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이시네요/(미남) 신우 이야기

신우 이야기 29 - 바람이 지나간다

그랑블루08 2010. 4. 24. 06:23
 

<신우 이야기 29> 바람이 지나간다



 

 

 

 




1.





“오늘 공연 후에 인터뷰 있어.

 다들 준비해.”


클럽으로 들어가면서 종현씨가 모두에게 준비하라며 일러준다.


“어? 무슨 인터뷰?”


“아...미녀 몰랐구나.

 우리 이번에 미니 앨범 낸 거 때문에 인터뷰 들어왔어.

 <J-Indi> 라구 인디밴드 위주로 인터뷰하고 기사 싣는 잡지야.

 나름 이쪽에서는 알아주는 데고, 거기 편집자가 원래 인디밴드 출신이라,

 기사도 잘 나아오고, 꽤 괜찮아.”


“와...그렇구나. 다들 긴장되겠다.”


내 말에 정신이가 의아한 듯 나를 본다.


“무슨 소리야? 우리만 인터뷰하는 걸로 아는 거야, 누나?

 누나도 가야지. 당연 우리 팀인데!”


“뭐? 나도? 아...아니..난....안 하는 게....”


“미녀 너두 당연히 해야지.

 이번에 니 곡에 대한 얘기도 나올 것 같던데.

 반응 좋아.”


종현씨가 옆에서 한 마디 거든다.


“어차피 이번에 인터뷰 해도, 몇 주 후에 나오니까 우리 음반 나올 때랑 비슷할 거야.

 미니 음반이랑 같이 나오면, 아무래도 좋잖아.

 이 곡을 누가 썼는지,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

 뭐, 그런 음악적인 내용을 얘기하면 돼.

 한국에서 아이돌 인터뷰하는 거랑은 많이 다를 거야.

 부담스러워 하지마.

 참 아오이 누나도 올 거야.”


“아오이 언니?”


“응. 아오이 누나가 우리 곡 만들 때 많이 도와주고 해서 같이 얘기하면 좋을 것 같아서,

 내가 불렀어.”


“아....그렇구나.”


생각해 보니, 아오이 언니는 같이 무대에만 서지 않을 뿐, 나보다 더 우리 멤버인 듯하다.


“종현씨, 그치만 내가 아직 그렇게 일어가 잘 되는 것도 아니구.

 긴장하면 일어가 더 안 돼서....”


“큭큭... 그게 걱정이었어? 걱정 마.

 미녀는 그냥 한국말로 대답하면 돼. 어차피 우리가 통역 다 해 줄 테니까.”


다들 괜찮다고 말하지만, 걱정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 잡지가 일본 인디밴드들 위주의 잡지이고, 또 한국에서는 잘 모른다고는 하지만,

혹시나 태경 형님이 아시면 또 뭐라고 하실지 그것도 걱정이다.

어쨌든 오늘은 미니 앨범 내기 전 미니 앨범에 실을 곡들을 모두 모아 발표하는 날이니,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된다.

훨씬 다듬어진 내 곡도 기대가 되고, 또 신우 형의 새 곡도 무지 기대가 된다.

Just Please는 저번 녹음실에서 들었지만, 다른 곡 하나는 들은 적이 없다.

아마 다른 멤버들도 아직 듣지 못한 거 같다.

아......아오이 언니는....들어봤을 거 같다.

역시.....아오이 언니는.....특별하니까.....


드디어 신우 형의 차례가 되었다.

보통 바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시작하는데 오늘 따라 신우 형이 스탠드에서 마이크를 잡는다.

마이크를 빼서 잡으니 아래에서 구경하던 팬들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그도 그럴 것이 신우 형이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니, 굉장히 놀라웠을 거다.

무대에서 연주하는 나도 이렇게 당황스러운데......


“私どもが今度新たにミニアルバムを出すようになりました.”

(저희가 이번에 새로 미니 앨범을 내게 됐습니다.)


앨범 소개를 하려고 마이크를 잡은 거겠지만, 이미 신우 형 팬들은 자지러진다.

저러다 팬들 중에 누가 실신이라도 할까봐 걱정까지 된다.

무대 아래 있는 팬들을 살펴보는데, 저기 아오이 언니가 웃으면서 신우 형에게 손을 흔드는 게 보인다.

인터뷰하기 전에 우리 무대부터 먼저 보려고 일찍 온 듯하다.

하기야 오늘 신우 형이 신곡도 발표하니까....

저 두 사람의 사이가...참...많이 돈독해 보인다.


“今度皆さんに聞こえて上げる歌は Y. Whyという曲です.”

(이번에 여러분에게 들려드릴 노래는 Y. Why라는 곡입니다.)

“この曲も新しいミニアルバムに入って行く曲なのに, 今日こちらで初めに聞こえて上げます.”

(이 곡도 새 미니 앨범에 들어갈 곡인데, 오늘 이 곳에서 처음으로 들려드립니다.)


