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이시네요/(미남) 신우 이야기

신우 이야기 25 - 12시, 마법의 시간

그랑블루08 2010. 3. 19. 02:26

신우 이야기 25 - 12시, 마법의 시간


 

 




1





“이제 내리자.”


어느덧 처음 유리카모메를 탔던 곳에 도착해 있었다.

유리카모메에서 내리는 순간, 내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태경이 형님이었다.

휴대폰이 울리는 걸 보면서도 휴대폰을 그저 보고만 있었다.


“안 받아?”


“아.......”


어쩔까 하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뭐야!! 고미녀!! 너 자꾸 이렇게 늦게 받을래?”


“죄송합니다. 형님......”


“어...밖이 왜 이렇게 시끄러워. 어디 나와 있는 거야?”


“예....어디 좀.....”


“어디?”


“여기....오다이바 근처 아니...유리카모메 타는 곳이에요.”


“뭐? 오다이바 갔었어?”


“예.......”


태경이 형님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느껴지는 건, 내 기분 탓일까.....


“누구랑 간 거야? 남자야?”


“아...아닙니다. 저희 멤버들하고 같이 왔습니다.

 오늘 제 곡으로 처음 무대에 선 날이라서.......”


그 말을 하는데 갑자기 신우 형이 나를 돌아본다.

나랑 순간 눈이 마주쳤다가 신우 형은 다소 멀찍이 떨어져서 걸어가 버린다.


“그러니까 멤버들이랑 같이 갔다는 거지?”


“예.”


나도 내가 왜 이렇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신우 형이 여기 있다는 걸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마실장님이 말씀하셨으니, 그거 때문일 거야.

그래....그거 때문이야.

다른 이유는 없어.


“너!! 오다이바에서 레인보우 브릿지 봤어?”


“예. 봤는데요.”


“야~~~!! 그걸 보면 어떡해? 아 짜증나...진짜.....”


“형님......”


“진짜 열받네. 고미녀!! 거긴 내가 너랑 같이 가려구 생각했던 곳인데...

 다른 놈들이랑 가면 어떡하냐?

 정말.....한 명이랑 간 건 아니지? 여러 명이랑 간 거지?”


“예? 예........”


왜 형님이 화를 내는지 알 수는 없지만, 거짓말하고 있는 나로서는 자꾸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너....이제 다시는 거기 가지마. 알겠어? 멤버들이든 누구든!!”


“예.....근데 왜 그러시는 겁니까?”


“어휴....그래 이런 둔탱이인 니가 알 리가 없지.

 거긴...전설이 있어.

 연인이 오다이바에서 레인보우 브릿지를 바라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전설......

 그래서 꼭 너랑 둘이 가려고 했단 말이야!! 이 둔탱이 돼지토끼야!!”

 

 



-------------------------------------------------------


“그거 알아?

 오다이바에서 레인보우 브릿지를 바라보면.......소원이 이루어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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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유리카모메 안에서 신우 형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소원이 이루어진다.........

신우 형은.....진짜 오다이바의 전설을.....알고 있었던 걸까.

태경이 형님의 말과 신우 형의 말이 섞여 들면서 내 마음에서 소용돌이친다.






돌아오는 동안 신우 형은 아무 말이 없었다.

오늘이라는 시간은....유리카모메 안에서 끝난 듯했다.


“쉬어.”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신우 형은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짧게 인사한 후 이층으로 올라가려 했다.


“신우 형!!!”


내가 부르는 소리에 건조하게 나를 쳐다본다.

그 눈빛은 일본에서 늘 보던 그런 눈이었다.

내가 알던 신우 형의 모습은......잠시 동안의 선물이었던 것 같다.

괜히 그렇게 생각이 드니 서글퍼진다.

이젠...다시...예전의 신우 형을 못 만나는 건가......

그래도.....내가 해야 할 말은...하자.


“오늘....정말 고맙습니다.”


“나한테 고마워할 필요 없어.

 오다이바에 데려가라고 한 건 종현이니까, 종현이한테 고마워 해.”


아.....그랬었나.......

