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 이야기 26> 가랑비에 온 몸이 젖어간다
1
쿵.쿵.쿵.쿵.
온 세상이 울려댄다.
저릿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한 무언가가 내 속에서 자꾸만 울려댄다.
내 심장 소리인 척 하면서 무언가가 내 속에서 울려대는 것 같다.
마치.....경고음처럼,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는 것처럼 내 속을 울려댄다.
세상이 떠다니는 것 같다.
아니, 나 자신이 떠다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지럽다.
내 몸이 어지러운 건지, 마음이 어지러운 건지.......
나도 잘 알 수가 없다.
내 빗겨 맞은편 쪽에 앉아 있는 신우 형은 술만 마시고 있고,
민혁이와 종현씨는 뭐라고 떠들며 cheers를 외치고....
정신이는......정신이는.....내 옆에서...아...날 보고 있네.
근데 이 아이가 왜 날 이렇게 보는 거지?
“누나, 괜찮아? 얼굴이 빨개.”
“어? 어.......괜찮아.”
새해가 시작됐다고 오랜만에 뒤풀이를 하게 됐다.
그런데 난 왜 여기에 앉아 있지?
정신이가 묻지 않았다면, 계속 난 뻥한 채 앉아 있기만 했을 것 같다.
“아오이 누나한테 전화했어. 괜찮지?”
종현씨가 모두에게 말을 건넨다.
아오이 언니?
“좋지.”
신우 형이 짧게 대답한다.
술잔이 오고 가고, 신우 형은 계속 연거푸 술잔을 들이키고 있다.
“누나!!”
“어? 어?”
“왜 그렇게 불러도 몰라?”
정신이가 계속 나를 불렀나 보다.
내 정신이 어디에 팔려 있는 건지.....
“미안해. 근데 왜?”
“그냥....누나...이상해서.....”
“뭐가?”
“아니, 누나 얼굴빛도 안 좋고, 열나는 것 같기도 하구......괜찮아?”
정신이가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이 아이....나보다 동생인데도 이럴 땐 꼭 오빠 같다.
“너....그렇게 보니까......오빠 같다. 내가 그렇게 어설퍼 보여?”
“응. 누나....솔직히 나보다 애 같아. 막....걱정된다구....”
이상하게 정신이의 말이 감동이 된다.
날 생각해주고 있구나......
“약간.....어지러워서 그래. 괜찮아.”
“누나...진짜 술 약하구나. 거의 마시지도 않고 벌써 취한 거야?”
정신이는 뭐라고 핀잔을 하더니 내 머리를 자기 어깨 쪽으로 기대게 한다.
“정신아......”
난 순간 당황해서 고개를 들려고 했지만 정신이가 내 머리를 손으로 꾹 누른다.
“그냥....기대라고 할 때 입 다물고 기대세요.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정말......어지러운데 잠시만 기댈까 싶기도 하다.
잠시 눈을 감았다 떴는데 종현씨와 이야기하고 있는 줄 알았던 신우 형이 날 바라보고 있다.
헉....
순간......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숨이 턱하니 막힌다.
아니, 마치 그 눈이 내게 잘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의 눈빛이.......무섭다.
저 눈빛은.....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난.......다른 눈빛에 길들여져서 지금 저 얼어붙은 듯한 눈은 다른 사람의 눈 같다.
아니......저 사람은 다른 사람 같다.
“어~ 형! 왜 이렇게 마셔대?
곧 아오이 누나 온다니까....
이러다 누나 와도 못 알아보겠네.”
내 건너편에서 종현씨가 신우 형을 말리고 있다.
“なに? 私,はなしね?” (뭐야? 내 얘기 했어?)
어느 틈에 아오이 언니가 와 있다.
아오이 언니가 오자 종현씨가 언니를 가볍게 안고 인사 한다.
그런 종현씨를 향해 웃는 아오이 언니, 그 웃음이 참 이뻐서 부럽다.
종현씨는 아오이 언니에게 자리를 비켜주고는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아까까지 한 번도 웃지 않던 신우 형이 아오이 언니가 오면서는 웃는 거 같다.
역시 아오이 언니인가....
다들 일어로 떠들기 시작한다.
가벼운 이야기는 일어로 할 수 있지만, 난 여전히 일어가 어렵다.
