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 이야기 24 -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 사이
1
“ヨンちゃん! 大丈夫?”(용짱? 괜찮아?)
앞의 이야기는 뭔지 못 들었는데, 아오이라는 분이 신우 형에게 괜찮냐고 묻고 있었다.
뭐가....괜찮냐는 거지?
신우 형은....순간 멈칫 하다가 나랑 눈이 마주쳤다.
뭘 잘못하다가 들킨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
난 고개를 급히 돌리고는 정신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말을 걸었다.
뭐라고 떠들었는지 생각도 나지 않지만, 좀 지나서 둘을 보니 둘이 나란히 앉아서 웃으며 이야기하는 게 보였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낯이 익은 듯했다.
왜 저 모습이 낯이 익은 걸까.........
그 순간 전화가 울렸다.
어........
소리로 했는지 몰랐는데 진동으로 안 바꾼 모양이었다.
연습실에서 휴대폰이 울리는 건 정말 무례한 일이라고 했는데....정말 큰일이다.
울리는 휴대폰을 들고 바깥문으로 향하다가 소리가 너무 크게 울리자 결국 받고 말았다.
<뭐야!! 고미녀!! 왜 이렇게 늦게 받아!!!>
“엇!!! 태경 형님!!!”
태경이 형님이었다.
그런데 내가 외치는 순간 사람들이 나를 향해 일제히 눈을 돌렸다.
신우 형도, 정신이도, 아오이라는 분도, 종현씨까지........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난 밖으로 뛰어나갔다.
“형님! 연습실이었습니다. 사실은 전화를 받으면 안 되는데....제가...소리...”
<뭐야! 고미녀! 마음이 식은 거야?>
“예?”
<내 전화를 안 받다니...마음이 식은 거지. 아니야?
어떻게 감히 내 전화를 안 받아!!! 내 전화는 어디서건 어떤 상황이건 받아야지!!!?>
“형님.......”
<너!! 바람난 거야?>
“형님!!!!!”
요즘 형님은 이상하게 조급해지시는 것 같다.
떠나올 때도 어렵게 어렵게 형님을 설득했는데, 와서도 여러모로 형님은 내가 여기에 와 있는 것이 마음에 안 드신 듯했다.
마실장님께서 신우 형이 여기 있는 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해서 태경 형님에게 말씀 못 드렸는데......
형님이 자꾸 이렇게 말씀하시니 더더욱 진실을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어머니......미국 가셨어.>
“예?”
<어머니 미국 가셨다구. 여러모로 괴로우셨던 건지.....이모네에 당분간 가 계시겠대.
다행이지 뭐. 이젠 너 안 괴롭히시겠지.>
“어차피 전 일본에 있지 않습니까?”
<이제 돌아와.>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돌아오라구. 넌.....나 안 보고 살 수 있어?
난......고미녀 너 안 보고 사는 거....힘들어.
우리 사귀는 사이 아니야? 뭐야 이게. 맨날 떨어져서.......>
“형님.......”
형님의 말씀에 아스라해 오면서도 무거운 돌이 가슴에 얹힌 것처럼 답답해 온다.
<돌아오라구. 고미녀!!!
여기에서도 얼마든지 가수는 할 수 있어.
코디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가수하면 되잖아.
이젠 미남이두 나름 자리잡았구.......
넌 일본에 있다가 온 동생이라고 하기도 좋구......
들어와. 내 옆에 있어.>
내 옆에 있어........
그래.....이 말을 기다린 때도 있었다.
그치만 지금은.......이런 말을 듣고 싶었던 건 아닌데.........
난....크게 심호흡을 했다.
“형님, 곡은 많이 쓰셨습니까?”
<곡? 곡 쓰기 힘들어. 니가 없어서 그래.
고미녀가 내 옆에서 나를 지켜봐줘야 하는데, 이건 뭐.......스트레스 받는 놈들만 옆에 있구....넌 없구.....
스트레스야.
야! 고미녀!!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그러니까 빨리 오라구!!!!>
“형님.......저......못 가는 거 아시잖아요.”
<왜!! 왜 못 온다는 거야.
내가 곡 써줄 테니까......그 곡으로 데뷔하면 되잖아.
