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 이야기> 21. 미녀, 길을 묻다
1.
“난 절대로 너!! 인정 못해!!
내 아들이랑 만나는 걸 허락할 것 같니?
그 여자의 딸인 널!! 내가 그럴 것 같아?”
미녀의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그래도...절대로 울진 않을 거다.
절대로 저 여자 앞에서 울진 않을 거다.
“대단하시네요.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양 말씀하시네요.”
“그래! 내가 피해자야.
니네 엄마만 아니었음, 재현씨......내게 왔어.
니 엄마가 우리 사일 갈라놓은 거야.
그 노래도 내 거야. 나한테 준 거라구.”
“하아..........”
화가 나는데 너무 화가 나는데......그래서 숨이 막 막혀 오는데,
아무 말도....할 수가 없다.
난...왜 이렇게 지지리도 바보인 건가.
화조차 낼 줄 모르는 거야.....
태경 형님을 만나러 온 모화란씨는 나를 보자 또 저렇게 화를 내고 계신다.
또 저렇게 자신의 말만 하고 가버리신다.
나는....바보 같이 주먹만 꼭 쥐고 있을 뿐이다.
혹시나 나까지 소리를 내면, 형님이 들으실까봐.....속상하실까봐.....터져나오는 소리들을 내 속으로만 게워낸다.
근데.....그치만.......너무.....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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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녀! 너.......사람을 때려본 적이 없다고 했었지?”
신우 형은 탑승구로 들어가려다 말고 다시 내게 다가와서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예?”
“너......싫다고....말해 본 적 없지?”
“그게.........”
“고미녀!! 이젠 싫으면 싫다고 말하고 살아.
너무 싫으면 그 사람의 뺨이라도 때려버려.
그렇게 늘 괜찮다는 얼굴로 살지 말고, 싫으면 싫다 소리 지르며 살아. 알겠지?”
“신우 형.........”
그 날......부산에서의 그 날에 대해......신우 형이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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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 형은 내게 화를 내라고, 싫다고 말하라고 했는데, 난......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렇게 살아 본 적도, 그렇게 배운 적도 없다.
점점......난.....웃고 있는 가면을 쓰고 있는 기분이다.
2
“미녀야.....”
“어? 오빠?”
“어...너 표정이 왜 이래? 뭔 일 있었어? 안 그래도 모화란씨가 왔다가는 것 같던데....
그거 보고 혹시 너한테 뭐라고 했나 싶어서 막 뛰어 왔잖아.”
오빠의 얼굴이 무지 어두워진다.
아마...내가 여기서 속상하다고 말하면, 오빠는 형님께 가서 한바탕 할지도 모른다.
난....그냥 웃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씩씩하다는 듯이....
그런 듯이.....웃는다.
그러면......오빠도....형님도......그냥......괜찮은 줄 안다.
“어....여기 있었네.”
“형님!!!”
형님과 미남이 오빠가 부딪치는 건......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난 금세 헤헤 웃으며 형님의 팔짱을 잡고 연습실로 데리고 갔다.
가는 내내 오빠의 노려보는 시선이 느껴져서 불편하다.
“뭐야? 고미남이 또 뭐래?”
“아닙니다. 이번 곡...다 쓰셨습니까?”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황태경이잖아. 들어볼래?”
“예. 듣고 싶습니다.”
나는 말 잘 듣는 어린아이처럼 형님 옆자리에 앉았다.
형님은 키보드에 이어폰을 꽂고 내게 건네주신다.
“좋지?”
“예........”
음악이.....내 귀로 들어오는데.......내 마음은.......떠다니기만 한다.
고미녀.....너......여기서.....뭐 하니?
3
신우 형이 떠나고 며칠 후, 미국에서 오빠가 돌아왔다.
물론 공항에서 나와 오빠는 바꿔치기 해서 사장님께는 내가 들어온 걸로 바꿨다.
짧은 머리 그대로에 오빠와 내가 너무 비슷해서 그런지 사장님은 다행히도 저번에 신우 형과 함께 본 여자라고는 생각지 않으시는 듯했다.
“자....A.N.JELL의 가장 큰 장점이 뭐냐?
멤버들의 가족이 내 가족이다....뭐 그런 거 아니냐?”
정말로 당황되는 순간이었다.
사장님은 태경 형님과 제르미 앞에서 나를 소개하셨다.
