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이시네요/(미남) 신우 이야기

신우 이야기 39 - 밖이 어두워지면 창은 거울이 된다

그랑블루08 2010. 8. 13. 22:43
 

<신우 이야기> 39. 밖이 어두워지면 창은 거울이 된다.


 

 

 

 

 

 




1



 

 

 

 

 

 



띵동띵동.......


“황태경! 나 이제 더 이상 할 말 없..........!!!!!!!!!!!!!!!!!”


“강신우!!!!!”


내 심장이 그 자리에서 멎는다.

내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을 믿을 수가 없다.

아니, 아니다.

오기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대해서는 안 된다.

아이는....그저 미안해서 왔을 뿐......

그거 뿐........

기대하면 안 된다. 강신우!!!



“강신우!!! 당신 뭐야!!! 왜, 가버리려는 거야!!! 왜!!!!”


아이가....울고 있다.

아니, 아이가 화내고 있다.

난.......아이의 이런 모습을.......그저 내 심장 가득히 담아둘 수밖에 없다.


“당신 뭐야? 왜 떠나?

 떠난다면 내가 가야지!! 왜 당신이 떠나?”


“.......미녀야........”


아이는 이제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입술 사이로....흐느낌이 새어 나온다.


“어떻게.........나한테...........이럴 수가......있어요?

 어떻게?”


강신우!!! 정신 차려!!!

기대하지 마!! 아무 것도 기대하지 마!!!!


그저 주먹을 쥔다.

미치겠다.

정말!!! 미치겠다!!!!





2





이젠....정말이지 죽을 것 같다.

한 사람은 자꾸만 다가오고, 다른 한 사람은 자꾸만 내게서 멀어진다.

잡아달라고, 제발 날 잡아달라고 애원해 봐도 이 사람은 자꾸만 내게서 멀어지려 한다.


난.....태어나서 단 한 번도 선택이란 걸 해 본 적이 없다.

고아가 되고 싶어서 고아가 된 것도 아니고,

수녀원에 가고 싶어서 수녀원에 간 것도 아니다.

수녀님이 되려고 했던 것도, 내 선택은 아니었다.

그리고 A.N.Jell에 들어갔던 것도 내 선택은 아니었다.

지금 이 곳까지 흘러온 것도 생각해 보면 내 선택은 아니었다.


태어나서 내 스스로 선택을 해 본 적은.......단 한 번도 없다.

그런데 이 사람은 나에게 스스로 선택하라고 한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매몰찬지..........

나에게 왜 자꾸 스스로 선택하라고 하는지..........

너무 무섭다.

나를 위한 결정이라는 걸.....내려 본 적이 없다.

그런 걸 배운 적도 없다.

늘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살라고, 그렇게 배웠을 뿐이다.

정말 다른 사람을 위하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왔다기보다는,

그저 버텨내기 위해서, 그렇게 살지 않을 수 없었다.

난........살아온 게 아니라, 그저......버텨 왔다.

그저......그렇게 눈치를 보며, 무서워하며, 하루하루를 근근이.......버텨내었다.

늘 속으로 바라고 또 바랐다.

어서 빨리 늙을 수 있기를......

어서 나이가 들어 버리기를........

그래서 어서 빨리.......이 지난한 생을.......마감할 수 있기를.....


그런데 처음으로 세상을 사는 게 버텨내는 게 아니라, 즐겁다고 느끼게 해 준 그 사람이......

나를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처음으로.......사는 게 무섭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사는 게 불안하지 않았는데,

다시.....내 인생은 두려운 공간으로 내쳐져 버렸다.



----------------------------------------------------------------------------------




“내가 널...왜 잡아줘야 하지?”


“신우 형!!”


“다시 말해볼까?

 더 적나라하게 말해 줘?

 니 말 속에 이미.......니 마음이 들어 있어.

 모르겠니?

 니 마음이....확실했다면, 굳이 잡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어.

 그런데 누군가 잡아줘야 한다면, 그건 이미 확신이 없는 거야.

 확신이 없는데.......그게....사랑일까?

 고미녀! 냉정하게 생각해!

 넌..........이미.........흔들리고 있어..........”


“그건.....그건.......”


“니 인생에 대한 결정을.....왜 남이 하도록 하는 거야?

 언제까지....니 인생을 남에게 맡길 거야?

 어차피 인간은 이기적이야.

 그러니까.....고미녀 넌 가장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면 되는 거야.”




----------------------------------------------------------------------------------



그는 내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내가 흔들리고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그의 말이 나를 규정해버렸다.

정말 그런 건가.......

나 자신이 그의 말에 매여 버렸다.

그의 말 때문에,

내가 흔들리고 있다는 그 사람의 말 때문에

난...그에게 다가갈 수가 없다.

내가 정말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닌지........