난 바로 노래가 나올까 싶어서 키보드에 손을 올렸지만 여전히 기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신우 형이 여전히 마이크를 쥐고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

마치 뭔가 중요한 말을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팬들도 조용히 긴장한 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この時まで私の曲は, 少しドルロがドッが表現した曲たちでした.

 (....이때까지 제 곡은, 조금 둘러가듯이 표현한 곡들이었습니다.)

 ところでこの歌は, 私の心を一番正直に表現した曲です.

 (그런데 이 노래는, 제 마음을 가장 정직하게 표현한 곡입니다.)

 私の自らもたくさん拒否して現わしたがらない私の心をそのまま盛った曲.....

 (제 스스로도 많이 거부하고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았던 제 마음을 그대로 담은 곡.....)

 Y. Why....聞こえて上げます.” (Y. Why....들려드리겠습니다.)


순식간에 클럽 안이 함성으로 가득해져 버렸다.

팬들의 소란이, 그들의 수근거림이 무대 위에까지 들려 왔다.


“プロポーズではない?” (프로포즈 아냐?)

“ウワー! 良いだろう. その女!” (와~ 좋겠다 그 여자!!)

“そういえばチョンさま曲たちすべて哀切だったの.”(그러고 보니 정사마 곡들 다 애절했어.)


신우 형이 노래를 시작했다.


어?


그런데 신우 형이 한국어로 부르고 있었다.

이상하다. 분명 영어로 작업하셨을 텐데......왜?


키보드를 치면서도 일본팬들 반응이 걱정 돼서 아래를 보니, 의외로 팬들의 반응은 좋았다.

우리 밴드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한국에 대해 호의적이라서 그런지,

한국어로 부르는 것도 나름 괜찮게 생각해 주는 것 같았다.



Y. why


I know I've fallen in love 네가 내게 오던 날

회색으로 칠해버린 꿈만 같았어

I wanna tell you some 가슴으로 하는 말

Wanna love you I wanna hold you

취한 듯한 내 고백만

볼 수 없는 곳에 숨은 채로

듣지 못할 말들만 외쳐봐 I love you


이 짧은 한 마디가 내겐 너무 어려워

입조차 뗄 수 없어

사랑해 한 마디가 내겐 너무 벅차서 숨 쉴 수 없는 걸


네가 1을 줄 때 Girl 나는 100을 줄게

붉은 입술을 볼 때 파르르 떨리는

내 숨죽였던 숨결과 함께였던 순수함

터질 듯한 심장소리가

내 귓가에 맺히는

Baby I love you indeed

나 말을 전하지

I can't see it any teardrop in on your face, girl

I love you 이말 뿐이지


눈을 마주치면 들킬까 봐

자꾸 먼 곳 하늘만 쳐다봐 I love you


이 짧은 한 마디가 내겐 너무 어려워

입조차 뗄 수 없어

사랑해 한마디가 내겐 너무 벅차서 숨 쉴 수 없는 걸


내게 다가와 줘 See my eyes 나도 널 원하는 걸

My eyes tell you truth I wanna live in your life


이 짧은 한 마디가 내겐 너무 소중해

세상 무슨 말보다

사랑해 한 마디를 네가 내게 해주면

난 행복할 거야


신우 형의 사랑고백....

그 사람을 향한 고백이었다.

아오이 언니의 얼굴이 환하게 미소가 핀다.

언니는 한국어를 모르는데.....

그냥 영어로 부르면 될 걸, 왜 한국어로 불렀을까.

너무 직접적으로 고백하는 게 쑥스러웠던 걸까.


눈을 마주치면 들킬까 봐

자꾸 먼 곳 하늘만 쳐다봐 I love you


이 짧은 한 마디가 내겐 너무 어려워

입조차 뗄 수 없어

사랑해 한 마디가 내겐 너무 벅차서 숨 쉴 수 없는 걸


신우 형이 불렀던 가사가 자꾸 내 마음에 와서 박힌다.

그 언젠가....그 누군가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마음에 바람이 분다.





2

* 인터뷰의 모든 대화는 일본어로 진행되었습니다. 편의상 한국어로...^^





“와! 아오이 타다시 양, 정말 반갑습니다.

 그리고 블루 밴드 여러분들! 정말 반갑습니다.


잡지 기자분들과 사진기자 분들 몇 명이 나와서 우리를 반겼다.


“아, 저 죄송한데, 저희 사진은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안 찍었으면 합니다.

 나중에 잡지사로 앨범 자켓 사진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종현씨가 잡지사 측에서 우리 사진을 찍으려하자 바로 막았다.


“그렇군요. 안 그래도 그 말을 들었는데, 혹시나 될까 싶어서 일단 준비는 했습니다.

 그럼, 할 수 없죠.”


“죄송합니다.”


“자, 그럼 인터뷰로 바로 들어가죠.

 블루 밴드 멤버가 좀 바뀐 거 같은데 어떻게 된 건지 설명 좀 해 주시죠.”


인터뷰하는 기자분이 리더인 종현씨에게 먼저 질문을 던졌다.


