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두려워지는 순간, 사랑은 이미 시작되었다
1
“제가......이 아이에게 집착할까봐........
아이를 숨 막히게 할까봐........
내 마음이 미녀에게 구속이 될까봐........
그게 두려워요.
그래서.......
자꾸만 욕심 내는 제 마음에 돌을 매달아요.
너무 많이 사랑하면 안 된다고....
더 사랑하면 안 된다고.......”
“우리 신우가......진짜.....사랑을 하는구나.
신우야, 그래도 이 시간들도 다 지나갈 거야.
그리고 지나가고 나면, 이 시간들이 정말 아름답게 니 가슴 속에 자리 잡게 될 거야.
그러니 그렇게 시간이 흐르도록 내버려 둬.”
시간이 흐르도록........그렇게 내 마음을 그냥 내버려두면........
나중에 떠나보내야 할 땐.....어떡하죠?
제가.....보낼 수 있어야 할 텐데......그럴 수 있을까요?
이렇게 마음은 깊어만 가는데......
달콤함을 알아버렸는데......
제가.....이 아이 없이.......살 수 있을까요?
“하아..........”
그렇게 어머니와 전화를 끊고 한숨을 쉬며 돌아서는데 바로 앞에 아이가 서 있다.
“미..녀야!!”
“신우 형!!! 도대체 뭐예요?”
미녀가 화가 난 것 같다.
지금.....들어버린 거니?
“더 많이 사랑하면 안 된다구요?
너무 많이 사랑하면 안 된다구요?”
“미녀야! 그건....”
“신우 형! 지금 저 왜 만나는 거예요?”
“미녀야! 무슨 소리야?”
“신우 형이 그랬잖아요.
감정에 충실해 보자면서요.
감정에 충실한다는 게 이런 건가요?
태경이 형님에게 다시 보내주겠다는 말이.....이런 거였어요?”
“미녀야! 뭔가 오해하는 거야.
진정하고 내 말부터 들어 봐.”
“아니요!! 싫어요!”
“미녀야!! 제발....”
“전 적어도 제 감정에 충실하려고 했어요.
신우 형이 좋으니까.......신우 형 곁에 있으면 설레니까.......
감추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지금...........좋아한다고........
미녀가 그렇게 말한 건가?
정말...........그런 건가?
“미녀야...지금....너.......”
“근데 신우 형은 절 잊기 위해서 그랬던 건가요?
저에게는 더 많이 사랑하자고 그래놓고서는,
신우 형은 저에 대한 마음을 닫는 중이었어요?”
“그게 아니야. 내 말 좀 들어봐.”
순간 미녀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린다.
그런 미녀가 너무나 안타까워서 아이의 팔을 잡지만, 아이는 내 손을 뿌리친다.
“신우 형에게는 어차피 전....보내야 할 사람인 거죠?
그러니까......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죠?
전........신우 형을 믿었어요.
더 많이 사랑하자고, 마음을 감추지 말자고.....
그랬던 신우 형의 말을 믿었다구요.
근데 신우 형은 도리어 마음을 닫고, 잊을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군요.”
“미녀야!! 오해야!!! 그게 아니야!! 너 내 마음 알잖아.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미녀가 고개를 흔든다.
아이의 눈빛이 너무나 상처받은 것 같다.
이게 아닌데........그런 말이 아닌데.........
미녀야........제발.........내 말을 좀 들어줘.
“듣기 싫어요. 신우 형!!
전.......신우 형이 그런 마음인지도 모르고......
그런 줄도 모르고........
바보 같이........정말 바보 같이............
신우 형한테........마음을 뺏겨서는..........
신우 형 곁에 있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정말 바보 같이.........”
아이는 말도 끝내지 않고 호텔 안으로 뛰어 들어가 버린다.
그런 아이를 잡아야 한다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꼼짝도 할 수가 없다.
아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정리가 되질 않는다.
내가.......무슨 말을 들은 거지?
미녀가 화가 났는데, 어서 풀어줘야 하는데.......
난 그저 멍하니 서 있을 뿐이다.
