자......나도......”


종현이는 담배 한 개피를 다시 입에 문다.




5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정신없이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옥상에 불빛이 보인다.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해진다.

정신이가.....고백이라도 하는 걸까.....


옥상 문이 열려 있었다.

옥상 위에는 둘만의 파티라도 여는 건가?

언뜻 케익이 보이는 것도 같다.

그 때 정신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근데 누나. 나, 포기는 안 할 거야.”


“정신아......난.....” 


“좋아한다고 고백해도 내가 누나 마음 얻을 거라고 생각은 안 했지만,

 차였다고 해서 포기할 생각도 없어.

 좋아할 수 있을 때까지 좋아해 보고, 자연스럽게 포기할 수 있으면 할 거야.

 중간에 누나가 다른 사람 있어도, 남친 있어도,

 그걸로 나한테 포기하라고 하지만 마.”


“정신아, 그러지마. 너만 너무 다치고 아파. 난...니가 많이 아픈 건 정말 싫어.”


“누나! 그거 알아? 억지로 잊는 거는 더 아파.

 남자는 말이야. 한 번 좋아하면, 상대방이 싫다고 해도 포기가 잘 안 돼.

 대부분의 남자들은, 마음에 계속 품고 있어.

 정말 정말....좋아했다면 그래.

 한 번 좋아하면, 그 사람이 잘 안 지워진다구....”


“정신아.....” 


“그래서 그 사람이 다 잊었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야.

 그 여자를 위해서 그렇게 말해주는 거뿐이야.

 아니면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러거나.

 그 여자 옆에 있고 싶어서 그러는 거겠지.”

 

정신이는 이미 미녀에게 고백을 한 것 같다.

정신이의 말을 들으며, 나는 묵묵히 서 있었다.

녀석은....나랑 닮았으면서도, 나랑 달랐다.

나도...정신이처럼 미녀에게 고백했었다.

그리고 바로 마음을 접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아이 옆에서 잊을 수가 없다면, 멀리 떠나버려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건 내 몫이라고....사랑한 내 마음이 죄라고....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정신이는 나와 달랐다.

녀석의 사랑은 당당하다.

풋풋하고...당당했다.

잊지 않겠다고, 자신은 계속 좋아하겠다고, 남자친구가 있다고 포기하라고 하지 말라고.....

난...저런 말을 하지 못했다. 아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녀석의 당당함이 부러웠다.

태경이와 힘든 걸 보면서도, 내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그렇게 생각했었다.

그건, 내 권리 밖이라고....그렇게 다가가면 안 된다고....

아이와 태경이가 해결해야 하는 거라고...생각했었다.

모르겠다.

여전히 아이는 태경이의 여자다.

마음이 아무리 터져나와도, 나는...더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자꾸만 나를 막아선다.

그게 맞는 건데....그런 건데.......

나도....정신이처럼, 저런 마음이고 싶다.

나도....예전에...저렇게 정신이처럼 마음을 고백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훨씬 덜 아팠을 텐데.........

그렇다 하더라도 결과는 똑같았을 것이지만......

여전히.....변하지 않는 현실은........고미녀는 황태경의 여자다.

하아.......


“헉!!! 뭐야 형!!!!! 놀랬잖아!!!!”


정신이가 바로 앞에 서 있다.

이런...내 생각에 너무 빠져 있었다.



“근데 형! 언제 왔어? 언제 온 거야? 한참 됐어?”


“방금 막. 불 켜진 거 같아서 끌려고 올라오던 참이었어.”


“아.....그래...휴우.....다행이다. 그럼, 나 먼저 내려간다.”


정신이는 혼자 뛰어서 내려가 버린다.

갑자기 미녀와 나만 이 공간에 남아 버렸다.

미녀가 당황하는 게 느껴진다.

그런 미녀를 보고 있으려니......자꾸만.....마음이 이상해진다.

자꾸만......내가....내가 아니게 된다.


“이번엔.........정신이....니?” 


하아.......이건.......또.......뭔가.......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야!” 


정말 부끄럽다. 강신우!

더 이상 아이 앞에서 추한 꼴을 보여서는 안 된다.

난 몸을 돌려서 옥상 문의 문고리를 잡았다.


“신우 형!!!!!”


아이가 갑자기 나를 부른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말이 나를 그대로 얼어붙게 한다.


“신우 형, 제가...뭐 잘못한 거....있어요?”


“뭐?” 


“아니.....신우 형이.....저에게 화가 나신 거....같아서.....”


“...화...난 거 없어. 그러니 신경 꺼.”


아이에겐....내가 쓸데없이 화만 내는 것처럼 보이겠지.


“그럼, 왜 제게 그렇게....차갑게 대하시는 건데요?”


“뭐?”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저런 말을 던진다.

그러나 정작 그 말을 듣는 내가 어떨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차라리 처음부터 신우 형이 절 차갑게 대했으면 괜찮았잖아요.