그러다.....우리 사귀는 거 밝히면 되구.......
이제 괜찮다니깐?
와서 같이 있자. 응?>
윽박지르는 걸로 안 되니까 이젠 나를 어르시는 듯하다.
내가 뭐라고 이 잘난 사람을 이렇게 만들었나 싶기도 하지만, 지금은 이곳에서 제대로 배우고 싶은데
이 사람에게 난 뭐라고 말해야 할까.
내가 뭐라고 말한 듯.....이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까.......
코디 일도 그랬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지는 묻지 않았다.
그냥.....자신의 옆에 있으면 좋지 않냐고 하셨다.
내가 뭘 원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는 묻지 않으셨다.
그것이 날...얼마나 슬프게, 숨막히게 했는지........형님은 모르신다.
너무나 빛나는 이 사람은.......내가 뭐 때문에 힘든지....모르신다.
어쩌면 내 문제일지도 모른다.
내가.......이 사람 앞에서는 나 자신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마음을 들키는 게 부끄러운 건지.....
이러다 이 사람이 나를 싫어할까봐 무서운 건지.......
이 사람 앞에서는 나를 나 자체로 보여줄 수가 없다.
이 사람의 문제일까.....내 문제일까.........
전화를 끊고서도 한참을....밖에서 서성댔다.
내 마음이 진정될 수 있도록.......그렇게 한참을 찬바람을 맞고 서 있었다.
“누나....”
“어...정신아! 언제 나왔어?”
“음.........괜찮아?”
“어? 뭐가?”
정신이는 내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뜬금없는 말을 건넨다.
“누나, 지금 태경이 형이랑 전화한 거잖아.”
“어......알았어?”
“당연하지. 연습실에서 그렇게 크게 ‘태경이 형님’하고 외쳤는데.....”
“미안해. 내가 진동으로 해 놓는 걸 깜박했어.”
“근데 왜......그렇게 얼굴이 어두워?”
“응?”
“누나 태경이 형과 사귄다며?”
“...................”
“근데 왜.......사귀는 사람과 전화했는데 얼굴이 어둡냐구......”
이 아이.....왜 이러는 거지.
왜 이리 진지하게 이렇게 무섭게 날 보는 거지?
“들어가자. 다들 기다리시겠다.”
“누나!!!”
정신이가 갑자기 내 팔을 잡았다.
왜 이러니....너.......
“정신아.....제발......들어가자.”
순간 정신이의 눈이 조금 풀리는 듯하더니 내 팔을 잡았던 손을 풀어준다.
한숨을 쉬며 연습실 계단 쪽으로 발을 돌리는데 그 앞에 신우 형이 서 있다.
신우 형은......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숨이 막힐 것 같다.
그랬다.
어떻게 숨을 쉬어야 할지....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신우 형이 돌아서서 계단을 올라갈 때까지......난 그 자리에 서서 그러고 있었다.
2.
곡을 쓰고 싶다.
내게 작곡을 가르쳐주시는 분은 굉장히 친절했다.
뭔가 편하게 해 준달까......
나는 이 분을 先生(せえんせい)라고 기어코 불렀다.
이 분은 손사래를 치셨지만 난 고집스럽게 그렇게 부르고야 말았다.
코드법을 가르쳐준 이후, 입으로 음을 소리내 보게 하면서 녹음해 오라고 했다.
기본 코드야 다 아는 거긴 하지만, 이것을 작곡하기 위해 해 보는 것은 굉장히 달랐다.
어느 정도 코드에 익숙해지자 각각의 코드에 맞춰서 2소절, 4소절의 짧은 음을 녹음해 오게 했다.
길게 가지 않으니 나름 해볼 만했다.
조금씩 내가 만들어간 소절들이 쌓여가기 시작하니 재미도 있었다.
학교 종이 땡땡땡 분위기인데도 열심히 칭찬해주시니 혼자 우쭐대기도 하며 신이 나기도 했다.
화성법의 기본을 배우고 조금씩 작은 소절들이 쌓이자, 작곡자 선생님은 내게 제대로 곡 한번 만들어 보자고 하셨다.