듣는 건 대충 듣는다고 쳐도 이렇게 서로 수다를 떠는 건 아직 내겐 버거운 일이다.
이방인처럼 듣고 있다가 술잔을 드는데 정신이가 내 손을 잡는다.
“오늘...누나는 관리 대상이야. 더 이상 먹지마.”
“어? 나 별로 안 마셨어.”
“자기 얼굴이나 보고 그런 말을 해. 열 오른 거 몰라? 표정도 안 좋구만.....”
“그래?”
정신이는 뭐가 그리 걱정이 되는지, 내가 하는 거 전부다 관리를 해댄다.
얘가 왜 이러나 싶다가도 고맙기도 하다.
눈을 들어 앞을 보니 아오이 언니가 신우 형에게 귓속말을 한다.
두 사람의 모습이 참 다정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신우 형이 저런 미소를 띠는 걸 일본에서 본 적이 있었던가 싶다.
지금 아오이 언니와 함께 있는 신우 형의 모습은 한국에서 그 언젠가를 떠올리게 한다.
아.....신우 형.....저렇게 웃는 사람이었지.
저렇게 부드럽게 웃어주는 사람이었지.
늘.....저렇게 들어주고 웃어주는.......사람이었지.
내 옆에 앉아 있는 종현씨가 조용하게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종현씨, 물어 보고 싶은 게 있어.”
“물어 봐.”
“혹시......아오이 언니랑 신우 형.....두 사람 서로 좋아하는 사이야?”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종현씨가 자신의 잔에 맥주를 가득 붓더니 원샷을 해 버린다.
종현씨가 그러고 있는 동안에도 아오이 언니와 신우 형은 자신들끼리 웃으면서 조그맣게 이야기하고 있다.
“종현씨........”
“....글세........그건 두 사람한테 물어봐야겠지.”
종현씨의 얼굴이 어두워 보인다.
“종현씨.....혹시......”
“미녀야,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희한하지 않냐?”
“응?”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란 게 화살표를 가지고 있어서 이렇게 저렇게 향하고 있다는 게.......
근데 그 화살표는 한쪽만을 가리키고 있다는 거지.
화살표는 돌아오지 않아.”
종현씨는 다시 맥주를 쓸쓸히 들이킨다.
돌아오지 않는 화살표.....
종현씨의 눈을 따라가보니 그 시선의 끝에는 아오이 언니의 미소가 보인다.
그러나 그 미소는 신우 형을 향해 있다.
그리고 신우 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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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랐니? 니가 연습실에서 울었던 그날.....
그래서 레스토랑에 못 왔던 그날....
난 너에게 고백하려고 했어.
내가 좋아한 사람은.....다른 사람이 아닌 너라구.....
고미녀!! 바로 너!!!”
“시...신...신우 형!!!”
“왜....당황스러워? 피하고 싶어?
너....정말 모르는 거야? 모른 척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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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부산에서 신우 형의 말이 떠오른다.
나를 너무나 놀라게 했던 신우 형의 말.
화난 듯 소리 지르며 내게 했던 그 말.
왜 몰랐을까.
그때도 저런 미소를 내게 짓고 있었는데, 왜 그때는 몰랐을까?
신우 형의 마음 한 자락이 내게 닿고 있다는 걸, 신우 형의 화살표가 나를 향해 있었다는 걸.....
왜 그때는 몰랐을까.
정말 난 몰랐던 걸까....아니면 나도 모르게 모른 척하고 있었던 걸까.......
지금은 이렇게 다 보이는데, 왜 그 때는 안 보였을까......
내 휴대폰이 울린다.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나가는 동안 휴대폰은 다시 죽어버린다.
배터리가 다 된 것 같다.
태경이 형님이었는데.......
또 화내실까 걱정이 된다.
근데 한편으로는 전화가 꺼진 게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언젠가부터 태경이 형님의 전화가 힘들다.
받을 때도, 끊고 나서도 늘...마음이 무겁다.
지금은 더더욱 마음이 무겁다.
지금 이 마음으로 태경이 형님의 전화를 받는 것도, 이야기를 하는 것도 힘들지 않을까.
뭔가 잘못하고 있는 이 기분은 뭘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나도 알 수가 없다.