다들....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고미녀 양은 미남이 쌍둥이 동생인데.....미국에서 금방 들어와서 갈 데가 아직 없다네.
신우 방도 비어있고, 당분간만 여기에서 지내도록 했으니까....
다들....양해해 줄 수 있지?
태경아? OK?”
태경 형님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당황한 표정으로 얼버무리신다.
“뭐...귀찮지만....알았어. 할 수 없지, 뭐.”
아무래도 뻘줌하신지 방으로 올라가 버리신다.
“오케이~~ 제르미는 어때?”
“저..저요? 저야....좋죠....헤.....”
그렇게....난...여전히 이곳에 있다.
달라진 건 없다.
난 여전히 이곳에 있다.
그러나.....그러나.......
“자매님....많이 힘드셨죠?
지금부터는 편히 쉬시면 됩니다. 좀 즐기시면서.....”
“아...아닙니다. 마실장님...이젠...그냥 미녀라고 부르세요. 말씀도 낮추시구요.”
“아..그럴까요? 흐흐흐
하기야...이제....수녀원으로 가시진 않을 테니....태경이도 있고.....”
마실장님께서는 무지 고마워하시면서도 홀가분하신 듯한 표정이다.
코디 언니도.......그러신 듯하다.
다들...아슬아슬 하셨겠지.
나도 그랬는데...
언제 이게 끝나나....싶었는데......
이렇게....끝은......도둑처럼 찾아와 버렸다.
4
“뭐야!! 고미남!! 똑바로 안 해!! 박자를 맞춰야 될 거 아니야?”
“아니, 태경이 형!!! 이건 이렇게 해야 제 맛이야. 정박대로 가면 촌스럽다니까?”
“뭐야!!!? 너 지금 내 말을 안 듣겠다는 거야!!!”
“아니, 그런 게 아니구.....”
오빠는.....예전과 똑같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야만 하는 성미다.
그런 면에서 태경 형님과 완전히 닮음꼴이다.
두 사람 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 되지 않으면, 죽으려고 하니까.....
미남이 오빠는.....연장자라고 해서 자신의 뜻을 굽히는 스타일이 아니니.....
“왜들 이래? 어이 고미남....태경이 형이 리더야.
이 곡도 형 거구.
원래 작곡자의 의견이 중요한 거라구.
그리고...둘 다 좀 참아. 이러다 연습도 못하고 라이브 하겠다.”
옆에서 제르미만 발을 동동 굴리고 있었다.
연습실 밖.....난 이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유리창 밖에서 구경만 할 뿐이다.
나와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었던.....
한때...내가 그 세계에 속했던.......
그리고 지금은......완전히.....이방인이 된......
유리창 안의 세계.........
“어!! 미녀 왔네. 언제 왔어?”
제르미가 날 보더니 반갑게 맞아준다.
“방금...왔습니다.”
“웬일이야?”
퉁명스러운 듯하면서도 태경 형님의 얼굴에도 미소가 옅게 드리우는 듯하다.
그 미소에...또...가슴이 떨린다.
“아유...둘이 좋아죽네. 아깐...날 잡아 먹을 것처럼...난리더만....쳇...”
“야~~ 고미남!! 너 일루 와!!!”
“형님~~~~!!”
당장에라도 한 대 칠 것 같은 형님의 팔을 내가 잡자, 형님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팔을 내린다.
“너...미녀 아니었으면, 오늘...제대로 제삿날이었다.”
“쳇~~”
오빠는 가소롭다는 듯이 콧방귀를 끼더니 밖으로 나가 버린다.
“풋...나도 나가줄게....깨소금 열심히 볶아~~”
제르미도 나와 형님을 번갈아 보더니 씩 웃으며 한 마디 남기고 나간다.
갑자기 둘이 나가 버리니 굉장히 어색해진다.
형님이 은근히 날 빤히 바라보는 게 너무 신경 쓰인다.
설레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이리 와봐.”
형님은 내 손을 잡더니 사무실 옥상 위로 나를 끌고 간다.
“어디...가시는 겁니까?”
“우리 숙소는 아무래도 낮아서...잘 안 보이구...여기서는 잘 보이더라구.
니가 좋아할 것 같아서.....”
기역자로 꺾인 부분을 돌아가니 모퉁이에 하얗고 긴 망원경이 놓여 있다.
“와....굉장히 큽니다. 왠지...전문가들이 쓰는 것 같습니다.”
“맞아. 큰 맘 먹고 샀어.