 왜 그렇게 잘해주다가......지금은.....그렇게 차가워져서.....

 꼭....버림받은 것처럼.....그렇게 만들어요?”


“뭐?” 


버림?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아이가...내게 버림 받았다고 한 건가?


“그럴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길들이지 말았어야죠.

 어린왕자니, 여우니....그런 말...하지 말았어야죠.

 왜...날 길들여서는.....아!!!!”


더 이상 말을 들을 수가 없다.

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이의 팔을 잡고 옥상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뭐? 버려?

 누가!! 누굴 버려!!!!!”


길들여? 그리고 버려?

누가!!! 누가!! 버려!!!!!!!!

저 아이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걸까?

지금 내 심장을 어떻게 난도질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는 걸까?


“고미녀!! 니가 바라는 게 뭐야?

 강신우? 어떤 강신우!! 여기서 이러고 있는 강신우 말고,

 너에게 잘 해주는, 니 주위에서 맴맴도는 그 강신우? 그거야?”


“신우...형.......” 


“그 예전의 강신우가 그리워?

 너.....너! 정말..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니? 하아.....”


아이는...아이는...오로지.....그 신우만 바랄 뿐이다.

종현이의 말에 너무 기대를 했었다.

바보 같이...다 알면서...뭘 그리 기대한 건지!!

다 알면서, 다 알고 있으면서,

아이의 마음을 누가 차지했는지 다 알고 있으면서,

미친 놈!!! 뭘 기대한 거냐!!!


“내가 하나 가르쳐줄까?

 너에게 친절했던 예전의 강신우는...진짜 강신우가 아니야!

 널 좋아해서...니 마음을 뺏어보려고 했던 가식이었을 뿐이야!! 알겠어?

 지금이 진짜 내 모습이야! 실망했어도 어쩔 수 없어. 이게 나니까!!!”


“전....단지.....차가운 신우 형이...낯설고....그래서......

 그래도 저와 신우 형의 관계가....예전에는 좋았다고.....생각해서....그래서....”


“고미녀!!!!!!!! 뭐? 나와 너의 관계?

 예전이 좋아? 하아......

 너!!! 아직도 몰라? 니가 바라는 관계? 그거?

 이제 난 그렇게 못 해!!!!! 아니 안 해!!!”


“신우 형.......”


“고미녀, 너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이니?

 넌......내 마음이 어떤지 알기나 해?

 아무리 보여줘도, 아무리 내 심장을 꺼내서 보여줘도, 넌....모르잖아.

 아예 보려고도 하지 않잖아.

 니 눈엔......니 눈엔......나 따윈......하아..........보이지도 않잖아~!!”


아이는......정말로 잔인하다.

아무리......보여줘도 모른다.

그렇게 고백해도, 그렇게 사랑한다고 말해도......모른다.

보고 싶지 않으니, 다른 이를 품었으니, 내가 아무리 말해도 들리지도 보지도 못하면서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고문한다.

그러면서 예전 신우 형이 그립단다.

니가 바라는 것과, 내가 바라는 건......완전히 달라.


“저...전.....” 


“내가 뭘...원하는지...확실하게 보여줘?”


화가 났다.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절대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보여주고 싶었다.

아이의 입술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시..신우 형!!!”


아이가 벗어나려고 버둥거려도 아이를 꽉 움켜쥐고 풀어주지 않았다.

내 입술 가까이에서 아이의 숨결이 느껴진다.


“내가 뭘 원하는지, 내 마음이 뭔지, 보여?

 나....절대로 예전으로 못 돌아가!!”


아이가 놀란 듯이 나를 바라본다.

난.......내 눈은......나도 모르게 또다시 아이의 입술에 꽂혀버린다.

어쩔 수 없이, 마치 자석처럼, 마치 제자리를 찾는 것처럼,

내 심장은 아이의 입술을 찾는다.

화가 나도........아이에게 아무리 화가 나도.......

아이의 입술은 내 심장에 바람을 일으킨다.


더는....안 돼!!! 강신우!!!


나 자신도 나를 믿을 수가 없다.

더 이렇게 있다가는.....내가 어떻게 변할지.....나도 자신이 없다.

가까스로 떨리는 심장을 가라앉히고 아이를 놓아줬다.


“이제 알겠어? 그러니까...다시는 내 앞에서 예전 따위 말하지마.

 너도.......포기할 건 포ㄱ흡!!!!!!!!!!!!”


아이가.....내게 가까이오고 있었다.

아이의 두 손이 내 어깨를 짚을 때까지도........설마.....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지금 뭘 하려는 건지........

그래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그런데......아........ 

아이의 입술이 그대로 내 입술 위에 놓였다.

마치.......바람이 스쳐지나가듯이, 부드러운 꽃잎이 스치듯이 내 입술 위로 아이의 입술이 놓였다가 떨어졌다.

