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 이야기 28> 심장이 말을 건넬 때
1.
미녀의 첫 무대.....
난 솔직히 오늘이 미녀의 첫 무대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다들 미녀가 잘 했다고 야단이었다.
그러나.....미녀는 원래....노래를 잘했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듣는 이들을 감동시키곤 했었다.
천상의 목소리......
미녀가 그저 노래만 부를 거였다면, 이곳에 올 이유는 없었지 않았을까.
미녀가 굳이 태경이 옆을 떠나서 이곳까지 올 이유는 없는 것이다.
미녀 역시 이곳에 오는 것이 힘들었을 거다.
이곳에 있으면서는 더 힘들겠지.
태경이도, 미녀도.....그리고 나도.....
다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
미녀가 이곳에 있는 건, 그만큼 모두의 고통이 동반된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그 고통만큼 미녀 역시 더 큰 걸 얻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멤버들의 칭찬에 기분 좋아하는 미녀의 모습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적어도, 우리 모두의 고통이, 누군가의 희생이 전제된 선택이라면, 이렇게 가볍게 웃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형!! 오늘 미녀 누나 수고 했는데, 뭐라고 말 좀 해봐.
오늘 미녀 누나 첫무댄데 격려해 줘야지. 멋지게 해냈잖아? 안 그래?”
“무슨 첫 무대?”
생각했던 거보다 더 냉정하게 정신이의 말을 잘랐다.
“고미녀, 너! 오늘이 너의 첫무대야?
그렇게 생각해?”
난 단도직입적으로 미녀에게 물었다.
고미녀 너에게 필요한 건, 값싼 위로나 격려가 아니야.
“아...전........”
“자신의 곡이 아닌데 어떻게 너의 첫무대야?
원래 이 곡은 처음부터 건반이 들어간 것도 아니었어.
다른 멤버들처럼 악기로 참여한 것도 아니야.
그런데 어떻게 이 곡이, 니가 참여한 곡이야?”
“시..신우 형......”
아이의 눈에 서운함이 가득 찬다.
넌 이 정도에 겨우 서운해 하니......
그런 마음으로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니.....
“형, 왜 이래. 민혁이도 나도 아직 작곡은 잘 안 되는데.....
그러면, 우리도 첫무대를 아직 못 섰다는 거야?”
멤버들이 뭐라고 말을 하지만, 내 귀엔 들리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너와 뭐가 달라?
너 여기 왜 왔어?
남의 곡 연주하러? 아니면 남의 곡 부르러?
그러려면, 얼마든지 한국에서도 되잖아.
왜 왔어?”
“신우 형..........”
“잘 들어. 고미녀! 너 오늘 데뷔한 거라고 착각하지 마.
반응 좋았네 어쩌네 착각하지 말라구!
니가 만든 니 곡으로, 니 색깔의 곡으로 무대에 선 후에 그 다음에 첫무대네 어쩌네 감상에 빠지라구!
알겠어?”
난 그렇게 말이라는 걸로 아이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
내 말 속에 내 억울함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에 대한 섭섭함이 들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난 더 모질 필요가 있다.
친절한 신우 형으로, 그 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이제는 이미 돌이킬 수가 없다.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다면, 아이의 마음 역시 욕심낼 수 없다면,
적어도 저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선배는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황태경과 나와 그리고 미녀, 모두에게 지금 같은 힘든 시간이 필요한 거라면,
고미녀는 얻어가는 게 있어야. 적어도.....덜 억울한 게 아닐까.
2.
아이가 온 후, 가장 정직한 건 내 노래인 것 같다.
노래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
곡 분위기가 그렇게 달라졌나?
“Just please"
이 곡을 보더니 작곡가 형이 달라졌다고 난리다.
그렇게 많이 다른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냐고......농담조로 물어본다.
좋아하는 사람......
노래는....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고야 마는 것 같다.
아무리 그것을 꽁꽁 싸매도, 어느 샌가 손 끝 사이로 새어나와 버리고 만다.
「なに? 私のための歌かな? こちらにくれね。」(뭐야? 나를 위한 노래야? 이리 줘봐.)
아오이.....가 왔다.