그랬구나.......

그랬던 거구나.......

신우 형은.......예전의 신우 형으로 돌아갔던 게 아니었다.

단지.....종현씨가 부탁했기 때문에 부탁을 들어준 것뿐......

그런데.....이 마음은......도대체 뭐지?





2




“와! 일찍 일어났네.”


아침을 차리고 있는데 종현씨가 내려와서 인사를 건넨다.


“종현씨! 잘 잤어? 참......어제 고마웠어.”


“뭐가?”


“종현씨가 나 오다이바에 데리고 가라고 했다며?”


“하여튼...형두....그걸 말로 해? 나 참......”


“왜....그랬어?”


“아니, 그냥......왠지 미녀 니가 신우 형을 제일 어려워하는 거 같기도 하고....

 또 저번에 신우 형이 첫 무대네 아니네 그러면서 한 소리 한 것도 있고 해서.....

 신우 형한테 위로를 받는 게 제일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해서......”


“신경 써 줘서 고마워. 종현씨.”


“쳇!!! 내가 갔어야 되는데.....”


언제 내려왔는지 정신이가 뾰로통한 모습으로 투덜댄다.


“누나!! 재미있었어? 어제?

 아...진짜...종현 형은 괜히 신우 형한테 그런 거 시키고....

 내가 갔어야 됐다구!!!”


“시끄러워!!! 왜 아침부터 투덜대냐?”


종현씨는 투덜대는 정신이에게 한 소리 한다.


“야! 이정신! 정신 차리지?

 미녀 누난 임자 있으니까....좀 작작 들이대라.”


민혁이가 투덜대는 정신이의 어깨를 치면서 말을 거들었다.


“왜!! 뭐! 골키퍼 있다고 골 못 들어가냐? 읍!!!!!”


정신이가 뭐라고 대꾸하자 민혁이는 바로 정신이의 목을 헤드락을 걸어버린다.


아무래도....내가 어제 걱정을 너무 많이 끼친 것 같다.

미안하고....고맙고.......

팀이란......이런 거구나......하는 생각이.....조금씩 들기 시작한다.





3




“미녀야, 뒤처리는 애들한테 맡기고 넌 잠시 연습실로 올래?”


종현씨가 갑자기 나를 불렀다.

설거지와 뒷정리는 민혁이와 정신이에게 맡기고 연습실로 들어가 보니 신우 형도 같이 있었다.


“무슨 일인데?”


“아......미녀 니가 이번에 적은 곡을 밴드 색깔에 맞춰서 편곡해 보면 어떨까 해서......

 어때?”


“난...괜찮아. 어차피 대단한 곡도 아니구.......”


“무슨 소리야? 그런 의미가 아니라 조금만 편곡을 다르게 해도 굉장히 느낌이 달라.

 다 같이 불러 봐도 괜찮을 거 같아서 그러자는 거야.

 뭐야? 아직 마음이 안 풀린 거야?

 신우 형이 제대로 위로 안 해 준 거야?”


종현씨가 갑자기 신우 형 탓으로 돌리자 난 난감해졌다.

뭐라고 변명을 하려는데 신우 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왜 내가 위로를 해? 고미녀 남자 친구가 엄연히 있는데,

 자기 애인이 위로해 줬겠지.”


“이건 뭔 말이야? 어제 공연 끝나고 태경이 형이랑 연락했어?”


“어......”


“뭐래? 첫 무대 얘기했어?”


그랬다. 그러고 보니 나 태경이 형님에게 내 첫 무대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리고....그것이 끝이었다.

어제......가장 들떴고, 가장 힘들었던 하루였는데, 그 이야기를 채 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태경이 형님은 내 첫 무대에 대해서 물어보시지도 않았다.

그랬구나......

바보 같이......지금에서야 그걸 느끼고 있구나.....

이제야 섭섭하다고........느끼고 있구나.......


“자....그 얘긴 그만하고 바로 arrange 들어가자.”


다행히 신우 형이 곡 작업 하자고 바로 말씀해 주셨다.