잘 되면 짧게라도 곡으로 만들어 무대에 서 보자고도 하셨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두근하기 시작했다.
내게 주어진 과제는 suspend 코드.....
Csus4(도파솔), Dsus4(레솔라), Asus4(라레미)를 기본으로 해서 Sabi(후렴구) 부분을 만들어 보는 것.
그것이 내 과제였다.
가볍게 몇 소절 만들어 보던 거와는 좀 차원이 다른 듯했다.
이걸로 곡을 쓸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 마음이 무거워지는 듯했다.
며칠 밤을 키보드와 씨름했지만, 어떤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말.....난...학교 종이 땡땡땡 이상은 할 수 없는 걸까......
진짜 난 안 되는 걸까.......
심지어는 뭐라도 되는 듯 음을 두드려보면, 학교 종이 땡땡땡의 변종이거나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뭐 이런 노래가 되었다.
정말....이래서 표절을 하는 걸까....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지니까.....
정말....재능이 없는 걸까....난.......
“하아.........”
저 속에서부터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러다......정말 연습실 내려앉겠다.”
언제부터 계셨던 건지.....신우 형이 내 앞에 와 서 있었다.
“신우 형.....”
도대체 얼마만에 신우 형이 내게 먼저 와서 말을 걸어주신 걸까.......
어쩌면 한국을 떠나온 이후 처음인 듯하다.
“뭐가 문제야?”
“잘.....못하겠어요.”
“뭘?”
“작곡 숙제요.”
“뭘 해오라는 건데?”
“Csus4, Dsus4, Asus4 써서 Sabi 만드는 거요.”
“얼만큼 했어?”
난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나도 못 했어?”
“네.”
“니 문제가 뭐야?”
“예?”
“곡이 안 써지는 니 문제가 뭔 거 같냐구?
뭐가 어려워?”
뭐가 어렵냐니......곡 만드는 거 다 어려운데.....
“다 어려워요. 곡 만드는 것도....음도 전혀 안 만들어지고.......
만든 건 너무 유치하고......
전부다 ‘학교 종이 땡땡땡’ 비슷해요.”
“학교 종이 땡땡땡이 어때서?”
“예?”
신우 형은 이상한 말씀을 하신다.
그 유치한 곡이 어떠냐니......
이런 곡으로 무대에 서면 다들 비웃을 텐데.......
“고미녀! 너 어떤 음악을 하고 싶어?”
어떤 음악?
어떤 음악일까......
난.....이런 고민을 한 적이 있을까.....
“잘...모르겠어요.”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모른다는 거야?”
“예.......그냥........좋은 노래 부르고 싶다는 생각만 해 봤어요.
그냥....노래하고 싶다는 생각만.......”
“..................”
신우 형은 내 대답을 듣고도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괜히 내가 말을 더 이어가게 된다.
나도 모르게......자꾸만 내 속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게 된다.
“어떤 음악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구요.
어떤 음악이 좋은 음악인지도 모르겠어요.
무슨 곡을 써야 할 지....자신도 없구.....
누가.....저 같은 사람의 노래를 좋아해 줄지.......”
“사람들이......니 노래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
난......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고미녀.....너 음악 왜 하는 거야?”
“예?”
“왜.....노래가 하고 싶어진 거야?”
“그건......그냥.......노래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노래하면........살아 있는 것 같아서........”
“그래. 그런데 다른 사람이 무슨 상관이야?”
“예?”
다른 사람이 무슨 상관이냐구?
노래하고 싶어서....노래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이곳으로 와버렸는데......
다른 사람이 무슨 상관이냐고.....그렇게 신우 형은 내게 물음을 던지신다.
그래......정말.......다른 사람이.......무슨 상관이지?
내가 하고 싶은 노래를 하는 건데......나.....왜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 대해 신경 쓰는 거지?
“이제 알겠어? 고미녀?”
“예?”
“니가 지금 힘든 이유......
니 스스로가 원하는 걸 해.
니 노래의 첫 번째 관객이 누구라고 생각해?”
내 노래의 첫 번째 관객......그런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관객은....늘 다수였다.
나를 평가하고 재단하는.....관객들.......
그런데 첫 번째 관객?