요즘.....우울해 보여서......기분 좋게 해 주려구....”
“예? 저 말입니까?”
“응....예전과 달리.....힘이 없어 보여.”
태경 형님이.....날 지켜보고 있었다는 게.....감동이 된다.
내 마음을 보고 있었던 걸까......
“이리 와봐.....굉장히 잘 보여.”
형님이 시키시는 대로 망원경 사이로 별들이 빛을 내고 있다.
캄캄해서...빛을 내고 있는지도 몰랐는데, 별들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이것 봐. 신기한 거 보여줄게.”
형님은 방향을 틀더니 나에게 보라고 건넨다.
“우와~~~ 이건 뭡니까? 별이 아닌데요? 와~~ 신기합니다.”
“인공위성이야. 가끔...육안으로도 보이는데, 망원경으로 보면 진짜 많아.”
인공위성....이었구나.
반짝인다고 느꼈던 그것들이......
이것들도 날개를 달고 날고 있었구나.
“반짝인다고...다 별은 아니네요.”
“뭐?”
“반짝이는 건...다 별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오늘 보니 인공위성도 많았네요.”
“그렇지...뭐...내 눈엔 별이건, 인공위성이건...다 잘 안 보이지만......”
“그렇네요........”
“...고미녀......괜찮은 거야?”
괜찮은가.......
나 괜찮은가.....
“그럼요. 그냥 신기해서 그랬어요.
감사합니다.”
“그래? 다행이다.”
태경이 형님의 미소가 보인다.
그 미소 사이로......물음 하나가 던져진다.
괜찮은가....정말?
5
“왕코디 언니, 웬일이세요?”
“어....태경이가 부탁을 해서....”
왕코디 언니가 갑작스레 숙소로 날 찾으러 왔다.
“뭘요?”
“너....이제 코디 일 해라.”
“예? 코디 일요?”
“그래. 계속 숙소에만 있어도 답답하고, 또 이렇게 다니면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어.
코디 일로 성장해도 굉장히 의미 있어. 이게...좀 힘들긴 하지만, 코디는.....진정한 쇼의 연출자야.
해 보면 재미있을 거야.”
“저.....언니..전 그런 일 해 본 적도 없고, 잘 하지도 못해요.”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어딨니? 하다 보면 잘 할 수 있을 거야.
일단 나와. 얘네들 오늘 방송 있는데, 같이 가자.
오늘은 옆에서 나랑 다른 코디들 하는 거 보고 어떻게 하는지 구경만 하고 있으면 돼.”
코디 언니는 나를 끌고는 바로 사무실로 데려가신다.
다들....기대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와~~ 잘 됐다. 이제 맨날 이렇게 우리랑 같이 다니겠네. 좋아 좋아.”
제르미가 나를 보고 반가워 하자, 형님의 얼굴 표정이 좋지가 않다.
“뭐야? 니가 왜 좋아? 내가 좋지!!”
형님은 내 손을 확 가로채면서 제르미를 차갑게 바라보고 계셨다.
“잘들 논다. 뭐 어쨌든....미녀 너한테도 좋을 것 같다.
맨날 집에 있어서 신경 쓰였는데.....”
미남이 오빠까지 같은 말을 한다.
내가....집에 있는 게 다들 부담이었나.....
“미녀야, 잘 봐둬. 각자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으니까 눈여겨보면 좋을 거야.
같이 활동도 해봤으니까 쉬울 거야.”
코디 언니는 친절하게 이것저것 알려주시는데 난 그저 벙진 채로 꼼짝도 못하고 서 있기만 했다.
나....지금 뭐 하는 걸까......
“풋~ 좋은데......고미녀! 니가 내 옷 입혀 줘. 이리 와!!”
형님이 내 손목을 끌고는 안으로 데려 가신다.
코디 언니가 시키시는 대로 형님께 자켓을 건네고 입혀 드린다.
형님의 입술 끝이 위로 올라간다.
기분이.....좋아 보이신다.
다행이네......
“왜...이제서야 이런 생각을 했을까.....
계속 이렇게 같이 다닐 수 있는데....연애도 하고...흠...흠...”
즐거워 보이시던 형님이 갑자기 헛기침을 하신다.
“즐거워 보이십니다. 형님.”
“어? 당연하지. 넌 안 좋아?
참...너 언제까지 형님이라고 할 거야.
코디 일 하면 아무래도 사람들도 많이 볼 테고, 호칭 고쳐.”