투어는 잘 끝났는지......
여전히 넉살 좋게 웃으면서 내 곡을 빼앗아 가져간다.
「来たの?」(왔어?)
아오이를 보니, 조금은 마음이 안정이 되는 것 같다.
나에게 아오이는......쉼이다.
억지로 내 마음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쉼터......
처음부터 아오이에게는 내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아오이는 내 얼음장 안으로 성큼 들어와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 속마음을 들추어내곤 했다.
그리고는 늘 말했다.
“ヨンさんの歌が....そのように言っているんじゃないよ. 私が盗み見するのではなくで,,,,,”
(용상의 노래가....그렇게 말하고 있잖아. 내가 훔쳐보는 게 아니라.....)
정말 왕후장상의 씨는 따로 있나 싶기도 하다.
하세가와 타다시의 사촌인 아오이 타다시.....
플라스틱 트리의 객원답게 그녀의 음악에 대한 감수성과 지적은 마치 작두를 타는 것처럼 정확했다.
마치 황태경처럼......아오이도, 조금은 날 힘빠지게 한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게 이들 앞에서는.....참....우스운 몸짓이 아닐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just please know why my heart is beating for you....
baby, listen to my grawling
何? She was my boo? (뭐야? 그녀는 내 애인(곰돌이)?)
ヨンさん、あなたは almost ロマンチストね!”(용상! 너 거의 로맨티스트네!)
로맨티스트라......
그렇다면, 이 세상에 누군가를 품은 사람들은 모두 로맨티스트가 될 수밖에 없겠지.
들키고 싶지 않아도 음악은 어느 틈엔가 나를 발가벗겨 놓는다.
아오이가 읊고 있는 가사를, 아이가 들었을까봐 신경이 쓰인다.
곡을 쓰면서도 이 공간 안에 함께 있는 아이가....자꾸만 눈에 들어온다.
보고 있지 않아도, 보이는.......
언제쯤...난....단단한 심장을 가질 수 있게 될까.
“あのお嬢さんか?” (저 아가씨야?)
“うん?” (응?)
“あのレイデ−ニャで!” (저 아가씨냐구.)
아오이의 눈엔 이미 다 안다는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다.
“ヨンさんを曲使うようにする人 (용상을 곡 쓰게 하는 사람)
tearsdrops in the rainを歌うようにする人 (tearsdrops in the rain을 부르게 하는 사람)
そして......竜ちゃんの曲を変化させる人....” (그리고......용상의 곡을 변화시키는 사람.....)
내 마음이.....그대로 보이나보다.
아오이에게는...그래서 두렵고, 또 그래서 편하다.
이 사람에게는 나 자신을 감추지 않아도 되니까......그래서....편하다.
내가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아오이는 이미 아는 눈치다.
“ヨンちゃん! 大丈夫?” (용짱? 괜찮아?)
그러나 아이가 있는 이곳에서 내 마음을 들키는 건, 여전히 불편하다.
나 자신도 내 마음을 들여다 보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 마음을 아오이를 통해서 들여다 보게 되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미녀와 눈이 마주쳤다.
저 아이의 눈은 여전히 맑고 여전히 투명하다.
그런 내게 아오이가 작게 속삭인다.
“音楽がヨンさんの心を言うように, ヨンさんの目はあの人だけ追っているのね.
(음악이 용상의 마음을 말하듯이, 용상의 눈은 저 사람만 쫓고 있잖아.)
到底分からないことができないね.”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어.)
그래 그럴 지도 모른다.
아이는....태경이의 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나간다.
내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마음이라 하더라도,
드러내서는 안 되는 현실도 있는 법이다.
아이는 한참을 들어오질 않는다.
가슴 한쪽으로 답답함이 밀려온다.
다 알면서도 눈으로 보는 건, 힘든 일이다.
답답한 마음에 바람이나 쐬려고 밖으로 나가는데, 미녀가 계단 밑에서 당황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고 있다.
“형님.......저......못 가는 거 아시잖아요”
뭔가 곤란해 하는 것 같더니, 결국에는 못 가는 거 알지 않느냐고 푸념조로 내뱉는다.