두렵고 슬프고......그리고 외롭다.


난......그저 그 사람에게....한 가지만 바랐다.

내게 화내주기를.....그래 주기를....진심으로 바랐다.


넌 내 여잔데 지금 뭐하는 거냐고........

왜 다른 남자랑 키스하냐고.......

한 번만 더 그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그런 말이......듣고 싶었다.

그런 말을 기대했는데, 그는........전혀 다른 말을 한다.

나를......잡아줄 생각이 없다고.....

내가 흔들리고 있다고....

내 스스로 선택하라고........


방심하고 있는 내 마음 속으로 뭔가가 스물스물 기어들어 와서 고통스럽게 한다.

그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그의 마음이 아직도 날 향하고 있는 게 맞는지........자꾸 두려워진다.


태경 형님 앞에서 날 잡아주지 않는 건, 날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한 번 들어오기 시작한 의심은 자꾸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연습실에서 태경 형님과 내가 이야기 하고 있어도, 그는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

이 사람은 늘 같다.

늘 기타를 붙들고, 곡을 쓴다.

난.....저 사람에게 어떤 의미일까........

의미이기는 한 걸까.........


고통스럽다........





3





그렇게 열심히 쓰더니 결국 그는 또 새 곡을 발표한다.

그의 열심이 늘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그런 그의 모습이 두렵다.

난 노래도, 곡 작업도, 악기 연습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그는 여느 때와 다름없다.

그런 그의 모습이 자꾸만 날 섭섭하게 한다.

내가........이제 지겨워 진 걸까........


무대에 올라갈 때도, 기타의 줄을 고를 때도, 그는 나를 보지 않았다.

그에게 난....마치 없는 사람 같았다.

무대 아래......태경 형님은.....저렇게 환하게 날 향해 웃고 있는데,

늘 웃던.......이 사람은........점점 낯설어진다.


“今日の新しい曲を発表します.(오늘 새 곡을 발표합니다.)

 題目は Tatooです.(제목은 Tatoo입니다.)”


Tatoo....

문신......

제목에서부터 약간 어두운 듯한 느낌....

그의 기타 반주까지 뭔가......어둡고 무거웠다.



TATOO


작사 정용화 작곡 정용화


내 안을 파고드는 넌 마치 Like Tatoo

내 반을 다 가져간 넌 마치 Like Tatoo

스쳐간 향기 속에도 내 말투 속에도

내 뼛속 깊이 박혀있는 Tatoo


Rap)

네가 남기고 간 따뜻한 네 온기가 내 심장을 파고들어 와

그 어느 때보다 까만 밤 그런 까만 밤보다 속타는 내 맘


미칠 것 같은 너의 그 Motion

스칠 듯 말 듯 한 너의 Motion

지우려 애써도 몸부림쳐 봐도

문신처럼 박힌 너의 Motion


Keep on (I wanna keep on)

Keep on (on and on and on)

Keep on (uh uh I have no way uh)

Keep on (I wanna keep on)

Keep on (on and on and on)

Keep on your back on


(떠나주겠니 못 잊을 것 같아 이젠 사라져 내 속에서)

심장 속에 가득 새긴 넌 마치 Like Tatoo

머릿속 가득 고인 넌 마치 Like Tatoo

두 눈을 감아 보아도 소리를 질러도

더 커져만 가는 너라는 Tatoo

Rap)

네가 남기고 간 따뜻한 네 미소가

내 머리에 스며들어 와

내 목을 타고 오르는 말을 삼켜버리면

내 심장엔 큰 문신이 선명히 생기겠지만


닿을 것 같은 너의 그 Motion

보일 듯 말 듯 한 너의 Motion

잊으려 애써도 몸부림쳐 봐도

심장 속에 감긴 너의 Motion


Keep on (I wanna keep on)

Keep on (on and on and on)

Keep on (uh uh I have no way uh)

Keep on (I wanna keep on)

Keep on (on and on and on)

Keep on your back on


미칠 것 같은 너의 그 Motion

스칠 듯 말 듯 한 너의 Motion

지우려 애써도 몸부림쳐 봐도

문신처럼 박힌 너의 Motion


Keep on (I wanna keep on)

Keep on (on and on and on)

Keep on (uh uh I have no way uh)

Keep on (I wanna keep on)

Keep on (on and on and on)

Keep on your back on



그의 노래는, 바로....나 자신의 목소리였다.

문신처럼 박혀 버린.......모습들.........

하나하나........슬라이드처럼 내 눈 앞을 스치고 지나간다.


내 무의식이 담아낸......그의 모습들이 빙하가 녹듯이 내 의식 밖으로 밀려 올라오고 있었다.

불현듯 떠오르는 한 장면......

그 속에서 그는 웃고 있다.