“그럼, 뭐라고 부를까요?”
“뭐...형님 말고 아무 거나...태경씨도 좋고, 오빠도 좋고.....풋~~”
태경씨라....처음처럼.......그렇게 부를까?
“황태경씨.....라고 부르겠습니다. 사람들이 있을 때는....”
“뭐? 그럼, 사람들 없을 때는 어쩌려고?”
“음......그건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잠시만...형님이라고 부르고....나중엔 고치겠습니다.”
형님은 내 대답이 마음에 안 드시는지....자꾸 입을 이렇게 저렇게 움직이신다.
“뭐, 좋아. 너도 시간이 필요할 테니...
근데 나 인내심 별로 없으니까...니가 알아서 빨리 고쳐!”
“예.....”
“근데.....너 말야. 좀 이상해.......
예전보다 더......”
태경 형님이 얘기하시다 말고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신다.
“예?”
“아니...좀.....날 편해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예? 그건 당연하지 않습니까?”
“뭐? 당연?”
갑자기 태경 형님의 소리가 커지자 옆에 있던 코디 언니와 사람들이 쳐다본다.
난 괜시리.....불편해진다.
“그야....형님은......늘 어려운 분이시고, 제가 존경하는 분이시고, 또......늘....높은 곳에서 빛나는 별이시니.....”
“나 참, 그놈의 별타령....알았어.
그래도 고미녀!!! 나 좀 섭섭해!!! 흥~~~!!”
“예?”
형님은 뭔가 마음에 안 드시는지 제르미 쪽으로 가버리신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형님은 뭐 때문에 저렇게 화가 나신 걸까.
뭐가 섭섭하다는 거지?
근데........나......왜 이렇게.....이곳이 적응이 안 되지?
꽤.....오래 분장실에 있었는데.....왜.....이렇게 적응이 안 되지?
불편하다.
그래서.....숨이......막힌다.
6
코디 언니가 부르셔서 가보니 마실장님과 함께 계신다.
옆에서 사장님이 뭐라고 시키시는데 두 분 얼굴이 과히 좋지 않으시다.
나중에 올까 싶어서 언니 얼굴을 보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신다.
굉장히 바빠 보이시는데.......
책상 앞에서 갑자기 진동이 울렸다. 마실장님의 휴대폰인 듯했다.
휴대폰을 들고 마실장님께 가니 마실장님은 사무실 쪽 전화를 쓰고 계셨다.
손짓으로 나보고 받으라고 하신다.
“제가요?”
고개를 끄덕이신다.
남의 전화 받는 거......좀 힘든데.....이런 거 잘 못하는데......
“여보세요?”
“저....마실장님 휴대폰 아닌가요?”
조금은 낯익은 중년 여인의 목소리였다.
“지금....마실장님 바쁘신데, 누구신지 알려주시면 전해 드릴게요.”
“아, 그래요? 내가 바쁠 때 전화했나 보네. 미안해요.”
“저....누구시라고 전해드릴까요?”
“아, 고마워요. 난 강신우 엄마예요. 마실장님 시간 되실 때......”
신우 형....어머니?
“어머니!!!”
나도 모르게 어머니라는 말이 터져나왔다.
전화 하고 계시던 마실장님도, 사장님과 코디 언니도 다 나를 쳐다보신다.
난 전화기를 들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누구....?”
“어머니....저....미녀예요. 저번에 부산에서 뵈었던......”
“세상에~~ 반가워요. 미녀 양. 이게 얼마만이야?”
신우 형 어머니의 목소리가 환해지신다.
그 환한 목소리에 괜히 코끝이 시큰해 왔다.
나....왜 이러지?
“잘 지냈어요? 어떻게 지내요? 안 그래도 보고 싶었는데.....목소리라도 들으니 너무 좋다.”
“저야말로.....어머니 목소리 들어서......정말..좋아요.”
나도 모르게 목이 멘다.
눈치 채시지 못했어야 되는데.....
“미녀 양.......요즘....많이 힘들죠?”
“예?”
갑자기 힘들지 않냐고 말씀하시니.....감사하면서도 이상하다.
왜.....내가 힘들거라고 생각하시는 걸까?
“갑자기 내가 이상한 소리를 했네. 미안해요.
그냥......내 생각엔.....여러모로 힘들 것 같아서......
나....사실.....미녀 양과 신우 관계 알고 있어요.