지금.......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머리는 아직 정리하지 못했지만, 내 심장은 세차게 뛰어댄다.
이러다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
오른손으로 심장을 지그시 눌렀다.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벅차게 올라오는 것 같다.
2
행복하다.......
이 말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말을 신우 형 입으로 듣고 나서야,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뭔지........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내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불안해했는지, 왜 그렇게 두려웠었는지.......
그 말 때문에 알게 된 것 같다.
지금.......이 사람과 함께 있는 이 시간이 좋아서.......
이 시간을 빼앗길까봐.......
그래서.......그렇게 불안하고 두려웠던 건 아닌지.......
그래, 그랬나 보다.
그의 어깨에 기대고 있던 그 시간.........
나도 행복했다.
리허설 연습하는 동안 신우 형은 내내 이상했다.
화가 난 것처럼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한테 화가 나신 건지.......엄청 신경이 쓰였다.
꼭 처음 일본에 왔을 때 냉정했던 신우 형을 보는 것처럼........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갑자기 신우 형이 내 쪽으로 와서는 성욱씨에게 화를 냈다.
“내 여자야!
내 여자 함부로 건드리지 마!”
신우 형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신우 형이 그 말을 성욱씨에게 하는 순간, 내 가슴은 쿵하고 내려앉았다.
분명 성욱씨에게 한 말이지만, 그 말은 내 가슴 깊숙이 들어와 박혀버렸다.
신우 형의 여자........
그 말이 자꾸만 내 심장을 뛰게 만든다.
여전히 화난 듯한 신우 형.
아무 말이 없었다.
내가 무슨 잘못을 단단히 한 것 같은데....
신우 형이 아무 말도 없으니 불안했다.
지하철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신우 형은 나를 거의 안다시피 해서 서 있었다.
신우 형은 여전히 내 손을 꽉 잡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신우 형이 날 불안하게 했다.
날 향해 웃지 않는 신우 형의 모습은...늘...불안하게 한다.
마치.....일본에 처음 왔을 때로 돌아가는 건가 싶어서......두렵다.
그 차가웠던 신우 형을 다시 마주할 자신이 없다.
그렇게 겨우 용기를 내어 화났냐고 물어본 내게 신우 형의 말은....또 다시 내 심장을 떨리게 했다.
다른 남자 앞에서 웃지 말라는 그 말에......왜 그렇게 심장이 떨렸던 걸까.
내 귀를 간질이던 그 사람의 목소리........
“키스......하고 싶다.”
그 말에 얼굴이 달아오르고 말았다.
바로 앞에 신우 형이 있는데, 내 얼굴을 빤히 보며 미소짓는 게 보이는데,
이렇게 빨개지면 다 보실 텐데......
이 사람에게 내 모습이 그대로 보여지는 게....너무 부끄럽다.
갑자기 신우 형이 날 안는다.
“신우 형!!!”
지하철 안 정말 많은 사람이 북적이는 이곳에서 신우 형이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미녀야, 사랑해.”
내 귓가에 그의 숨결로 가득 찼다.
그의 고백이 내 가슴을 떨리게 한다.
나도 어느 새 그 사람을 안고 있다.
이 사람의 품속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다 지워진다.
호텔에서 신우 형이 물었다.
대관람차 안에서 무섭지 않았냐고........
무섭지 않았다고.....대답하면서.....
사실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지 못했다.
당신이 있어서.......
두려운 게 아니라, 설렜다고.......
15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짧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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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처럼.......내가 니 옆에 같이 있을 거니까........ 혼자가 아니니까......
갑자기 바다에 던져졌다 해도, 미녀는 나와 함께, 나라는 울타리 안에 같이 있는 거야.
함께.......바다에 적응해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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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라는 그의 말이......
함께라는 그 말이....우리라는 그 말이.......
날....행복하게 했다.
그 말이 날 안심하게 했다.
불안했던 내 마음을 평화롭게 했다.
3
멤버들의 짓궂은 장난에 신우 형은 방을 알아본다며 밖으로 나갔다.