“고미녀!! 너야!!”
“예?”
“고미녀! 너 자신이 니 노래의 첫 번째 관객이라구.
그러니 그 관객이 원하는 걸.......만들어 봐.
다른 이는.....아무 것도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거........
내가 하고 싶은 거........
그게 뭐지?
“지금 이 순간.....니 마음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거야.
음악은......눈에 안 잡히는 걸.....눈에 잡히게 표현하는 거야.
음악이......그림이 되기도 하고 사진이 되기도 해.
그냥.....니 마음을 묘사하는 거야.
어쩌면 음이 먼저가 아니라....니 마음의 시가 먼저일지도 몰라.
니 마음의 소리, 그 시에 따라가다 보면 그에 맞춰서 음이 나올 거야.
니 마음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게......너의.....곡이야.”
내 마음의 시를 따라가라.........
내 마음의 시.........
이 사람........언제.......이렇게......대단한 사람이 된 걸까.........
“정말....그러면........곡이 되나요?”
“그럼......당연하지. 내가 그 증인이잖아.
수험생처럼 붙어 앉아서 열심히 써서 그렇게 만들었잖아.
그러니까.....너도 당연히 할 수 있어.
알다시피.....난.....천재가 아니니까......”
이 사람의 말 한 마디가 힘이 된다.
정말.......이 사람이 그렇게 열심히 해서 얻은 것이니.....정말 그렇겠지.
이 사람의 말처럼 이 사람은 천재가 아니니까.....
나 같이 평범한 사람도.....열심히만 하면.....나도......이 사람처럼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도.......이 사람처럼.......그렇게 열심히 한다면........
나도 느껴보고 싶어요.
나도 가슴 뛰고 싶어요.
나도 소리치고 싶어요.
내일이 아니라 오늘 소리지르고 싶어요.,
그렇게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끼고 싶어요.
나도 당신처럼....되고 싶어요.
당신을 배우고 싶어요.
3
도도 파파 / 도도 솔솔 / 도도 라라 솔파 레파솔
도도 파파 / 도도 솔솔 / 도도 라시♭솔 파파
“괜찮은데.......”
종현씨와 작곡자 선생님은 내 Sabi를 보고는 칭찬해 주신다.
난 내가 쓴 한국말 가사를 종현씨에게 넘겨주었다.
“이게 가사야?”
종현씨가 보더니 작곡자 선생님을 위해서 영어로 옮기기 시작했다.
I wanna feel I wanna bleed
I wanna live like there’s no tomorrow
I wanna scream Out in the night
I wanna make love like there’s no tomorrow
I wanna be like you
“悪くない で ?” (나쁘지 않은데?)
“俺も” (나도....)
작곡자 선생님도 종현씨도 음에 붙여 보더니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arrange하면 괜찮을 거야. 내가 도와줄게.”
종현씨가 친절하게 arrange 해 주겠다고 했지만, 난 왠지 거절하고 싶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스스로 하고 싶었다.
“그냥....내가 조금 다듬어서 해 볼게.”
내 말에 약간 의아한 듯이 종현씨가 쳐다본다.
“음....그래? 그럼...그렇게 해.
어차피 부드럽고 느리게 진행하는 거니까.......음 자체가 괜찮아.
어쨌든 해보자.”
다들 괜찮다고 해 주시니 괜히 대단한 일을 해낸 듯이 마음이 뿌듯해졌다.
당장 무대에 서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난.......착각하고 있었다.
4
“고미녀!! 고미녀!!!”
멤버들이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난 골목 사이에 숨어서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래......이제 확실히 알았어.
나라는 존재의 바닥을 보고야 말았어.
나라는 존재는.....이것밖에 안 됐던 거야.
그랬다. 정말 열심히 만들었고, 열심히 연습했다.
그러나.....그 뿐이었다.
라스트에 나가서.........부드럽고 느리게 “Wanna Be Like You”를 불렀다.
저번처럼 다들 좋아해줄 거라고.....나도 모르게 기대했었나 보다.
그러나....반응은....없었다.
모두들 도대체 뭐냐는 반응에.......묵묵무답이었다.
부르면서도 점점 당황이 되었다.