그리고 미녀 양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그 사람이 태경군이라는 것도.....”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다 아셨었나?
그 때, 신우 형이 다 말씀드린 거였나?
그럼......내가 많이 미우실 텐데.......
갑자기....막 서러워진다.
“미녀 양......신우가 내 아들이지만.....그래서 팔이 안으로 굽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신우와 상관없이 미녀 양이 좋고, 마음이 쓰여요.
너무.....참고 살지 말아요.”
“어머니........”
“내 오지랖이 너무 넓어서 미안하지만, 자꾸....미녀 양을 보면, 내 젊은 날이 떠올라서....안타까워.
지금도......A.N.JELL에 있어요?
사실은.....쌍둥이 오빠 대신에 잠시 활동한다고 들었는데.......”
“그것도....알고 계셨어요?”
“응......미안해요. 내가 너무 많이 알죠?”
“아니에요. 괜찮아요.
오빠가 지금 한국 들어와서, 전 이제 활동 안 해요.”
“그랬구나. 그럼 미녀 양은.....요즘....뭐 하고 지내요?”
나......뭐하고 지내지?
나......요즘 뭐하지?
“그냥.....집에 있다가......요즘은....코디 일 비슷한 거 배우고 있어요.”
“그래.......요?”
어머니의 목소리가 약간 의외라는 듯 들린다.
“미녀 양....코디 일 좋아요?”
“예? 아....저...아직 많이 안 해봐서...아직 잘 몰라요.”
“미녀 양이 좋아서 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그게...저......다들 하라고 해서.....”
“미녀 양......내가 한 말 잊지 않았죠?
우리가 사는 날들이 그렇게 길진 않아요.
하고 싶은 일 하고 살기에도 벅차다구.......”
“어머니......”
“내가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근데.....미녀 양을 보면......내가 자꾸 이렇게 되네.
미녀 양이......너무 안타까워.
마치.....나를 보는 듯해서.......정말 안타까워.
왠지.....미녀 양을 보고 있으면, 신우가.....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었을지...알 것 같애.
그래서...내가 자꾸...미녀 양에게 이러나봐.”
“죄송해요...어머니.....”
뭔지 모른다. 그냥...자꾸....코끝이 시큰하고 울컥한다.
내게......내가 하고 싶은 게 뭐냐고....물어 준.....사람이 있었던가.......
아....원장 수녀님께서도 이런 걸 물으셨던 걸까......
정말 수녀가 되고 싶은 거냐고.....
그렇게 여러 번 물어보셨던 걸까......
난.....난......어떻게......살아야 하는지.......
배운 적도, 들은 적도.....없는 것 같다.......
“미녀 양......미녀 양?”
신우 형 어머니께서 부르시는데도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목이 완전히 막혀 버렸다.
소리를 내선 안 되는데....자꾸만.....목 저 안에서 소리가 나려 한다.
그러면 안 되는데......이러면 안 되는데......
눈앞이 뿌옇게 흐려진다.
아시면 안 되는데......
자꾸만....입으로 소리가 새어나올 것 같다.
“미녀 양.......”
어머니께서는 위로하시듯이...내 이름을 부르신다.
“어...머...니........”
억지로 쥐어 짠 듯한 소리가 나온다.
내 목소리에 놀라셨을 거다.
아니....이미 알고 계셨을 거다.
그러셨을 거다.
“근데...어머니.....제가....정말로.....뭐가 되고 싶은지는....정말 모르겠어요.
근데....근데.......
어.....머니.......저도........빛나고.....싶어요.....흐...흑....
별이..... 아니어도 좋아요.
절대로 별이 될 수 없다고 해도 좋아요.
인공위성이어도 좋아요.
저도...저도...날고 싶어요.
저도....빛나고 싶어요.
제 자신이....빛나고 싶어요........”
“그럼.......미녀 양도 빛나고 있어. 그럼....당연히 빛날 수 있어.
그럼.......당연하지........힘들었구나. 괜찮아. 이렇게 들여다봤으면 됐어.
아직 정말로 뭐가 하고 싶은지, 뭐가 되고 싶은지...몰라도 괜찮아.
이렇게 물음을 던지면 되는거야.
물음을 던지며 사는 사람과, 물음을 던지지 않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다른 거야.
물음을 던진 사람은 이미.....자신의 길에 서 있는 거야.
그러니까....미녀 양 아주 잘 하고 있어.”
어머니.......
처음으로......