그 말 한 마디로 모든 상황이 정리된다.
황태경....지금 힘들겠지. 그래서 돌아오라고 난리겠지.
황태경....불안한 거냐.
전화를 끊고나서도, 미녀의 어깨는 무거워 보인다.
미녀야, 너....이해받고는 있는 거니?
태경이가 니 꿈이 뭔지....알고는 있는 거니?
황태경이 이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미녀의 뒷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여서 자꾸만 다가가고 싶게 만든다.
정신이가 없었다면 난 저 아이에게 한 걸음 또 다가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3
아이의 첫 무대.
기대한 것보다도 더 최악이었던 듯하다.
관객들의 반응은, 거의 없다 못해서 무시에 가까웠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 형!”
정신이가 걱정된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한다.
한 번 깨져 보는 거, 완전히 바닥을 쳐 보는 거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이지만 아이가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는 한다.
또 어디 구석에 앉아 웅크리고 있겠지.
다른 이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럽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매몰찬 아이니....
“형, 나 좀 보자.”
종현이가 갑자기 내 팔을 잡고 구석으로 끌고 간다.
“미녀, 클럽 뒤쪽 골목 벽에 앉아 있어.”
종현이가 찾았나보다. 역시 리더답다.
어쨌든 찾았다니 안심이다.
“......찾았다니...다행이네.”
최대한 무미건조하게 대답했지만 내 목소리는 갈라져 있다.
“형이 가. 가서 위로해 줘.”
“내가....왜?”
종현이는 입을 다물더니 한참을 내 눈을 본다.
녀석은 내 음악을 안다.
그래서 나를 안다.
이미 충분히 나를 아는 녀석이다.
“형도 가고 싶잖아?”
“..................”
“..............정신이에게 위로해 주라고 할까?”
“......내가....갈게.”
아이가 웅크린 채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어깨가 가볍게 떨린다.
작은 어깨가 더 아프게 다가온다.
“고미녀........”
“모르는 척....해 주십시오.”
“뭘?”
“신우 형.....그냥.....없는 셈 쳐주세요.
많이......아주 많이.....부끄럽습니다.”
아이는 벽에 기댄 채 쪼그리고 앉아서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는다.
난 아이의 손을 확 잡아끌었다.
“어.....신우 형!!! 왜 이러세요?”
“너......레인보우 브릿지 가본 적 있어?”
“예? 뭐요?”
“가본 적 없지. 너 도쿄 와서 연습실이랑 클럽 말고는 가본 적도 없잖아.
가자.”
아이의 손을 잡고 무작정 이끌었다.
위로의 시간?
어쩌면 또 한 번의 신데렐라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너를 위한, 혹은 나를 위한.
아이는 유리카모메를 처음 들어봤는지 연신 의아스러운 표정이다.
“유리카모메라구......꼭 놀이동산에서 타는 열차 같은 거야.
일본에 와서......열받거나....힘들 때마다 탔어.
따라와.”
언제나처럼 일일패스권을 샀다.
“신우 형....벌써 8신데 왜....일일패스권을 사세요?”
“있어봐. 이건.....미친 듯이 타고 내리는 게 재미야.
계속 계속 타도 되고, 내리고 싶은 데 내려도 되고.........”
나는 아이를 데리고 제일 앞 칸으로 갔다.
탁 트인 유리 사이로 마치 날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속이 뻥 뚫린다.
생각해 보니,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나는 이곳에라도 와서 풀었지만,
아이는...아무 것도 없이 견뎌내기만 했던 것 같다.
마음이 다시 짠해진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오다이바....”
“오다이바요?”
“응.....레인보우 브릿지를 지나면 오다이바야. 들어본 적 있어?”
“아....예.....얼핏 들어본 적 있는 거 같아요.
연인들끼리 많이 간다는 곳이죠?”
난.....그곳으로 간다.
이곳.....힘들 때마다 찾아왔던 곳.
아이가 생각날 때, 그리움이 목구멍을 넘어 올라오려고 할 때,
이곳에 왔었다.
정작 이 아이와 함께 이곳에 오게 될 줄은.....몰랐다.
“어....이제 다시 레인보우 브릿지 쪽으로 돌아가는 거 같아요.