“네. 원래 리더인 저와 드럼에 민혁이, 그리고 베이스 기타에 정신이

 이렇게 세 사람이었다가 지금은 새로 두 사람이 더 들어왔습니다.

 메인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정용화 군과 키보드에 고미녀 양입니다.”


“아...그렇군요. 안 그래도 새 멤버인 정용화 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기가 엄청나던데요.

 근데 늘 그렇게 검은 모자를 쓰는 이유가 있습니까?”


“개인적인 사정 때문입니다.”


“오! 말씀도 굉장히 짧게 하시네요.”


한국에서와는 달리 신우 형은 거의 입을 다물고 있었다.

예전 A.N.Jell 시절 신우 형은 방송이나 카메라 앞에서는 정말 많이 웃고, 많이 말하고 했었는데,

사실 어쩌면, 그 때는 정말 방송용이었을지 모르겠다.

지금 저 모습은 훨씬 차가워 보이지만, 그래도 솔직한 신우 형의 모습인 것 같다.

억지로 잘 보이려 하지 않아서 더 자연스러웠다.

인터뷰하시는 기자분들도 별로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럼, 곡에 대해서 얘기 좀 하죠.

 이번 앨범의 곡을 보니 이종현 군과 정용화 군이 거의 다 만들었더군요.

 특히 정용화 군, 아까 공연 때 들으니까 프로포즈에 가깝던데

 혹시 좋아하는 여성분이 그 자리에 있었습니까?”


짓궂은 질문에 신우 형은 한참 말이 없었다.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신우 형은 짧게 말을 잘랐다.


“오...그렇군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 흥미가 생깁니다.

 그럼 이번에 만든 곡들 어떻게 만들게 되셨는지 곡 이야기를 좀 해 주시죠.”


한참 신우 형 곡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그러고 보니 인터뷰하러 오신 기자분은 음악에 대한 지식이 굉장히 해박한 듯했다.

연주하는 나보다도 훨씬 더 많이 아는 듯했다.

이 잡지의 편집자분이 인디밴드 출신이라더니 기자들까지도 그런 듯했다.


“자...그럼 한 가지만 더 묻고 다른 분으로 넘어가죠.

 제 개인적으로 조사를 좀 했더니 곡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는데, 왜 그렇게 된 건지 설명 좀 해 주시죠.

 제 개인적인 느낌을 말씀드리자면, 첫 미니 앨범 발표 이후에 나왔던 싱글 앨범이었죠.

 “teardrops in the rain”은 뭔가 애잔하고 슬픈 분위기였다면,

 이번 곡들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바뀐 느낌이 듭니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많이 바뀐 것 같구요.

 솔직히 아까 무대에서도 말씀하셨지만, 고백하는 듯한 느낌도 들구요.”


“......고백.......맞을 것 같네요.”


신우 형이 의외로 시인하고 있다.

사실 누구나 그 노래를 들으면 고백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저, 정직한 제 마음을, 속 시원하게 음악으로 풀어낸 것뿐입니다.”


“그럼, 그렇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혹 그 상대분에게 대시를 하겠다든가, 더 이상 참고 기다리지 않겠다든가...

 뭐,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마음을 속이는 게 어려워서요.

 마음을 속이면, 음악도 속이게 되는 거니까......

 음악을 속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속인다고 속여질 음악도 아니구요.

 그리고......”


“그리고?”


“속에 너무 많이 차서, 더 이상 담아둘 수가 없어서

 마음이 밖으로 터져 나와 버린 거겠죠.”


같이 따라온 기자들이나 스탭들이 “오~”하며 감탄사를 날려댄다.

정말 신우 형은 사랑에 빠진 것 같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마음을 말한 것뿐인데 그게 더 진실되게 느껴졌다.

마치 내가 그 고백을 들은 양, 다른 이들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신우 형의 솔직한 마음......

그래서 신우 형의 노래가 사람들의 마음을 그렇게 당기고 있나보다.


“자, 그럼 “Wanna be like U”를 만드신 분이, 아....이번에 새 멤버가 되신 고미녀 씨군요.”


“......네...”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니 긴장이 된다.


“이 곡, 참 밝고 따뜻하고 정말 좋던데요.

 이렇게 아름답고 어린 분이 쓰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원래 곡을 많이 쓰셨습니까?”


“아...아니요. 제대로 써 본 건 처음이에요.”


“오...그렇군요. 대단한데요. 어떻게 처음 쓴 곡이 이런 곡이 나오죠?”


“저, 그게 저 혼자 쓴 게 아니구요. 제가 메인 멜로디를 만들기는 했지만,

 신...아..아니 정...용화씨와 이종현씨가 도와줘서 만든 겁니다.”


“아...그렇군요. 곡 설명을 좀 더 해 주시죠. 이 곡을 쓰게 된 계기 같은 거.”


“그게....그냥...닮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 때문에 쓰게 된 거 같아요.

 그 사람을 계속 지켜보다 보니 저도 그렇게 되고 싶더라구요.”