처음.....내가 만들었을 때는 느릿느릿한 조용한 노래였는데,

신우 형과 종현씨의 손을 거치면서 완전히 다른 곡이 되고 있었다.


“이 부분은 어쿠스틱하게 가자.

 사비는 키보드까지 들어가는 걸로 하고......

 조금 빠르고 신나게 가보지 뭐.”


신우 형의 제안에 종현씨가 바로 조금 빠르게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굉장히 느낌이 색달랐다.

내가 만든 곡 같지가 않았다.

밝고 신나고 흥에 겨웠다.

내가 부를 때는 뭔가 자신감도 없고, 축 처지는 느낌이었는데,

두 사람의 연주 속에서 내 노래는 힘을 얻고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건 어때? 중간 사비에서 아카펠라로 기타를 그냥 두드리면서 하는 거야.

 약간 신나면서도 타악기 느낌이 들게.....이렇게....”


신우 형이 아무 반주 없이 기타의 통을 두드리며 사비를 부르기 시작했다.

뭔가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정말 심장이 쿵쿵하고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내 노래가.....정말로....다른 곡이 되었다.

멋있었다.


“고미녀...이제 좀 알겠어?”


“예?”


갑자기 신우 형이 내게 질문을 했다.

뭘.....알겠냐는 거지?


“작곡은....메인 멜로디를 만드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야.

 같은 곡이라도 arrange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 달라.

 지휘자에 따라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완전히 달라지듯이,

 편곡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곡이 되기도 해.

 사실....편곡 자체도 창작의 한 장르야.

 작곡을 하는 것만큼 중요한 영역이야.”


난......이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내 곡의 문제점이 뭐였는지......

우리 밴드의 색깔에 맞게......우리 연주하는 공간에 맞게.....

나의 곡에 옷을 입혀야 했는데, 난.....그걸 몰랐던 것 같다.


그렇게 Wanna be like U는 완전히 블루밴드의 곡이 되었다.

밝고, 긍정적이고, 그러면서도 따뜻한 낭만적인 블루밴드의 곡.......

이 밴드 안에서 스며드는 법을........난......이제서야 배우게 된 듯하다.

왜 신우 형이 첫 무대 이후 그게 정말 첫 무대냐고 날 다그쳤는지 알 것 같았다.

음악적으로 밴드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말이 뭔지......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키보드로 참여한다고 해서, 반주만 한다고 해서....그것이 밴드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밴드의 색깔.......

우리의 색깔.......

그걸 지니는 법을, 그리고 함께 하는 법을, 그러면서 힘을 얻는 법을.....

난.......배운 것 같았다.

 

 

 

 

http://www.youtube.com/watch?v=u-JYvm15Ktc 

(유튜브 씨엔블루 동영상 winnieshine님 펌)



Let's make a run from all we know

We'll find a way and get back stronger again

Too many times I've wondered why

I feel ashamaed only to be around

I'm living a lie, but trying to find away out of this


I wanna feel I wanna bleed

I wanna live like there;s no tomorrow

I wanna scream out in the night

I wanna make love like there's no tomorrow

I wanna be like you


Let's run away into the dark

We'll find a light and gey back stronger again

I'll get around, I'll come around

I'll stay awake cause I am dying for more


Been living a lie, more than a lifetime

Now I see


I wanna feel I wanna bleed

I wanna live like there's no tomorrow

I wanna scream out in the night

I wanna make love like  there's no tomorrow

I wanna be like you.

I wanna be like you.




뿌듯한 마음으로 연습실 정리를 끝내고 나가려는데 종현씨가 내게 물어왔다.


“근데, 이 곡에서 U는 누구야?

 누구를 닮고 싶다는 거야?”


“아.....그거......”


신우 형을 흘낏 보니 신우 형은 여전히 기타줄을 튕기며 작곡을 하고 있다.


“그냥.....내가...어떤 음악을 해야 할 지 가르쳐 준 사람......

 넘을 수 없는 산이 아니라, 천천히 올라가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몸으로 직접 보여준 사람.....”


내 대답을 듣던 종현씨가 턱으로 신우 형을 가리키며 맞냐고 묻는 것 같았다.