이쪽에서 보는 레인보우 브릿지도 멋진데요.”
오다이바에서 보는 레인보우 브릿지.
아이 말대로 정말 아름다웠다.
혼자서 볼 때와는 또 다르게 이 아이와 함께 있기 때문에 더 아름다웠고,
나와 함께 할 사람이 아니기에 아름다운 만큼 서글펐다.
“그거 알아?
오다이바에서 레인보우 브릿지를 바라보면.......소원이 이루어진대.”
“어!! 그래요? 그럼 빨리 소원 빌어야지.”
아이는 알고 있을까. 오다이바의 전설......
연인이 오다이바에서 레인보우 브릿지를 바라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
별 상술이 다 있다고 생각했던 그 전설이 오늘 따라 내 마음에 자꾸만 사무친다.
불빛이 반짝이는 레인보우 브릿지를 이 아이와 함께 바라보고 있지만,
나와 아이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전설이다.
나와 내 곁에 앉아 있는 이 아이는....연인이 아니니까
오다이바에서 아무리 저 아름다운 다리를 바라본들 들어줄 소원 따윈 없는 거다.
내게 허락된 건 여기까지....
“이제....괜찮아졌어?”
“아...예....고마워요 신우 형.
오늘은....꼭......아니예요.”
“뭐? 말해 봐.”
“그게.....오늘은....신우 형이.....한국에서 만났던 신우 형인 거 같아서........좋아요.
아, 기분 나빴다면 죄송해요.”
“그래? 뭐...그렇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닐 테니.....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여기는 게 나을 거야.”
아이는 내게서 한국에서의 신우 형을 기대한다.
그러나 난....그렇게 해 줄 수가 없다.
지금.....아이가...너무나 그 신우 형을 그리워하는 걸 알지만, 난 돌아갈 수가 없다.
너에게 그토록 그리운 건,
내가 아니라, 널 마음에 여전히 품고 있는, 여기 있는 내가 아니라,
따뜻하기만 했던 신우 형이지.
알고 있으면서 서글픈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오늘은....이 아이에게 아이가 원하는 “신우 형”을 선물하기로 한다.
아이가.....갑자기 “Just please”를 불러달라고 한다.
이 노래는.....이 노래는....부르기가......민망하다.
가사도 그렇고, 저번에 모두들 워낙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한 걸.....아이도 들었을 텐데....
지금...이곳에서 이 절절한 가사의 노래를 부르기에는.....
아이가 눈치챌까봐.....용기가 나질 않는다.
그래서 다른 노래를 부르기로 한다.
사실 그 노래가 그 노래일지 모른다.
내 마음은......이토록.....한결 같았는지도 모른다.
기타줄을 고르면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건.....고미녀의 첫무대.....축하 기념이야.”
<씨엔블루 - one of a kind : 출처는 동영상 안에>
On the floor, you’re moving in a way I can’t ignore
플로어 위에 니가 움직이고 있어. 난 그런 널 무시할 수가 없어.
I’m in heat, I caught a glimpse and now I’m at your feet
나는 점점 뜨거워져. 난 잠깐 보고서도 너의 발걸음인 걸 알아.
I can’t escape it, there’s nowhere to hide
난 피할 수가 없어. 어디에 숨을 수도 없어.
This feeling I got I can’t deny
내가 가진 이 느낌, 난 부정할 수가 없어.
I don’t know your name but it’s all the same
난 니 이름도 모르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Coz I can feel your heart and now I’m sure
왜냐하면 난 니 심장을 느낄 수 있으니까....지금 확신할 수 있으니까....
Don’t you know, there’s nothing I can do,
넌 모르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떤 것도 없어,
I gotta get to know you
내가 널 알아가는 것 말고는.
I have to see this through I want it all
난 이걸 알아야만 해. 그것이 내가 원하는 전부라는 걸.
I gotta let you know, this feeling is so true
너를 알게 해 줘. 이 느낌은 정말 진짜야.
Coz I know that you’re one of a kind
왜냐하면, 넌 단 하나뿐인 사람이라는 걸 내가 아니까.