“오! 그렇습니까? 혹시 누구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아, 예? 아.......”


갑자기 기자분이 누구냐고 묻는다.

당황하다가 신우 형과 눈이 마주쳤다.

뭣 때문인지 신우 형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고미녀 양, 혹시 사랑하는 사람인 거 아닙니까?”


“예? 예? 아.....그게.....”


갑자기 사랑이라니?

당황해서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데, 뭐라고 할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얼굴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어...그냥 농담으로 드린 말씀인데, 고미녀 양, 얼굴이 빨개지셨네요. 

 이거 진짜 같은데.....”


점점 분위기는 그렇게 몰려가고, 난 점점 당황해서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고미녀양은.....애인이 있습니다.”


그 때 갑자기 신우 형이 당황하고 있는 나 대신 대답을 한다.

그런데 애인?


“아? 그렇습니까?”


“기사로는 내지 마시구요. 오해하실 것 같아서.

 애인은 한국에 있습니다.”


신우 형이 갑자기 내게 애인이 있다는 말을 해버렸다.

이 난감한 상황이 신우 형 덕분에 넘어가서 다행이지만,

맞는 말인데도 이상하게 그 말이 나를 서운하게 한다.

굳이 얘기할 이유가 없을 텐데.....

이상한 분위기가 되는 게 싫으시겠지.


“아...그렇습니까? 애인이 한국에 있는데 이렇게 일본까지 오셨군요.

 많이 보고 싶으시겠습니다.”


“아......예.....”


“사실...전....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아까 곡 쓸 때 두 분이 도와주셨다고 해서,

 두 분 중 한 명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만,

 제가 실례를 했네요. 죄송합니다.”


역시 신우 형이 맞는 것 같다.

정말 내가 신우 형이나 종현씨를 좋아해서 그 곡을 썼다고 이 분들이 착각할 뻔 했다.

아마 신우 형은 나와 엮일까봐 그러신 듯하다.

신우 형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고, 나도 그렇고 하니,

그렇게 연결될 수도 있어서 일부러 말을 하신 것 같다.

사실......그렇게 되면, 신우 형의 그 분이 속상하실 수도 있으니.....

또......내 마음 안으로 바람이 지나간다.





3





다들 인터뷰 기념 겸 회식을 하기로 했다.

우리에게 작곡을 가르쳐주시는 인디밴드 분들까지 오셔서 오랜만에 굉장히 시끌벅적해졌다.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밖에 종현씨가 혼자 담배를 태운다.


“어, 종현씨 담배 피웠어?”


“아....이거...... 그냥 피워 봤어.”


“나 한 번도 종현씨 담배 피는 거 못 봤는데?”


“아까 오다가 샀어.”


“원래 폈던 거야?”


보통 노래하는 사람들은 목 관리 때문에 담배는 안 피는데,

특히 종현씨는 목소리가 굉장히 미성이라 담배는 정말 피해야 할 듯해서 걱정이 되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았던지 종현씨가 웃으면서 내 어깨를 툭 친다.


“걱정 마. 나 골초 아니야.

 고등학교 다닐 때, 잠시 배운 적이 있었어.

 이리저리 방황하고 다닐 때....

 그러다 음악을 제대로 시작하면서 끊었는데,

 이렇게 뭔가 곡이 완성돼서 음반이 나오니까 이상하게 긴장이 풀려서 담배가 땡기더라구.

 그래서 데뷔 앨범 때도, 싱글 앨범 때도, 이렇게 한 대씩 피웠어.”


“뭔가 긴장이 풀려서 그런 거구나.

 난 또 걱정했어. 목에 안 좋은데....”


“걱정 마. 그 정도 관리는 하는 놈이니까.”


“응. 당연하지, 종현씨는 우리 리더인데.”


종현씨가 또 한 개피를 꺼내서 불을 붙인다.


“혹시......”


“응?”


“종현씨.....아오이 언니 때문에 그래?”


“............뭐가?”


회식 자리에서 신우 형과 아오이 언니는 또 같이 붙어 앉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많아서 다들 뚝뚝 떨어져 앉아 있었는데, 둘은 늘 함께 있는 것 같았다.

좋아하니까....더 그렇게 붙어 있는 거겠지만.....

아마...종현씨도 그거 때문에 마음이 좀...안 좋은 거겠지.


“아니........종현씨가.....좀...속상한 거 같아서.....”


“하아........”


종현씨가 한숨을 쉰다.


“둘이 붙어 있는 거 때문에 내가 열받은 거라구?”


종현씨가 갑자기 내게 물었다.

그렇게 물으니 내가 미안해진다.

괜히 말을 꺼내서 종현씨를 더 속상하게 한 듯하다.

왜 이렇게 난 눈치가 없는지........


“너, 내가 걱정 돼?”


“어? 어......조금......”


“풋...근데 난......미녀 니가 더 걱정 된다.”


“어? 내가 왜?”


“글쎄......난 니가 굉장히 순수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또 다른 거 같아.