이 분 앞에서......
“나”라는 걸.....말해 봤다.
태어나서 처음으로....다른 사람을 위하는 행동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하는...뭔가를 해 봤다.
“왜...그래? 어? 고미녀? 왜 우는 거야? 괜찮아? 왜 그래?”
태경 형님이 내 앞에 서 있다.
언제부터 계셨던 걸까......
얼마나...난 이렇게 서 있었던 걸까.......
“왜 그래? 무슨 안 좋은 전화라도 받은 거야? 왜 그래? 엉?”
“형님........”
“그래......”
“저 근데요.......저.......발이.....너무 시려요. 너무 시려요.........”
“뭐?”
내 눈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온통 세상이 뿌옇다.
내가 태어나서.......처음으로 통곡이란 걸 해 본다.
형님은......아무 말도 없이......내 어깨를 두드려 주시기만 하신다.
내가.......왜 이러는지......나도 모르겠다.
그냥......발이 너무 시리다.
시려서.....얼어 죽을 것만 같다.
7
오늘도 공연은 길거리다.
길거리 공연.......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의 공연......
그래서......정말 나와 조우할 수 있는 곳.......
종현이가 내게 눈짓한다.
나는 눈을 감는다.
비라도 와 주면 참 좋겠는데.........
teardrops in the rain......
정말.....빗속에서는 아무도 고통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을 테니......
그래......비라도 와 주면 좋겠다.
I don't know which way to choose
How can I find a way to go on
I don't know if I can go on without you oh
Even if my heart's still beating for you
I really know you are not feeling like I do
And even if the sun is shining over me
How come I still freeze?
No one ever sees No one feels the pain
I shed Teardrops in the Rain
I wish I could fly I wonder what you say
I wish you're flying back to me again
Hope everything's same like it used to be
내 노래가 끝이 나고 나는 눈을 뜬다.
저 앞.....둥그렇게 앉아 아무렇게나 노래를 듣고 있는 사람들........
그 속에서......그 누군가의 얼굴이 보인다.
미친 놈........
난.....다시 눈을 감는다......
심장이....서서히 얼어간다........
---------------------------
teardrops in the rain은 C.N.Blue의 일본 음반에 나왔던 곡입니다.
ru님의 선물 감사합니다.
그리고....여전히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__)
<미남텔존 소설게시판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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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 ㅠㅠ 신우 노래가 너무 와닿는다 ㅠㅠ | [2010-02-08] | |||
사랑니 | 저도 날고 싶다는...ㅜㅜ 오늘 여기 날씨 이렇게 겨울비가 오는데.... 신우의 마음도 느껴지 고 미녀의 마음도 절절히 느껴집니다! | [2010-02-08] | |||
주니 | 미녀의 맘속 갈등이 , 사랑에대한 갈등인가요?하고자 하는일에대한 갈등인가요?..암튼,마치 미녀가 빙의 된것처럼 제가슴이 답답하고 안타까웠습니다~ 미녀가 얼른 답을찾길 바래요~ | [2010-02-08] | |||
qkqh | 신우랑 미녀 모두 너무 힘든 시간이듯 하네요...어서 두사람에게 따뜻한 햇살이 찾아오길 바 래요....제가 다 우울해 지네요...^^ | [2010-02-08] | |||
별달 | 미녀랑 신우랑..너무 힘든것 같아요..신우어머니께서 둘 사이를 잘 해주셨으면 하네요.. | [2010-02-08] | |||
신혼새색시 | 블루님..잘 보고 갑니다...마지막 신우의 심장이 서서히 얼어간다..는 말이 너무 가슴 아픕니 다..ㅠㅠ | [2010-02-08] | |||
사는게 뭔지 | 난 언제쯤 신우앓이에서 헤어나올까요ㅜㅜㅜㅜㅜ 블루님 넘 잘읽고 갑니다 | [2010-02-09] | |||
Ryeong | 잘읽고 갑니다...ㅎㅎ 우리 미녀도 불쌍해요.... | [2010-02-11] | |||
free1017 | 아파하는 청춘들의 성장통이 가엽네여~ 나중에 미녀도 신우도 행복해지겠죠? 그건 블루님 맘 이니까~ㅋㅋㅋ 설연휴 잘 보내시길...^^ | [2010-02-11] | |||
이쁜마양 |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2010-02-12] | |||
차니쭈니 | 언제 오시나요???? | [2010-0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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