And I can’t get you out of my mind
난 내 마음에서 널 지울 수가 없어.
All alone, thought I was doing better on my own
혼자였을 땐, 내 자신이 잘 지내고(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Then you came, and now my life will never be the same no~no~
니가 내게 오고 나선, 지금 내 삶은 결코 예전과 같지가 않아.
I can’t escape it, there’s nowhere to hide
난 피할 수가 없어. 숨을 곳도 어디에도 없어,.
This feeling I got I can’t deny
내가 가진 이 느낌을...난 부정할 수가 없어.
I don’t know your name but it’s all the same
난 니 이름도 모르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Coz I can feel your heart and now I’m sure
왜냐하면, 넌 단 하나뿐인 사람이라는 걸 내가 아니까.
One of a kind...
그 날......
“지금 이 순간.....니 마음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거야.
음악은......눈에 안 잡히는 걸.....눈에 잡히게 표현하는 거야.
음악이......그림이 되기도 하고 사진이 되기도 해.
그냥.....니 마음을 묘사하는 거야.
어쩌면 음이 먼저가 아니라....니 마음의 시가 먼저일지도 몰라.
니 마음의 소리, 그 시에 따라가다 보면 그에 맞춰서 음이 나올 거야.
니 마음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게......너의.....곡이야.”
아이가 자신의 곡을 쓰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던 그날.....
난 이렇게 대답했었다.
음이 먼저가 아니라고, 음악은 그림이라고....
내 마음의 시가 먼저라고.....
내 마음의 시를....그려내는 게.....나의 노래라고......
아이에게 말했던...그 말들이....다시 고스란해 내게 돌아왔다.
내 마음의 시, 내 마음의 소리....내 마음의 그림......
그리고는 너무나 당연하게 one of a kind가 나왔다.
아이가.....어디에 있든....아이의 발소리에 이미 심장이 뛰는 나......
다 지웠다고, 이미 심장이 얼었다고 아무리 거짓말을 해대도,
전혀 요동 없이 널 향해서만 뛰어대는 내 심장 앞에서, 또 무기력해지고 마는 나.
내 마음이 그대로 노래가 되었다.
아이는.....지금 내 노래를 어떻게 듣고 있을까.
자신의 노래라는 걸, 내 마음의 시라는 걸.....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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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리자.”
유리카모메에서 내리는 순간, 아이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태경이인 듯했다.
그런데 아이는 휴대폰이 울리는 걸 보면서도 받지는 않고 그저 보고만 있었다.
“안 받아?”
“아.......”
아이가 주저하고 있다.
분명 태경이의 전화인 거 같은데, 저렇게 주저하고 머뭇거리기만 해도,
이렇게 내 마음 속에서는 뭔가 알 수 없는 기대감이 나도 모르게 솟아오른다.
“여기....오다이바 근처 아니...유리카모메 타는 곳이에요.”
상황을 설명하는 미녀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간다.
“아...아닙니다. 저희 멤버들하고 같이 왔습니다.
오늘 제 곡으로 처음 무대에 선 날이라서.......”
펑~~~
그랬다.
신데렐라의 시간이었을 뿐이다.
그렇게 또 한 번 펑하고 만다.
아이는 태경이에게 변명을 하고, 내 존재는 그 속에서 사라져 간다.
그렇게 또 한 번의 신데렐라의 시간은 끝나버렸다.
4
내 눈 앞에서 미녀가 정신이의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는다.
눈에서 불이 나는 것 같다.
순간 미녀와 눈이 마주친다.
아이의 눈은, 맑을 뿐, 나와 눈이 마주치자 겁먹는 모습만 보일 뿐, 아이의 눈은....여전히 맑다.
뭐하는 거냐....강신우.
이젠...황태경에서 정신이한테까지 질투하는 거냐!!
목구멍으로 술을 털어넣어도 취하지가 않는다.
식도로 칼칼한 알코올이 흘러들면서 속을 매캐하게 하지만 여전히 내 속은 타오르기만 한다.
“어~ 형! 왜 이렇게 마셔대?
곧 아오이 누나 온다니까....
이러다 누나 와도 못 알아보겠네.”