이 반응은 뭔지.......
당황하기 시작하자 목소리가 떨려나오기 시작했다.
클럽 안의 관객들은 냉정했다.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기도 했고, 아예 큰 소리로 잡담하기도 했다.
아예 뒤쪽 바로 가서 술을 먹으며 떠들고 있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맞닥뜨린 현실이었다.
신우 형의 말이 맞았다.
제대로 내 노래로 승부해 보고 첫 무대니 뭐니 말했어야 했다.
부끄럽다. 너무나 부끄럽다.
비라도 왔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많이 오던 비가...오늘따라 오지도 않는다.
“고미녀........”
어떻게 찾았는지 신우 형이 기타를 어깨에 맨 채 내 바로 앞에 서 있었다.
신우 형 앞에서 너무 부끄러운데......왜 하필이면......신우 형이...날 봤을까......
“모르는 척....해 주십시오.”
“뭘?”
“신우 형.....그냥.....없는 셈 쳐주세요.
많이......아주 많이.....부끄럽습니다.”
난 벽에 기댄채 쪼그리고 앉아서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눈물도 나지 않는다.
정말.......창피하구나........
그런데 갑자기 신우 형이 내 손을 확 잡아끈다.
“어.....신우 형!!! 왜 이러세요?”
“너......레인보우 브릿지 가본 적 있어?”
“예? 뭐요?”
“가본 적 없지. 너 도쿄 와서 연습실이랑 클럽 말고는 가본 적도 없잖아.
가자.”
신우 형이 내 손을 확 잡아끌었다.
전철을 타고 어딘가에 내리니....정말 이상한....전철도 아닌......공중으로 다니는 전철 같은 것이 있었다.
“이게 뭐예요?”
“ ゆりかもめ!”
“예?”
“유리카모메라구......꼭 놀이동산에서 타는 열차 같은 거야.
일본에 와서......열받거나....힘들 때마다 탔어.
따라와.”
신우 형은 일일패스권을 샀다.
“신우 형....벌써 8신데 왜....일일패스권을 사세요?”
“있어봐. 이건.....미친 듯이 타고 내리는 게 재미야.
계속 계속 타도 되고, 내리고 싶은 데 내려도 되고.........”
유리카모메........
열차가 몇 개 되지도 않았고.....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신우 형은 나를 데리고 제일 앞 칸으로 데려 갔다.
앞 칸 맨 앞자리는 큰 유리로 되어 있어서 꼭 우리가 운전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신우 형......운전하시는 분은 없는 겁니까?”
“응. 이건 전동차야. 자동으로 움직여.
그래서 첫 칸에 타면 꼭 날아다니는 느낌이야.”
날아다니는 느낌?
우리가 탄 다음 칸을 보니 여학생 둘이가 타고 있는 듯했는데, 몇 코스 안 가서 내려버렸다.
그렇게 신우 형과 나는 맨 앞자리에 앉아서 유리창 너머로 화려한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오다이바....”
“오다이바요?”
“응.....레인보우 브릿지를 지나면 오다이바야. 들어본 적 있어?”
“아....예.....얼핏 들어본 적 있는 거 같아요.
연인들끼리 많이 간다는 곳이죠?”
“알긴 아네.
근데...겨울에는 6시까지밖에 안 해서...다 문 닫았을 거야.
유리카모메 타고 일주하는 거 외엔.......못 할 거야.”
“그래도....이렇게 타고 가니까.....좋아요.”
밤이라서.......바로 앞은 보이질 않았다.
유리창 너머로 저 앞에 수놓아진 화려한 불빛들이 보였다.
그 사이로....바다 위로.....날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다리가.......내 옆을 돌아 바로 앞까지 왔다.
“뭐...하나 물어봐도 돼요?”
“응.”
“신우 형.....왜 갑자기 일본에 왔어요?
왜.....갑자기 A.N.Jell도 그만 두고....여기에서 이렇게 있는 거예요?”
“......................”
신우 형이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어쩌면....나와 같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물어보고 싶었다.
“그냥.....문득 10년 후를 생각해봤는데, 숨이 막혔어.
내가 뭘 하고 있을지......뭘 할 줄 알지.....