무엇이 날 이렇게 허전하게 하는 건지, 무엇이 날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건지......
내가 알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어지러운 마음에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를 했다.
차가운 물을 끼얹고 나니 정신이 좀 드는 듯도 하다.
고미녀!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어떤 결심으로 온 건지.......잊어버리면 안 된다.
거울 속에는 멍청한 여자 하나가 멍하게 서 있다.
그 바보 같은 여자에게 몇 번이나 다짐을 한다.
내가 왜 이곳에 서 있는지, 왜 이곳까지 와서 이러고 있는지......
몇 번이나 다짐을 하고서야 겨우 화장실을 나왔다. 그런데 저쪽 복도 끝에 신우 형이 걸어오는 게 보인다.
이상하게 긴장이 된다.
난 고개를 숙인 채로 반대편 벽에 붙다시피 하며 신우 형의 곁을 지나쳤다.
아니, 지나치는 줄 알았다.
“아........!!!!!!”
신우 형이 내 팔을 잡았다.
그리곤 바로 나를 벽으로 몰아붙인다.
“시...신우 형!!!”
신우 형은 내 팔을 벽에 붙인 채로 날 노려보며 서 있다.
신우 형의 눈이 내 눈 앞에서 소용돌이를 치고 있다.
그 눈이 검고 짙은 빛으로 날 빨아들일 것 같다.
“너.....뭐야!!!”
화난 듯한 목소리.
내가.....뭘....잘못한 거지?
그에게서 진한 술내음이 풍긴다.
“내가....너....이러라구 포기한 줄 알아?
내가....너 이러라구 양보한 줄 아냐구!”
“신우 형....무슨.....”
신우 형이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도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나신 거지?
“황태경 하나로는 만족 못 해?”
뭐?
지금 신우 형이 뭐라고 하는 거지?
신우 형의 눈이 불타오르는 거 같다.
난 그 눈앞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뭐해! 둘이!”
정신이다.
정신이가 신우 형과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보고 있다.
그제서야 신우 형이 내 팔목을 놓아 준다.
“뭐야? 형! 취한 거야?”
정신이의 목소리에 약간 날이 선 것도 같다.
지금 이 상황에서 일이 복잡하게 되는 것보다는 내가 변명이라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아니...내가...어지러워서 신우 형이 잡아 준 거야.”
“아...그래? 하여튼 누나 오늘 위태위태 하더라니깐....
들어가자.”
정신이는 그제서야 약간 안도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들어갈 수가 없다.
“신우 형...저..먼저 숙소로 갈게요. 죄송해요.
정신아, 미안...누나 먼저 갈게.”
“어...누나 갈 거야? 그럼, 기다려. 나랑 같이 가.
이러다 길에서 쓰러질 수도 있잖아.”
정신이가 가방을 가지러 들어간 사이, 신우 형과 내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뭔지 모르겠지만, 난 신우 형의 시선을 피하게 된다.
“저....나가 있을게요.”
결국 이 어색함을 이기지 못하고 내가 먼저 자리를 피하려 했다.
“고...미녀.....”
순간 신우 형의 주저하는 목소리가 나를 잡는다.
무슨......말을 하려는 걸까.....
황태경 하나로는 만족 못 해?
신우 형의 말이 내 머리에서 윙윙 댄다.
“누나! 가자!”
뭔가 말하려던 신우 형이 다시 입을 다물었다.
차라리 다행이다 싶다.
그와 더 이상 무슨 말을 할까.
밖이 뿌옇게 안개가 서려 있다.
2
“누나, 아까부터 무슨 생각해?”
흔들리는 전철 속에서 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었다.
정신이는 그런 내 눈치를 보고 있었나 보다.
“아무 생각도 안 해.”
“어지러워?”
“조금......”
“....나...한테 기댈래?”
난 아무 말 없이 정신이의 어깨에 머리를 대고 눈을 감았다.
편하다.
“누나.....”
“응?”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응. 물어 봐.”
“누나......태경이 형 처음 봤을 때 어땠어?”
“어땠냐니? 뭐가?”
“아니, 내 말은.....태경이 형 봤을 때 좋았냐구.”
좋았나? 그랬나?
“좋았어.”
“어떻게 좋았어? 가슴이 떨렸어?”