종현이가 보다 못했는지 나를 말리려 든다.
“なに? 私,はなしね?” (뭐야? 내 얘기 했어?)
아오이다...
아오이라면, 나를 조금은 위로해 주지 않을까.
바보 같은 놈이라고 정신 차리라고 뒤통수라도 때려줄 것 같다.
“何か? どうしてこんなに死相なの?” (뭐야? 왜 이렇게 죽을상이야?)
아오이는 보자마자 내 귀에 대고 한소리를 한다.
“お嬢さんが心痛くする?” (아가씨가 마음 아프게 해?)
아오이의 말에 풋~하고 웃음이 나온다.
아오이는 어떻게 이 모든 상황을 그렇게 잘 아는 걸까.
“どうしてしきりにささやきにするか?” (왜 자꾸 귓속말로 하는 거야?)
“そのまま, お嬢さんがヨンちゃん悩み苦しむようにしたことでようで,
(그냥, 아가씨가 용짱 속상하게 한 거 같아서,)
やきもち焼くようにしようとそうね!” (질투나게 해 주려구.)
“フット! お嬢さんは別に考えないの. 愛する人が別にいたら.”
(풋~! 아가씨는 별 생각 없을 걸.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거든.)
“そうね. 私はそのように考えしないのに?” (글쎄.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아오이가 또 이상한 말을 한다.
그러는 사이, 미녀가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태경이겠지.
또 술 한 잔을 목 안으로 털어넣는다.
“美女さん, 本当に来ると言う電話するのね.” (미녀상, 되게 오래 전화하네.)
아오이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出て見て.” (나가 봐.)
“なに?” (뭐?)
“遅れたが出て見て. 誰がお嬢さんにまねでもかけていればどうするの?”
(나가 보라구. 늦었는데, 누가 아가씨한테 수작이라도 걸고 있으면 어쩔래?)
순간 불안해지기도 한다.
“そうすると思ったの. すぐ顔色が悪くなるのね. はやく行って見ろ.”
(큭큭 거봐. 바로 얼굴 가는 거....어서 나가 봐.)
밖으로 나가도 아이가 보이질 않는다.
그 때 복도 끝 반대쪽에서 아이가 걸어오는 게 보인다.
아이는 나를 피해서 지나가려 한다.
모르겠다. 내가 왜 그랬는지.
아이의 팔을 잡아 낚아채서는 벽에 붙였다.
“시...신우 형!!!”
당황한 듯 나를 보는 아이의 눈.
마치 나를 원망하는 듯한 아이의 눈.
모르겠다.
무엇이 이렇게 날 미치게 하는지....
무엇이 이렇게 날 화나게 하는지....
아니, 모른다는 건 거짓말이다.
이런 나를 보는 게, 이런 나를 마주하는 게 싫기도 하지만,
오늘은......도저히 참아지지가 않는다.
내 치졸한 이기심이라, 내 치졸한 질투라....말해도 어쩔 수 없겠지만,
이 아이가.......
사람의 마음을....마치 가지고 노는 듯한 아이가......미웠다.
“너.....뭐야!!!”
나도 모르게 거칠게 소리를 질렀다.
“내가....너....이러라구 포기한 줄 알아?
내가....너 이러라구 양보한 줄 아냐구!”
“신우 형....무슨.....”
언제나 아무렇지 않은 척, 아무 것도 모르는 표정의....아이가.....
오늘은....너무나 밉다.
넌....너 때문에 얼마나 다쳐야 속이 시원하겠니......
“황태경 하나로는 만족 못 해?”
내 눈 앞에서 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
이럴 거면 오지 말았어야지.
이렇게 사람 마음을 흔들지 말았어야지.
제발...그렇게 아무 것도 모른다는 눈으로, 사람 마음을 헤집지 마.
제발....날 좀.....숨쉬게 해 줘.
“뭐해! 둘이!”
정신이였다.
그제서야 난 아이의 팔목을 놓아 준다.
“뭐야? 형! 취한 거야?”
정신이의 목소리가 날카롭다.
그래, 나라도 그렇겠지.
누군가....아이를 이렇게 밀어붙이고 있으면, 나 역시 빡 돌고 말겠지.