 순수한 건 맞는데, 뭔가 자신을 가두는 거 같기도 하고....”


종현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가 어렵다.


“종현씨,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러니까.....그게....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는 거지.”


“어?”


“정말..너..걱정이다...”


종현씨가 계속 이상한 말을 한다.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힘들다는 건가.

난.....역시....민폐형 인간인가.

어려서부터 민폐가 안 되려고 그렇게 노력해 왔는데,

늘 제자리걸음일 뿐인 건가.


“미녀야, 도대체 너희 둘 사이는 뭐야?”


“둘 사이? 누구?”

 

“너에게 황태경은 누구고, 강신우는 또 뭐야?”


“뭐?”


종현씨가 묻는 말에 어떤 말로도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너와 태경이 형은 서로 사귀는 사이지. 정말 그래?”


“어?”


“미녀야, 솔직하게 말해 봐. 니 마음에서도 그렇게 믿고 있어?”


사귀는 사이.......

정신이도 그걸 물었는데, 그렇다고 말해버리면 되는데, 왜 난 이렇게 주저하고 있는 걸까.


“좋아. 그럼, 미녀야, 솔직히 난 이 질문이 더 궁금해.

 너와 신우 형 사이는 도대체 뭐야?”


“나와 신우 형?”


“그래, 너에게 신우 형은 어떤 존재야?”


“신우 형은.....신우 형은.......내게.......”


그 언젠가.....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신우 형이 내게 신데렐라가 되자고 했던 그 때,

그 때도 이런 질문을 받았었다.

연인도 아니었지만, 그저 연기를 하고 있었지만,

난 그 질문에 나에게 신우 형은 어떤 존재일까 열심히 생각했었다.


신우 형은 내게 어떤 존재일까.

신우 형을 떠올려보니, 내가 힘들 때마다 곁에 있어주고,

같이 얘기해 주고, 일이 있을 때마다 내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게 나를 격려해 줬었다.

그래서 난 이 사람은 내게 공기 같은 존재라고 대답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공기......”


“뭐?”


“신우 형은 내게 공기 같은 존재라구.....

 내가 숨 쉴 수 있도록 해 주는 공기 같은......그런 사람이야.”


“공기라구? 하...

 태경이 형에 대해서도 묻고 싶지만, 지금은....왠지 참아야 될 것 같다.

 근데 미녀야!”


종현씨는 뭐라고 말하려다 내 눈을 한참 들여다본다.


“그거 아니?

 공기라는 거, 그 사람이 내가 숨 쉴 수 있게 해 주는 공기라는 거......

 그거 아무에게나 쓸 수 있는 말이 아니야.”


“어?”


“내가 그 말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나를 숨 쉬게 해주는 사람, 그 사람 때문에 살아 있는 거 같은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은,

 내게......단 한 사람밖에 없어.

 아오이 타다시.........”


“.....뭐?.......”


“........나 먼저 들어간다.”


뻥한 채 서 있는 나를 두고 종현씨는 그냥 들어가 버린다.

나는 그저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할 뿐이다.





4





“누나! 누나!”


누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정신이였다.


“왜?” 


“다행이다, 아직 안 잤네.”


“응. 참 다들 들어온 거야?”


회식 자리가 길어지는 듯해서 난 먼저 숙소로 돌아왔다.

정신이도 같이 오려고 했지만, 다른 팀들이 정신이를 놓아주질 않아서 결국 정신이는 남고,

나만 혼자 몰래 빠져 나왔다.


“민혁이랑 나만 왔어.....”


“민혁이는 자?”


“그 자식 말도 마!! 지금 술에 쩔어서 기절 상태야.

 이 놈 때문에 겨우 나올 수 있기는 했는데 데려 온다고 죽을 뻔 했어.”


“많이 마셨구나. 정신아, 넌 괜찮아?”


“응. 당연하지. 오늘이 어떤 날인데.”


“어?”


“아...아니야. 누나 5분 후에 옥상으로 좀 올라와.”


“왜? 무슨 일 있어?”


“어쨌든! 묻지 말고.

 5분 후에 바로 올라와야 된다. 알았지? 꼭이야!!!”


정신이는 뭐라 뭐라 그러면서 다시 2층으로 올라간다.

옥상에?

뭐, 할 말이라도 있나?

할 말 여기서 해도 되는데.....


외투를 챙겨 입고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불도 안 켜져 있고 어두웠다.

옥상에서 가끔 고기도 구워먹고 해서, 옆에 전등하나를 연결해 두었는데,

그 불을 켜지 않아서인지 온통 어두웠다.


“짠~~~”


갑자기 내 앞에 케익을 든 정신이가 나타났다.


“아! 깜짝이야! 놀랐어. 어?”


놀랐던 마음을 추스르고 보니, 케익에 초 하나가 꽂혀 있다.


“어? 이거 뭐야?”


“누나 축하해 주려고!”


“뭘?”


“누나의 곡이 앨범으로 나오는 거잖아.

 그래서 축하해 주려고 케익 샀어.”


