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의 이야기

깨어있는 정신, 臥薪嘗膽

그랑블루08 2010. 5. 25. 22:55

 

 

 

 

 

 

내 마음대로 풀이하는 臥薪嘗膽(와신상담)

누울 와, 섶나무 신, 맛볼 상, 쓸개 담.


누울 와(臥)

신하된 사람.

신하된 사람은 그야말로 바짝 엎드린다.

온몸을 바짝 엎드린다는 글자.


섶나무 신(薪)

풀나무지만, 그것이 새로워서 그만큼 뾰족하고 날이 서 있다는 느낌의 섶나무.

그래서 잔가지도 많아 땔감으로 이용될 만큼 자잘한 가지들로 글자 자체만 봐도 굉장히 뾰족할 것 같다.


맛볼 상(嘗)

위에라는 의미의 尙, 그리고 입, 비수(匕), 날(日)

재미있는 뜻이다. 맛볼 상은 위라는 의미이니, 위의 입으로 비수를 날마다 먹는다는 뜻이 된다.

맛보다는 맛보다지만, 단순히 맛있게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날이 선채로, 비수를 혀로 맛보듯이 온 신경이 곤두선 채로 긴장하며 맛보는 것을 의미한다.


쓸개 담(膽)

오장육부 몸을 나타내는 肉과 이를 첨, 다다를 첨, 수다스러울 첨, 볼 첨, 족할 담, 넉넉할 담이 만난 글자.

재미있는 것은 어진 사람 다리 儿자 아래에 말이 붙어 있는 것. 그것이 담, 쓸개다.

실제 쓸개의 기능을 보면 쓸개즙의 저장주머니다.

간에서 분비된 쓸개즙은 한번 쓸개에 들어가 여기서 6-10배로 농축되어 저장된다.

한의학에서는 쓸개는 열주머니라고도 하며, 동의보감에는 몸의 모든 부분의 마지막 결정을 쓸개가 내린다고 했다.

결단을 내리는 존재, 그러면서 정확하고 공정하게 어디에도 치우침 없이 결정을 내리는 존재가 쓸개란다.

사람의 희노애락에 따라 담즙의 농도는 달라지는데, 화를 내거나 슬프면 훨씬 더 농도가 진해진다고 한다.

1) 농축되어 저장된다는 것.

2) 그리고 냉정한 판단과 정확한 결단을 하는 오장육부의 실제 중심

그것이 쓸개다.


그렇다면 와신상담은 고사보다도 더 깊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와신상담은 

가시가 많은 나무 위에 누워 자고 곰 쓸개를 핥으며 패전의 굴욕을 되새긴다는 뜻이다.

그만큼 자신의 굴욕을 잊지 않으려 한다는 것인데, 한자를 풀이해 보면 훨씬 더 심오한 의미가 되는 것 같다.

단순히 억울하고 화가 나서 복수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훨씬 더 깊이 있는 결단력과 정확하고 냉정한 판단을 보여주는 것인 듯하다.


날이 잔뜩 서 있는 나무 위에 마치 신하처럼, 하인처럼 바짝 몸을 엎드리고,

쓸개라는 것을 비수에 혀를 대듯이 날 선채로 긴장하며 맛보는 것. 그렇게 정신을 깨우고 있는 것.

그러면서 그 깨어있는 정신으로 정확하고 냉정한 판단을 내리고 실제로 행동하는 것

그것이 “와신상담”(臥薪嘗膽)이다.


단순히 복수에 눈멀어 정신 못 차리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그 무엇보다 냉철한 기운으로 사리 판단을 하며,

공정하고 치우침 없는 태도로 자신을 긴장시키며 행동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면서 고통과 아픔, 고난 속에서도 불평하거나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담담히 종과 같이 받아들이고 자신을 낮추어 엎드리며,

자신의 때를 긴장하며 기다리고 있는 것.

정신을 고매하게 깨우고 있는 것.

그것이 내가 발견한 “와신상담”.



지금 이 순간을 불평하지 않고 담담히, 감사히 받아들이며,

그렇게 자신을 낮추며

냉철하고 정확하게,

공정하고 정직하게,

나의 때를 기다리며 정신을 깨우고, 결단을 내려 행동하는 것.


나의 臥薪嘗膽의 때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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