난 가타부타 대답 없이 그냥 웃었다.

종현씨는 고개를 갸웃 거리더니 어깨를 으쓱하고는 연습실 밖으로 나간다.

신우 형은 우리의 대화에는 아랑곳없이 열심히 곡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래......저 사람.......





4





“이번 무대 정말 기대되는데?”


다들....이번 공연에 굉장히 기대에 찬 듯했다.

곧 새해가 돼서 그런가......


“Today Sybuyaの夜!!” (오늘은 시부야의 밤!)


민혁이와 정신이는 들뜬 티가 완연하다.

다들 왜 저러는 거지?

늘 하던 공연일 뿐인데.....오늘이 12월 31일이라 그런가.......

오늘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눠진다.

사실 블루밴드가 이렇게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공연을 하게 된 것도 정말 고무적인 일이다.

12월 31일에서 대망의 새해로 넘어가는 그 타이밍을 우리가 연주하게 됐다는 건, 그만큼 우리의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테니....

새삼 블루밴드가 대단하게 보였다.


“자,자...진정하고.......

 일단 공연은 10시부터 이어지고, 우리 타임은 11시 반부터니까 좀 여유는 있어.

 1부 타임엔 미녀 곡이랑 밝고 신나는 곡으로 가자.

 그리고 2부에는 약간 몽환적인 곡으로.....어때?”


“콜!”


다들 종현씨의 말에 동의를 했다.

나야 당연히 상황을 전혀 모르니 종현씨가 하자는 대로 할 뿐이다.

조금 부담이 된다면, 처음부터 내 곡으로 시작한다는 거.....

그러나 그래도 저번과는 다르게 우리 밴드 모두가 참여해서 부른다는 거.....

그건....참 좋은 거 같다.

어쨌든 2부에는 키보드 없이 기타 연주만으로 가기로 했다.

그래서 어쿠스틱하면서도 로맨틱하게 이어질 거라니....

2부에는 나도 느긋하게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을 듯하다.


“그럼, 난 2부에는 객석에 있어도 되겠네.”


“그렇지. 어디 있건 상관없어. 카운트다운 할 때부터 내려가 있으면 될 거야.”


종현씨가 바로 내게 대답해 준다.

그런데 카운트다운이라니?


“카운트다운? 새해 오기 전에 하는 거?”


“그렇지......음.....”


종현씨는 말을 얼버무리고, 민혁이와 정신이는 서로 붙잡고 좋아하고 있다.


“왜들 그래?”


내가 물어봐도 별 대답을 하지 않는다.

시부야의 밤은 특별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12월의 마지막 밤이라서 그런지 클럽은 열기로 들끓는 것 같았다.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손님들에 대한 검사가 굉장히 엄격한 것 같았다.

소란이라도 있을까봐 그러는 건지....

어쨌든 낯선 이국땅에서 새해를 맞는 것도 흥미로운 일인 것 같았다.

나라마다 문화차이도 있는 것 같고.....


우리 순서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 앞서 무대에 선 밴드 연주를 들으며 목을 축이고 있으려니 정신이가 내 옆으로 다가와 앉는다.


“누나, 술 한 잔 하는 거야?”


“아니야!! 그냥 물이야. 스카치 아니야.”


“그래?”


정신이는 내 옆에 바짝 붙어서는 뭐라고 작게 속삭이는데 하나도 들리지가 않았다.


“뭐라구? 하나도 안 들려.”


그러자 정신이는 내 귀에 바짝 입을 갖다 대고 말하기 시작했다.


“누나......1부 마치고 나서 무대 바로 앞에 있어야 돼. 알았지?”


“응?”


“꼭!!! 내가 연주하는 거....바로 앞에서 봐줘야 된다구!!!

 약속해 줘!!!”


정신이가 귀엽게 내 팔을 잡고 흔든다.

이런 모습을 보면 정말 귀여운 동생 같다.


“알았어. 그럴게.”


난 활짝 웃으며 정신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줬다.


“와~! 고마워 누나!!!!”