--------------------------------------------------------------------

 

 

 

 

 

 

 

 

 

“그렇게 ‘멍’하지 말고 형이라고 해봐.”


“아유, 형이라니요. 그건 좀....”


“그럼, 오빠라고 할래?”


“예?”


“그럴 수 없으니까 신우형이라고 부르라구. 제르미처럼....”


“아.....예.......형....”


“잘했어.”


--------------------------------------------------------------------



처음...내게 게잡다는 말을 가르쳐 줬을 때, 그는.....다친 내 손을 치료해 주며 그렇게 말했었다.


그럼....오빠라고 할래?


그 말을 내뱉던 그의 표정, 그의 목소리가 느껴진다.

그때의 눈으로는 아무 것도 보지 못했는데,

지금의 눈으로는.......그의 눈빛이 왜 그렇게 짙고 깊었던 건지......보인다.


그는.......알고 있었던 거다.......

알면서도, 그 모든 걸....덮어주고 보듬어 주고 있었던 거다.



-----------------------------------------------------------------------

 

 

 

 


“더 큰 위로도...줄 수 있어.

 니가 솔직하게 나에게 손 내밀고 도와달라고 한다면....”


“솔직.......하게요?” 


“손... 내밀어.”


“네?”


“손... 내밀라구.”


-----------------------------------------------------------------------



그가 했던 이런 말들이 왜 갑자기 떠오르는 걸까.

그때는 모르고 다 넘겼던 말들이.....어떻게 지금....이렇게 마치 둑이 터지듯이 올라오는 것일까.....

그의 노래가.......깊이 숨어 있던 잔상들을 끄집어내고 있는 것일까......


마치 파노라마처럼....그가 내게 했던 행동들, 말들이 떠오른다.

그가 말했던 어설픈 데이트도,

태경이 형님 때문에 힘들어 하던 순간도.......

마치 영화처럼.......그 장면에서 그의 표정이 떠오른다.

분명....그 때는 보고서도 전혀 마음에 담지 못했던, 그래서 기억하지 못했던 그의 표정인데,

그 표정이 마치...어딘가에 새겨져 있다가 갑자기 끄집어낸 것처럼

지금......내 눈 앞에 펼쳐진다.


손....내밀어......


고통스러운 듯 미간을 좁힌 그의 얼굴이.......

그의 떨리던 눈빛도,

늘 웃던 그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진 것도,

답답하다는 듯 입술을 꽉 다무는 모습까지.......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그 때로 돌아간 것처럼,

그 장면에서 그를 다시 만나는 것처럼......

그렇게 떠오른다.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르고 막무가내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대던....내 모습도 떠오른다.



-----------------------------------------------------------------------

 

 

 

 

 

 

 

“내가 오늘 어떤 여자를 만날 건데

 그 여자한테 속이고 말 못한 게 있어서

 사과하려구 줄거야. 용서받구, 마음도 얻구.”


“신우 형 같이 멋진 분이 선물도 주면 그 여자분 좋겠습니다.”


-----------------------------------------------------------------------



날 향했던......수많은 그의 언어들........

그걸....하나도 눈치 채지 못했던....바보 같은 나........

기억 속 한 장면에서 정말 바보 같은 여자 하나가......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다.



-----------------------------------------------------------------------

 

 

 


“미남이, 너 어디야?”


“신우 형, 정말 죄송합니다.

 태경이 형님이 너무 많이 아프셔서 제가 곁에 있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태경...이?”


“그래......알았어.”


-----------------------------------------------------------------------



다급했던 그의 목소리........

걱정하던 그의 목소리 앞에 난.....태경 형님 얘기를 했었다.

눈에 띄게 식어가던 그의 목소리가........

왜......이제야 들리는 걸까.

내가.....그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내가 그에게 어떤 행동들을 했는지..........

이제야 보인다.


나는 하나도 느끼지 못했던.....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의 그 사람.........

지금.......무의식 속에 새겨졌던 영상처럼 지나간 날들의 잔상이 올라온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 그 모든 것을 담아내고 그 모든 것을 안으로만 견뎌냈을 그 사람.......


노래가......이야기 한다.

그가 그러했다고........

그리고 그의 노랫말처럼, 그런 그의 모습이 어느 틈엔가 내 머리에 스며들어,

내 심장 깊이 문신으로 새겨져버린 지도 모르겠다.


내가...어떻게 감히.....그에게 너무 하다고.....서운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기억 저편 그의 모습은.....

이리도 슬프고 절절한데,

이리도 심장을 먹먹하게 하는데,

그의 마음이 지쳤다고 한들,

나를 놓았다고 한들,

내가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과거의 그의 모습은 문신으로 새겨진 것처럼 이렇게 선명하지만,

현재의 그의 모습은......그저 희미할 뿐이다.