한참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방은 없는 것 같았는데, 신우 형은 나 때문에 들어오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난.....괜찮은데.........
“아무리 눌러도 안 된다니까!!”
멤버들의 방에 벨을 눌렀더니 종현씨는 문도 열지 않고 다짜고짜 안 된다는 말을 한다.
“종현씨!”
“어? 미녀니? 이젠 하다하다 안 되니까 널 보낸 거야?”
“아니...그게 아니구......
혹시 신우 형 여기 안 왔어?”
“신우 형? 여기 안 왔는데?
뭐야! 신우 형이 가출이라도 한 거야?”
“아니야. 방 알아보러 내려가신다고 했는데
아직 안 돌아와서.......”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어..종현씨.....”
“미녀야...이제 신우 형 그만 괴롭혀!”
“어?”
“이젠.......니 마음 좀....보여주라고.....
저러다 신우 형 말라 비틀어지겠다.”
“....................”
종현씨의 말에 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미녀야, 내가 보기엔 말이야.
너도.......마음이 있어.
다른 사람 눈에는 다 보이지만, 정작 그 사람에게는 안 보이고.....
불안하기만 해.
그러니까....니가 신우 형에게 직접 말해 줘.”
불안.......
내가 신우 형을 불안하게만 한 걸까.
그를.....힘들게만 한 걸까.
로비 밖으로 나가니 호텔 앞에서 신우 형이 전화를 하고 있었다.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뒷모습이 이상하게 슬퍼 보였다.
“제가......제 고백이.....미녀를 힘들게 하는 걸까요?”
“아니요. 지금이 너무 행복해서........겁이 나요.
내 마음을 그냥 고백하는 거뿐이라고......
미녀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태경이에게 다시 보내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미녀를 더 힘들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신우 형의 입에서 태경이 형님의 이야기가 나온다.
날.....태경이 형님께 보내주겠다고......
여전히.....그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두려워요.....
제가......이 아이에게 집착할까봐........
아이를 숨 막히게 할까봐........
내 마음이 미녀에게 구속이 될까봐........
그게 두려워요.
그래서.......
자꾸만 욕심 내는 제 마음에 돌을 매달아요.
너무 많이 사랑하면 안 된다고....
더 사랑하면 안 된다고.......”
너무 많이 사랑하면 안 된다고?
더....사랑하면 안 된다고?
뭔가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난 어떻게든 그에게 다가가려 하고,
그는 나에게서 도망가는 듯한 기분.......
충실하자고 말해 놓고서는,
늘 괜찮다고 말해 놓고서는.....
이 사람은 혼자 괴로워하며, 내게서 멀어지고 있었나 보다.
내게는 이런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아 놓고서는.......
지금처럼....이렇게 혼자 힘들어하고 있었나 보다.
날....보내기 위해 준비하는 것 같은 이 사람에게 화가 났나 보다.
뭔가.....속은 것처럼.......
날 그렇게 다가오게 해 놓고, 자신은 도망가는 듯한 이 사람의 모습이
날 화나게 했나 보다.
이 사람이 없으면 안 되게 나를 길들여 놓고서는, 또 자신은 떠나려고 준비하는 건가........
그래서 화가 났다.
그래서 그에게 화를 냈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섰는데 그는....날 잡지 않는다.
그것 때문에 또 속이 상한다.
내가......화를 내면, 아니라고...절대로 아니라고.....
그렇게 날 잡아줄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그는.....마치....내 말이 진실인 마냥, 그냥 내버려둔다.
한참이 지나도.......그는.......내게 오지 않는다.
혼자 남겨진 것처럼, 불안하고 두렵다.
이 사람에게 너무 많이 길들여진.......내 자신이......너무나 두렵다.
4
그렇게 한참이 지난 것 같다.
쿵쿵쿵쿵........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미녀야.......”
신우 형이다.
“미녀야, 안에 있지?”
문을 열까 고민하는 중에 신우 형이 문을 열지 말라고 한다.
“미녀야, 나......그냥 여기에서 얘기할게.
그게 더 나을 것 같아.
니 얼굴을 보면, 말을......못할 것 같아......”