씨익 웃으며 정신이가 내게 케익을 내민다.

받아들고 보니 케익 위로 초 하나가 빛을 내고 있다.

마음이 뭔가 뭉클해진다.


“곡이 하나라서 초가 한 개인 거야?”


“당연하지. 다음부터는 계속 초가 더해질 거야.

 다음 곡은 초 2개, 그 다음은 계속 누적이지.

 100개 채울까?”

 

정신이의 장난스러운 말에 픽 웃으면서도, 이 아이의 배려가 정말 고마웠다.

코가 자꾸 시큰해진다.


“누나 빨리 꺼! 초, 내려앉겠다. 빨리빨리!!!”


“후~~~”


정신이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는 박수를 쳐대고 있다.


“축하해!!! 누나!!!!”


“정신아! 정말 고마워! 나...정말 생각도 못했어.”


“감동받은 거야? 헤헤헤 성공했다.

 일루와. 일단 케익 절단식하고 먹자.”


고기 먹을 때 쓰는 간이용 식탁에 앉아서 케익을 잘랐다.


“누나! 샴페인도 있다?”


갑자기 정신이가 샴페인을 흔들어댄다.


“어어어~~~!!!!!”


정신이가 내 쪽으로 샴페인을 터뜨렸다.

그 바람에 온 몸에 샴페인 범벅이 돼 버렸다.


“크크크크 누나 완전 다 젖었다.”


“너, 진짜....”



“어? 오늘은 화내면 안 돼.

 내가 이렇게 감동적인 축하도 해줬는데 화내는 거야?”


정신이의 말에 바로 웃음이 난다.


“화를 왜 내니?

 고마워. 진짜 진짜 고마워.”


“그치? 우리 먹자. 이 케익 진짜 유명한 데서 사온 거야.

 줄서서 사왔어.”


“어? 줄까지 서야 돼?”


“쯧쯧...이 사람이 유머를 모르시네.

 그만큼 사람이 많다는 뜻이야. 쯧.”


“아...........”


정신이가 사온 케익은 정말 맛있었다.

티라미수......

그러고 보니 이 케익 이름도 태경 형님 덕분에 알게 됐는데......

태경 형님 옆에 있었다면, 내가 이런 축하를 받을 수 있었을까......

아니,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었을까......

이래 저래 머리가 복잡해진다.


“누나!”


“응?”


“저......사실은......”


“뭔데?”


정신이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뭔가 머뭇거린다.


“왜 그래? 말해 봐.”


“후우~~~. 잠깐만, 심호흡 한번 하고.......”


무슨 일인지 정신이가 계속 뜸을 들인다.


“누나~~!! 사실 오늘.......누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응?”


“사실은....나........누나....좋아해!!!!!”


좋아해? 나를?


“나도 좋아해.”


내 대답을 들은 정신이의 얼굴이 뭔가 미묘하다.


“진짜야?”


“당연하지. 이렇게 축하도 해주는데 너무 고맙고 좋지.

 정말 좋은 동생이야.”


“아..진짜!! 좋다 말았잖아.

 방금 심장 터질 뻔 했다구!!”


“어?”


“아....진짜...이 누나! 은근히 사람 잡네.

 왜 이렇게 말을 못 알아들어.

 나!! 누나를....후우~~ 진짜 여자로 좋아한다고!!!”


날....여자로?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아..아니..난.....아니..그러니까...정신아, 넌 동생이니까....

 그러니까...,..아니.....”


“뭐래는 거야? 동생이라서 뭐?

 동생은 뭐 좋아하면 안 돼?

 이 누나 보게. 요즘 트렌드는 연상연하 커플이라구.”


“아니 난.....난....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나...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근데...나...정신아, 넌 나한테 동생이야. 너무 좋은 동생.....”


“알아. 그렇게 말 안 해도 안다구.”


그 밝던 정신이의 목소리에서 힘이 빠진다.


“..........미안해.....정말......”


“알고 있으면서 고백한 거야. 그러니 미안해 할 필요 없어.

 그냥....내 마음을 말해 보고 싶었어.

 이제 20살이 되었으니까.....스무 살에 처음 좋아하게 된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어.”


“정신아.......”


“그냥.....어릴 때 좋아하던 같은 반 여자친구 말고,

 이렇게 스무 살이 돼서 뭔가 어른이 된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래서 그 기념으로 누나한테 말하고 싶었던 거야.

 뭘 바라고 그런 건 아니야.”


많이 섭섭할 텐데도, 정신이는 밝게 말해준다.


“근데 누나 참 웃긴다.

 보통 남친 있는 사람들은 거절할 때, 남친 있다고 말하면서 거절하는데,

 누나는 그거랑 상관이 없네. 여튼 특이해.”


정말.....

남자친구가 있다고 하면 다 끝나는 일인데,

난...왜 그렇게 당황했을까....

그리고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니...

남자친구가 있으면, 다른 남자에게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되는 건데,

어떻게 남자 친구에 대한 말없이, 내 마음에 대해서만 말한 거지?