“아니...내가...어지러워서 신우 형이 잡아 준 거야.”
“아...그래? 하여튼 누나 오늘 위태위태 하더라니깐....
들어가자.”
“신우 형...저..먼저 숙소로 갈게요. 죄송해요.
정신아, 미안...누나 먼저 갈게.”
“어...누나 갈 거야? 그럼, 기다려. 나랑 같이 가.
이러다 길에서 쓰러질 수도 있잖아.”
정신이는 바로 가방을 가지러 들어간다.
다시 아이와 나.....둘만 남았다.
갑자기 정신이 든다.
내가......뭐라고 한 거지?
내가 뭐라고......아이에게 아무 존재도 아닌 주제에, 뭐라고 말한 거야.
미쳤군......
“저....나가 있을게요.”
아이는 나를 피하려 한다.
“고...미녀.....”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아까의 상황을 뭐라고 변명해야 할지......
그것도 알 수 없는 채로....무작정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모르겠다.....잡고 싶었나 보다.
그렇게 아이는, 정신이와 함께 나갔다.
차가운 안개 사이로 정신이 든다.
나 지금 뭐하고 있는 걸까.
정말.....미친 놈이다.
내가...고미녀의 뭐라고....그런 말을 했던 걸까.
나는, 미녀에게 아무 것도 아니다. 아무 존재도 아니다.
내가 미녀 때문에 가슴이 아프든, 심장이 뛰든, 그건 내 문제일 뿐, 미녀에게 화낼 일이 아니다.
아직도 난 내 감정이 주체가 되질 않는다.
정말.....도대체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자꾸만 기대하고, 자꾸만 바라보게 되고,
자꾸만 심장이 뛰는 걸......자꾸만 심장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걸......
난 정말....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 미녀야........
정말.........미치겠다.
5
눈을 겨우 떴다.
약간은 어지럽다.
내 눈 앞에 정신이가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정..신아?”
“어~ 누나 깼어? 이제 좀 괜찮아?”
정신이가 내 이마를 짚어본다.
“이제 열은 없어. 아휴~ 진짜 누나 사람 놀래키는 데 일가견 있다.
깜짝 놀랐잖아.”
“어?”
“누나 아팠다구. 열이 펄펄 끓고, 정신 잃고....장난도 아니었다구.”
“내가.....?”
“그러게 어제 비 맞고....그냥 잔 거야?”
정신이의 말을 듣고 보니, 어제 들어와서 비맞은 채 한참 방에 웅크리고 있었던 것 같다.
많이 춥고, 떨렸던 거 같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겨우 옷만 갈아 입고....
그 다음은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러다....쓰러진 건가.
“보슬비라고 해야 하나, 가랑비라고 해야 하나,....
여튼......적게 와도 무섭다니까.....
알고 보면 방심한 채로 폭삭 젖어서 더 탈이 나.”
방심한 채로 폭삭 젖어서 더 탈이 나........
이상하게 정신이의 그 말이...가슴 한 구석을 시리게 한다.
방심한 채로.....
젖는 지도 모르는 채로....
그렇게 완전히 젖어버리게 만드는......
“고마워, 정신아.”
“뭐가?”
“나 간호해 준 거 아니야?”
“난...잠깐이지. 언제부턴지 모르겠지만, 아마 새벽부터 신우 형이 누나 간호했을 걸.
아침에 와 보니까 신우 형이 누나 옆에 있던데.
내가 오니까, 이미 누나 열도 다 내리고 괜찮아지고 있었어.
난 그냥 옆에서 일어나기만 기다렸을 뿐이야.
나중에 신우 형한테 고맙다고 해.
형...오늘 작곡 레슨인데 그것도 늦었어.”
“신우 형이?”
신우 형이 날 간호해줬다구?
기억이.....아!
어렴풋한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꿈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묘한 기억.
신우 형이 내 곁에서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난....불이라도 지나가는 듯이 목이 타서 물을 달라고 했던 거 같다.
끊어지는 기억 사이로......
아!!
차가운 물이 내 목구멍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손도 까딱할 힘이 없었는데, 물이라도 들어오니 살 것 같았다.