주저하는 그의 목소리에 불안해진다.
왜.......왜.......그가 주저하는 거지........
“미녀야, 내 말은....
널 정리하겠다는 말이 아니야.
두려워서.......
널 잃을까봐..... 그게 두려워서.....그랬어.
혼자서 사랑할 때와는 또 달라.
이젠.....너무 멀리 와 버려서......널 정말 보내줄....자신이 없어.”
“...................”
“너무 많이 알아버렸어.
너랑....함께 있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내 품에 안기는 느낌이 어떤 건지.....
너에게......입맞추는 게 어떤 느낌인지......
그게 얼마나 심장을 떨리게 하는지.......
다....알아 버려서.......
이젠.....너 없이....내가 살 수 있을지.......
널 내가 보낼 수 있을지......
정말 자신이 없어.”
그의 목소리가 떨려온다.
그의 목소리가 떨리는 만큼......그의 목소리가 젖어 있는 만큼.....
내 심장도.......떨려온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건데......
니 마음이 떠나면, 보내주겠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약속했으니까....지켜야 하는데.....
미녀야.......하아......
나........안 될 거 같은데......
너....못 보내줄 거 같은데......
어쩌지?”
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문을 열었다.
힘들어 보이는 신우 형의 모습 때문에 더.....화가 난다.
“누가!! 누가!! 보내 달래요?”
“뭐?”
“누가 보내 달라고 했냐구요?
누가 가겠대요?
왜 맨날 신우 형은 자기 혼자 생각하고, 자기 혼자 판단하고........
나한테는 물어보지도 않고......
왜 혼자 힘들어 해요?”
“미..녀야....”
“진짜 뭐냐구요?
왜!!! 왜!! 신우 형은 맨날 자기 혼자 짐을 다 지려고 해요?
왜 맨날 괜찮다고 그래요?
신우 형이 그렇게 말하면, ,난....바보 같이 진짠 줄 알잖아요.
진짜....신우 형이 괜찮다고 생각하잖아요.
속상하게.......왜....자꾸....혼자서만 아파요?
그만큼.........아팠으면 됐잖아요.
내가 그만큼 아프게 했으면 됐잖아요.
왜...나...자꾸 나쁜 사람 만들어요?
왜...나만 바보 만드냐구요!!!”
이젠.....눈물이 내 눈을 먹어 버려서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내 앞에 있는 이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 신우 형이 내 팔을 잡아 당겨서 자신의 품에 안아 버린다.
“울지 마......
울지 마.....미녀야........
내가......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바보 같은 이 사람은 또 내게 미안하다고 한다.
정작......미안해해야 할 사람은 난데, 난 또 이 사람을 속상하게 해 버린 것 같다.
“난....내 마음이 널 숨막히게 할까봐....두려워.
너무 사랑하면........그 마음이 너에게 짐이 될 수 있는데.......
그래서......니가.........떠날까봐........
그게 두려워.”
“누가.......누가......떠난대요?
감정에 충실하자면서, 자기가 더 숨기고.......
더 많이 사랑하자고 해 놓고서는, 자기가 더 움츠리고.....”
“뭐?”
“몰라요!!”
갑자기 신우 형이 픽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웃지 마세요! 저....화났어요!!”
신우 형이 웃고 있으니까 내가 꼭 어린애가 투정 부린 것 마냥 부끄러워진다.
“근데.....진짜야?”
“뭐가요?”
“아까........호텔 밖에서 했던 말.......”
“제가.....무슨 말을 했다고........”
“나한테.......무슨 말 했잖아.”
신우 형의 눈빛이 자꾸 장난스럽게 바뀌는 것 같다.
“아까......신우 형한테 화가 났던 거뿐이에요.”
“진짜......그뿐이야?”
짐짓 신우 형의 얼굴이 심각하다.
생각해보니 신우 형이 뭐 때문에 그러시는지 알거 같다.
나도 모르게....내가....내 마음을 말했던 거 같다.
그렇다고 이렇게 바로 앞에서 물어보면, 쑥스러워서 대답할 수가 없다.