“정신아!!! 왜 이래!!!!”


신이 났는지 정신이가 갑자기 나를 안았다.

순간 놀라서 정신이를 밀쳐내고는 누가 본 사람이 없나 주위를 돌아보다가 신우 형과 눈이 마주쳤다.

하아.......

왜....이런 들켜서는 안 되는 모습만....신우 형이 보는 건지......

냉정하게 돌아서는 신우 형의 등이.......자꾸 눈에 밟힌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첫 순서에 바로 “Wanna be like U”를 불렀다.

저번보다 훨씬 자신감이 생겼다.

멤버들과 함께 서로의 음악적인 부분을 녹여내서 우리의 색채가 된 것이 정말 좋았다.

즐거웠다.

내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즐거웠고, 멤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든든했고, 내 길이......혼자 가는 길이 아닌 것 같아서 안심이 되었다.

앵콜이 흘러나왔다.

뭔가......뿌듯해진다.

그래......이렇게....조금씩....keep going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2009년이 저물고 있었다.


갑자기 객석에서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kiss time! kiss time!!”


무슨 소리지?

1부가 끝나고 무대에는 여전히 우리 밴드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관객들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키보드를 치워 오른쪽 무대 커텐 뒤로 옮기다가 의아해서 다시 관객석을 바라봤다.

다들.....굉장히 들떠 있는 듯했다.

약속한 대로 무대가 보이는 맨 앞으로 내려갔다.

클럽 사회자가 나와서 청중들에게 뭐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皆さん, キスタイムを待ったんですか?” (여러분, 키스타임을 기다리셨습니까?)


“はい!!!!!!!!!!!!!!”(예!!!)


키스 타임?


“いよいよキスタイムです.”(드디어 키스타임입니다!!!)


사회자의 말에 청중들은 정신없이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지? 무슨 키스 타임?

혼자 의아해 하다가 시간을 보려고 휴대폰을 찾는데 어디에도 없었다.

혹시...아까 키보드 칠 때 옆에 두고 안 가져 왔나?

태경 형님이 전화하셨는데 안 받으면 난리날 텐데......

일단 올라가서 가져오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무대 뒤로 돌아들어가서 아까 키보드를 놔두었던 무대 옆면 벽쪽으로 다가갔다.

그쪽은 무대와 이어져 있기는 하지만 커텐이 쳐져 있어서 밖에서는 보이질 않았다.

스텝들이 키보드를 벽쪽으로 바짝 붙여놔서 찾는 데 애를 먹었다.

다행히 휴대폰은 키보드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챙기는데 또 관중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느슨하게 묶여 있는 커텐 사이로 관객들을 보니 다들 열이 오를 대로 오른 것 같았다.


“男の方たちは今から 好きな女の方たちにキスしても良いです.”

(남자분들은 지금부터 좋아하는 여자분에게 키스하셔도 됩니다.)


“嫌いな女の方たちは 2階に上がれば良いです.”

(싫으신 여자분들은 2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는다.

싫은 사람들은 2층으로 올라가라는데, 2층에는 아무도 없었다.

2층에 있던 사람들이 도리어 1층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특이한 문화인 듯했다.

키스를 하고 싶어 하고, 키스를 바라는 사람들........

새해를 여는....또 다른 문화인가........

무대 아래로 내려가면, 약간 곤란해질 것 같기도 하다.

혹시......다른 사람으로 착각해서 키스라도 당하는 날이면....아.....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커튼 사이로 상황을 지켜보며 잠시 있기로 했다.

그 순간 클럽안의 불이 앞에서부터 서서히 꺼져갔다.

내 눈 앞에 칠흑과 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약간 서늘한 기분마저 들었다.

조금 있으니 서서히 윤곽 같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누군가 내 어깨를 건드렸다.

누군가 싶어 돌아보려는데, 부드러운 천 같은 것이 내 눈을 감쌌다.

다시......내 눈 앞은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누.....누구....세요?”


내 목소리가 떨려나오는 듯했지만, 클럽에서 틀어주는 음악 소리에 바로 묻혀 버렸다.