4





“미녀야?”


“예?”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예?”


“나가자.”


다들 연습실에 모여 각자 파트를 연습하고 있는데, 태경 형님은 날 보며 나가자고 하신다.

이제.....내일이면, 그는....돌아가야 한다.

며칠이나 계속 이곳에만 있었으니 그도 답답할 거란 생각이 든다.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는데, 신우 형이 기타를 잡고 곡을 쓰고 있다.

태경 형님은......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신다.

그 순간 기타를 치던 신우 형의 손이 갑자기 멈춘다.

잠시 멈칫 하는 것 같더니.....다시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나간다고 말할까....하다가.....그 모습을 보고 그냥 나가기로 했다.

그의 눈에는......이제......내가........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고미녀!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예? 전.....별로........”


내 대답이 마음에 안 드신 듯, 얼굴을 찡그리신다.


“고미녀! 너 그렇게 말하면 안 될 텐데?

 너도.......이제.....떠나야지.”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무슨 소리냐니? 몰랐단 말이야?

 내가......몇 번이나 그랬잖아.

 같이 가자고!”


“아니, 전....그냥 하시는 소린 줄 알고.......”


그랬다. 그는 입버릇처럼 한국 갈 때 같이 가자고 몇 번이나 말했었다.

난 그저 그냥 하는 말이려니 생각했다.

전화할 때마다 한국에 오라고 한 것처럼,

이번에도 그저 같이 가자고 빈말로 떼쓰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이번에는 뭔가 다른 것 같다.

그의 눈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아니야! 

 이번엔.......꼭 너랑 같이 들어가고 싶어.

 이번에 느꼈어. 이젠.....떨어져서 못 있겠어.

 같이 가!”


“황태경씨...전.....전...안 돼요.”


“무슨 소리야? 왜 안 돼?

 그냥 나랑 같이 가자구!!!”


“황태경씨!!! 제발.....이러지 마세요.”


“내일이면!! 한국으로 가야 한다구!!

 또.....너랑 이렇게 헤어져야 하는 거야?

 나.......이제 정말....이렇게는 못 살겠어!!

 미녀야!! 너야말로 이러지 마!!”


“죄송해요. 정말...죄송해요.

 그렇지만, 전...여기에서 계속 음악 하고 싶어요.”


“한국에서도.....할 수 있잖아.

 며칠 동안 같이 곡 작업하고....좋았잖아.

 아니야? 나만......그렇게 착각한 거야? 그런 거야?”


“...아니에요. 저도.....좋았어요.”


그래 좋았다.

그에게 인정받는 게 정말 좋았다.

처음부터 이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다고.....그와 함께 돌아갈 수는 없다.


“고미녀!! 난....난......너 없이는 도저히 못 살겠어.

 이렇게 고미녀 니 목소리 듣고, 널 만지고, 널 안고, 키스하고....

 그렇게 살고 싶어.

 더 이상은....이렇게 떨어져서 살 수가 없어!!”


“황태경씨!!”


“넌.......나랑.....다른 마음인 거니?”


이 사람의 말 때문에 고통스럽다.

내가 해야 할 말들 때문에 더 고통스럽다.

그러나.......해야 한다.


“황태경씨.......

 당신을 보면.......여전히.......두근거려요.

 그래요. 여전히....제게 당신은 빛나는 존재라서 가슴이........뛰어요.......”


내 말에 그의 눈이 빛난다.

안심한 듯한 눈빛.......

신은 날.......분명........용서하지 않으실 거다.


“당신은 나의 별이었어요. 아니 지금도 아름다운 별이에요.

 그러나 별은......멀리 있을 때 아름답죠.

 아니......멀리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건지도 몰라요.

 가까이 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에요.”


“지금.....지금 너.....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신을 보면.......늘 긴장이 돼요.

 사랑은....일상이에요.

 삶을 늘....긴장한 채로 살 수는 없어요.

 당신은......일상이 되기에는 내게 너무나 버거워요.”


“뭐? 뭐라구!!!

 내가......버겁다구?

 고미녀!!! 너 지금.....내가...하아....내가 버겁다는 거야?

 그러니까.........내가......싫어졌다는 거야?”


“그런 말이....아니에요.”


그의 눈이 너무나 심하게 떨린다.

그의 입술도 떨리고 있다.

난......정말로......나쁜 여자다.


“그런 말이 아니면 뭐란 말이야?

 너.....너 혹시........다른 놈....... 생긴 거야?”


그의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

모든 건....내 잘못이다.

무지한 척, 아무 것도 모르는 척,

내가 편한 대로 쉬운 대로......행동한.....내 죄다.


“정말......미안해요.....”


그는 미안하다는 내 말에 뒤통수라도 세게 얻어맞은 듯, 순간 멍해진다.