난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단 말이지?
그럼, 내가 뭘 하든 후회하지 마!”
“예?”
“내가 생각나게 해 줄 테니까.....”
“아...잠깐만요! 신우 형!!!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신우 형!!”
순간 신우 형은 나를 안아서는 침대 위에 눕혔다.
“신우 형!!!”
뭔가.....뭔가가.....굉장히 부끄럽다.
내 눈 바로 앞에 보이는 신우 형의 눈이....날 자꾸 부끄럽게 한다.
그 눈이 진지해 보여서......가슴이 뛴다.
“이제 생각 나?”
난.......또 고개를 흔들었다.
생각나더라도,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난다고 할 것이며, 또 어떻게 그렇다고 말할 것인가.
신우 형이 내 이마 위에 있던 머리카락을 쓸어서 옆으로 넘겨준다.
그리고는 내 볼을 살그머니 쓰다듬더니 그의 손이 내 입술로 내려온다.
조심스럽게 내 입술을 쓸어내는 그의 손 때문에 내 심장은 터질 것처럼 뛰어댄다.
“미녀야, 그거 알아?”
“네?”
“너........정말.....이쁘다.
그래서.......자꾸.....가슴이 떨려.”
그의 말이 내 가슴도 떨리게 한다.
내 입술 위로 그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부드럽고 따뜻한 그 입술이 너무나 달콤하다.
“미녀야, 나.......어쩌지?”
“신우 형......”
“나.........너..........갖고 싶어.”
“시...신우...형........”
“정말.......아무 데도 못 가게, 너.......내 여자로.....정말 내 여자로 만들고 싶어.....”
내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신우 형의 입술이 다시금 내 입술을 찾았다.
이제까지와는 다른......신우 형의 입술.......
자꾸만 깊게 깊게 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내 안으로 깊게 들어와 내 혀를 쓸어내리면서 뭔가 자꾸만 애타게 더 요구하는 느낌이었다.
그의 혀가 이끄는 대로 그와 얽혀들면서 자꾸만 발끝까지 자릿한 무언가가 흘러내려가고 있었다.
아.....그때 도저히 생각지도 못했던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신우 형이 내 목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내 입술에서는 나도 모르게 이상한 신음 소리가 나오는 것 같았다.
“시...신우 형........”
신우 형을 불러도 그는 아무 말 없이 내 목에서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묘한 감각 때문에 난 어찌할 바를 알 지 못했다.
그의 혀의 감각만 내 온 몸을 휩쓸고 있을 뿐이었다.
뭔가 간지럽고, 뭔가 야릇한 이 느낌 때문에 자꾸만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하아.........”
그 순간이었다.
신우 형이 내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고 있었다.
“신우 형! 잠깐만요. 지금...아.........”
신우 형은 내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바로 막아 버렸다.
그의 부드러운 입술을 느끼는 그 순간, 신우 형의 손은 내 블라우스 사이로 깊이 들어와 있었다.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그의 손길에 내 등 뒤로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미치도록 짜릿하고, 미치도록 부끄러웠다.
그의 손을 밀어내야 할 것 같기도 했고, 또 한편 그의 손에 맡겨버리고 싶기도 했다.
나도 모를 감각들.....
살아오면서...이렇게 내 모든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은....정말이지 처음이었다.
갑자기 신우 형이 나를 꽉 껴안았다.
“하아.......”
그의 숨결이 내 귀를 간지럽힌다.
“미안해.......놀랐지?”
“.......아니에요.”
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직도 그가 준 느낌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는 것 같다.
그가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본다.
그의 눈이 깊다.
그가 진지해지면, 가슴이 설렌다.
그의 눈에는 오로지 나만 담겨 있다.
나만 품고 있는 이 사람이.....정말 좋다.
“당신이.......정말........좋아요........”
신우 형이 그대로 얼어붙는다.
한참동안 나를 멍하니 쳐다보기만 하다 겨우 입을 뗀다.
“너.......방금.....뭐라고 했니?”
다시 묻는 그 말에 난 얼굴이 뜨거워진다.