누군가의 손이 내 손을 잡고 어딘가로 데려가고 있었다.

얼마가지 않아 내 등에 딱딱한 벽이 느껴졌다.

순간.....덜컥 겁이 났다.


“누구...세...?”


떨면서 내뱉는 내 입술을 누군가의 손이 지긋이 누른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내 입술을 쓸었다.

부드러운 무언가가 내 이마에 잠깐 머물렀다.

입술인가?

내 눈 위에 따뜻한 느낌이 전해온다.

그리곤 내 볼 위로 다시 내려앉았다.


“정말....누구...........!!!”


다시 내가 누구냐고 묻는 순간, 누군가의 입술이 내 입술 위에 살포시 놓였다가 떨어진다.


아...........뭐지?

누구지?

왜..........


다시 누군가의 입술이 내 입술에 부드럽게 다가왔다.

이번에는 내 아랫입술을 두 입술로 빨아당겼다.

등 뒤에서부터 뭔가가 자르르하게 지나가는 것 같다.

이거.......뭐지?

내가.......왜.....이러는 거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과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정신차려야 돼!! 고미녀!!


난 힘껏 고개를 돌리고 그 사람의 입술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난 물러날 데도 없었다.

그 사람의 손이 내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자신의 쪽으로 돌리고는 다시 입술로 다가왔다.

왠지 거칠게 키스할 것 같았는데, 이 사람은 끊임없이 애원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자신의 입술로 내 입술을 핥았다.

그의 혀가 내 입술을 맛보고 있었다.

서서히 내 안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열어주지 않는 내 입술 사이로 마치 구애하듯이 부드럽게 혀로 쓸면서 애원하는 것 같았다.

순간 그의 손이 내 허리를 바짝 안아왔다.


“아.......”


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의 몸과 나의 몸이 완전히 밀착되고 있었다.

그의 혀는 내 안으로 들어와 내 혀를 쓸어내리고 있었다.

놀란 마음에 뒤로 물러나려 하면, 그의 혀는 어김없이 내 혀를 잡고 얽혀 들면서 놓아주지 않았다.

부드럽게, 심지어 간지럽게 내 혀를 쓰다듬고 있었다.

숨이....차오르기 시작했다.

뭔가 모를, 도저히 알 수 없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발끝이 자릿하고, 내 등 뒤로 뭔가가 자르르 자르르 흘러나가기 시작했다.

내 몸의 모든 감각이 내 입술로 모여들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알 수 없는 반응에 나 자신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뭔가 저릿하면서 두려운 마음이 든다.


“제발.......그만.........”


거부하는 내 말들은 금방 그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고, 그의 혀는 금세 내 혀와 얽혀들고만 있었다.


“皆さん, カウントダウンです.”(여러분, 카운트다운입니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어두운 듯했지만, 사람들이 카운트다운하는 소리가 들렸다.


“10, 9, 8........”


난 그의 가슴을 밀어내며, 그만하라고 외쳤다.

입술이 타는 것 같다.


“....싫어.....”


시끄러운 소리 속에 ‘싫어’라는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카운트다운 때문에 잠시 떨어졌던 그의 입술이 다시 내 입술 위에 놓였다.

감미롭고 따뜻하고 뜨거운..........

그의 입술 속으로 내 입술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밀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몸은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내 몸의 모든 감각이 입술로만 모여서 나를 못살게 굴고, 저릿하게 하고, 숨 막히게 하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내 입술을 빨아 당길 때마다, 그의 혀가 내 혀와 얽힐 때마다 심장이, 내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그의 입술에서도, 내 입술에서도 낮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 같다.


곧 불을 켜겠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 같았다.

다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있었다.

순간 떨어졌던 그의 입술이 다시 내 입술 위로 가볍게 올라왔다가 떨어졌다.

그리고는 나를 품에 안았다.

내 귓가로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는 그 사람의 숨결이 들렸다.

묘하게 내 귀를 간지럽게 하면서 저 아래에서부터 뭔가가 가슬랑거리는 것 같다.