그래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뭘 잘 하는지 찾아보고 싶었어.”
“한국에서 찾아봐도 되는 거....아니었어요?”
“글세......그러기엔....내가 너무 가진 게 많았던 거 같아.
인간은.....정말 간사해서.....조금이라도 편한 쪽으로 자신도 모르게 움직이니까......
그래서.....그 모든 걸.....끊어버렸어.”
“그래서.....찾으셨어요?”
“찾았나.....글세.......
내가 찾은 건....좋아하는 거와 잘 하는 게 다를 수도 있다는 거였어.
그래서 정말 좋아하는 거와 잘 하는 게 다르다면,
연습하면 내가 좋아하는 걸, 잘 할 수 있는지, 그렇게 될 수 있는지.....그 길을 찾고 있는 중이야.”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게 다르다........
어쩌면....나도 그걸 느끼고 있는 게 아닐까.
그 사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래서......신우 형은....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의 사이를.....극복하셨어요?”
“극복이라.....그건 모르겠어.
좋아하는 걸....잘 하기 위해서......열심히 곡을 쓰고 있지.
그 사이라는 건.....결국......연습과 노력밖에 없는 거니까......”
노력.....
그래서 그렇게 신우 형이 매일 5곡씩 곡을 썼던 거였나 보다.
이것이....이 사람의 답.....
“신우 형....많이...변한 것 같아요.”
“변해?”
“조금 더....큰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그래?”
신우 형이 약간 웃어 보인다.
그러나.......조금 쓸쓸해 보인다.
자기와의 싸움.......여전히.....이 사람도...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싸우고 있는 거겠지.
“어....이제 다시 레인보우 브릿지 쪽으로 돌아가는 거 같아요.
이쪽에서 보는 레인보우 브릿지도 멋진데요.”
혼자 기분이 좋아져서 신우 형 쪽을 보니 신우 형은....아무 말 없이 레인보우 브릿지를 보고 있다.
왜 자꾸...이 사람이 슬퍼보이는지....정말.....알 수가 없다.
“그거 알아?
오다이바에서 레인보우 브릿지를 바라보면.......소원이 이루어진대.”
“어!! 그래요? 그럼 빨리 소원 빌어야지.”
“이제....괜찮아졌어?”
“아...예....고마워요 신우 형.
오늘은....꼭......아니예요.”
난.....뭐라고 말하려다...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뭐? 말해 봐.”
“그게.....오늘은....신우 형이.....한국에서 만났던 신우 형인 거 같아서........좋아요.
아, 기분 나빴다면 죄송해요.”
“그래? 뭐...그렇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닐 테니.....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여기는 게 나을 거야.”
“저......그럼......아직 오늘 안 끝난 거죠?”
“어?”
“저......신우 형......새로 만든 노래.......들려주시면 안 돼요?
저번에.......만드셔서 아오이 언니랑 다 같이 보신 그 노래.......”
“아....그거......”
“제목이 뭐예요?”
“Just Please.....”
“아...그렇구나.....불러주시면 안 돼요?”
신우 형은......난감한 듯 앞만 응시하시더니 기타집을 벗겨냈다.
“그 곡은....절절한 가사라.....지금은 좀 안 맞는 거 같구.....
다른 거 들려줄게. 조금....밝은 걸루.......
하기야....비슷비슷하긴 하겠다.
제목은 one of a kind야.”
기타줄을 고르던 신우 형이 한 마디를 더 덧붙이셨다.
“이건.....고미녀의 첫무대.....축하 기념이야.”
VIDEO
<씨엔블루 - one of a kind : 출처는 동영상 안에>
On the floor, you’re moving in a way I can’t ignore
플로어 위에 니가 움직이고 있어. 난 그런 널 무시할 수가 없어.
I’m in heat, I caught a glimpse and now I’m at your feet
나는 점점 뜨거워져. 난 잠깐 보고서도 너의 발걸음인 걸 알아.
I can’t escape it, there’s nowhere to hide
난 피할 수가 없어. 어디에 숨을 수도 없어.
This feeling I got I can’t deny
내가 가진 이 느낌, 난 부정할 수가 없어.