“신우 형이......좋다구요.”
“뭐라구?”
“신우 형이 좋아요.”
“.........이제.......생각난 거니?”
그가 그제서야 미소를 짓는다.
그의 눈가가 웃고 있다.
그가 진심으로 웃을 때면 생기는 주름.........
난....손을 내밀어.....그의 눈가를 만져본다.
그가 눈으로 웃을 때면, 나도....행복해지는 것 같다.
그의 얼굴이 내게 다시 다가온다.
내 팔 안으로 그가 가득히 느껴진다.
“나...잠깐 발코니에 나갔다 와야겠다.
정말....이대로는 일내겠다.”
신우 형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발코니로 나가버렸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모습이 엉망이었다.
블라우스는 완전히 풀어져 있었고,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신우 형에게 이런 모습을 보인 게 너무나 창피했다.
나....정말 왜 이러는 걸까.......
저 사람에게 너무.....빠져든 걸까........
나야말로......저 사람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건 아닐까.........
한참이 지나서야 신우 형이 들어왔다.
다시 들어온 그의 몸에서 찬공기가 느껴진다.
그는 들어와서는 얇은 시트 한 장을 바닥에 깔았다.
“신우 형! 뭐하시는 거예요?”
“여기서 자려구.”
“거기에서 어떻게 주무세요?”
“그래도 의자에서 자는 것보단 나아. 걱정 말고 자.”
신우 형은 내가 안 보이는 쪽으로 등을 돌려 눕는다.
나 혼자 침대에서 자기에는 신우 형에게 너무 미안했다.
“신우 형.....”
“응?”
“이리 와서 같이 자요.”
“............”
“신우 형!”
“너.....나 믿니?”
“당연하죠. 신우 형인데......”
“하아.......근데 미녀야, 넌 날 믿는지 몰라도, 난 날 못 믿겠어.”
“예?”
“난.....나를 믿을 수가 없어.
찬바람을 쇠도, 마음이 잘 안 식혀진다.
그러니까........이렇게 자자.”
그의 말 때문에 억지로 누워보지만, 찬 바닥에서 잘 신우 형을 생각하니 도저히 잘 수가 없었다.
난 침대에서 일어나서 신우 형에게로 가서 그의 팔을 잡았다.
“미녀야!”
“일어나요! 빨리.......”
“미녀야!”
난 억지로 그를 침대에 눕혔다.
황당해 하는 그의 표정이 느껴지지만, 모르는 체한다.
“난......날 못 믿는다니까........”
“괜찮아요. 전 믿으니까요.”
“뭐?”
“신우 형은 자신을 못 믿어도 돼요.
제가.......신우 형 믿어요.
그리고.......제 자신도.....믿어요.”
“풋.....정말......고미녀.....널 이길 수가 없다.
그래.......고미녀는 무서우니.......니 말이 맞겠다.”
그렇게 길고도 길었던 하루가..........저물었다.
5
내 품 안에 부드럽고 따뜻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마치....커다란 곰인형에게 안긴 느낌이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자꾸 그 품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음.......고미녀!! 이젠.....일어나......”
“으응?”
날 부르는 소리에 눈을 겨우 떠보니 내가 신우 형에게 안겨서는 가슴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엇!! 신우 형!!! 죄송해요.”
순간 내 몸을 훑어 봤다.
다행히......옷은 그대로였다.
“뭐야? 날 믿는다고 해 놓고, 지금 날 치한 취급하는 거야?”
“아..아뇨!! 그게 아니라........그냥........”
“그냥 뭐?”
“그...그게.......”
당황하는 날 보며 그가 웃는다.
그리고는 내 위로 올라와버린다.
“신우 형!!!!”
“너 자꾸 이러니까......나도 이러게 되잖아.”
그의 입술이 가볍게 내 입술에 놓였다 떨어진다.
“우리 이러고 있으니까.....정말......신혼 여행이라도 온 거 같다.
너....정말.....욕심 난다.”
“시..신우..형.....”
“걱정 마. 어젯밤에도 참았는데, 아침에 내가 어쩌겠니?”