그는 나를 가슴에 한 번 더 꽉 안더니 사라졌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불빛이 보이는 듯했지만, 한동안 일어설 힘이 없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 자신도 납득하기가 어렵다.

그 사람이 누군지....이제는....알게 되는 것도 두렵다.

오로지.....감각만이 살아 있었던....시간......

내 자신에게 겁이 난다.


우리 밴드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제서야 난 내 눈의 천을 벗겨냈다.

무대 커텐을 묶어두었던 검은 끈이 내 손에 들려 있었다.

센터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종현씨와 모자를 쓴 신우 형과, 얼굴이 붉어진 정신이....그리고 뭔가 즐거워 보이는 민혁이의 모습이 보인다.


내 손에 잡힌 검은 천만이 아까 그것이 현실이었음을 증명하는 것 같다.


두렵다........

나 자신이......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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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나온 는 씨엔블루가 일본에서 낸 2번째 앨범에 있던 곡입니다.

그리고 이번 25회를 보실 때는 2AM의 <친구의 고백>을 BGM으로 들으시면 좋을 듯합니다.

유튜브 동영상 좌표는 http://www.youtube.com/watch?v=E5B1ERDWB-w 입니다.

이건 뮤비 좌표고, 라이브 동영상을 보시면 더 좋을 듯하네요.

제 블로그에는 배경음악으로 깔아두었습니다.

제 블로그는  http://blog.daum.net/grandblue08/ 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__)

 

 

<미남 텔존 소설 게시판 댓글>

 

웃으며살자 키스한 건 신우인가요? 신우였으면 좋겟는뎅 ㅜㅜ 두 사람이 잘 됬으면 좋겠어요~ ㅎㅎㅎ     [2010-03-19]
choth2 잘봤습니다..늘 감사합니다...     [2010-03-19]
Luna Kim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서 추천 하고 갑니다.     [2010-03-19]
신혼새색시 과연 신우일까요??아니면 얼굴이 붉어진 정신이...아님 리더 종현이...으~~~ 궁금합니다...ㅎ ㅎ...블루님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2010-03-19]
주니 신우겠져..그럴꺼라 생각해서..미녀도 참을수도..설레이기도 했을거같아요~^-^     [2010-03-19]
HERA 신우였음 좋겠다 ^ㅡ^ 종현은 몰겠구.. 정신이였다면 굳이.. 눈을 가리고 키스하진 않았을꺼 같은데요 ㅎ     [2010-03-19]
두개의보물 신우였을것 같아요.. 지켜보기만 하는 가슴아픈 사랑에 대한 작은 위로...ㅠㅠ     [2010-03-19]
동동 키스타임 .... 여기선 태경이가 넘 이기적이네요....신우도 미녀도 차암....     [2010-03-19]
gtholic 신우였다면 그가 그렇게 애타게 원하는 맘이 아프면서도 짜릿하네요.     [2010-03-19]
차니쭈니 언제 또 글을 올리시나요? 왜케 짦은 건지요? 쓰시는 분은 힘드셨겠지만, 읽는 저는 넘 짧 아요..., 다음편은 언제 또 오시려나....,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2010-03-19]
아싸 신우였을꺼야 ㅠㅠ 신우!! 신우!! ㅋㅋ     [2010-03-20]
힘찬하루 정말 읽는내내 제 심장이 저릿저릿했습니다. 유일하게 사랑하는 신미.. 너무 감사합니다..님 의 글 덕에 오늘 아침부터 내내 행복했습니다.     [2010-03-20]
maira 어쩜 이리도 흥미진진한지... 다음편 완전 기다립니다~~     [2010-03-20]
고비 아 머지? 머지??     [2010-03-20]
별달 신우신우!!! 신우라고 굳게 믿겠습니다!!!     [2010-03-21]
free1017 혹시나 하고 들어와봤는데 역시 블루님글이 있군요~ 두근두근하면서 봤네여^^; 신우?겠죠??ㅋ ㅋ 신우였음 좋겠네여~ 담편은 언제 올려주시나요~~~ 항상 블루님의 글은 기대됩니다^^     [2010-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