그런 그를 바라 볼 수가 없다.


“설마...설마 고미녀!

 설마 했는데.......정말 설마 했는데....

 너 지금...진짜 딴 놈 있다는 거야? 그런......거야?”


그의 팔이 내 어깨를 잡고 심하게 흔든다.

그의 고통스러운 눈을 볼 수가 없어서 난 눈을 감는다.

그렇게라도 피하고 싶다.

내 몸은 내 마음처럼 이리저리 심하게 흔들린다.


“누구야!! 설마..............설마....강신우야?”


강.신.우.

그의 이름이 나오고야 말았다.

모든 건 내 잘못인데........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닌데........

태경 형님의 입에서 나온.....그 사람의 이름이........내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말하라고!!!”


“.....죄송해요.........”


목이 메어온다.

눈에는 이미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느 틈에 뜨거운 것이 내 볼을 타고 흐르고 있다.

내 어깨를 흔들던 그의 손이 얼어붙은 듯이 정지해버렸다.


“아니야 미녀야, 넌.....여전히 나 때문에 떨리잖아. 여전히 심장이 두근대잖아.

 잠시 외로워서 흔들린 거야. 내가 속상하게 해서.....잠시 그랬던 거뿐이야.”


“그게.......아니에요.”


“넌...나랑 같이 돌아가야 돼. 고미녀!! 너 나한테 이러면 안 돼.

 니가 먼저....내 손을 잡았잖아. 니가 먼저....날 안아줬잖아.

 그래 놓고.....니가 이러면 안 돼!!!

 너 나한테....이러는 거 아니야.......”


너무나 빛나는 이 사람이.....내 앞에서 울먹이고 있다.

마치 아이처럼.....그의 큰 눈에서.......눈물이 떨어진다.

그가 우는 건, 그가 고통스러워 하는 건........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그래서 너 나 버리고.....그 자식에게 갈 거야? 그럴 거야?”


난....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그럴 수 없다.

이 사람에게 이런 생채기를 남기며, 그에게 갈 수는 없다.

난......두 사람 모두에게 큰 고통을 주었다.

그러니.......이제 와서 누군가에게 가는 것.......그것만은 안 된다.

그것이 내 최소한의 양심일 테니........

그 누구도 안 된다.

그럴 수 없다.

사람이라면, 그래서는......안 되는 거다.


“고미녀!!! 난, 너 못 놔줘!! 나....절대로 안 돼.

 나...어떻게 살아왔는지....알잖아. 미녀야!! 너마저....날 버릴 거야?

 그럼......나는......나는......?

 난.....어떻게 살라는 거야?

 미녀야............!!!!!!!

 너마저....날 버릴 거니............정말.......정말............그럴 거니?”


버리다.....그 말 앞에서...내 마음은 무너지고 만다.

그래, 그 말은.......그에게도, 나에게도.....최고의 아킬레스건.

버림받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버림의 고통이 뭔지 아는 사람은.....

그 말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버려져 본 사람만이.........그 고통을 안다.

그 또한 안다.

나 역시......버려져 본 사람이란 것을.........

그 고통을......아는 사람이란 것을.........


그는.......날 숨이 막히도록 끌어안더니 갑자기 나를 내버려두고는 차를 타고 휭 하니 가버린다.

난......그곳에서 혼자 무너져 내린다.

고미녀........지옥에 가자.......

너 따위에게는......지옥도.....아까울지 몰라.





5




도저히 숙소로 돌아갈 수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유리카모메를 타고 가고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불빛으로 아름답게 수놓아진 레인보우 브릿지가 보인다.



-----------------------------------------------------------------------


“그거 알아?

 오다이바에서 레인보우 브릿지를 바라보면.......소원이 이루어진대.”


-----------------------------------------------------------------------



무조건 반사처럼 떠오르는 잔상........

이 말을 하던 그의 모습이......기억 저편에서 떠오른다.

아무 말 없이 레인보우 브릿지를 바라보던 그의 표정이 슬펐다.

당신은........무얼 보고 있었던 건가요......


거긴 전설이 있어.

연인이 오다이바에서 레인보우 브릿지를 바라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전설.......


태경 형님을 통해 나중에서야 알게 된 레인보우 브릿지의 전설.

그 때는 몰랐다.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데 왜 그렇게 그의 표정이 슬프고 외로웠는지.......

왜 그렇게 보였는지........


밖은 어둠이 짙게 내렸다.

하늘이 어두워지면 어두워질수록 레인보우 브릿지의 불빛은 더 아름답게 빛난다.

그에 비해서....난.....


아!!!!!!!!!!!


인간은.....보고 있어도 보지 못한다.

나 역시 그러했다.

레인보우 브릿지만 쳐다보느라, 창에 무엇이 비치고 있는지 몰랐다.