놓였을 때보다 떨어지고 나서야, 그 부드러움이 내 심장으로 전해진다.


지금................뭐지?


“시.....신우 형....이죠?..............그.....날........”


“너..............!!!!!!”


“그 날......시부야의 밤.........신우 형 맞....헉!”


갑자기 말하다 말고 아이가 자신의 입술을 손으로 막는다.

아이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다.


“나...나....지금.......뭘.......”


“고미녀! 너...방금 왜....... 그런 거야?”


“아...저...전....그냥.....그날........신우 형인지......”


“고미녀!!”


“시..신우 형!! 저.....지금....제정신이 아니었어요.

 그러니까......그러니까....없었던 걸로.........”


“싫어!!!!!!!!!”


나는 그대로 아이를 끌어 안아버렸다.


“시....신우 형!!”


“니가.....미녀 니가 먼저 한 거야.

 너....이제 후회하게 될 거야.

 나..너...안 놔줘.

 이젠...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시...신우 형!!”


“너...오늘 큰 실수 한 거야.”


“시..신...읍!!”


나는 그대로 아이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갖다 댔다.

아이는....내 입술을 밀어내지 않았다.

그것만으로 내 심장을 터져버릴 것 같았다.

미칠듯이 탐하는 내 마음을 겨우 다독이며 아이의 입술을 부드럽게 혀로 핥았다.

아이의 입술 사이에서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나는 아이의 입술 안으로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아이는.....입술을 열고 나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마치 기다린 것처럼, 아이의 혀는 도망가지 않고 수줍은 듯 내 혀와 만나 얽혀들었다.

심장이.......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아이가.........나를 거부하지 않았다.

그런 아이가 너무 놀라워서 입술을 떼고 아이를 보니 아이가 눈을 감고 있었다.

마치.....정말로...마치 사랑하는 사람과 입맞춤을 하는 것처럼....

아이는.....눈을 감고.......빨개진 얼굴로 내게 입술을 내어주고 있었다.


아이가 눈을 뜨고는 나를 보더니 얼굴을 더욱 붉힌다.


“시..신우 형...저....”


아이는 내 눈을 피해서 고개를 돌린다.


“미녀야......너.......나랑 키스하는 거 싫어?”


“예?”


아이의 눈이 커지더니 곧 내 눈을 피해 버린다.


“싫으면, 말해. 정말 너무너무 싫으면 말해.”


아이가 입술을 깨문다.

그러나......아무 말도.....하지 못하고 있다.

그 모습만으로.......미친 듯이 심장이 뛴다.

어쩌면...어쩌면....내게도......기회가 있을지 모른다.


“미녀야......나.........이제....계속 이럴 거야.”


“....예?”


“지금처럼.....너에게 키스하고 싶을 때, 입맞추고, 널 안고 싶을 때 안을 거야.”


“시..신우 형!!! 전...전....”


아이의 얼굴이 완전히 빨개져버렸다.


“정말 죽기보다 싫으면 말해.

 조금 싫은 거면...그냥 참아. 참아줘.

 진짜로...너무너무 싫어지면 그때 말해.”


“신우 형!! 전.............”


“고미녀! 너도.....그냥.......감정에 충실해져 봐.

 나도......그럴 거야. 이러다.....태경이가.......보고 싶으면, 떠나면 돼.

 나랑......한 번....이렇게 지내보자.

 도대체 이 감정이 뭔지.......

 내 마음은 확실하지만, 넌.....넌.....모를 테니......

 이렇게 지내보고.........좋으면...이렇게 지내고, 싫으면, 그 사람이 더 좋으면 그 때 보내줄게.

 그때까지 너만의 신우 형이 되어줄게.”


“신우 형.............”


아이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아이에게......그 신우 형이 어떤 의미인지.....알고 있으면서, 나도 어쩌면 그걸 이용하는지도 모른다.


모르겠다.

나도 정말 모르겠다.

내가 이러니 아이는 더 모르겠지.

그래..이렇게 지내다 보면 알게 될 거다.

아이가 정말로 나를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옛날 신우 형이 너무 그리워서 이렇게 잠시 기대는 건지,

그건 알 수가 없는 거다.

나 역시...옛날 신우 형에 대한 아이의 마음을 이용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도....적어도.....아이가 피하지 않으니까...

싫다고 말하지 않으니까.......

한 여름 밤의 꿈이라 해도, 그래도......이렇게 아이와 나의 시간을 갖고 싶다.

이제.......감추고 싶지 않다.


아이를 품에 안은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댄다.

세상을 울려댄다.

내가 살아 있다고.....그렇게 뛰어댄다.

내일은...어찌될 지 알 수 없다.

그러나...지금 이 순간만은, 이 세상에 아이와 나만 존재한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아이는.....내 여자다.

그것만으로.........온 세상을......다 가진 것 같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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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__)


배경음악을 켜두고 같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