“근데 누나. 나, 포기는 안 할 거야.”


“정신아......난.....”


“좋아한다고 고백해도 내가 누나 마음 얻을 거라고 생각은 안 했지만,

 차였다고 해서 포기할 생각도 없어.

 좋아할 수 있을 때까지 좋아해 보고, 자연스럽게 포기할 수 있으면 할 거야.

 중간에 누나가 다른 사람 있어도, 남친 있어도,

 그걸로 나한테 포기하라고 하지만 마.”


“정신아, 그러지마. 너만 너무 다치고 아파. 난...니가 많이 아픈 건 정말 싫어.”


“누나! 그거 알아? 억지로 잊는 거는 더 아파.

 남자는 말이야. 한 번 좋아하면, 상대방이 싫다고 해도 포기가 잘 안 돼.

 대부분의 남자들은, 마음에 계속 품고 있어.

 정말 정말....좋아했다면 그래.

 한 번 좋아하면, 그 사람이 잘 안 지워진다구....”


“정신아.....”


“그래서 그 사람이 다 잊었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야.

 그 여자를 위해서 그렇게 말해주는 거뿐이야.

 아니면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러거나.

 그 여자 옆에 있고 싶어서 그러는 거겠지.”


그런 건가......

다 잊었다고 하는 거....거짓말인 건가....

나보다도 더 어린 정신이가....어떻게 이런 말들을 하는 걸까.

모든 남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닐 텐데.....

어떤 사람들은 금방 잊고 다른 사람을 좋아하기도 하던데.....

그 여자 옆에 있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구?

한 번 좋아하면, 포기가 잘 안 된다구?

계속 마음에 품고 있다구?

정말 그런 걸까.....

왜 정신이의 고백보다 이 말이 더 내 심장에 박히는 걸까.

왜 이 말이 더....기쁜 걸까......

나....지금 왜 이러는 걸까.....





4





“누나....나...먼저 내려갈게.

 사실....나름 좀...쑥스럽거든.

 계속 같이 있으려니....심장 떨려.”


“.....어?.......응..........그래.”


“내가 고백했다고, 내일 나 못 본 척 하면 안 돼!

 알았지? 에이 못 믿겠다.

 약속해 약속!!!”


정신이는 내 새끼 손가락에 자기 손가락을 걸고는 도장까지 찍는다.


“이제 약속했으니까....혼자 막 뻘줌해 하고 그러면 안 돼!!!”


“그래......”


쑥스러워 하는 정신이도, 이렇게 장난치는 정신이도....

정말 귀엽고 참 좋다.


“참...누나.....나 사실 얼굴 좀 빨개졌거든.

 여기는 불이 워낙 흐릿하니까 괜찮지만,

 나가서 보면 나 넘 쪽팔려.

 그러니까 좀 이따가 내려와. 내가 방에 들어가고 나서...알았지?”


“응.”


정신이는 뭐가 그리도 당부하는 게 많은지.....

정말...애 같다.

초등학생이 꼭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고백하고, 누나한테 앵겨 붙는.....

그래서 정말 귀여웠다.

웃으면서 정신이를 보내는데 갑자기 정신이가 소리를 지른다.


“헉!!! 뭐야 형!!!!! 놀랬잖아!!!!”


정신이의 소리에 돌아보니 신우 형이 옥상 문 앞에 서 있었다.


“근데 형! 언제 왔어? 언제 온 거야? 한참 됐어?”


“방금 막. 불 켜진 거 같아서 끌려고 올라오던 참이었어.”


“아.....그래...휴우.....다행이다. 그럼, 나 먼저 내려간다.”


정신이는 혼자 뛰어서 내려가 버린다.

갑자기 신우 형과 나만 남아버렸다.

이상하게 굉장히 낯설었다.

신우 형은 바로 내려갈 줄 알았는데, 계속 문 쪽에 서 있었다.

정신이가 좀 이따 내려오라고 해서 바로 내려갈 수도 없고......난감했다.


“이번엔.........정신이....니?”


신우 형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목소리가 굉장히 건조해서 마치 화가 난 것 같았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야!”


신우 형의 목소리에 날이 서 있는 것 같다.

그러더니 인사도 없이 몸을 돌려서 옥상 문의 문고리를 잡았다.


“신우 형!!!!!”


나도 모르게 신우 형을 불렀다.

나도 모르겠다.

내가 왜 신우 형을 불렀는지.....

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오늘만은 물어보고 싶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신우 형, 제가...뭐 잘못한 거....있어요?”


“뭐?”


“아니.....신우 형이.....저에게 화가 나신 거....같아서.....”


“...화...난 거 없어. 그러니 신경 꺼.”


신우 형은 단호하게 내 말을 잘라 버렸다.

오늘따라 그 말이 너무 서운했다.

내게...너무나 차가운 저 사람의 말이......왜 이렇게 서럽게 느껴질까.


“그럼, 왜 제게 그렇게....차갑게 대하시는 건데요?”


“뭐?”