밖이 어두워질수록 창은....거울이 되어 간다는 걸......잊고 있었다.

레인보우 브릿지를 배경으로 내 모습이 비치고 있다.

우울하고, 바보 같은 한 여자가 그곳에 있다.

보고 있어도 아무 것도 보지 못했던, 어리석은 여자가....홀로.....울고 있다.


그 날........

그 사람이....무엇을 봤을지......이제야 알 것 같다.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바보 같이 들떠 있는 여자와,

아무 것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을 지켜봐야 하는.......슬픈 한 남자.......

연인이 함께 레인보우 브릿지를 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을 알기에......

더 아팠을......한 남자.......


그림자........

그래......그의 그림자는......그래서.....그렇게 슬퍼보였던 거다.

바보 같이 들떠 있던 여자의 그림자는......그렇게도 가벼웠던 거다.

그러나.......

이제 그 여자의 그림자도........투명하지도, 가볍지도 못할 것이다.

그림자가 왜 무거워지는지.....

이제.....그 여자도.......알아버렸으니......

그림자도 무게가 있다는 걸........알아버렸으니.........


당신과 나.......안 되는 건가요?

내게...당신은 허락되지 못한 건가요?


너무 많이 알아버려서........그 무게를.......버텨내기가 너무나 어렵다.

아무리....아무리......울어도, 입술 사이로 울음이 복받쳐 나와도,

그 무게를 견뎌내기가 너무나 힘들다.






6





연습실에 신우 형이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다 싶어 이리저리 찾아보지만, 그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숙소에서도 안 보여서 아침 일찍 인디밴드 연습실로 간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도 그를 찾을 수가 없다.

뭔가 이상하게 자꾸만 불안해진다.


아무리 연습에 집중하려고 해도, 자꾸만 마음은 어긋나 버린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아무 것도........


아무 것도 결정 내리지 못했는데,

아무 것도 선택하지 못했는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뭔가가 자꾸 손에서 미끄러져 가는 느낌이다.

답답한 마음에 밖으로 나왔다.

바로 앞에서 종현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한 가지만 알아둬!!

 씨엔블루는....4명이야! 알겠어?

 우리 세 명은.....나머지 한 명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 기다릴 거야.

 알겠지? 그러니까...그러니까.........”


무슨.......소리야?

설마....설마....

아침부터 뭔가 불안했던 느낌이....이제 형체를 하고 내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 같다.


전화기를 쥐고 한참을 하늘을 보며 서 있는 종현씨의 팔을 잡았다.


“고미녀!! 너!! 언제......”


“지금......무슨 소리야?”


“아!!!!!!!!!”


“방금!! 무슨 소리냐구!!!”


종현씨가 한숨을 쉰다.


“신우 형.....은?”


“....................”

 

“종현씨!!!! 제발.......대답해줘!!”


“형은..........떠났어.”


“뭐?”


“떠났다구.......”


난...내가 들은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떠나다니....신우 형이 떠나다니.....


“왜!! 뭐 때문에!!! 왜!!!! 신우 형이 왜 떠나!!!”


내 안에 쌓였던 무언가가 폭발해 버린다.


“미녀야!! 고미녀!! 제발.... 진정해!!!”


“그 사람 어디로 가겠대? 미국? 아님 한국? 어디야?”


“미녀야.....”


“제발...제발 말해줘.

 나....아직...그 사람 못 보내.

 제발...말해줘.

 종현씨.......제발.........”



그렇게 미친 여자처럼 그가 있다는 호텔로 달려갔다.


그저.....한 가지만 기도했다.

그를 만날 수 있게만 해 달라고.......

내가.....그에게 어떤 상처를 줬는지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그는.......이렇게 떠나버릴 수는 없다고........


그렇게 달려간 그곳에......그가 있었다.

난........미친 듯이 초인종을 눌러 댔다.

 

 

 

 

 

 

 


띵동띵동.......


“황태경! 나 이제 더 이상 할 말 없..........!!!!!!!!!!!!!!!!!”


황태경?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

그러니까......둘이서 얘기하고 끝냈다는 건가?

나에겐 단 한 마디의 말도 없이........날 떠나버리겠다고?

그런 거라고?

어떻게!! 어떻게!!


“강신우!!!!!”


그는.....내 앞에서 얼어 버린다.


“강신우!!! 당신 뭐야!!! 왜, 가버리려는 거야!!! 왜!!!!”


참아 왔던.......눈물이 그 앞에서 터져버렸다.

아니...아니다.

그전부터....난....이미 울고 있었다.

멀쩡한 모습으로 날 보는 그의 모습에......너무 화가 나서, 너무 억울해서.......

내 속에서 뭔가가 터져버렸나 보다.


“당신 뭐야? 왜 떠나?