“응....그랬던 거 같아. 심장이 쿵쿵 뛰고 그랬어.”
“어떨 때?”
“그냥....노래 부를 때.....그리고 곡 만들 때.....멋있었어.”
“그게 다야?”
그게 전부인가......
아니 안타깝기도 했던 거 같다.
“그 사람이 힘든 게 싫었던 것도 있었어.
자신만만한 그 사람이 힘들어 하거나 울고 있는 게 마음이 아팠어.
내가 뭔가 위로가 되어주고 싶고 그랬어.
그리고.....내 비밀을 지켜주는 게 고맙기도 했고....
뭔가 도움이 돼서 그 사람에게 인정받고도 싶었고....
그랬던 거 같아.”
그래 생각해 보니 그 사람이 힘들 때 차라리 뭔가 내가 뭐라도 해 줄 수 있어서 좋았던 거 같기도 하다.
민폐가 되지 않으려고,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던 거 같다.
그렇게 내 자리를 인정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뭐가 그래?”
“응?”
갑자기 정신이는 뚱하게 말을 뱉었다.
“그냥..좀 이상해. 사귀는 사이가......뭐, 그 모양이냐?
여튼.....그럼...누나 요즘은 어때? 맨날 맨날 생각나고, 보고 싶고, 보고 싶어서 눈물 나고 그래?”
아...오늘따라 정신이의 질문이 너무 어렵다.
태경이 형님이 계속 생각나고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나.......
그랬던 거 같지가 않다.
이곳 생활이 너무 바빠서 그럴 겨를도 없었던 것 같다.
태경이 형님께 전화가 오면 반갑기보다는 부담이 되었다.
화내실 것 같고, 자꾸 돌아오라고 하실까봐 전화 받기 전에는 늘 심호흡이 필요했다.
“누나!!”
“아.....맨날 생각나고 보고 싶고....꼭 그런 건 아니야.
많이 바빴잖아. 일어도 공부해야 되고, 작곡도 해야 되고, 우리 연습도 많았고.....
그래서.....그럴 틈이 없었어.”
“그...래?”
정신이의 대답이 이상하게 날 불안하게 한다.
“아니....물론.......좋고, 보고 싶지. 그렇긴 해.”
“그럼, 전화할 땐 두근거리고 그래? 목소리 듣고 있으면, 너무 좋고 그래?”
이 아이가 오늘 내게 왜 이러는 걸까.....
날 왜 이렇게 곤란하게 하는 걸까....
“정신아.....나....조금 피곤해. 그만 하면 안 될까?”
“누나......! ......아니야....알겠어. 쉬어.”
정신이는 뭐라고 말하려다 이내 입을 다물고는 내 머리를 토닥토닥거린다.
그러나 내 머리 속에서는 정신이의 질문이 자꾸만 떠다닌다.
나........태경이 형님이 정말 보고 싶은 걸까?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눈물이 날 만큼 보고 싶어 하는 걸까?
황태경 하나로는 만족 못 해?
그 말이.....자꾸만 내 마음을 어지럽힌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세상이 고요하다.
“비가 오고 있는 건가?”
손을 내밀어 보니 아주 약하게 빗발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
워낙 흩뿌리듯이 오고 있어서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누나, 미끄러워. 나 잡아.”
길바닥에는 어느 새 물이 고여서 미끄럽기도 했다.
정신이가 시키는 대로 그 아이의 팔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누나....이렇게 걷고 있으니까.....우리...꼭 연인 같다. 그지?”
“장난칠래?”
난 정신이의 등을 팔꿈치로 쿡 쳤다.
“장난 아닌데.......
누나.....근데 정말 태경이 형이랑 사귀는 거 맞아?”
“너 오늘 따라 왜 이렇게 태경이 형님 얘기를 해?”
정말이지 오늘은...이런 얘기가 너무 지친다.
“정신아.....그 얘기 이제 그만 하자.”
“누나......나도......좋아하는 사람 있는데.....난 도저히 누나가 이해가 안 돼.
태경이 형이랑 사귄다면서, 좋아한다면서 어떻게 그렇게 무덤덤해.
좋아하면 표가 나야 되는 거 아니야?”
“정신아!!”