 "....차라리 처음부터 신우 형이 절 차갑게 대했으면 괜찮았잖아요.

 왜 그렇게 잘해주다가......지금은.....그렇게 차가워져서.....

 꼭....버림받은 것처럼.....그렇게 만들어요?”


나도 모르겠다.

어디에서 이런 말들이 튀어나왔는지.

나....그렇게 많이 억울했던 걸까....

뭐가 그렇게 서글펐던 걸까.....

그래...그랬다.

말해 놓고 보니, 정말....버림받은 거 같았다.

정말...그렇게 길들여놓고, 날.....버린 거...였다.


“뭐?”


“그럴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길들이지 말았어야죠.

 어린왕자니, 여우니....그런 말...하지 말았어야죠.

 왜...날 길들여서는.....아!!!!”


내 말을 듣던 신우 형이 갑자기 내 팔을 잡고 옥상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뭐? 버려?

 누가!! 누굴 버려!!!!!”


신우 형의 눈에 불이 인다.

정말.....화가...많이 난 거 같다.


“고미녀!! 니가 바라는 게 뭐야?

 강신우? 어떤 강신우!! 여기서 이러고 있는 강신우 말고,

 너에게 잘 해주는, 니 주위에서 맴맴도는 그 강신우? 그거야?”


“신우...형.......”


그가...화내는 게....무섭다.


“그 예전의 강신우가 그리워?

 너.....너! 정말..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니? 하아.....”


내가 미쳤었나 보다.

정말 미쳤었나 봐.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닌데, 꽁꽁 숨겨두었어야 하는데,

왜....그런 말들을 이 사람에게 해버린 걸까.

나도 내 자신에게 짜증이 난다.


“내가 하나 가르쳐줄까?

 너에게 친절했던 예전의 강신우는...진짜 강신우가 아니야!

 널 좋아해서...니 마음을 뺏어보려고 했던 가식이었을 뿐이야!! 알겠어?

 지금이 진짜 내 모습이야! 실망했어도 어쩔 수 없어. 이게 나니까!!!”


“전....단지.....차가운 신우 형이...낯설고....그래서......

 그래도 저와 신우 형의 관계가....예전에는 좋았다고.....생각해서....그래서....”


“고미녀!!!!!!!! 뭐? 나와 너의 관계?

 예전이 좋아? 하아......

 너!!! 아직도 몰라? 니가 바라는 관계? 그거?

 이제 난 그렇게 못 해!!!!! 아니 안 해!!!”


“신우 형.......”


“고미녀, 너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이니?

 넌......내 마음이 어떤지 알기나 해?

 아무리 보여줘도, 아무리 내 심장을 꺼내서 보여줘도, 넌....모르잖아.

 아예 보려고도 하지 않잖아.

 니 눈엔......니 눈엔......나 따윈......하아..........보이지도 않잖아~!!”


“저...전.....”


“내가 뭘...원하는지...확실하게 보여줘?”


갑자기 신우 형이 내 목 뒤를 잡더니 내 얼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대기 시작한다.


“시..신우 형!!!”


아무리 버둥대도 내 얼굴 바로 앞에 신우 형이 있다.

거의 입술이 닿을 듯 말 듯하다.

신우 형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졌다.


“내가 뭘 원하는지, 내 마음이 뭔지, 보여?

 나....절대로 예전으로 못 돌아가!!”


신우 형이 내 입술 바로 앞에서 말을 한다.

신우 형의 연한 쉐이브 향이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이 상황....뭔가.....비슷한 거 같다.

뭔가....지금....이 느낌도, 이 향도, 내 입술 바로 앞으로 느껴지는 이 숨결이.....

뭔가....뭔가 지금......


아!!!!!!!! 설마...설마..........신우 형?


그 순간 신우 형은 나를 놓아주더니 내 얼굴에서 멀어졌다.


“이제 알겠어? 그러니까...다시는 내 앞에서 예전 따위 말하지마.

 너도.......포기할 건 포ㄱ흡!!!!!!!!!!!!”


아.........

나........지금 뭘 한 거지?


신우 형이 내 눈 앞에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뚫어질 듯 쳐다보고 있다.


나........지금 뭘 한 거야?

나 자신도......나 자신도 믿기지가 않는다.


그러나.......이제.......적어도 확실히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시.....신우 형....이죠?..............그.....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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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양치기 소년이네요.

그래도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분량이 좀 더 많네요. 28장이네요.

뭐가 이리 늘어난 건지....참....

이번 편...사실 쓰는 게 좀 많이 힘들었답니다. 갈수록 능력이 딸리네요.


오늘도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달아주시는 게....저에게는 큰 힘입니다.

답이 늦어져서 죄송하지만, 답 적는 것도 저의 즐거움이니,

(틈나는 대로 달겠습니다.)

제 즐거움을 뺐지 마시길.....ㅎㅎ


다음 회는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 새벽이 될 듯합니다.

솔직히 주중이 너무 힘들어서요.

이번 기회에 바꿀게요.

주말 잘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