 떠난다면 내가 가야지!! 왜 당신이 떠나?”


“.......미녀야........”


내 입술 사이로....흐느낌이 새어 나온다.


“어떻게.........나한테...........이럴 수가......있어요?

 어떻게?”


 

 

 

 

 

 

그가 주먹을 쥔다.

그가 한숨을 쉰다.

그리고 그의 한 마디.......


“미녀야.....이제....그만 하자.”


그만......

그가 그만이라고 한다.

이제 그만 하자고 한다.

알고 있다.

그가 지쳤다는 걸.....나도 알고 있다.

내가......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걸......그가 이제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을 만큼....힘들다는 걸.....

내가........이 사람을 지치게 한다는 걸........

나도.....안다.

나도.....사람인데......당연히 안다.

그렇지만......그렇지만......

억울하다........

목으로 뜨거운 뭔가가 울컥하니 올라와서 뭐라고 말하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


“왜!! 그만 해야 되는데요? 왜요?”


“너......하아.......

 나에게 의무감 느끼지 않아도 돼.

 넌.....원래...황태경의 여자였어. 나도 알고 있으면서......하아......그랬던 거야.

 그러니....이제 내가 물러서면.......다....끝나는 일이야.”


그가........말한다.

난 원래....황태경의 여자라고.....

그래서....끝내겠다고......


“나는요? 내 마음은요? 

 당신이........내게 말했잖아요. 나보고 선택하라고.....

 그래놓고서는.....왜.....이제와서......

 당신까지.......날 선택하지 못하게 하는 거예요?”


“미녀야!!

 사실은....태경이와 니 이야기 들었어.

 여전히....태경이를 보면 두근거린다는....니 말도 들었어.

 그러니까 애써....... 그러지 않아도 돼.”


애써? 뭐가 애써라는 거지?

난....그제서야 보인다.

너무나 화가 나서........너무나 억울해서.....보이지 않던 것들이...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그의 표정이 아프다는 것을,

그의 눈빛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문을 잡고 있는 그의 주먹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서서히....그 모든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의 마음이 내게서 떠났다고.......이제.....나란 여자에게 지쳤다고........

그렇게 생각할 때는....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그의 눈이.......내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는 걸.........

흔들리는 눈빛은 날 향하고 있지만, 내 눈을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는 걸.......

그가 얼마나 이를 꽉 깨물고 있는지.......

아주 서서히.......보이기 시작한다.

이 바보 같은 남자........설마.......


“신우 형! 바보예요?”


“뭐?”


여전히.....그의 목소리는......깊이 잠긴 듯, 고통스러웠다.


“그래요. 나, 태경이 형님이랑 같이 있으면 가슴이 뛰어요.

 그래서......헷갈린 적도 있어요.

 그건....내가.....바보였기 때문이에요. 그 감정이 뭔지 몰랐을 뿐이에요.

 아직도 난 사랑이 뭔지 모르고 있는지도 몰라요.

 당신을 사랑하는지는 모르겠어요.

 태경이 형님을 사랑하는지도....그것도 모르겠어요.

 그래도....한 가지는 알아요.

 나도.....내 삶도.....나 자신을 위한 선택은 하고 싶다는 거요.

 나도 한 번쯤은 이기적이 되어도 되는 거 아니에요?

 내가..나를 위해서.....선택해도 되는 거 아니에요?


그래, 난.....잘 모른다.

무엇이 어떠하다고 규정하는 말 따위는 나도 모른다.

내가 아는 건....한 가지다.

절대로 변하지 않는, 흔들림 없는 진실....

그 한 가지는 알고 있다.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이 사람......

고통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리며, 날 바라보는 것조차 힘들어 하는 사람.......

나 때문에.......젖어드는 사람......

고통스러워도, 내색하지 못하고, 혼자 다 판단하고, 혼자 아파하는 사람........

그리고.......

가슴에 품은 사람을......다른 이에게 빼앗기고, 혼자서 심장을 찢었을 이 사람......

그리고는........그 사람이....다른 이를 사랑한다고.......

혼자.......떠나려 했던 이 사람.........


그러면서도.......그의 주먹에 얼마나 많은 힘이 들어가고 있는지......

흔들리는 눈빛을 얼마나 여러 번 추스르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그의 울대가 얼마나 여러 번 울렁거리고 있는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감출 수 없는 감정으로 인해 얼마나 깊어지고 젖어들고 있는지.......

안다. 

그런 그의 앞에서, 나 역시......무너진다.


“내가 아는 건 한 가지예요.

 당신이 있어야...당신 곁에 있어야....숨을 쉴 수 있어요.

 그래야.....불안하지 않아요.

 당신 하나 가지는 것도....그렇게 큰 욕심이에요?