“난 말야. 그 사람이 너무 좋아서 보고 있어도 계속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고 그래.
그래서....누나가.... 태경이 형이랑 사귄다는 게 이해가 안 돼.”
“!”
“정말 사귀는 거 맞아?
아니지. 정말 태경이 형 좋아해?
보고 싶어 죽을 만큼 좋아? 그래?
가만히 있어도 계속 생각나고 그래?”
나.....정말....태경이 형님을...죽을 만큼, 보고 싶어 죽을 만큼...좋아하는 건가?
정말 그런 건가?
생각나지 않는 시간이 없을 만큼 계속 계속 보고파 하는 걸까........
“누나!!!!”
“정신아!!! 이제 그만 하자. 나......이제 들어갈래.”
이미 우리는 숙소 앞에 와 있었다.
이 아이랑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누나! 나....누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정신이의 목소리에 뭔가 힘이 들어가 있다.
아......이런 상황은 정말.....견디기가 어렵다.
“제발.....제발.....정신아.......
나......혼자 있게 해 줘. 제발 부탁이야.”
“누나.........”
“제발........”
정신아....제발.....나.....힘들어.
오늘은.....그냥...날 좀 혼자 있게 해줘.
“알았어. 미안해. 들어가. 쉬어.”
걱정하는 듯이 날 계속 지켜보는 정신이를 두고 방으로 들어왔다.
온 몸이 떨려 온다.
내리는 줄도 몰랐던 가랑비에, 그 소소하게 흩날리던 비에
온 몸이 젖어버렸다.
차갑게 젖은 옷이 살갗에 닿을 때마다 소름이 끼쳐온다.
언제 이렇게 젖어 버린 것일까.
방 구석에 웅크리고 앉았다.
젖은 바지가 더 차갑게 느껴진다.
이렇게 젖어가는 줄...몰랐다.
소소하게 내리던 비가.....이렇게 온 몸을 적시고 있을 줄........
온 몸이 비에 적셔버릴 줄....정말 몰랐다.
사람도.....비처럼......젖어간다.
3
“本当に大丈夫?”(정말 괜찮아?)
“大丈夫”(괜찮아.)
“変なの. 今日の何か事あったか?”(이상해. 오늘 무슨 일 있었던 거야?)
“雨が降ってそう.”(비가 와서 그래.)
“雨? 今雨が降るんだって? (비? 지금 비가 온다구?)
私の目には見えないのに?” (내 눈엔 안 보이는데?)
“少しずつ雨が振り撤いている.”(조금씩 뿌리고 있어.)
“それ分かる? チョンさんは......さすらう.(그거 알아? 정상은.....늘 떠돌아다녀.)
どうしてそのように心が漂うか?”(왜 그렇게 마음이 떠다니는 거야?)
“青井, 俺は.....心臓がなかったら.”아오이, 난....심장이 없거든.”
“なに?”(뭐라구?)
“난.......심장이 없어.”
“チョンさん......私は聞き分けない.(정상, 난 못 알아듣잖아.)
“심장을......도둑 맞았는데.......
그리곤 잃어버렸는데.......
그 심장이.......다시.......뛰어.
심장이 없는데,
심장을 잃어버렸는데,
그 심장이.......다시.......뛰어.
그래서.......슬퍼.....”
잃어버린 심장이 뛰고 있다.
내 것이 아닌 심장이 뛰고 있다.
이제 뛰어서는 안 되는 그 심장이 뛰고 말았다.
얼었을 거라고, 이미 얼어붙었을 거라고 안심하고 있던 내 심장이.......
어디 있는지도 알지 못했던 내 심장이 뛴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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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늦었습니다.
3주째 징하게 감기를 앓았네요.
이번 감기는 정말 독합니다.
너무 기침을 많이 해서 폐에 구멍이 생기는 줄 알았답니다.
님들...모두...감기 조심하시길....
정말...무섭습니다. 이번 감기.....
아...그리고 이제 이 26회를 마지막으로 27회부터는 제 블로그에만 연재하게 되겠네요.
계속 <신우 이야기>를 보고픈 분들은 제 블로그로 와 주시길......
(http://blog.daum.net/grandblue08/)
미남텔존.....여러모로 참....아쉽네요.
그동안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추천과 댓글......저에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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