갑자기 신우 형이 내 코를 살짝 깨문다.
“사랑하는 만큼, 널 가지고 싶지만,
......사랑하는 만큼, 널.......지켜주고 싶어.”
사랑이......지켜준다.
그가 웃는다.
나도....그를 따라 웃는다.
이 사람이 웃으면, 나도 행복해진다.
그를 따라 51층으로 올라갔다.
조식을 준다고 해도 빵과 우유가 전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뷔페가 차려져 있었다.
“와...이게 다 뭐예요?”
“그러게. 여기 아침 끝내주네.”
신우 형과 같이 감탄하고 있는데, 정신이가 가재미 눈을 뜨고 우리를 노려본다.
“둘이 뭐야? 뭐 한다고 이렇게 늦어?”
“놔둬라.....두 연인이 만리장성을 쌓으셨겠지.
정신아! 너두 이제 포기해라.”
종현씨의 말에 정신이가 버럭하며 소리를 질렀다.
“웃기지 마! 형!
결혼하고도 이혼하는 세상이야.
난...꾸~준히 미녀 누나만 바라볼 거야!!”
“정신아!!”
정신이의 말에 난 깜짝 놀라서 신우 형의 눈치를 보며 정신이를 말렸다.
근데 도리어 신우 형은 웃고 있었다.
“풋~! 고맙다. 이정신!
그러니까...일단 우리가 결혼은 한다는 거네.
이때까지 들은 말 중에서 가장 멋진 축복이다.”
“나 참! 그렇게 웃지 말라구, 형!
내가 지켜보고 있다구!!!”
신우 형은 정신이가 뭐라고 말해도 웃으면서 어깨를 토닥인다.
신우 형에게는 정신이가 귀엽기만 한 동생인가 보다.
저런 모습이.......참.....보기 좋게 느껴진달까.....
이들이...정말 가족인 것 같은.......
그래서 참 따스해서 좋은 것 같다.
멤버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우리도 같이 끼여 앉았다.
창 밖으로 오사카의 시내가 한눈에 보였다.
51층 꼭대기라 그런지, 정말 하늘 위에 있는 것 같았다.
늘....이런 날들만...있기를.......
나도 모르게 자꾸 기도하게 된다.
내 앞에 앉은 신우 형의 미소가.............
지금 나를 향해 환하게 짓는 저 사람의 미소가.........
끊어지지 않기를.......
자꾸만 자꾸만 기도하게 된다.
“신우 형! 전화 온 거 같은데?”
“그래?”
테이블 위에 올려둔 신우 형의 전화가 울리자 종현씨가 건네준다.
신우 형은 발신번호를 보더니 뭔가 이상한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받았다.
“여보세요.”
순간.....신우 형의 얼굴이 그대로 굳어버린다.
누군데 그러지?
“예. 듣고 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라는 말에 다른 멤버들도 일제히 신우 형을 바라본다.
아버지....라구?
신우 형의 아버지?
아..........뭔가가 자꾸........기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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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참 애매합니다.
이 걸 올려야 되나, 말아야 되나, 엄청 고민이 되네요.
결국 올리긴 올려야 되겠고......
제 블로그에 아직 미성년이신 분들이 많으신 듯해서...수위 조절은 했는데.....
그래도...신경이 쓰입니다.
그리고....오늘.....이 한 편을 마무리 하는데 시간이 엄청 걸려 버렸습니다.
남편과 딸내미가 모두 집에 있는 바람에, 틈이 나질 않아서.....
조금 쓰고 밥 하고, 조금 쓰고, 애 숙제 봐주고, 조금 쓰고 다시 저녁 하고......
계속 틈틈이 겨우 몰래 몰래 쓰다 보니, 내용이 제대로 연결이 되는지도 모르겠어요.
여튼 이래 저래 눈치 보며 몰래 쓰다가, 내용도 좀 그래서 지우고 쓰고 또 지우고....
제가 뭘 하고 있는 건지....저도 잘 모르겠네요.
여튼.....주말 잘 보내시길......(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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