 난...그 정도로....이기적이면 안 되는 거예요?

 다들...다 가지잖아요.

 좋은 부모님에, 좋은 환경에,

 다들...가진 것이 많잖아요.

 난.......하나도 못 가졌잖아요.

 내겐......어린 시절도 없잖아요.

 그러니까....그러니까......

 당신 하나....가지는 거.......그건........그렇게 큰 욕심은 아니잖아요.”


순간......그의 신음 소리를 들은 것 같다.

복받쳐 오르는 오열 속에서, 터져 나오는 내 감정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 팔을 잡아당기는 강한 손길과, 내 등 뒤로 느껴지는 단단한 벽........

그리고.......떨어지는 눈물 사이로 보이는 그의 고통스러운 얼굴.......


“내가.....어떤 마음으로......너와.....황태경을 지켜봤는지......

 넌......절대로 모를 거야.

 내....가.....얼마나......고통스러웠는지....넌.....몰라.”


날 바라보는 그의 눈이 젖어 있다.

그의 얼굴이 점점 내 얼굴로 가까워진다.

그의 손이 내 볼을 쓰다듬는다.

눈물이 날 만큼 부드럽고......따뜻하다.

그의 손가락이 내 입술을 쓸어내렸다.


“내게 넌....욕심 맞아.........
 그래도.........
 니가.......내 거였으면 좋겠어......”


그의 말이, 그의 손길이......

내 심장을 미친 듯이 뛰게 한다.

뜨거운 그의 입술이 내 입술 위로 내려앉았다.

그의 입술은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내 안으로 깊게 깊게 들어오는 그의 입술을, 그의 호흡을.....따라가기가 벅차다.

그의 혀는, 내 혀를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았다.


내 팔 가득 그를 안았다.

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내 손가락을 간질인다.

이 느낌들.......

이것들이었다.

이렇게 심장을 뛰게 하고, 숨 쉬기조차 어려운,

감각들의 향연........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는.......간지러운 무언가가.....저 발끝까지 저릿하게 만드는 이 느낌.......

그가 내 입술을 빨 때마다,

내 혀와 얽혀들 때마다,

그의 손길이 날 깊이 안을 때마다,

미치도록 느껴진다.


내 온 몸으로 그가 느껴진다.

점점 숨이 차올라서......숨이 막힌다.

그의 입술이 잠시 내 입술을 놓아준다.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 속에 내가 있다.

가슴 가득.......뭉클한 뭔가가 퍼져 간다.

이 느낌.......이었다.


“미녀야.......나.......안 되겠다.

 오늘은.......니가......날...좀 봐줘.

 널.......놔 줄 수가.....없어.......”


“신......”


“널......잃는 줄......알았어.......”


그의 눈물을 보고야 말았다.

그의 울먹임을 보고야 말았다.

내 심장이 출렁댄다.


그의 입술이 다시금 내 입술 깊이 파고 들어온다.

입술에서 불이 나는 것 같지만, 이 불을 끌 수가 없다.

아니, 끄고 싶지가 않다.

더 미치도록 타오르고 싶다.

그의 부드러운 입술이 날......타오르게 한다.

이대로.....죽어도.......좋다........

그의 품에서..........

죽어도........그래도........좋다.







------------------------------------------------------------------




생각보다 일찍 정리를 해서 하루 일찍 올립니다.

오늘은...분량이 좀 많습니다. A4로 28장정도 되네요.

지루하게 늘어진 듯해서.....걱정도 됩니다.ㅠㅠ


시놉을 완전히 정리했는데 45회까지 나오네요.

45회는 에필로그 형식으로 갈 것 같습니다.

원래 시놉에서 조금 더 확실하게 내용을 보강하며 정리했더니,

이번 회부터는 쓰기가 좀 수월해졌습니다.

몇몇 회는 시놉 정리를 하면서 내용도 자세히 첨가를 해 놓았었는데,

다행히 39회가 그런 회였습니다.


출장 준비하며, 일 마무리 하며, 쓰느라 그리.....마음에 들게 쓰진 못한 거 같습니다.

그래도.....더 가지고 있기가 뭐해서 올립니다.

사실....더 가지고 있어도, 고칠 능력도 없을 듯합니다.


37회, 38회, 39회까지....

힘드셨던...모든 님들께 죄송한 말씀을 전합니다.


전....월요일부터 다음주 토요일까지....일본 출장을 갑니다.

다녀와서 인사드릴게요.

아마......가서도...인사드릴지도.....ㅎㅎ


평안하세요.


+) 혹시 아직 <신우 이야기 알림판>에 있는 <꼭 읽어주세요>에 댓글을 남기시지 않으신 분이 계신다면,

   이 불쌍한(?) 아줌마를 위해 남겨주시길.....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용기내 주신 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__)