근데....눈도 못 뜨고 있었는데, 어떻게 물을 마신 거지?
부드러운 무언가가 내 입 안으로 물을 넣어줬던 것도 같다.
내 입술을 막고 그 사이로 물이 들어왔었다.
정신이 없는 가운데도 그 느낌만은 생생히 기억이 난다.
부드럽고 뜨거운........무언가.....
내 입술을 온통 덮고 있던.........
입술?
신우 형의 입술?
아!!!!!
“누나..... 괜찮아? 다시 열나는 거 같아. 얼굴이 빨개.”
“아...아니야...그냥.....
쉬면 괜찮을 거야. 누워 있을게.”
정신이를 보내고 혼자 누웠다.
점점 얼굴이 뜨거워진다.
내가....왜 이러지........
아무래도.....많이 아픈가 보다.
그래서 그런 거다.
6
며칠 쉬고 나니 조금은 나아진 듯하다.
작곡 레슨이 있는 날.
연습실 옆에 녹음실에서 신우 형이 녹음한 “Just Please"가 흘러나온다.
노래가 굉장히 몽환적인 분위기였다.
절절하면서도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리지도 않았고, 애절하면서도 몽환적으로 잘 나온 거 같았다.
“와!~ 형 이번 곡도 좋다.
이제까지 분위기랑은 또 다르네.
이제 변신에 변신을 하는 건가?”
“고맙다.”
종현씨의 칭찬에 신우 형도 기분이 좋아 보인다.
“ヨンさん!! やはり最高だ!!!“ (용상~~!! 역시 최고야!!!)
아오이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지 방방 뛰더니 갑자기 신우 형을 포옹한다.
헉~!
그냥 가벼운 포옹이거니 생각했는데, 아오이는 신우 형을 꽉 껴안다 못해 볼에 입술까지 맞춘다.
이거...뭐지?
뭔가 속이 울렁울렁 거린다.
서로 껴안은 건 아오이와 신우 형인데, 옆에서 그걸 지켜보던 종현씨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 얼굴도 그렇게 돼 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얼굴이 자꾸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듯하다.
뭐지....이 기분은 도대체 뭐지......
도대체 이 감정을 나 자신도 알 수가 없다.
뭔가가.....자꾸 메쓱거리는 거 같기도 하고, 심장이 무거운 거 같기도 하고....
심장과 갈비뼈 사이에 무거운 무언가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가 자꾸 무겁다.
“それでは...私たち身内の祝しにおいしいこと食べに行こう. 生えて服持って出るから待つ.”
(자...우리 자축하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나 옷 가지고 나올 테니 기다려.)
아오이가 밖으로 나가자, 다들 분위기가 이상하게 뻘줌해진다.
종현씨도 나가 버리고, 민혁이와 정신이는 악기를 챙기고,
이상하게 나와 신우 형만 남아 버렸다.
아...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뭐라고 하지....
아....아직...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있었다.
“저...신우 형.”
신우 형이 건조하게 날 바라본다.
아직도 저 눈빛에는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왜?”
“저....저번에 감사했어요.”
“뭐가?”
“저....아플 때 간호해 주셨다고.....정신이한테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굳이 고맙다고 할 필요 없어.
누가 아팠더라도 그랬을 테니까.
신경 쓰지 마.”
신우 형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건조하게 말을 던지고는 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누구라도....그랬을 거라는 그 말이......이상하게 내 마음을 섭섭하게 한다.
나....요즘 정말 이상하다.
마치...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도 된다는 듯이,
신우 형에게 내가 특별한 존재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바보 같이.......
신우 형의 마음은....저렇게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데......
난...절대....신우 형에게....특별한 사람이 아닌데......
내가...정말....미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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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편은 분량이 아주 많아졌습니다.
23쪽이나 되네요.
이야기가 지루하게 늘어나 버린 듯해서 좀 걱정도 됩니다.
아이가 아파서.....
이래 저래 정신이 없었어요.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애가 밤새도록 열이 나고 해서 잠을 한숨도 못 잤더니,
오늘은 저도 좀 자야겠습니다.
내일 찬찬히 읽고 인사드릴게요.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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