I don’t know your name but it’s all the same
난 니 이름도 모르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Coz I can feel your heart and now I’m sure
왜냐하면 난 니 심장을 느낄 수 있으니까....지금 확신할 수 있으니까....
Don’t you know, there’s nothing I can do,
넌 모르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떤 것도 없어,
I gotta get to know you
내가 널 알아가는 것 말고는.
I have to see this through I want it all
난 이걸 알아야만 해. 그것이 내가 원하는 전부라는 걸.
I gotta let you know, this feeling is so true
너를 알게 해 줘. 이 느낌은 정말 진짜야.
Coz I know that you’re one of a kind
왜냐하면, 넌 단 하나뿐인 사람이라는 걸 내가 아니까.
And I can’t get you out of my mind
난 내 마음에서 널 지울 수가 없어.
All alone, thought I was doing better on my own
혼자였을 땐, 내 자신이 잘 지내고(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Then you came, and now my life will never be
the same no~no~
니가 내게 오고 나선, 지금 내 삶은 결코 예전과 같지가 않아.
I can’t escape it, there’s nowhere to hide
난 피할 수가 없어. 숨을 곳도 어디에도 없어,.
This feeling I got I can’t deny
내가 가진 이 느낌을...난 부정할 수가 없어.
I don’t know your name but it’s all the same
난 니 이름도 모르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Coz I can feel your heart and now I’m sure
왜냐하면, 넌 단 하나뿐인 사람이라는 걸 내가 아니까.
Don’t you know, there’s nothing I can do,
넌 모르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떤 것도 없어,
I gotta get to know you
내가 널 알아가는 것 말고는.
I have to see this through I want it all
난 이걸 알아야만 해. 그것이 내가 원하는 전부라는 걸.
I gotta let you know, this feeling is so true
너를 알게 해 줘. 이 느낌은 정말 진짜야.
Coz I know that you’re one of a kind
왜냐하면, 넌 단 하나뿐인 사람이라는 걸 내가 아니까.
And I can’t get you out of my mind
난 내 마음에서 널 지울 수가 없어.
What would you say if I was to walk up to you
만약 내가 너에게 다가간다면 넌 뭐라고 말할 거니?
Would you feel the same if I told you this feeling is true
만약 내가 이 느낌이 진실이라고 말한다면, 너도 나와 같이 느끼고 있는 거니?
I wonder what you would do
난 니가 어떤지 궁금해.
Don’t you know, there’s nothing I can do,
넌 모르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떤 것도 없어,
I gotta get to know you
내가 널 알아가는 것 말고는.
I have to see this through I want it all
난 이걸 알아야만 해. 그것이 내가 원하는 전부라는 걸.
I gotta let you know, this feeling is so true
너를 알게 해 줘. 이 느낌은 정말 진짜야.
Coz I know that you’re one of a kind
왜냐하면, 넌 단 하나뿐인 사람이라는 걸 내가 아니까.
And I can’t get you out of my mind
난 내 마음에서 널 지울 수가 없어.
이 사람의 노래가........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내 마음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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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가 미녀에게 불러준 노래는 one of a kind라는 곡입니다.
역시나 일본에서 발매한 첫 번째 곡에 수록됐던 곡입니다.
가사 번역은 제가 해서 약간 안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직역을 하면 너무 이상해서 우리 식으로 느낌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의역을 했습니다.
그러려니 해 주시길......
또....길어지고 있습니다.
지루하게 해 드려서......죄송합니다.
이제.....이곳도 보름 남은 건가요?
그 사이에 몇 편 더 올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미남존이 닫기면, 제 블로그에 와서 읽으시면 됩니다.
(블로그 주소는 댓글에.....)
제 블로그에 친구 블로그 신청 많이 하시는데, 전...사실 친구 블로그 신청이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전체 공개거나 완전히 비공개라 친구 블로그가 안 되셔도 얼마든지 들어오셔서 보실 수 있어요.
그리고 로그인 안 하셔도 댓글 다실 수 있으니......혹시 로그인이나 블로그 때문에 못 다셨다면, 편하게 달아주시길.....
그럼, 새로운 한 주도...즐겁게 시작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